국경을 넘는 일 1(큰글자도서) (전성태 소설집)

국경을 넘는 일 1(큰글자도서) (전성태 소설집)

$19.00
Description
치밀하게 꽉 짜인 구성의 긴장감 있는 소설을 발표해 온 작가 전성태의 두 번째 작품집이다. 토속적 언어와 해학적 문체로 소외된 농촌현실을 탁월하게 묘파한 첫 번째 소설집 〈매향〉을 펴낸 이후 6년 만이다.

이번 작품집에는 오늘날의 혼탁한 시류에 맞서, 생동감있는 언어로 삶의 현장을 찾아나서는 8편의 소설이 묶여 있다. 개성있는 소설적 장치, 정교한 구성, 허점을 찾기 어려운 촘촘한 문장이 '말의 묘미'를 좇는 작가의 차분한 힘을 느끼게 해준다.

첫 번째 수록된 '존재의 숲'은 성대모사로 사람을 웃기는 '개그맨'이 중심인물이다. 개그맨이 소재를 찾아 시골 외딴 골짜기로 들어가는 흥미로운 설정 속에, 환각을 담은 마술적 상상력이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펼쳐진다. 개그맨은 '이야기를 줍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시골 노인들은 풍성한 은유와 비유로 가득 찬, 그 고장의 생태와 내력을 들려준다.
저자

전성태

1969년전남고흥출생.1994년《실천문학》으로등단.소설집『매향埋香』『국경을넘는일』『늑대』『두번의자화상』,장편소설『여자이발사』,산문집『세상의큰형들』『기타등등의문학』등이있다.

수상:2015년한국일보문학상,2012년현대문학상,2011년오영수문학상,2010년무영문학상,2009년채만식문학상,2009년제비꽃서민소설상,2000년신동엽문학상

목차

존재의숲/퇴역레슬러/한국의그림/소를줍다

출판사 서평

치밀하게꽉짜인구성과독특한소재,촘촘한문장으로긴장감있는작품을발표하여꾸준히주목받아온전성태의두번째소설집.말의묘미를좇는개그맨이소재를찾아방문한외딴골짜기에서겪은기이한체험을담은「존재의숲」,자살한친구에대한짤막한전기형식의「연이생각」,박치기로일본레슬링계에군림했던왕년레슬러의고향방문기「퇴역레슬러」등생동감있고품격있는언어로삶의현장을그려낸8편의작품이묶여있다.수록된소설들편편에서6년동안심혈을기울여한문장한문장공들인작가의단단한열정이뚜렷이느껴진다.지난소설집에서두드러졌던사라져가는공동체에대한비감을넘어좀더다양한세계를보여주면서도현재성과당대성에더욱천착하는점이돋보이는작품집이다.

