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마지막 말들

엄마의 마지막 말들

$16.00
Description
“나는 어머니의 보호자이자 관찰자이자 기록자였다”
1년의 간병, 어머니의 사랑과 존엄성에 대한 인문학적 기록
엄마의 삶이 점차 마지막을 향해 갈 때, 아들은 엄마의 말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인지저하증으로 투병 중인 엄마의 한두마디 말은 자칫 의미 없는 음성으로 치부되기 쉬웠지만, 평생을 모자지간이라는 특별한 존재관련 속에 살아온 아들에게 그것은 결코 뜻 없는 말일 수 없었다.
고전학자인 박희병 서울대 교수가 1년여간 어머니의 병상을 지키며 들었던 어머니의 말들과 그에 대한 생각을 신간 『엄마의 마지막 말들』에 모아냈다. 저자는 말기암과 인지저하증으로 투병하는 어머니가 병상에서 발화하는 말을 인문학자이자 아들의 시각에서 해석했다.
저자는 그간 고전문학 석학으로서 학문 연구의 결과를 글로 숱하게 발표하면서도 개인적인 이야기를 내놓는 것은 꺼려왔다. 하지만 평생을 바쳐온 학업마저 내려놓고 ‘엄마의 마지막 말들’을 정리하는 일은 저자가 아들로서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더불어 저자는 인문학자로서 이 기록이 개인적인 기록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죽음, 사랑의 방식, 주체성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도록 했다. 책은 누구나 마주하게 될 ‘마지막’이라는 시간을 매개로 근원적 사랑과 존엄성, 우리 삶의 존재방식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저자

박희병

서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주요저서로『통합인문학을위하여』『한국고전소설연구의방법적지평』『능호관이인상서화평석』『범애와평등』『나는골목길부처다』『연암과선귤당의대화』『저항과아만』『유교와한국문학의장르』『연암을읽는다』『한국의생태사상』등이있고,『선인들의공부법』『골목길나의집』등다수의편역서와논문을냈다.

목차

책머리에

엄마의마지막말들

에필로그

출판사 서평

여전하게이어지는삶의한가운데,
엄마의말이있었다

책은투병당시저자의어머니가발화한짧은말에저자의해석과생각이덧붙는구성으로이루어져있다.‘엄마의마지막말들’은지혜를모아놓은잠언도아니고,일생을회고하며정리하는이야기도아니다.“비가오나?”“저기꽃이네.”“밥은묵었나?”같이일상에서흔히접하는말이대부분이다.

병원에계실때엄마가하신마지막말들은거개가예전에언젠가하셨거나혹은예전에늘하셨던말이아닌가한다.호스피스병실의삶은결코예전과단절된삶이아니라예전과연속되어있는삶으로서엄마삶의소중한일부였던것이다.(222~23면)

호스피스병동에서의시간은이미다한생의인위적연장이아니라주어진삶을그대로살아가는과정이다.그렇기에저자는어머니와여전한‘일상’을함께했고,어머니를위해어떻게하는것이최선인지를끊임없이고민한다.그것은곧어머니께먹이는음식으로,평소에는하지않던우스꽝스러운말과행동으로,무시로어머니의안위를살피는정성으로나타난다.그중에서도가장중요한것은의미없어보이는‘엄마의말’들을어머니의의도와뜻을살펴해석하는것이었다.이는곧인간존재로서어머니의‘최소주체성’이유지되도록하는가장직접적인동행이었다.이일은간병인이나의료진이할수없는,아들이기에해야했고할수있던일이었다.
‘엄마의말’은종종삶일반에대한인식과통찰을담고있기도했다.오랜병원신세에대한아이러니적발화로해석되는“웃긴다꼬”라든가아들에대한미안함과고마움을함께담은“내가아파니기챈다(귀찮게한다)”와같은말은매우함축적이면서도자신의처지와주변상황에대한정확한인지를담고있다.이는어머니의주체성이병상에서도여전히유효하게발현되고있음을드러내는단적인예다.더나아가우리의주체성역시생명이다하기까지사라지지않음을말해주는것이기도하다.


