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양음악 순례 2(큰글자도서)

나의 서양음악 순례 2(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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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의 서양미술 순례』의 저자가 들려주는 서양음악의 세계
치열한 시대적 사유와 서양미술 기행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나의 서양미술 순례』(창비 1992)는 미술과 미술 비평이 어떻게 시대의 문제와 맞닿을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미술기행 에쎄이로, 1992년 한국에 소개된 뒤 지금까지 독자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책이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는 20여년 만에 나온 그 연작으로, 서경식의 주된 글쓰기 대상이었던 미술이 아닌 서양음악을 소재로 지금껏 우리가 알지 못했던 그의 또다른 면모와 사유의 세계를 보여준다. 음악이라는 예술이 지닌 고유한 성질에 대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음악이 어떻게 인간·사회·시대와 뜨겁게 호흡해왔는지까지, 서경식만의 흡인력 강한 글쓰기로 말해주고 있다.

더 깊고 더 방대해진 성찰의 힘
서경식의 글이 지닌 매력은 평이한 문체로 어느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깊이있는 인식을 보여주는 데 있다. 그것은 무엇보다 그가 재일조선인이라는 자신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승부하여 그것을 시대와 역사에 대한 성찰로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구체적 현실의 모순으로부터 이른바 시대적 보편성을 획득해나간 그의 글쓰기는 그러나 멋을 내지 않는다. 그는 다만 일상의 체험과 느낌을 자신만의 사유로 온전하고도 담담하게 그려 보인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가 참신하게 받아들여졌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평이라고는 하나 미술 사조나 개념에 대한 학술적 분석이 아닌, 개인의 체험과 미술작품이 조우했을 때의 진솔한 감정에 대해 서술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일으킨 파장은 그 어떤 비평서도 성취하기 힘든 것이었으며, 미술 비평에서 한걸음 나아가 한국 현대사의 모순을 꿰뚫는 힘까지 지니게 되었다. 그러한 서경식 글쓰기의 힘은 『나의 서양음악 순례』에서도 진가를 발휘한다. 중산층 이상 엘리뜨 계층의 고급 취향으로서의 클래식음악이 아닌, 한 인간을 깊은 성찰로 이끄는 예술로서 음악 본연의 모습이 더 깊어진 통찰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음악에 대한 사랑은 치명적이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는 서경식이 가난한 어린 시절 음악에 품었던 동경과 열등감의 고백에서 출발한다. 문화적 교양과는 거리가 먼, 가난한 재일조선인 집안에서 자랐기에 그에게 음악이란 “신분이 다른 연인”과 같은 것이었다.

어릴 적 나는 클래식음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반감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중산계급이라는 표지(標識)고 교양있는 가정의 표지였다. 바꿔 말하면 그것은 ‘일본인’이라는 표지고 재일조선인인 내게 클래식음악이란 손에 넣을 수 없는 사치스러운 장난감 같은 것이었다. 바이올린 케이스를 들고 걸어가는 유복해 보이는 여자아이를 보면 돌이라도 던져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 케이스 속의 아름다운 악기를 잠시라도 만져보고 싶다, 무슨 소리가 날지 내 손으로 켜보고 싶다 (…) 애타는 동경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마치 신분이 다른 연인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 오페라의 주인공처럼.
―「어릴 적」(1권 43~44면) 중에서

가난에 더해진 문화적 소외로 인해 가지게 된 열등감과 그럼에도 주체할 수 없었던 음악을 향한 동경은 사실 소년 서경식의 것만은 아니다. 이는 클래식음악에, 더 넓게는 고급예술에 대해 우리 모두가 느끼는 당혹과 열망이라 할 수 있다. 고급예술을 자유롭게 향유한다는 것은 풍족한 엘리뜨 집안에서 자라나 어릴 적부터 공기처럼 문화적 축적을 누려왔다는 의미이기 쉽다. 클래식음악은 오디오쎄트나, 값비싼 악기와 음악교육을 동반해야 하는 것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그러한 예술을 알고 싶다는 열망은 빈부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나의 서양음악 순례』가 다른 클래식음악 에쎄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바로 이러한 음악을 향한 자기고백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이 책은 이와같이 서경식의 소년시절에서 청년시절,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가 음악에 품었던 복합적인 감정과 그에 얽힌, 때로는 한없이 서정적이고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에피소드들로 가득 차 있어 흡사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하다.
저자

서경식

1951년일본쿄오또(京都)에서재일조선인2세로태어나,와세다(早稻田)대학프랑스문학과를졸업했다.2000년부터토오꾜오케이자이(東京經濟)대학현대법학부교수로재직중이며,저서로『청춘의사신』『소년의눈물』『디아스포라기행』『난민과국민사이』『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시대를건너는법』『고뇌의원근법』『언어의감옥에서』『디아스포라의눈』『경계에서춤추다』(공저)등이있다.1995년『소년의눈물』로일본에쎄이스트클럽상을,2002년『시대의증언자쁘리모레비를찾아서』로일본이딸리아문화원에서시상하는마르꼬뽈로상을,2012년제6회후광김대중학술상을받았다.

