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을구제하는목민관의마음가짐
『목민심서』는총12편으로나눠졌고,각편에는다시6조목을두어모두72조로구성되어있다.규모는크지만짜임새있는체제와개별조목에간결하고도요령있는설명이붙어있어내용을파악하는데드는어려움이덜하다.
『목민심서』에서‘목민(牧民)’의본디뜻은소나양을돌보듯이백성을잘보살펴서안녕한삶을누릴수있도록한다는의미이다.정약용당시조선사회가각종병폐로백성들의고통이컸다는사실은잘알려져있다.이들에게당장필요한구제는근본적인변혁보다는생활에밀착한목민관의도움이었다.과도하게부과된조세와부역을줄여주고,중간에서부당하게이익을착복하는비리를척결하고,억울한형벌을면하게해주며,재해를입었을때구제해주는등의구제책이시급했다.그래서다산은이미있는법체계위에서민생을개선하는방안을『목민심서』에담았다.
그러나정작정약용자신은관직에복귀해백성을부양하는역할을할수없는상황이었다.이에그는「자서」에서목민의마음은있지만몸소실행할수없기에‘심서(心書)’라는제목을붙였다고밝혔다.이는단지자신의처지에대한안타까운심경의토로가아니라,목민할수있는위치에있는이들이이책에제시된내용에의거해서정사를행하고민생을구제해주기를바라는간절함을전한것이다.
치밀한조사에명민한분석이더해진정약용의역작
『목민심서』의특징과가치를가장잘보여주는대목은조선후기의제도와법령,사례를조목조목설명하고분석한구절들이다.환곡,조운선,지방재정의운영방법등경제적인상황부터법령의제정과반포현황및그에따른백성들의피해사례,토지의구획과수확량,민이져야할세금과부역등어느것하나소홀히다루지않고살핀다.이는단순히조선의피폐한사회상을고발하고자함이아니라,당대의병폐를해소하기위해서는이에대한분석이선행해야함을밝게내다보았기때문이다.정약용의치밀한조사와탁월한분석덕택에오늘날우리는조선후기의사회사를더욱충실하게살펴볼수있었다.『목민심서』가그자체로중요한사료의가치를가지는이유다.
『정선목민심서』에는이를이해하는데도움이되도록당시민중의생활상을잘보여주는삽화와조선시대지방행정과관련한부록을수록하였다.여기에다산정약용과실학연구에서빛나는업적을남긴다산연구회가여러차례다듬고선별하는작업을거쳐친절함과공신력을두루갖춘최고의『목민심서』보급판이탄생했다.
시대를초월한공인(公人)의자세
『목민심서』는조선후기라는특정한시기,지방관이라는개별직위에필요한실무서로쓰인것이다.하지만그의도는당초에도여기에그치지않고근본적인대책이나개혁을염두에두었기에시대적경계를넘어서는의미를지니고있다.
부패와비리,적폐의척결은과거에만필요한일이아니다.현대에도공적영역의도덕성확보는중요하다.엄밀히보자면,현대사회의직업인은모두공인(公人)이라고할수있다.어떤형태든공동체에서사회적역할을맡은이들은사회안에서큰권한을위임받아행사하게된다.위로는상관부터아래로는이속까지외부의여러영향력으로부터백성의생명과권익을보호해야했던과거의지방관과마찬가지로,이해가충돌하는타인과의관계속에서자신의직분을다해야하는모든이들에게는오늘날에도높은도덕성과전문성이요구된다.
『목민심서』는흥미진진한옛이야기속에서지속적으로오늘의질문을던지게한다.시대가흐르고이제는모두가나라의주인이된오늘날『목민심서』속에등장하는수많은인물과일화에서우리는무엇을읽어내야할까?과거의여러일화는오늘날우리에게어떤통찰을주는가?우리는과연정약용이강조한마음가짐으로사회에서부여받은권한을행사하고있을까?『목민심서』가이렇듯시대를초월해살아있는지성과사회의식을일깨우는한우리가읽어야할불멸의고전으로남아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