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 정의를 (함세웅 신부의 시대 증언 | 양장본 Hardcover)

이 땅에 정의를 (함세웅 신부의 시대 증언 | 양장본 Hardcover)

$35.00
Description
“너희들은 먼저 하늘나라와 그의 정의를 행하라”
어느 사제의 삶이 증명해낸, 우리 시대의 징표
“교회가 자리한 곳이 곧 삶의 현장이다. 잘못된 사회, 정치제도는 교회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1970년대 초 박정희 유신통치기부터 현재까지, 한국 민주화운동사의 굵직한 사건들을 직면하며 우리 사회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함세웅 신부. 현대사 주요 인물들의 삶을 집대성해온 서울대 한인섭 교수가 함 신부의 대담자로 나서, 암울한 시대에 ‘정의’의 참뜻을 몸소 보여준 사제이자 역사의 한복판에 뛰어든 운동가의 삶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한국 현대사의 비어 있던 자리를 알차게 채워냈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낸 2016년 촛불은 국민들에게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근현대사의 망령들의 존재를 새삼 일깨워주었다. 이 뿌리 깊은 구조적 적폐는 단 수년의 진상규명만으로 복구해낼 수 없으며 이를 온전히 없애는 데에는 전사회적인 인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에 함세웅의 존재는 보수와 진보를 가로지르며 적폐와 끊임없이 싸워온 한 인간의 전형이자, 순수한 지식인의 모범으로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책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창립을 이끈 민주화운동가로서의 함세웅 신부를 넘어, 전세계 가톨릭의 변화를 위해 교회의 구습을 성경의 구절 하나하나를 근거로 혁파해온 교육자이자, 가난하고 억눌린 시민들을 거둬들여 슬픔을 어루만져온 민중의 사제로서의 그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책 말미에 실린 연보는 그의 뜨겁고 다채로운 삶이 한국현대사 그 자체였음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준다.

암흑 속 횃불로서의 ‘정의구현사제단’과 함세웅

1942년 일제치하에서 태어난 함세웅은 이야기 듣는 것을 좋아하는 여느 꼬마와 다를 바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의 예배당에서 들은 이야기가 그의 마음에 깊이 새겨진다. “모세가 홍해를 가르는 기적을 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이처럼 성경 이야기 중 처음으로 가슴에 들어온 것이 모세를 통해 노예를 해방시키고 압제자들을 응징한 이야기예요. 나중에 이런 모티브가 제 안에 자라서 해방신학으로 이끌어주고, 독재정권과 맞싸우는 해방의 여정으로 인도해주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요.”(27~28면)
1956년 용산중학교 2학년 때 예배당 신부의 일을 돕는 복사가 되며 신부의 꿈을 키워갔다. 1960년 서울 혜화의 대신학교(지금의 가톨릭대)에 입학한 뒤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로마로 유학하여 그레고리오 신학대에서 교부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위성직자의 길을 목전에 두고 있었지만 새로운 교회를 꿈꾸며 1973년 귀국했고, 곧바로 이곳의 참담한 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1973년 8월 김대중 납치사건, 그해 10월 서울대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 1974년 4월 민청학련과 인혁당재건위 사건 등이 잇달아 일어난 것이다.
1974년 원주교구장인 지학순 주교가 유신헌법은 무효라고 선언하자 박정희정부는 지 주교에게 내란음모죄를 씌워 옥에 가뒀다. 1975년 4월에는 인혁당사건을 조작하여 8명의 억울한 생명을 앗아갔다. 정권의 포악함 앞에서 함세웅, 문정현 등 청년 사제들은 성당 안의 성직자가 아닌 거리의 신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감옥에 갇힌 이들을 찾아가는 것이 참된 선교이며, 그들과 함께 싸우는 것이 진실한 신앙의 고백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1974년 9월 함세웅은 동료 사제들과 함께 하나의 모임을 만들면서 “우리는 인간의 위대한 존엄성과 소명을 믿는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그 유명한 시국선언문을 발표한다. 유신헌법 철폐, 민주헌정 회복 등을 요구한 그 선언문에서 사제단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정신에 따라 사제의 양심에 입각하여 살겠다는 다부진 결기를 밝혔다.
이 모임이 바로 정의구현사제단(공식 명칭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다. 함세웅과 정의구현사제단은 이후 40여년간 실과 바늘처럼 함께 움직였다. 그뒤 수많은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의 활약은 빼놓을 수 없다. 민청학련과 인혁당사건의 조작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민주회복국민회의 결성에서, 동일방직과 YH의 노동자들을 성당의 품에서 지켜낸 처절한 현장에서 보여준 헌신을 통해 함세웅과 정의구현사제단은 이제는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서 자리매김한다.
무엇보다 정의구현사제단의 활동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빛을 발한다. 당시 함세웅은 6월항쟁의 구심점이 된 명동성당에서 서울교구 홍보국장으로서 시대의 소명을 짊어졌다. 고문치사의 진범이 공안당국에 의해 조작되었음을 명동성당에서 발표하기까지의 비화를 소개한 제3부의 초반(「박종철 고문사건, 진상조사와 조작사실 폭로」부터 「6월항쟁 제2막」까지)은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저자

