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판사

혼밥 판사

$15.00
Description
판결문에 미처 담지 못한 온갖 맛의 세상만사
휴머니스트 판사의 밥상에 오르다
오롯한 혼자만의 시간, ‘혼밥’의 순간에 판사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음식을 먹으며 사건과 사람, 세상에 대해 떠올린 단상을 엮은 정재민 작가의 에세이 『혼밥 판사』가 출간되었다. 오랜 시간 판사로 일하다 현재는 방위사업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는 작가가 판사 시절 경험한 달콤쌉싸름한 일화들이 유쾌한 필치로 펼쳐진다.

판사의 식사시간을 한번 상상해보자. 그들은 음식 앞에서도 감성보다는 합리적 판단이 앞설 것 같다. 하지만 저자의 혼밥 시간을 들여다보면 이런 생각이 편견임을 확인하게 된다. 건강을 위해 라면을 끊겠다는 결심은 너무도 쉽게 무너지고, 길을 걷다 풍겨오는 냄새에 홀린 듯 갈빗집으로 들어가 소주 한잔을 곁들여 돼지갈비를 뜯는다. 누구와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에 ‘혼밥’과 ‘판사’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의 조합이 조금씩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저자에게 식사 시간은 회복의 순간이다. 재판은 언제나 상처로 시작해서 상처로 끝난다.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의 상처에 비할 수야 없겠지만 그 사연을 낱낱이 청취하고 판결을 내려야 하는 판사 역시 복잡다단한 인간사를 바라보며 회의에 빠지고 상처를 입곤 한다. 저자는 그럴 때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혼자 밥을 먹었다. 따뜻한 밥상을 마주하면 울적함도 녹아내리고, 허한 마음도 훈훈하게 채워진다. 밥상 맞은편에는 사건의 당사자들, 옛 기억 속 사람들을 상상으로 불러 앉힌다. 냉철해야만 하는 판결문에는 채 다 담아내지 못한 인간사의 사정과 각자의 마음을 다시 돌아보며 밥상 위 자신만의 법정을 꾸린다. 이 책은 혼밥을 통해 위안을 얻은 한 판사의 기록이자, 복잡한 세상에서 사람에 대한 애정을 잃어가는 이들에게 저자가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저자

정재민

서울대법대를졸업하고사법연수원을수료한후판사,외교부독도법률자문관,유엔국제형사재판소(ICTY)재판연구관,국방부정책실법무관,군검사,국제법박사등법률가로만살았다.한번뿐인인생,법말고더생산적이고재미있는일을해보고싶어서2017년판사직을사직하고방위사업청에들어가무기체계를수출하거나만드는일을해오고있다.최대관심사는‘사는듯사는삶’이며그렇게사는방법중하나로글을쓴다.소설『보헤미안랩소디』『소설이사부』『독도인더헤이그』와에세이『지금부터재판을시작하겠습니다』등을썼고,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집필진으로서『국제법과함께읽는독도현대사』(2013)를펴냈다.세계문학상,매일신문포항국제동해문학상을받았다.미식가도,음식전문가도아니지만무엇이든맛있게,열심히먹는다.

목차

프롤로그/혼밥의시대에혼자먹는일

1장상처입은날이면따뜻한밥상이그리워진다
라면,구불구불인생을닮아더가까운
돼지갈비,사람사는일도이렇게달큼할수있다면
칼국수,세상가장푸근한‘칼’
홍어,인생을닮은듯톡쏘는맛

2장죄는미워해도사람과음식은미워하지말라
도시락,이름만으로추억이되는
갈비탕,뼈에새겨진기억을좇다
곰탕,한그릇에뭉그러진사실과마음
통닭,아무하고나먹을수없는
순대,호불호의경계에서만나는인생

3장식사는결국사람의일이다
두부,순한맛을바라는모든이들에게
청포도빙수와셰프,그리고판사
잔칫상은어디에더어울리는가

4장언제나,일상다반사
짜장면,그야말로인생의동반자
피자와맥주,새로움은또다른익숙함이되고
커피와소주,사뭇다른어른의맛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공소장과재판기록이말해주지않는
달콤쌉싸름한인생의장면들

