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소년 1(큰글자도서) (정도상 장편소설)

은행나무 소년 1(큰글자도서) (정도상 장편소설)

$19.00
Description
사회구조적 폭력에 억눌린 소외된 개인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을 다양한 시도를 통해 형상화해온 소설가 정도상의 장편소설. 2012년 1월부터 5월까지 창비문학블로그 '창문'(blog.changbi.com)에 연재되며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이 작품은 열두살 소년이 강제철거와 외할머니의 치매, 힘겨운 첫사랑을 겪어내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가슴 뭉클하게 그려낸다.

주인공 만돌이는 삼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부모와 동생을 한꺼번에 잃고 포치동 천사마을에서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집앞에 오백년 된 은행나무가 있는 천사마을은 재개발지구로 지정되어 강제철거를 앞두고 있고, 일흔이 넘은 외할머니에게는 치매가 찾아온다. 그런 와중에 큰아버지와 외삼촌은 부모가 남긴 보험금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인다.

가혹하고 잔인한 운명 앞에서, 그러나 소년은 커다란 슬픔을 세상에 대한 '깡'으로 이겨내려 발버둥친다. 그런 소년에게 어느날 첫사랑이 시작된다. 공부방에서 만난 대학생 여수경에게 한눈에 사랑에 빠진 것. 소년은 여수경이 나눠준 카메라로 주변의 사물과 풍경, 사람들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본다'는 것을 통해 거기에 깃든 이야기를 발견하는 법을 배운다.

폐허가 되어가는 동네의 풍경과 외할머니의 주름, 경찰과 용역, 그리고 망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는 소년에게 삶을 견디는 중요한 한가지 방법이 되는 동시에, 재개발을 둘러싸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싸움과 그 풍경의 구체적인 모습을 생생한 묘사로 형상화해낸다.
저자

정도상

1960년에태어났다.시대의그늘과그안에서소외된사람들의삶을서정적이면서도사실적으로그려왔다.창작집《친구는멀리갔어도》,《실상사》,《모란시장여자》,《찔레꽃》등과장편소설《누망》,《낙타》,《은행나무소년》,《마음오를꽃》,《꽃잎처럼》등을펴냈다.장편동화《돌고래파치노》와《어린이를위한남북한말모이》,《청소년을위한남북한말모이》등도펴냈다.제17회단재상,제25회요산문학상,제7회아름다운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슬픈노래는힘이세다/어두워질무렵/은행나무가울다/골목길돌아설때에/티라노를만나다/꿈,영혼의명령/다괜찮을거야/오,주여/기억의창고속에서/11월/너의침묵에메마른나의입술

출판사 서평

사회구조적폭력에억눌린소외된개인들의구체적인삶의모습을다양한시도를통해형상화해온소설가정도상이신작장편소설『은행나무소년』을선보인다.2012년1월부터5월까지창비문학블로그‘창문’(blog.changbi.com)에연재되며많은독자들의사랑을받은이작품은열두살소년이강제철거와외할머니의치매,힘겨운첫사랑을겪어내며성장해가는모습을가슴뭉클하게그려낸다.

열두살소년의눈에담긴세상의아픔

주인공만돌이는삼년전불의의교통사고로부모와동생을한꺼번에잃고포치동천사마을에서외할머니와단둘이살고있다.집앞에오백년된은행나무가있는천사마을은재개발지구로지정되어강제철거를앞두고있고,일흔이넘은외할머니에게는치매가찾아온다.그런와중에큰아버지와외삼촌은부모가남긴보험금을둘러싸고소송을벌인다.가혹하고잔인한운명앞에서,그러나소년은커다란슬픔을세상에대한‘깡’으로이겨내려발버둥친다.

나는억울한일을당해도잘참는다.그게어른이다.아무리아프고억울해도다른사람앞에서는절대울지않는다.대신에언제가되었든반드시받은만큼돌려주겠다고복수를맹세한다.복수는복수를낳는다고하지만,낳으라지뭐,그까짓거.나는다른사람앞에서흘리는눈물은쪽팔림의상징이라고생각한다.(…)그걸알기에나는오직혼자있을때만울었다.이불을덮어쓰고펑펑울면답답하던가슴이조금풀렸다.(9~10면)

그런소년에게어느날첫사랑이시작된다.공부방에서만난대학생여수경에게한눈에사랑에빠진것.소년은여수경이나눠준카메라로주변의사물과풍경,사람들을사진으로찍으면서‘본다’는것을통해거기에깃든이야기를발견하는법을배운다.폐허가되어가는동네의풍경과외할머니의주름,경찰과용역,그리고망루의모습을카메라에담는행위는소년에게삶을견디는중요한한가지방법이되는동시에,재개발을둘러싸고우리주변에서벌어지는싸움과그풍경의구체적인모습을생생한묘사로형상화해낸다.

