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큰글자도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1(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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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초간본 발행 30주년 기념 개정 증보판. 이번 개정판에서는 아우 약횡에게 주는 편지, 기어자홍이라는 젊은 스님과 변지의라는 젊은이에게 주는 글 등이 새롭게 추가되었고, 2006년 발견되어 화제를 모았던 '하피첩'과 아내가 보내준 치마폭에 그림과 시를 써 외동딸에게 보내준 '매조도(梅鳥圖)'가 사진과 함께 실렸다. 문장 또한 이영진 시인의 교열로 매끄럽게 다듬어져 읽는 맛을 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오랜 세월과 함께 더욱더 빛을 발하는 편지글들은 바로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절실한 삶의 가르침을 전해주고 있다.
저자

정약용

조선말기의실학자.정조때의문신이며,정치가이자철학자,공학자이다.본관은나주,자는미용(美庸),호는사암·탁옹·태수·자하도인(紫霞道人)·철마산인(鐵馬山人)·다산(茶山),당호는여유(與猶)이며,천주교교명은요안,시호는문도(文度)이다.
1776년정조즉위호조좌랑에임명된아버지를따라상경,이듬해이익의유고를얻어보고그학문에감동받았다.1783년회시에합격,경의진사가되었고,1789년식년문과에갑과로급제하고가주서를거쳐검열이되었으나,가톨릭교인이라하여탄핵을받고해미에유배되었다.10일만에풀려나와지평으로등용되고1792년수찬으로있으면서서양식축성법을기초로한성제(城制)와기중가설(起重架說)을지어올려축조중인수원성수축에기여하였다.
1794년경기도암행어사로나가연천현감서용보를파직시키는등크게활약하였고,1799년병조참의가되었으나다시모함을받아사직하였다.정조가세상을떠나자1801년신유교난때장기에유배,뒤에황사영백서사건에연루되어강진으로이배되었다.
다산기슭에있는윤박의산정을중심으로유배에서풀려날때까지18년간학문에몰두,정치기구의전면적개혁과지방행정의쇄신,농민의토지균점과노동력에의거한수확의공평한분배,노비제의폐기등을주장하였다.
저서로『목민심서』『경세유표』『정다산전서』『아방강역고』『마과회통』『자찬묘지명』『맹자요의』『논어고금주』『춘추고징』『역학제언』『상서지원록』『주역심전』『사례가식』『상례사전』『악서고존』『상서고훈』『매씨서평』『모시강의』『삼미자집』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1부두아들에게보낸편지
귀양길에올라서
참다운공부길
세상에서가장악하고큰죄
선조의행적과일가친척을알라
진실한시를짓는데힘쓰거라
올바른처신에대하여
먼저모범을보이거라
허례허식을경계하라
『주서여패』라는책을만들도록
『제경』을만드는법
『거가사본』을편찬하라
『비어고』를만드는법
거짓말을입밖에내지말라
같은폐족이라도무리를짓지말라
제사상은법도에맞게차려야한다
사대부가살아가는도리
둘째형님을회상하며
일본과중국의학문경향
시의근본
인의예지는실천에서발현된다
폐족은백배더노력해야한다
막내아들이죽다니
열수에대하여
가난한친척을도와라
절조를지키는일
사대부의기상이란
어머니의치마폭에눌러쓴아버지의사랑과교훈

출판사 서평

오랜세월에도빛바래지않는
인간정약용의가슴따뜻한삶의지침들

“우리가연애편지를쓸때는상대의환심을사기위해마음에없는말도좀하지않습니까.하지만다산의이편지들은아들에게,형에게보낸것이어서진정성이담겨있습니다.다산의인간적면모와세상및학문에대한관심사를볼수있죠.장기스테디쎌러가된것은그때문이아닐까요.”

최근박석무원장(한국고전번역원)은한언론과의인터뷰에서「유배지에서보낸편지」의긴생명력을묻는기자의질문에이렇게답했다(「위클리경향」2009년10월15일자).
조태일시인이운영하던시인사에서초간본이출간된것은1979년.어느덧30년이라는세월이훌쩍흘렀다.그동안이책은창비로판권이넘어가창비교양문고로출간되고(1991년)다시개정판으로출간되면서(2001년)각기다른시간대를대면하였고,그언제든독자들로부터부침없는사랑을받았다.그리고2009년,초간본발행30주년을기념하여네번째개정증보판이출간되었다.
이번개정판에서는아우약횡에게주는편지,기어자홍이라는젊은스님과변지의라는젊은이에게주는글등이새롭게추가되었고,2006년발견되어화제를모았던‘하피첩(霞?帖)’과아내가보내준치마폭에그림과시를써외동딸에게보내준‘매조도(梅鳥圖)’가사진과함께실렸다.문장또한이영진시인의교열로매끄럽게다듬어져읽는맛을더했다.그리고무엇보다오랜세월과함께더욱더빛을발하는편지글들은바로오늘을사는우리들에게절실한삶의가르침을전해주고있다.