함세웅

가톨릭원로사제.1942년태어나가톨릭대학을수료,로마우르바노대학과그레고리오대학에서신학석사·박사를받았다.1973년연희동성당을거쳐응암동·한강·구의동·장위동·상도동·제기동성당에서주임신부로일하고,2012년청구성당에서은퇴미사를했다.1974년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을창립하여민주화운동에헌신했고,서울교구홍보국장으로6월항쟁의중심에섰다.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을만들고,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을지냈다.현재김근태기념치유센터,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민족문제연구소의이사장을맡고있다.저서로『세상을품은영성』『약자의벗약자의하느님』『고난의땅거룩한땅』등이있다.사제서품50주년을맞는2018년에도현장사목중이다.

목차

서문

제1부시대를바꾼정의의힘
대담을시작하면서
프란치스코2세,바티칸공의회와아조르나멘또
사제가되기로결심하다:신학교,4·19,군대생활
8년간의로마유학
사제로첫발을내딛다
응암동성당은나의첫사랑
지학순주교의구속과정의구현사제단의탄생
민주회복국민회의대변인
인혁당사건조작을폭로하고피해가족과함께하기
예언자적사명,해방신학과의만남
명동학생운동사건과신부들
중앙정보부에연행된기록들
3·1민주구국선언사건으로구속,재판받다
죄수복을입을때진짜예수따르는사제가된다
출소미사에얽힌곡절
한강성당의사목활동
동년배사제들간의끈끈한우정
성전건축,하느님과사람의합작
가톨릭농민회관련사건으로재투옥되다
감옥은자기정화의장소
감옥의영성

제2부암흑속의횃불
옥중에서들은박정희의피살,그리고석방
80년서울의봄,김재규구명운동
1980년5월,중앙정보부에연행되어고초를겪다
천주교조선교구설정150주년기념미사,그빛과그림자
광주의아픔과가톨릭의활동
부산미문화원사건에가톨릭이전면에나선사연
해외여행,성지순례
천주교전래200주년기념행사:사목회의와교황방한
한강성당,7년만에떠나면서
구의동성당사제
가톨릭대학교교수
서울교구홍보국장으로주보를혁신
김수환추기경의강론준비와기도
서울교구,명동성당에서의갈등
명동성당이라는공간
김수환추기경의이모저모

제3부민중의사제
박종철고문사건,진상조사와조작사실폭로
추기경의강론,군사독재를정면공격
6·10항쟁,명동성당의대변인함세웅
6월항쟁제2막
대통령선거와양김단일화의격랑속에서
강론의준비,그리고『선포와봉사』
해방신학과여성신학
정의평화위원회를핍박한주교회의결정
평화신문,평화방송만들다
방북소용돌이속에서
사제단의북한방문과미사,그리고수난