이책의에피소드들은우리일상에서도친숙한음식들을매개로하여소개된다.1~2장은주로판사로서직접판결을내렸거나당시전해들은사건을중심으로이야기를풀어내고,3~4장은일상이야기와개인적인경험을소개하며독자의공감을불러일으킨다.
1~2장에서소개되는사건과사람들은에세이보다는신문사회면에더어울릴법하다.군대에서벌어진자살사건,부부싸움으로일어난상해·치사사건,강도상해죄를저지른사람등공소장과판결문에적힌내용만놓고보면선뜻이해도,용서도어려운경우가많다.사람들은보통그들이‘나쁜놈’이기때문에,나와는먼이야기이기때문에관심을두지않은채혀를한번쯧차고넘길뿐이다.하지만저자는판사로서법리적해석과객관적인판단기준을통해그들의죄에합당한판결과분쟁에대한합의사항을선고하는동시에,자연인으로서그사건에얽힌여러상황과사정을마주하며사건뒤의사람을보려애쓴다.사건당사자를제외하면사건을가장가까이,깊게보게되는판사가느끼는감정은그만치복잡하다.그래서저자는음식을앞에둔채사람과사건을자꾸떠올리게된다.그때그는왜그랬을까,지금은잘살고있을까생각하며먹는저자의혼밥은겉으로보기에는혼자먹는밥이지만사실은언제나누군가와함께하는밥상인셈이다.
3~4장은법정밖세상에서저자가마주한사람과경험이주로소개된다.특급호텔총괄셰프를만나판사와셰프의공통점과차이점을생각해보고,여행을떠나먹었던두부맛도떠올려본다.지인의결혼식에가서는어린시절의추억속에남아있는잔칫상의모습을떠올리며여유와사랑이메말라가는지금우리의사회를돌아보기도한다.저자가기꺼이내보이는일상속오르내리는감정과행복을읽으며독자들역시자신의일상을한번더긍정하는경험을하게될것이다.

세상가장열심히밥먹는판사

이책에는다른에세이와차별되는몇가지매력포인트가있다.먼저저자는판사로서의경험을살려사건에대한법리적인해석과판결과정에대한설명을곳곳에담아내독자가공적사안에대해생각할여지를마련해두었다.자칫어렵게느껴질수도있는법률적요소를책전체의온도에맞도록알기쉽게서술해놓았다.저자가책에서내내보여주는공감의말들은객관적사실을무시한채덮어놓고감싸는것이결코아니기에더욱진정성있게다가온다.
또하나의매력은음식을정말열심히,맛있게먹는다는점이다.저자의식사시간을구경하다보면책을든채허기를느끼는자신을발견하게된다.칼국수면을후루룩빨아들이는소리가귀에들릴듯하고,이사직후먹는짜장면과가족이모여함께먹는‘양념반프라이드반’치킨의맛은우리도너무나잘아는터라참기가힘들다.저자가그날의메뉴를찾아밥을먹는과정은마치유명드라마「고독한미식가」의한장면처럼생생하다.이렇듯진중함과유쾌함을거침없이오가는서술은지루할틈을주지않는다.

혼자면서도혼자가아니었던
한끼한끼의기록이건네는위로

저자는“음식의세계와법의세계를나란히놓아보고싶었다”고말한다.“음식을성분과레시피가아닌음식자체의맛과냄새와온기로느끼고받아들여야하는것처럼사람과인생도그자체로이해해야”한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후루룩넘기는밥한술뒤에숨은시간과애씀의더께가있는것처럼사람도단편적인어느순간의모습뒤에더큰인생의연속이존재한다는사실을깨달은저자는책을통해삶의순간순간을꼭꼭씹어삼키듯돌아보며‘사는듯사는삶’을향한고민을이어나갔다.“혼자서밥을먹는모든이들에게하루를버틸수있는힘이되면,사는듯사는데필요한힘이되면좋겠다”는저자의바람이담긴이책은유쾌하지만결코가볍지않은위로를선사하며삶에대한긍정을한술더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