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 장편소설)

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 장편소설)

$17.59
Description
부커상 수상 작가의 독보적인 장편 데뷔작
도덕과 퇴폐가 공존하는 여름의 런던, 젊음과 특권과 사랑을 모두 누리던 그가 맞닥뜨려야 했던 어둡고 잔혹한 현실
* 서머싯몸상, 스톤월 도서상, E.M.포스터상 수상작 *
“역사적인 소설, 역사적인 데뷔.”
-『가디언』

2004년 부커상을 수상한 『아름다움의 선』으로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작가 앨런 홀링허스트의 “역사적인 데뷔작” 『수영장 도서관』이 ㈜창비에서 출간됐다. 에이즈의 유행과 맞물려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도로 악화되었던 대처 수상 집권 말기인 1988년에 출간된 이 소설은, 영국에서 처음으로 남성 동성애자들의 적나라한 성애와 생활을 주류 문학계 안으로 끌어오며 일대 센세이션을 낳았고, 영국과 미국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전까지 B급 하위문화의 한 장르로 취급받던 퀴어소설이 서머싯몸상, 스톤월 도서상, E.M.포스터상 등 굴지의 문학상을 휩쓴 이 작품의 성공에 힘입어 진지한 문학작품으로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비추어 『뉴욕 타임스』에서는 앨런 홀링허스트를 가리켜 ‘소설의 게이 해방자’라고 표현했다. 2020년 부커상 수상자인 더글러스 스튜어트는 『수영장 도서관』을 자신의 ‘인생 책’ 중 한권으로 꼽기도 했다.
이 소설에서 최상류층으로 아무 거리낄 것 없이 분방한 생활을 즐기던 젊은 귀족 윌리엄 벡위스가 우연한 만남을 통해 지난 시대 자기 사회의 민낯을 발견해가는 과정은 곧 더없이 탄탄하게 여겨온 자신의 발밑을 허무는 과정이기도 하다. 한편의 추리극처럼 뜻밖의 놀라움을 선사하며 펼쳐지는 중심 이야기를 축으로 격렬한 로맨스와 쓰라린 상실이 섬세하고 예리한 문장, 비틀린 유머와 함께 겹쳐지며 타올랐다 스러지는 청춘의 빛과 그늘을 그려낸다. 제국주의를 지나 신자유주의에 다다르기까지 영국이 나라 안팎으로 저질러온 야만적 폭거, 특권적 지위와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동시에 지닌 주인공이 마침내 맞닥뜨리는 현실세계, 자신만의 다른 시간을 써가려 애쓰는 몸짓이 절실하고 아름답게 다가온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모든 소수자에 대해 지금 우리 사회가 보이는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이 작품의 문제의식은 출간된 지 수십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뼈아프게 유효하다.
저자

앨런홀링허스트

1954년영국글로스터셔에서태어났다.옥스퍼드대학모들린칼리지에서영문학을공부했고,E.M.포스터를비롯한세명의게이작가에대한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다.옥스퍼드재학생의영시가운데최고의작품을가리는뉴디게이트상을받기도했다.옥스퍼드대학과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에서영문학을가르쳤고,『타임스리터러리서플리먼트』의부편집장등을역임했다.현재런던에거주중이다.
이제까지영국작가가쓴최고의동성애문학이라는평을받은첫장편『수영장도서관』(1988)으로서머싯몸상과스톤월도서상,미국문예아카데미의E.M.포스터상을받았으며,『폴딩스타』(1994)로제임스테이트블랙기념상을,2004년에는『아름다움의선』으로부커상을수상했다.그밖에도『스펠』(1998),또한번부커상후보에오른『이방인의아이』(2011),『스파숄트어페어』(2017)등의소설과다수의시,단편을발표했다.LGBT(성소수자)작가가운데평생에걸쳐두드러진업적을남긴사람에게수여하는빌화이트헤드상을2011년에수상했다.