제4부세상을품은영성
교회내보수와의갈등
신학교교수로서바티칸체제비판
여성신학과의만남
신학교를떠나게된내력
마음의상처를녹여내기,고통에의공감
장위동성당,상도동성당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개설과자료집발간
안중근의사를기념하기
37년만에재심:무죄판결
고문피해자와김근태기념치유센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을맡아
민족문제연구소이사장으로
본당사제직분을내려놓고
세상을품은영성
정의구현사제단과함세웅
길거리미사로
은퇴와자유,영원한현역

후기
연보

출판사 서평

가톨릭의근본정신을끝까지지켜내고자한,이시대의징표

함세웅은가톨릭의사제이자연구자다.사제가되기로결심하면서부터성경공부에맹렬히정진했고,로마유학기에는남들이피하는중세교부신학을자신의전공으로택해그리스도의참뜻을탐구한신학자다.특히그가로마에유학중이었던때는마침교황이제2차바티칸공의회를통해전세계에기독교의새로운전환을공표한시기이기도했다.그현장을생생히체험하며함세웅의신학연구는깊이를더했다.당시의경험을바탕으로6월항쟁전후에는몇년에걸쳐매주교구주보를발행,전국으로배포하는활동을펼치기도했다.또한그분투의와중에도해방신학,민중신학,여성신학을두루섭렵하며수많은저서와논고를펴내기도했다.
“그의신앙과신학의주제어는‘정의’였다.하느님의대표적속성이바로정의라는것이다.‘너희들은먼저하늘나라와그의정의를행하라’는말씀에충실하고자했다.선배동료사제들과함께정의구현사제단을지금까지지켜온것도하느님의본질인정의의구현에헌신해야한다는성경적다짐을사제로서실천한것으로이해할수있다.달리말해‘시대의징표’를읽으면서,이땅에정의를뿌리내리려는삶이다.”(716면)
그의정의를향한열정은교회바깥에서는정권의탄압에부딪혔고,교회안에서는각종음해와비난에맞닥뜨렸다.함세웅이그동안밝히지못하다가이책에털어놓은고백적증언들은민주화운동의대부인김수환추기경과의끊임없는마찰을다룬에피소드들에서부터2010년대한국가톨릭의현실에대한비판까지를망라한다.가톨릭사제들에대한가감없는지적과비판은온전히그가만나온시민들에대한인간적애정에서비롯되었다.독재정권과의싸움속에서도그체제를순진하게따르는‘정반대의신도들’에게까지자신의신의를지키고자하는함세웅의모습은“‘지극히작은자하나’에게무엇을행했는가하는예수님의질문에대한사제의응답”(717면)이기도하다.

소외받는이들,힘없는이들과여전히함께하는,거리의신부

함세웅은2012년‘마지막미사’를끝으로‘신부’라는정식직함을떼어냈다.하지만그는여전히신자들을만나며,특히지금도고통받고있는수많은농성현장등을방문하며그들에게힘을불어넣어주는‘거리의신부’로서살아가고있다.2013년민족문제연구소4대이사장에취임한뒤로는친일파청산등우리근현대사의정의를실현하는데에도나섰다.민족의분열을조장하는친일잔재를청산하고민족의화해와통일,민주주의의완성을실현하는그날을위해김근태기념치유센터,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등에서활동하고있기도하다.
이책의대담자로나선법학자한인섭(서울대법대)은이시대를대표하는기록연구자이자기독교신앙의끊임없는쇄신을꿈꾸는신도로서함세웅을만났다.그간우리민주화운동에한획을그어온인물들의육성기록을살뜰히모아출간해온한인섭은2013년안식년을계기로6개월간함신부를매주만나우리사회민주화시기의결정적순간들을이끌어온투사로서의면모뿐아니라우리시대신학이봉착한문제점을끝없이고민해온종교가로서의면모까지속속들이파고들어종합적인문학으로서의기록서사를완성해냈다.
여전히불의가판을치는이시대에정의란무엇이며그것을실현할방도는무엇일까.이‘무지의시대’에던지는한사제의고백은어떤의미를지닐까.이러한질문의답을함께찾아가는‘문답서’로서이책을독자들에게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