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만 없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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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나는 이들에게서 운명을 마주하는 힘을 배웠다.”
『쓰기의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은유 신작!
있지만 없고 없지만 있는,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에게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가 돌보지 않는 아이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법을 어긴 존재가 되어 사람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아이들, 바로 미등록 이주아동이다. 미등록 장기체류 이주아동의 체류자격 부여 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을 만들어내고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은유 작가가 쓴 『있지만 없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국내에 2만명 정도 있을 것으로 추산되는 미등록 이주아동들에게 배제와 좌절은 일상이다. 대학 진학이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물론, 보험 가입이 필요한 수학여행을 가거나 QR 체크인을 하고 식당에서 밥을 먹는 평범한 일상도 고난이 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거해 교육받을 권리는 갖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아 살아갈 자격은 없는 모순된 현실에서 ‘있지만 없는 아이들’로 자라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에서 나고 배우고 생활하며 ‘한국인’으로 자라지만, 만 18세가 넘으면 아는 사람 하나 없고 말도 안 통하는 부모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
세상은 ‘불법체류자’라는 말로 이들의 존재를 일축하지만 은유 작가의 눈을 통해 본 이들은 그저 ‘소외된 아이들’이 아닌 자기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단단한 존재이자 ‘왜 한국에 살고 싶냐’는 질문에 명민하고도 용감하게 ‘그럼 당신은 왜 한국에 살고 있는가’ 하고 되물을 줄 아는 동료 시민이다.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전하는 목소리들은 미등록 이주아동의 체류 문제, 더 나아가 이주민과 함께 나아가야 할 한국사회의 성원권에 대해서 묵직한 고민거리를 던진다.

저자

은유

글쓰는사람.누구나살아온경험으로자기글을쓸수있을때세상이나아진다는믿음으로여기저기서글쓰기강좌를진행한다.성폭력·가정폭력피해자,시민단체활동가등과글쓰기워크숍을진행하며사회적약자들의목소리내는일을돕고있다.

여럿이함께읽고,느끼고,말하며쓰는일의기쁨과가치를전하려『글쓰기의최전선』을,안쓰는사람이쓰는사람이되는기적을위해『쓰기의말들』을썼다....

목차

프롤로그먼타인의아이를사랑하라

열아홉,내년이면쫓겨난다는불안감
마리나(이주아동)

당신은왜한국에살고있나요?
페버(이주아동)

한국도이들이필요해요
이탁건(변호사)

오늘이마지막이겠다는생각이없어졌어요
김민혁(이주아동)

정직한한사람이중요해요
석원정(이주인권활동가)

태어난건죄가아니잖아요
카림(이주아동)

사람은그냥사람이죠
달리아(이주아동)

이건사는것도안사는것도아니에요
인화(이주아동부모)

말하는소리가작으면듣는귀라도커야해요
이란주(이주인권활동가)

에필로그슬픔이보시가될때

출판사 서평

"저는한국에서유령으로지내온거나마찬가지예요.
살아있는사람으로인정받고싶어요."

이책에는마리나,페버,김민혁,카림,달리아등이주아동다섯명,그리고그들과함께하는어른들인이주아동의어머니인화,이주인권활동가석원정,이주민이야기를꾸준히써온작가이자이주인권활동가이란주,이주아동을지원하는변호사이탁건의이야기가담겨있다.이책에등장하는아이들각각은서로다른이유로미등록자가되었다.미등록이주민의자녀로태어났거나,문제없이살다가아버지가출국후돌아오지못하는바람에하루아침에‘불법체류자’가되었거나,한국에거주하며이슬람에서기독교로개종한탓에귀국이어려워졌지만난민신청에실패했거나등사연은다양하다.세상은짓궂은장난처럼이들의등에합법과불법딱지를떼었다붙였다한다.이들중몇은강제추방위기에놓였다가행정소송을해체류자격을얻었고,몇은여전히체류자격이없는채로불안한생활을이어가고있다.
미등록이주민이자미등록이주아동의부모인인화는‘코리안드림’을품고1990년대초다섯살짜리아이와한국에왔다.한국인브로커한테사기를당해미등록노동자가되었고,힘든생활을이어가는와중에도악착같이아이를키워냈다.다섯살이었던미등록이주아동호준은어느덧서른을바라보는미등록이주노동자가되었다.인화는묻는다.“한국인과결혼하는사람에게는비자를주는데한국에서열심히일하면서사는사람은왜안되죠?저는여기한국에서25년을일했어요.여기서제월급도다썼고요.먹고살고,월세내고,세금내고요.제가번돈나쁜돈아니잖아요.제가땀흘리고피흘리고눈물흘려서번돈이잖아요.제가한국에와서사는동안대통령이여섯번바뀌었어요.한국은선진국이고몽골보다잘살잖아요.그런데왜아무도외국인체류문제를해결하지않죠?”

