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 (한국 의료의 커먼즈 찾기)

$18.00
Description
K-방역의 성공에 가려진 한국형 의료체계의 민낯을 밝힌다
돈이 압도해버린 한국 의료는 사람중심 의료로 변할 수 있을까
의료 공공성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전사회적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소위 선진국이라는 국가들에서 그동안 공공의료를 축소해온 결과로 벌어진 참상을 목도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거기다 지난여름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정부의 공공의대 도입 방침에 반대하면서 벌어진 전공의 파업 사태는 의료 공공성의 문제를 한국사회의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시켰다. 하지만 의료 공공성 문제는 여전히 추상적이거나 감정적인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을 뿐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의제로서 다가가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 주도하는 정책과 사업이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한 채 결국 자본의 논리를 따라갈 가능성도 높다. 한편 정부에서는 공공의료의 중요성을 선언적으로만 내세울 뿐 관련 예산을 전혀 확보하지 않고 있고, K-방역의 성공을 내세우며 비대면 의료 시범사업의 확대를 밀어붙이고 있다. 살아 있고, 아프고, 죽어가는 사람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첨단기술 활용을 중심으로 의료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 책 『다른 의료는 가능하다』는 시장논리가 압도해버린 한국 의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시민들이 이 모순을 역사적·구조적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게끔 기획되었다. 돌봄과 커먼즈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백영경을 비롯해 의료현장의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전문가들이 재벌자본의 의료시장 장악, K-방역과 인권, 의사파업, 의료 사각지대, 낙인화된 질병 등 핵심 쟁점을 파고들며 한국사회에서 다른 의료가 과연 가능할지 타진하고, 우리가 원하는 의료의 모습을 사려 깊게 전망한다.
저자

백영경

제주대사회학과교수.여성건강과의료,역사적기억과사회적고통에대한연구를지속해왔으며최근에는돌봄과커먼즈의문제를기후위기와연결시키기위해노력중이다.시민들간의평등하고자유로운관계,생태적이고조화로운삶,역사적기억의문제가모두건강한삶에큰영향을준다고믿고있다.『창작과비평』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함께지은책으로『마스크가말해주는것들』『배틀그라운드』『고독한나에서함께하는우리로』『프랑켄슈타인의일상』등이있다.

목차

책을펴내며다른의료란무엇인가

1장의료민영화는건강을위협한다_대담백재중
2장병원의존재의미를묻다_대담최원영
3장여성과소수자를위한현장의의료_대담윤정원
4장사람답게아프고늙어간다는것_대담이지은
5장사람중심의료를향해_대담김창엽

출판사 서평

시장형민간의료는어떻게시민의건강을위협하는가
디지털의료등첨단기술에가린의료불평등의현실

현대사회에서사람은의료서비스에기대어살아갈수밖에없다.오늘날사람들은대부분병원에서태어나며,아플때는물론이거니와예방접종이나건강검진을받기위해병원을방문하며,죽을때도병원에서죽는다.그럼에도불구하고의료는전문가의영역으로생각해몸이나질병,병원을둘러싼의료서비스의구체적인내용에대해대부분사람들이큰관심을두지않는다.진위를알수없는각종건강정보가범람하는데비해정작의료서비스의질을결정하는정책이나구조차원의문제에대해서는그정보가부족하고관련담론이활성화되어있지도않다.이책은3분진료,과잉진료,양극화된의료서비스등시민들이의료현장에서느끼는모순과불만은어디에서부터비롯하는것인지그역사적맥락을이해하고자정부,시민사회,의료전문가,재벌자본등다양한주체의개입을통해형성되어온한국의료의독특한지형을탐사한다.
1장「의료민영화는건강을위협한다」에서는호흡기내과전문의이자신천연합병원장인백재중과공공성이취약한한국의료시스템의구조적한계를들여다본다.일제강점기를지나미군정을지나면서자유방임형의료가정착하게된과정부터2000년대삼성,현대등재벌자본이의료영역에서새로운시장을개척하는데이르기까지의료민영화의흐름을역사적인관점에서살펴본다.흔히1990년대이후신자유주의의영향이라고분석해왔던의료민영화현상을그이전부터다양한주체가개입해형성해온복합적결과로파악하고,오늘날활발히논의되고있는디지털의료와원격의료역시의료민영화의흐름임을구체적근거와함께비판적으로파헤친다.
5장「사람중심의료를향해」에서는건강불평등,건강정의를꾸준히연구해온서울대보건대학원교수김창엽과의료보험제도를통해구축되어온시장형의료체계의특징과한계를짚는다.한국의의료정책중가장만족도가높은제도로평가받고있는전국민의료보험이실은박정희정권당시국가통치기술의일환으로활용되었다고분석하며,공적자본이민간공급자를위한경제적인토대가되어왔음을폭로한다.김창엽은고령화나지역위축이심화되면서현재의시장형시스템과건강보험의공적재정이더이상지속될수없는한계에이르렀다고경고하는데,한편으로는이러한위기상황이곧기회가될수있음을역설하며고통받고있는사람들의어려움에응답하는‘사람중심’시각을되살려야함을강조한다.