목차

수영장도서관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아름다운시절’에재앙처럼닥친진실
견고해보였던모든것이허물어지며드러난진짜세계

1983년여름,대처의보수당정권이압승을거두건말건,게이에대한사회의시선이따갑건말건스물다섯살의귀족인나,윌리엄벡위스는‘아주잘나가는’중이다.전직검찰총장조부가사준런던의아파트에서넘치는부를누리며특정직업없이낮이면수영과각종운동으로몸을단련하고밤이면클럽에서새로운연애상대를찾는생활을한다.지금은얼마전만난열일곱살흑인청소년아서와사랑에빠져동거하며한창즐기고있다.그러나이완벽함의가장자리로불길한기운이어른거린다.

내가아서에대해감상적인것은사실이었다.몹시감상적이고살짝잔인했다.어루만지듯주의를기울여주다가도배려심없이제멋대로그를성적으로탐했다.그관계는내가상상할수있는가장아름다운것이었다.우리가결코진짜로함께할수는없다는걸둘다잘알고있기때문에더욱그랬다.(17면)

아서는뜻하지않게살인사건에휘말려도망자신세가되고,나는우연한기회로나이든귀족찰스낸트위치를만나독특한우정을나눈다.전기를써달라는찰스의청에따라그의일기를읽으며나는같은학교동문에같은귀족게이로서그의삶에공감하지만,한편찰스와주변인물들이주동해불우한청년들을모아벌이는엽기적인행각을접하고혐오와혼란에빠진다.

찰스와,그리고스테인스도실제로는그곳의종업원들을다른데로유인해서,본인들이기름진쇠고기와잘씻은채소와삶은푸딩을먹으며교활한눈짓을교환하며고안해낸환상을연기시킨다는사실을생각하니머리가띵해지는기분이었다.얼마나기묘한거래와변신이개입되어있을것인가.이모든게참가자들에게는정상적이지만외부인의눈에는악마적인엽기성을가진것으로보였다.(324면)

새로운연인필과보내는다정하고고요한사랑의시간에스킨헤드족의끔찍한폭력과둘도없는친구제임스의체포가끼어들고,나는한번도생각지못한낯선폭력앞에서비로소막강한현실의벽을실감한다.가장특권적지위에있지만가장배척받는처지라는자각으로휘청거리는나앞에찰스가건넨새로운기록물은상상도못했던충격적비밀을드러낸다.새연인으로부터,가족의과거로부터,자기자신으로부터배신당한윌,그가써내려가는새로운시간은어떤모습일까.

빛나는풍자와세련된위트로그려낸
사회와인간본래의복잡성을응시하는겹겹의시선

소설은여러겹을지닌인물들을여러겹의시선으로바라보며진행된다.주인공윌은찰스의과거와현재를본다.독자는윌이보는찰스를보고,그를보는윌을본다.성소수자로서박해받은선량한자선가지만제국의식민지관리였던찰스는그나름의맹점을지녔다.윌은그런면을거부하지만,스스로편견에서자유롭고아무거리낄것없는듯한그역시한계는뚜렷하다.동성애에대한사회의낙인과혐오만큼이나흑인의아름다움과특성에대한찰스의숭배또한편견이며,불우한10대를연애상대로삼아그들이못누린것들을베푸는윌의위선적모습역시사회적편견에깊이젖어있기는마찬가지다.이런겹겹의시선은사회와인간본래의복잡성을효과적으로드러내는장치다.일기라는가장내밀한기록속에드러나는세계제국영국역사의치부,성이라는가장사적인생활에개입된계급적한계가사회최상류층이자최약자로서찰스와윌을통해구현되면서소설은두터운현실감을얻는다.
작가특유의정교한구성과섬세하고날렵한문체에읽는재미를더하는것은군데군데숨은풍자다.영국왕위계승서열을그대로따른주요인물들의이름,저소득층을상대로자선을베푸는한편그들을꾀어포르노영화를찍으며감상하는사진가의이름에오점,얼룩(stain)의뜻이담긴점,아르헨띠나인과영국의포클랜드침략에관해대화를나누면서윌이거꾸로희롱당하는입장에처하는장면등은우스꽝스럽게비틀어그려낸사회의일그러진면면이다.『아름다움의선』에서“요새새로명성을누리기시작한우익의잘생긴늙다리파충류”(335면)로묘사된데니스벡위스가주인공윌의할아버지라는연결점은이미『아름다움의선』을읽은독자들에게색다른재미를줄것이다.
제목‘수영장도서관’은사춘기소년윌이최초로성적호기심을만족시킨장소를이르던은어이다.학창시절의풋풋한욕망을상징하는수영장도서관은이후소설속에서윌이거의매일드나드는클럽코리의수영장으로,찰스의집지하에있는로마시대목욕탕으로변주되며다양한욕망의장소로드러난다.『아름다움의선』이1983년당대를배경으로한다면『수영장도서관』은폭을넓혀제국주의시대영국과1983년현재를교차하며짜낸사회적풍경화다.또한무모한젊음의빛나는허랑함이현실에부딪혀스스로의껍질을부수고“나같은사람들과의연대의식”(382면)을느끼는지점으로나아가는한개인의성장기이기도하다.