지금더절실하게다가오는200년전의가르침

200여년전,척박한남도땅에서18년간유배생활을하며잠시도붓을놓지않았던한외로운학자의편지가이렇듯오랜세월을견딜수있는생명력은어디서오는걸까.
편역자의표현대로다산은“세상에다시나오기어려운불세출의학자”였다.그가손대지않은학문분야는사실상없었고,손댔다하면그분야에서정점에올랐다.명실공히“당대최고의사상가·정치가·행정가였으며,당대최고의의사,지리학자,과학기술자”였던것이다.그런다산이남긴저서만해도500여권.그렇기에추사김정희는“감히다산의세계를논평할수없다”고했고,해방이전다산연구의기초를닦아놓은정인보선생은“한자가생긴이래가장많은저술을남긴대학자”라는표현을쓰지않았던가.
하지만다산도세상에다시없는대학자이기전에누군가의엄한아버지였고,속정깊은동생이었으며,올바른스승이었다.인간다산이유배라는천신만고의괴로움속에서가족과제자들에게보낸편지들은너무도진솔한한인간의내면이고스란히녹아있기에그어떤책보다큰지혜,깊은감동을선사해준다.다산정신의정수를담고있는이책이야말로그의삶과사상을들여다보는데가장중요한자료인것이다.
이책은두아들에게보낸편지ㆍ두아들에게주는가훈ㆍ둘째형님께보낸편지ㆍ제자들에게당부하는말,총4부로구성되어있다.그중에서도가장감동적인것은단연절반이상을차지하는아들들에게주는편지글이다.

“내가밤낮으로애태우며돌아가고싶어하는것은너희들뼈가점점굳어지고기운이거칠어져한두해더지나버리면완전히내뜻을저버리고보잘것없는생활로빠져버리고말것만같은초조감때문이다.작년에는그런걱정에병까지얻었다.지난여름은앓다가세월을허송했으며10월이후로는더말하지않겠다.”

“폐족(廢族)이글을읽지않고몸을바르게행하지않는다면어찌사람구실을하겠느냐.폐족이라벼슬은못하지만성인이야되지못하겠느냐,문장가가못되겠느냐.이른새벽부터밤늦게까지책을읽어이아비의간절한소망을저버리지말아다오.”

다산은멀리떨어져있는두아들학연(學淵)과학유(學游)가실의에빠지지않도록늘엄격하게격려했다.편지를읽다보면선비답게참다운길을가도록준엄하게꾸짖는다산의음성이귓전에들려오는듯하다.특히권세가들에게귀양살이에서풀려나도록도와줄것을간청하는편지를보내라고권유하는아들에게다산은“사소한일을가지고절조를잃어버려서야되겠느냐”며매섭게질책한다.불의와조금도타협할줄모르는선비정신을엿볼수있는대목이다.
겉으로는엄하게채찍질하지만그속에는자상하고애끊는부정(父情)이넘친다.어두운유배생활속에서도자신의고달픔은전혀내색하지않고오직아들들이훌륭한사람으로성장하기를원하는아버지의간절한바람을담고있어더욱감동적이다.세상을어떻게살아가야하고무슨공부를어떻게해야하는지뿐만아니라,가족간윤리,친인척과의인간관계,양계,양잠하는법,심지어친구를사귀고술을마시는법도까지세세하게일러주는편지들을보면과연오늘날에도이같은부자(父子)관계가존재하는지곰곰이돌아보게된다.또한유배지에서막내아들의죽음을듣고슬피울부짖는글과“이달들어서는공사간에슬픔이크고밤낮으로가신이에대한그리움을견딜수없으니이어인신세인가.더말하지말기로하자”와같은절제된문장에서는다산처럼큰선비도어쩌지못할극한의슬픔이묻어난다.

다산은흑산도로유배간둘째형님정약전(丁若銓)과도서간을주고받으며변함없는우애를나누었다.스스로평생지기라일컬었던둘째형님에게보낸편지들은서로불우한처지에구애받지않고학문적깊이에탄복하며인생을토로한수준높은서간문학이라할수있다.특히자신보다더외로운유배생활을하고있는형님의건강을염려하여개잡아먹는법까지상세히알려주는편지글에서는둘째형님에대한지극한애착을느낄수있다.
제자들에게보낸편지에서는가난한제자들의생계까지염려해주는자상한스승의마음씨가잘드러나있다.또한이편지글들은다산이실학자로서얼마나튼튼한현실주의적사고와실학사상을지녔는지보여준다.과거제도를맹렬히비판하면서도어쩔수없이그런제도를통해서만벼슬길로나아갈수있는현실을감안하여과거공부에힘을기울이라고주장하거나애써힘든길로가지말고지름길로가라고당부하는현실적인가르침등이그러하다.지금처럼사도(師道)가땅에떨어지고교권(敎勸)이흔들리는때,이글들은진정한스승과제자의관계를돌이켜보게한다.

다산과박석무

다산과박석무원장의인연또한언급하지않을수없다.「유배지에서보낸편지」를출간함으로써‘다산전문가’로이름을알리게된만큼,수많은다산관련저서를낸지금까지도이책이갖는의미는남다르다고할수있다.
박석무원장은졸업논문으로다산의법사상과법률관에대해쓰면서다산과첫인연을맺었다.그러나이때는머리로만추상적으로이해하는수준이었으며,가슴으로다산을받아들인것은그자신사회의격랑에휩싸이면서부터였다.네차례나옥고를치렀던그는어둡고불안한감옥생활에서희망을잃지않기위해손에서다산을놓지않았다.18년유배생활속에서학문을성숙시킨다산처럼그의다산연구도감옥안에서영글었던것이다.
이책은그치열한시간의결과물로서,200년이라는시차를사이에두고각각시대의고뇌와민중의아픔을껴안고고민해온두학자의소통까지를오롯이담아보여준다.

30년전에초판이나온이래이책은‘국민교양서’이자다산정약용선생의방대한사상세계로일반독자를이끄는맞춤한안내서역할을해왔다.이제그30주년을기념하는새판을대하면서나는책을통해엿보는다산선생의모습은물론이고그동안다산의시대못지않게험난한세월을살며기회있을때마다개역을거듭하고다산학보급에앞장서온편역자의모습에도경의를표하지않을수없다.-백낙청문학평론가,서울대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