엄마의말이꺼낸기억과
삶의가치들

인지저하증을앓고있던저자의어머니는투병중근래잘쓰지않던방언을섞어말하거나,과거기억속에머무르는듯그당시에했을법한말을하기도했다.저자에게는이것이과거의기억을눈앞에되살리는계기가된다.저자는자기를“박군”이라부르는어머니의말에은사와의추억을함께떠올리고,“도망가라!”라는다급한외침에유신독재시절경찰에게쫓기던대학생시절을회고한다.
‘엄마의말’이불러온옛시간들은이제는다시오지못할그때의‘나’와어머니,시대의모습을담고있다.어릴적간식으로먹던‘박산’(‘뻥튀기’의경남방언)을병실에사들고온날에저자는박산을반기는어머니의모습을보며마을공동체와그를지탱하던‘자립적기예’가살아있던‘엄마세대’의시간을그리워한다.시대는사람에의해구성되는것이므로,어머니가죽어가는것은곧그시대가죽어감을의미한다.시대의죽음이수반하는가치의소멸에아쉬움을느끼는저자는그시대에대한회고도함께이책에담아내고자했다.그시대에대한한마디말과작은매개체로도과거의기억은순식간에눈앞에그려지고,그시간을함께살았던기억은이별을향해가는현실앞에서더욱소중해진다.
보호자,관찰자,기록자로서본
호스피스의료의현실

저자는인문학자로서이글이개인적인기록에그치지않고독자들에게좀더의미있게가닿기를바랐는데,그러한소망의일환으로호스피스의료에대한경험을책에담았다.저자는“엄마의빈주체성을메워주는보조자”의눈으로1년남짓의병상생활을관찰했다.가정형호스피스를시작하기까지의숙고,호스피스병원을선택하는동안고려했던점과각병원에서의생활,그곳에서마주하는여러의료진의모습과자세가책에서소개된다.저자의어머니는여러병원과의료진의대처에따라다른모습을보이곤했다.활기를띤채밝게인사하는‘스마일할머니’였다가아무것도먹지못하고눈을감은채생명만겨우유지하는상황에놓이기도하는어머니의모습을보면서저자는호스피스의료에서의료진의태도가환자에게얼마나중요한지를깨닫게된다.저자는함께했던의료진에대한감사의인사와비판적의견을책에서같이말하는데,이는호스피스의료의발전이절실하며여기에의료진의역할이막중하다는것을몸으로느꼈기때문이다.간병인ㆍ완화의료도우미제도,병동운영등에대한개선의견역시“인문학은실존과사회적문제의식을분리하지않는다”라는저자의소신에서발현된호스피스의료에대한‘간절함’이반영된것이라하겠다.고령화사회의필수요소로꼽히는호스피스의료에대해저자가던지는실재적증언은죽음을준비하는이와그가족에게위로와응원으로다가갈것이다.


삶과죽음은결국하나다
우리는어떻게살고어떻게죽을것인가

어머니의죽음을마주하는것은그자체로저자자신의죽음을생각하게되는계기가되었다.저자는어머니를간병하며삶과죽음의연속성을깨닫는다.

엄마가평생살아온삶의방식그중심에엄마의사랑의방식이자리하고있었고그것이죽음의방식으로까지이어졌지만,나의평생삶의방식은엄마의그것과는다르기에죽음의방식역시달라질수밖에없는것이다.(400면)

저자는엄마의마지막을기록하겠다는목적에서글을시작했으나,종국에는자신의삶과죽음의방식을고민하게된다.이는읽는이들에게도곧장가닿는질문이된다.우리는어떻게살고어떻게죽을것인가?자신의삶,옆에있는존재에대한나의사랑의방식은무엇인가?『엄마의마지막말들』은삶과죽음을생각하는모든이들에게생의마지막이일상과유리된시간이아니라고,그렇기에모든삶의과정,심지어죽음을목전에둔순간에도주체성과존엄성은쉬이사라지지않는다고말한다.이책은자신과사랑하는존재의소중함을다시한번상기하게하는귀중한기록으로서독자들의마음을울릴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