눈이내린다.부서진담장과좁고긴골목에,반쯤무너진폐가의유리창과쓰레기가쌓인공터에,천사교회의십자가와아랫말의망루에,마른낙엽처럼바스러질것같은천사시장과밤낮으로조명이들어오는대형할인마트에,망루와천막에서농성하고있는아랫말사람들의눈동자와철거용역의헬멧과곤봉위에,망루에설치된스피커에서흘러나오는비장한노래와경찰의치직거리는무전기소리에,‘여기가우리의무덤이다’라고휘갈겨쓴아랫말사람들의현수막과공사계약을축하하는재개발조합의현수막에,(…)천사마을과포치동을넘어서울의하늘에……눈이내린다.(221면)

그리고소년은자신을둘러싼사람들을통해세상을알아간다.만돌이와친구로지내면서외할머니를연모하고정성스레보살피는침쟁이할아버지,일방적으로소년을좋아하며아낌없는사랑을안기는사차원소녀지혜,한쪽다리를잃고도따뜻한마음과거친입심으로당당하게살아가는콩콩이모,마을일에언제나발벗고나서는천사교회최목사님과공부방후원자인하율스님등,소년을둘러싼인물들이철거를앞둔천사마을에서이루어내는일종의공동체가소설에풍성한색채를더하며소년을성장하게한다.

패배속에서,그러나소년은자란다

그러나소년의삶을죄어오는것은보다큰욕망과폭력의카르텔이다.철거용역측이저지른천사마을아랫말의방화사건이후로강제철거의마수가하루하루다가오는가운데,소년의부모가남긴보험금과유산을둘러싸고폭력과연계된건설업자인큰아버지와팽창일변도의복음주의목사인외삼촌이벌이는대립은오늘날우리사회를만들어온기형적발전의두축을상징적으로보여준다.또한한때소년의우상이었으나철거폭력에앞장서다결국철거과정에서희생양이되고마는천사마을출신의박정철이라는인물의존재는철거용역을둘러싼구조적모순을첨예하게드러낸다.생존을위해스스로선택한대리적폭력이결국자신에대한폭력으로되돌아오게되어있는아이러니가오늘날사회문제로부각되는용역폭력의핵심인까닭이다.소설은그렇게소년을둘러싼것이단순한선악의대립이아니라작은소망과거대한욕망이빚어내는비극임을선명하게보여준다.

“만돌아,재개발조합원들을모두악마라고생각하진마.사람을천사와악마로나누어버리면그무엇도할수가없단다.사람은그냥사람이지,착한사람나쁜사람이따로있는게아니야.망루에있는사람은착하고철거용역은나쁘고,이렇게생각하지말라는뜻이야.사람의마음은하루에도열두번씩착해졌다가나빠졌다가한단다.나는싸움에서이기기위해천사마을에있는게아니야.뭐랄까,거대한욕망에희생당하는작고사소한소망들이안쓰러워서있는거야.그작고애절한소망도지켜주지못하면서바벨탑만높이쌓는인간의욕망이무섭고두려워서있는거지.”(182면)

하지만소년은자라고,삶은지속된다.치매가진행되면서외할머니의기억은한사코과거를향해돌아가지만,소년의기억은앞으로다가올미지의일들을향해열려있다.목숨을건철거투쟁이결국실패로끝나고가족의영혼이깃든은행나무는잔인하게베어지지만,은행나무의싹은작은생명을이어간다.아무리부조리하고가혹해보일지언정그것이결국구체적인삶의모습이며,그속에삶의위엄이라할것이있음을,『은행나무소년』은때로는잔잔하고때로는뜨겁게,때로는웃음섞인시선으로흥미진진하게펼쳐보인다.

똑같은일을겪어도저마다다른기억,다른추억으로살아갈수있다는사실이신기하게느껴졌다.지혜도지난새벽에그끔찍한사건을다보았을텐데,지금은아무렇지도않은듯외할머니와눈싸움을하며웃고있다.툴툴털어버린것일까,아니면뇌의회로가나와는다른것일까?어찌되었든지혜때문에외할머니가웃는다면그것도나쁘진않다.아무리힘들어도웃을수있다는것은좋은일이다.
그래씨바,행복해지고말테다.(296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