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가출 1(큰글자도서) (손홍규 소설집)

그 남자의 가출 1(큰글자도서) (손홍규 소설집)

$19.00
Description
인간 존재에 대한 치열한 탐구와 유쾌하면서도 탄탄한 서사로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개척해온 작가 손홍규의 새 소설집. 2001년 『작가세계』 등단 이후, 장편 『귀신의 시대』(2006) 『이슬람 정육점』(2010) 『청년의사 장기려』(2008) 『서울』(2014)과 소설집 『사람의 신화』(2005) 『봉섭이 가라사대』(2008) 『톰은 톰과 잤다』(2012)를 펴내며 성실하게 ‘쓰기’ 에 전념해온 작가의 네번째 소설집이다.

이번 소설집에 수록된 아홉편의 작품들은 ‘사람’이라는 공동의 목적지를 향해간다는 점에서 여럿인 채로 하나이다. 이번 손홍규의 소설집만큼 ‘사람’에 천착하는 소설은 흔치 않아 보인다. 작가는 ‘사람’에 배수진을 치고 깊은 응시와 모색을 통해 주제가 주는 진부함과 일상성을 넘어선다.

아울러 사람다운 삶의 기율에 대해 묻고 그것을 방해하는 현실의 부정함을 드러낸다. 결국 작가는 날로 가팔라지고 있는 세계의 경사진 현실을 형형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람’에 대한 애정으로 소설과 소설을 둘러싼 현실에 따듯한 온기를 돌게 한다.
저자

손홍규

2001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소설집《사람의신화》《봉섭이가라사대》《톰은
톰과잤다》《그남자의가출》《당신은지나갈수없다》,장편소설《귀신의시대》《청년의사장기려》《이슬람정육점》《서울》《파르티잔극장》등을펴냈다.노근리평화문학상,백신애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이상문학상등을받았다.

수상:2018년이상문학상,2016년채만식문학상,2013년오영수문학상,2013년백신애문학상,2008년제비꽃서민소설상

목차

정읍에서울다/그남자의가출기/배우가된노인/배회/아내의발라드

출판사 서평

삶의진실에가닿는서사의힘

인간존재에대한치열한탐구와유쾌하면서도탄탄한서사로자신만의독특한영역을개척해온작가손홍규의새소설집『그남자의가출』이출간되었다.2001년『작가세계』등단이후,장편『귀신의시대』(2006)『이슬람정육점』(2010)『청년의사장기려』(2008)『서울』(2014)과소설집『사람의신화』(2005)『봉섭이가라사대』(2008)『톰은톰과잤다』(2012)를펴내며성실하게‘쓰기’에전념해온작가의네번째소설집이다.
이번소설집에수록된아홉편의작품들은‘사람’이라는공동의목적지를향해간다는점에서여럿인채로하나이다.이번손홍규의소설집만큼‘사람’에천착하는소설은흔치않아보인다.작가는‘사람’에배수진을치고깊은응시와모색을통해주제가주는진부함과일상성을넘어선다.아울러사람다운삶의기율에대해묻고그것을방해하는현실의부정함을드러낸다.결국작가는날로가팔라지고있는세계의경사진현실을형형한눈으로바라보며‘사람’에대한애정으로소설과소설을둘러싼현실에따듯한온기를돌게한다.
『그남자의가출』에수록된작품들은주로우리의평범한일상에숨어있는비일상적인것들이한순간드러나면서생기는생경함과비의를통해서사를이끌어나간다.일별하자면‘파킨슨병’이나‘가출’,‘가족의죽음’처럼현실적삶에기반한사건,혹은‘웜홀’이나‘혼인신고서를작성한여자들에게만발생하는질병’,‘도시의기억상실증’같은소설적상상등이그것이다.
「정읍에서울다」와「그남자의가출기」는노년에접어든평범한사내와아내의이야기다.사내들은젊은날의꿈과사뭇비장하게헤어졌음에도결국남루하게늙은보통의가장이며또한그남루를아내탓으로돌리고원망하는보통의남편이기도하다.남편들은미운아내들때문에각각‘정읍댁찾기’에나서거나‘가출’을감행한다.그들은자신의이력을되감아과거의사람들과해후하고지난날을조감하며제삶의본질과의미를찾아보려고도한다.하지만거꾸로넘겨본삶의페이지엔성공보다실패의흔적이많고놓쳐버린것의목록이손에넣은것의목록을훨씬웃돈다.작가는이를통해주인공들을앙상하게하고비루하게만들며인간관계를지치게한시스템의음험함과세계의부조리를드러낸다.