「존재의숲」은성대모사로사람을웃기는‘개그맨’이중심인물이다.‘말의묘미’를좇는이인물은작가의분신일듯싶은데,개그맨이소재를찾아시골외딴골짜기로들어가는흥미로운설정속에서환각을담은마술적상상력이시공간을자유자재로넘나들며펼쳐진다.개그맨은‘이야기를줍기’위해사람들을만나고,시골노인들은풍성한은유와비유로가득찬,그고장의생태와내력을들려준다.산골노인들의이야기는풍맞은다리로마을을걷는노인과개울에서요강을씻는할머니의환영으로개그맨의눈앞에나타난다.문학평론가김화영은“감칠맛나는문체로작가의노련한기량을느끼게하는고전적수작이다.한번읽고나면그여운이오래남는작품”이라고평했다.
「연이생각」은평범했으나“좀독했던”친구에대한짤막한전기형식을띠고있다.주인공‘나’는1993년어름,친구‘연이’의자살소식을접하고괴로움을느낀다.연이는아르바이트로어렵게생계를꾸리고휴학과복학을거듭하며대학을오가야했고,프락치로몰렸던정보장교와의연애로곤란한소문에휩싸이기도한친구다.이런연이가학교연못에투신하여자살한이유는무엇일까.미래가보이지않는삶의암담함때문이거나쉽게매듭지어지지않는청춘의고민때문이었을까?연이의죽음은그시대를살아가는여느젊은이의삶을돌아보게한다.작가는투쟁의시대,학우들의죽음이이어졌던시대를반추한다.서영인이지적하듯전성태는“시대를비통해만하면서짐짓우리가마주쳐야할현재로부터도피한것”은아닌지아픈질문을던지며한“평범한죽음을통해,평범한일상으로이어진시대속으로더깊숙이진입하기위하여”천착한다.
「퇴역레슬러」는전라도섬마을출신의한퇴역레슬러의고향방문기이다.‘가장조선놈다운기술’인박치기로일본레슬링계에군림했던왕년의레슬러가늙고병들어고향에서노후를보낸다.고향사람들은그의기념관도만들고그를고향마을의대소사에초청하지만고향사람들의대화를들으며레슬러는불편함을느낀다.그는‘뇌손상’으로인해기억상실증에시달리며과거의기억에혼란스러워하고자신이누구인지모른다.후각과같은원초적인감각조차혼돈스러운레슬러의마음속에는그가굳이잊고자한모종의기억이있다.레슬러는좌우이데올로기가대립하던전쟁시기에동료들을밀고했고,주체할수없는성욕으로이웃처녀를능욕했다.그러고는일본으로밀항해서레슬링의영웅이되었다.작가는사회역사적상상력을능란하게깔아놓으며역사에억압당한불행한한개인을뭉클하게그려낸다.
「한국의그림」은걸개그림의개척자김대호의이야기이다.어려서부터칼로조각하기를좋아했던김대호는신문배달원과식당종업원을전전하다가우연히목수를만나집짓는일을배우고억울하게피살된대학생의얼굴을판자에새길기회를갖았다.그리고그대학생의얼굴이판화가되어대학가로퍼져나가고더크게벽에걸려‘걸개그림’이되었다.사람들의마음을움직인그의걸개그림은칼로무언가를조각하기를좋아했던그가목수일을하듯대학생의억울한죽음을몸으로그리고새긴것이다.시대의분노가세상을들썩이게하는가운데서도자연스러운모습으로묵묵히살아가는개인이었던김대호의삶이의미심장하게다가온다.
「국경을넘는일」에는국경을넘으며알수없는불안과공포를경험하는인물‘박’이등장한다.바다나철조망을건너야국경을넘을수있는분단국가의사람에게국경을지나걷는일은여행중의단조로운일상을벗어나는기이한체험이자부담이다.단지국경을넘는일에서만그런불안이있는것은아니다.박은동독출신의얀과얘기할때는분단국가의일원으로그와마주하는느낌을갖았고,일본여인나오꼬와만남을통해낯선불안을감지한다.낯선여행지에서다가온불안과착잡한심정을다스려야하는박의행로를나직한목소리로그려가는데서작가의차분한힘이느껴진다.
긴장마가누그러진어느날,한소년이마을강둑에서소를발견하고집에데려오면서벌어지는한바탕소동을그린「소를줍다」는질박하고아름다운토속적문체가돋보이는작품이다.전성태는요즘작가로서는흔치않게『우리동네』의이문구나「봄봄」의김유정이연상될만큼해학과풍자가두드러진문체를빼어나게구사하고토속적인삶에뿌리박은표현을자유자재로사용한다.최근많은소설들이날로‘독백적’이되어가는상황에비추어볼때「소를줍다」에등장하는생동감넘치는묘사는주목할만하다.
어린딸과술에취해농약을먹겠다고난동을부리는아비의절망적인상황을그려낸「환희」,황폐와파멸의악몽속에살아가는퇴역장군의삶을담은「사형」역시흥미로운작품이다.어떠한환경속에서개인이부지불식간에아득한환각에빠지게되고끔직한죄를짓게되는지를독특한개성으로형상화하여의미심장한여운을남긴다.
작가특유의리얼리즘이빛을발하는이번소설집이독자들에게좋은선물이되기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