목차

상처입은용-윤이상1
쿠사쯔국제아카데미-윤이상2
화염속의천사-윤이상3
하늘로올라간용-윤이상4
망각은인생의행복-빈의겨울1
미소의나라-빈의겨울2
모짜르트가내던져진구덩이-빈의겨울3
《마술피리》-빈의겨울4
말러의무덤1-빈의겨울5
말러의무덤2-빈의겨울6
2005루쩨른음악제-말러의문이열렸다1
트립셴산책-말러의문이열렸다2
이런데서음악이라니-음악이라는폭력1
귀에는눈꺼풀이없다-음악이라는폭력2
죽음으로가는여행1-슈베르트1
죽음으로가는여행2-슈베르트2
에필로그_잘츠부르크의황혼
부록
나와F가뽑은‘오페라’베스트3
나와F가뽑은‘성악과관현악’베스트3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말러와윤이상:음악의‘고전적가치’를찾아서
이책에는수많은음악가와연주자,지휘자,오페라가수들이등장한다.그중가장비중있게다뤄지는인물은오스트리아제국말기유대인이었던지휘자겸작곡가구스타프말러와박정희정권시절간첩단사건에휘말려끝내고국에돌아오지못한세계적인현대음악가윤이상이다.
구스타프말러는뛰어난재능을인정받아음악가로빠르게명성을얻지만,급속도로팽배해진반유대주의정서로인해빈궁정가극단음악감독직을박탈당하고불행속에죽음에이른다.이후말러의음악은1?2차대전을거치며독일정신을훼손했다는이유로상연을금지당하는수모를겪는다.윤이상은박정희정권시절간첩으로몰려납치와고문,투옥을당했지만‘윤이상을석방하라’는서방세계의강력한요구로풀려나독일에서왕성한음악활동을벌이다타계한세계적인음악가다.서경식은그간발표한다른글에서윤이상에관해간간이언급해왔으나,이책에서는윤이상과의인연이나윤이상음악이이뤄낸고도의예술적성취에대해본격적으로서술한다.윤이상과관련된4편의글은이책의백미로,정치적수난자로서의윤이상과예술가로서의윤이상이라는두가지면모에깊이빠져든청년서경식이어두운현실에갇히지않고아름다운음악을작곡한윤이상처럼살아가고자결심하는과정이매우강렬하게묘사된다.
말러와윤이상모두음악적인천재들이었으나,파시즘에억압당한인물들이다.그러나이들의음악은오히려지금까지살아남아더욱활발히해석되고연주되고있다.지금도앞으로도이들의음악을사랑하는사람들은이두음악가들이겪었던고통이나시대적상황을상상하게될것이다.서경식은이것이바로이것이그들작품이지니는‘고전적가치’라고말한다.

음악이라는폭력:아우슈비츠이후의음악
히틀러가클래식음악에조예가깊고특히베토벤과바그너의음악에깊이심취했다는이야기는매우유명하다.아우슈비츠수용소에는수인(囚人)오케스트라가있어서나찌친위대를위해오페레타를연주하거나교수형집행때경쾌한행진곡을연주했다.이는음악이가장잔혹하게사용된사례일것이다.아우슈비츠의생존자쁘리모레비는생환이후에도수용소에서흘렀던음악이들리면그순간에피가얼어붙는다고했다.이러한음악의그로테스크한역사는사악한세력이음악을악용해서벌어진일일뿐일까.서경식은이런해석은다소일면적이라고말한다.나찌가베토벤《교향곡9번》을이용했다는건맞지만이음악이준고양감이나비장감은오히려유대인대학살을고무하고촉진하는작용도했을것이라는말이다.즉,음악의악용을넘어서음악자체가지닌폭력성을응시해야만한다는것이다.

《교향곡9번》4악장의,듣는이를열중하게만드는영웅적인음향그자체에불길한것이감춰져있다.베토벤만그런게아니다.예컨대바흐의《마태수난곡》은한없이숭고하지만그만큼위험하기도하다.바그너의음악에서감명과도취를경험하는방법은그장대한‘무한선율’의‘물결’에몸을맡겨버리는것이다.하지만그도취는위험하다.아우슈비츠이후의음악은도취와각성사이에매달려있는불편함을받아들이도록우리에게요구하고있다.
―「귀에는눈꺼풀이없다」(2권143~44면)중에서

서경식과함께떠나는‘아주특별한’서양음악순례
이책은수많은음악과음악가들에대한흥미진진한이야기를들려주면서음악에대한일반적인관념에서벗어나음악에대해새롭게사고하도록우리를이끌며,인간의귀를매혹하는음악이라는예술의정체가무엇인지보다근원적으로생각해보게하는힘을갖고있다.그의음악이야기에빠져들다보면어느새인간,시대,역사와호흡해왔던음악의역사가우리의눈앞에마치한편의교향곡처럼장엄하고도황홀하게펼쳐진다.『나의서양미술순례』이후더욱깊고넓어진서경식의사유가보여주는경이를함께하는기쁨을만끽하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