80대찰스와20대윌을통해드러낸
20세기영국게이들의잔혹사

주인공윌과찰스는출신학교와성정체성,사회적지위같은많은공통점에도불구하고시대의차이로인해살아온모습이뚜렷이다르다.이는곧20세기영국(뿐만아니라대부분의나라)에서성소수자들이당해온부당한폭력의역사이기도하다.
1900년생으로“[20]세기와같이나이를먹는”(383면)인물인찰스는빅토리아여왕(재위1837~1901)이죽기한해전,곧빅토리아시대가최고조에달한시기에태어난인물이다.동성애에대한영국사회의태도라는관점에서보면,영국동성애사에한획을그은사건이자빅토리아시대의성격을전형적으로보여주는1885년의라부셰르개정법통과이후이다.그전까지는광범위한동성애박해에도불구하고그처벌의법적근거가분명하지않았다면,공적·사적인모든동성애행위를범죄로간주한이법의통과이후영국에서는좀더체계적이고당당하게소수자인동성애자들을박해할수있게되었다.이법으로인해오스카와일드를비롯한많은동성애자가무자비한탄압의희생자가된것은이제널리알려진사실이다.이법의엄격한적용으로법제정이래80여년동안동성애자들은단지다른방식으로사랑을나눈다는이유만으로정치적필요에따른탄압의대상이되었다.생애의대부분을식민지관리로보낸귀족찰스역시,그신분과지위에도불구하고동성애자이기때문에1950년대초이법에따라재판을받고징역형을살게된다.
반면1958년생인윌리엄은1950년대함정수사에의한마녀사냥식의법집행에대한반동으로라부셰르법의적용이느슨해진시기에나서자랐다.1950년대초반의강력단속이후대두한여론덕분에1957년에이법의완화를권고하는울펜든보고서(WolfendenReport)가작성되었고,1967년에는21세이상성인간의사적인동성애행위는처벌하지않는새로운성범죄법이제정된것이다.물론이성간성행위의법적허용연령에비하면이법역시10대후반청년들과관련한성행위에가혹한법이었고,어디까지가사적성행위인지에대한규정이모호해서동성애자탄압은정치권의필요에따라지속되었다.특히,이소설의배경인1983년이후에도빅토리아시대를방불케하는동성애자마녀사냥이부활한다.1984년무렵시작해서10여년이상계속된에이즈유행을빌미로대처의보수당정권이집권3기인1988년에공공기관에서동성애장려활동금지를규정한법안‘섹션28’을통과시켰기때문이다.이전보다나아졌다고는하지만그이면에자리한혐오와차별의뿌리는그리달라지지않았는지도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