이세계의것같지않아더아름다운것들

‘발라드’연작(「아내의발라드」「아내를위한발라드」「발라드의기원」)은평범한일상에급작스레닥친질병에관한이야기다.혼인신고를한아내만감염시켜비(非)인간으로변하게하는것이다.이연작이참담하게다가오는것은낯선질병에걸린여인이신음하며괴물같이변하는과정이섬뜩하다거나병의알레고리가아내,남편,혼인이라는이름의배후에놓인불행들을상기시켜서만은아니다.무엇보다무겁게다가오는것은형언불가능한이현상을‘언젠가도래했을미래’라명명하는남편들의태도다.이들은사소한대화조차불가능한아내곁에서이렇게주억인다.“우리는오래살아서로에게흥미를잃거나혹은서로를깊이증오하게된부부처럼서로에게등돌린채서로를견디는중이었”고,하여“아내와나는소통할수없는사이였으나어쩐지그런사실이새삼스럽지는않았다”.(「아내의발라드」)우리는“서로에게조금씩멀어져완벽하게타인이되는것이었다”.(「아내를위한발라드」)
어느순간한도시의모든사람들이기억을잃는다는가정에서출발하는작품「기억을잃은자들의도시」에서도이와닮은문법이발견된다.“그쪽이제남편이군요.”“그럼제아내인신가요?”“아저씨가……아빠예요?”자신의존재를담보해주는기억을잃고서도가족일수있는사내와여자와딸의대화가부조리극대사처럼낯설게들린다.그러나이들은곧잘가족을연기한다.이또한‘도래할수있는미래’이기때문이다.작가는아이러니야말로진실을털끝하나다치지않게담아내는방식이라는듯,자주이것을소설에끌어들인다.
삶의아이러니를극명하게드러내기위한작가의상상력은계속된다.이것은어쩌면“다른형태의삶을간접적으로체험할수밖에없기에필연적으로빈곤한구체성”(「배회」)을보완하려는시도이자,읽는이를소설의삶에더밀착시키려는노고의결과물일것이다.
「배우가된노인」에서는자신의청춘을상기시키는딸과사위에게남루한노신사가포르노배우를자처해결혼비용을마련해준다.그리고자신의황혼을예견한한허름한청년이그노신사를자꾸좇는다.청년은노신사가늘앉아있던벤치에낡은양복을입고꼭앉아있다가어떤종류의웜홀을경험한다.남루함과허름함으로서로를하나의시공에초대한순간이다.
각각의소설을연결하는희미한고리를발견하는것도소설를읽는재미를더해준다.이를테면「정읍에서울다」와「그남자의가출기」의사내는모두폐렴으로큰딸을잃었고「배우가된노인」과「배회」에는윤희라는여자친구가등장한다.‘발라드’소설이야자명한연작이고「기억을잃어버린도시」라는이름의소설은「타오르는도서관」에도등장한다.
결국소설속의인물들은서로의과거나미래일수있고타인같지만가족일수도있다.그리하여그들에게일어난일은각자의것이자그들모두의것이며우리의것이기도하다.이공명의풍경은소설안에서소설사이를거쳐소설바깥으로확장된다.소설이손을내밀어우리마저저처연하고따뜻한풍경속으로불러들이는것이다.
또한이책에등장하는거의모든소설들은모종의약속이라도한듯인물과인물이둘로오롯해진풍경으로마지막을맺는다.그순간은대개어둡거나외롭고,눈이오거나춥다.그러나지독한어둠안에서더욱가열하게빛을내는희미한별처럼뼈를얼리는추위안에서는더욱짙어지는숨처럼아픔으로이어지는풍경은아름답게글썽인다.

그날밤그는집에전화를걸었다.아내는방금잠이들었다가깼는지잠기가가득한목소리였다.그는첫마디를어떻게해야할지알수없었다.

대파를심었는데양파가날수도있다네.
……
알아들었는가?걱정하지않아도되네.
……간다면서요.아주간다면서요?
……
언제부턴가그는그렇게집으로가출해버렸다.풀리지않는질문을여전히가슴에품은채기꺼이오래흔들리기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