한국사회에서의사라는직업은어떤위치에있나
의료인력을둘러싼논쟁,그해법을찾는다

2020년의사파업은의대정원확대와공공의대설립정책에의료계가반발하며시작했다.전공의들이앞장서고의대생들이유학과국시거부방식으로참여했으며,개원의들도젊은의사들의파업을지지,응원하는양상이었다.하지만이들의파업은집단이기주의및엘리트주의로비춰지면서전국민적인반감을샀고,특히코로나19팬데믹와중에응급실,중환자실등필수의료영역에서도전공의들이철수하면서여론이악화되었다.의사파업은단순히의대정원확대에만국한된문제가아니라의사양성과정전체와연결해고민해야하고,더나아가한국사회에서의사라는직업은어떻게자리매김되어야하는가,의료인력은과연공공재인가라는물음과연결될수있어야의사를둘러싼엘리트주의,전문가주의문제를극복할수있을것이다.
2장「병원의존재의미를묻다」에서서울대병원간호사최원영은의사파업과관련한언론의반응이의사를향한일면적인비난이었던것에반하여국가정책의실효성,직업인으로서의사들이느끼는불안감,의료인을향한시민사회의편견등을두루짚으며의사파업사태를종합적인시선으로짚는다.특히의료인역시우리사회의직업인이자노동자라는것을강조하며의료현장의높은노동강도를중환자실간호사로서의체험에근거해생생한목소리로비판한다.의료를둘러싼문제를노동의관점으로접근한다는것이단지의료인의권리를존중하는것을넘어환자들의생명과존엄과직결된문제라는것임을설득력있게설파한다.

공공과민간,의료와돌봄,다양한소수자를포괄하는커먼즈를찾아서

이책『다른의료는가능하다』는의료를하나의커먼즈(commons,공동영역)로본다.의료란국가와시장에만맡겨둘수있는것이아니며,시민과지역이함께주체가되지않는한저절로주어지지않기때문이다.의료공공성은단지공공병원의병상을확보한다고얻어지는것이아니며시민사회의강화혹은사회전반의공공성강화라는차원으로귀결될수밖에없다.공동체의필요에반응하고움직일수있는시민들의존재,위기상황에응답하여공공부문과민간부문을아울러조직하고동원할수있는거버넌스,그리고이를가능하게하는정치가뒷받침되어야하는것이다.공공과민간,전문의료와돌봄,다양한소수자를포괄하는커먼즈의존재없이의료는공공재가될수없다.
3장「여성과소수자를위한현장의의료」에서국립중앙의료원산부인과전문의윤정원은가부장적인의학지식을바탕으로구성된의료시스템속에서철저히소외되어왔던소수자들의현실을논하며정상과비정상을판가름하는의학지식자체의가부장성을비판적으로성찰한다.또한성과재생산건강이기존의의료체계속에서필수의료가아닌부차적인의료로다루어져왔음을지적하고,성과재생산건강은단지의료문제가아니라가족/노동/교육등우리사회의전체적인모순과밀접하게연결되어있음을인식해야한다고역설한다.구체적인현장경험을통해여성노동자의산업재해문제,여성청소년이처한현실과성교육의문제등을뼈아프게진단하는한편소수자를살피는여성주의의료가의료계전체를근원적으로뒤바꾸는동력이되고있음도발견한다.
4장「사람답게아프고늙어간다는것」에서연세대문화인류학과교수이지은은의료는단지전문가들의영역이아니며노화/질병과관련되어돌봄을수행하고있는일반인들의경험과지식역시전문성으로인정받아야할필요를강조한다.특히비정상적인삶에대한우리의공포가결국노화와질병에대한두려움을키운다고설파하면서,치매등에대해우리가느끼는두려움의구조를근원적으로성찰한다.코로나19를계기로돌봄의위기,돌봄의공백이라는문제제기가활성화되었지만여전히돌봄은서비스의일종으로다루어지고있고,그서비스를제공받을권리가시장을매개로논의되고있다.하지만돌봄의사회화는단지요양시설의증가와요양보호사확충으로이루어지는것은아니다.인간은누구나취약할수밖에없다는것을제대로받아들이고,돌봄과의존을중심으로시민성을새롭게고민할때,고통이외면당하지않고좋은삶과죽음을향한공동의삶이확장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