가까운이웃이아닌먼이웃을사랑하라

이주민인권에대해목소리를내면우리나라사람부터도우라는비난이SNS와뉴스댓글등에서날아들곤한다.그런데사회문제의우선순위는누가어떤기준으로정하는걸까?이책에등장하는어른들은자기삶의자리에서우연히타인의고통을목격했고,‘무엇이더중한지’우선순위를따지기보다는그고통에서눈을돌리지않았을뿐이다.‘자기자신에게정직해지기위하여’(석원정)‘말하는목소리가작으면듣는귀라도커야한다는마음으로’(이란주)‘내가아니면도울사람이없어서’(이탁건)같은각기다른이유로거들고돌보고싸웠다.
우리사회에는잘보고잘듣는어른들에의해서만세상에드러나는아이들이존재한다.니체는‘이웃을사랑하라’는도덕법칙을전복해‘보다먼이웃을사랑하라’고말했다.자기지인이나지역,국가,민족,가치관같은익숙한세계의틀을깨고먼이웃,먼타인의아이를사랑하는것은결코쉽지않고시간과노력이드는일이다.이책에등장하는어른들은먼이웃,작은이웃,미래의이웃을사랑하는것,그리하여국가와부모를골라서태어날수없는아이들의평등을지켜주는것이더좋은공동체가나아가야할길임을삶으로보여준다.

세상에태어난것만으로불법인사람은없다

은유작가는따뜻하면서도날카로운글을쓰는탁월한에세이스트로잘알려져있지만국가폭력,가정폭력,성폭력,직장내폭력피해자등사회적약자의목소리를오랜시간성실하게전해온르포르타주작가이기도하다.“약자의목소리를대변하는작가라는소개는들을수록민망하다.(…)세상어딘가에서일어나고있는일을기록한건좋은일도아니고나쁜일도아니며그냥할일이라고생각한다”(34면)고겸손하게말하는그는이작업을시작할당시글쓰기의원동력이되어온분노와감동의연료가바닥난것같아‘절대안정’팻말을붙여놓고휴업중이었다.그바닥난연료를다시채우고,마음에불을지핀것이이‘있지만없는아이들’이었다.
태어나고싶어서태어난것도아닌데태어나자마자죄인이됐다.잘못한것도없는데경찰차만봐도가슴이오그라든다.학교선생님이자신의상황을발설하지않을까,친구가자신의상황을눈치챌까미세한불안감에만성적으로시달린다.보험가입이안되니까수학여행도못가고,공부를잘해도경진대회에나갈수없다.티켓예매사이트회원가입이안되니까좋아하는아이돌콘서트에가지못하고,떡볶이를먹고친구들이엔분의일로‘계좌이체’를할때주섬주섬현금을꺼내야한다.이들이말하는‘존재를부정당하는삶’은너무나구체적으로막막하고낱낱이고통스럽다.하지만그럼에도이들은사람은그냥사람이지태어난것만으로불법인존재가어디있느냐고담대하게묻고,우리사회는앞으로더낫게변할것이라고낙관한다.세상이아무리자신의존재를지워도그저살아감으로써존재를입증해내는이아이들은,역으로세상에“살아가는것이야말로완전한행동”임을보여준다.

아이들은보호받을특권을지닌다

국가와부모를골라서태어나는아이는없다.보호자가없어도,안전한집이없어도,적법한체류자격이없어도아이들이충분히존중받으며자라고무사히어른이되도록하는것,그것이사회와국가의책임이자의무다.이곳에사는어린이·청소년모두가차별받지않고생존과성장에필요한사회적지원을받을수있도록하는것,누구나자신의생애기회를설계하고삶을누릴수있도록하는것은시혜나휴머니즘차원에서이루어져야하는일이아니라인간에게주어진당연한권리다.
국가인권위원회의2020년5월권고에응해법무부는2021년4월'국내출생불법체류아동조건부구제대책시행방안'을발표했다.국내출생,15년이상거주등일정요건을갖춘아동에게는체류자격심사기회를부여하기로했지만이대책은아주소수의아동에게만해당된다.인터뷰당시인2020년가을에열아홉을앞두고있던마리나는올해부터추방대상이되었지만제도변경으로체류자격을신청할수있게되었다.그러나이자격은1년간유효할뿐이고,매년갱신해야한다.마리나는아직대학에입학하지못해서체류사유가마땅치않기에내년,또내후년에도마리나가한국에계속살수있을지아무도알지못한다.각각네살,두살에한국에온카림과달리아는안타깝게도이제도의대상에해당되지않아여전히언제든추방될수있다.
모든장기체류이주아동의인권을아우르는실질적이고항시적인구제대책마련은우리공동체에게남겨진숙제다.『있지만없는아이들』에담긴목소리들을통해미등록이주아동·청소년을위한‘존재의합법화’경로가제대로만들어지길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