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20.00
Description
계급 상승의 욕망과 젠더 권력의 은밀한 격전지, 부동산!
가정경제에 충실한 ‘집사람’이 되기 위해
부동산에 뛰어든 여성들의 주거생애사
“저는 모릅니다. 집사람이 한 일이에요.” 부동산투기가 사회적 논란이 될 때마다 남성 정치인들이 내놓는 이 단골 변명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 ‘모르는 척’에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논리가 긴밀하게 작동하고 있다면? 남편과 자녀에게 충실한 가정경제 관리자가 되기 위해 부동산에 뛰어든 중산층 여성들의 주거생애사를 분석하고 계급 상승의 욕망과 젠더 권력의 격전지로서 부동산의 작동 원리를 해명한 신진 여성학자 최시현의 책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가 출간되었다. 그간 여성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는 ‘복부인’이라는 멸칭이 부여되거나 도덕성에 대한 비판이 가해지기 일쑤였다. 이 책은 그 정형화된 비난을 해체하고 한국의 중산층 여성들이 부동산 시장에 뛰어든 내력을 상세히 밝힌다.
저자의 박사학위논문 「한국 중산층 여성의 주택실천과 ‘투기화된 삶’」에서 출발한 이 책은 1950년~80년대 사이에 출생한 중산층 여성 25인의 다채로운 주거생애사를 추적한다. 자녀 교육을 위해 아파트를 갈아탄 여성, 명의위장 등 편법으로 부를 일군 여성,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일수록 내 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페미니스트 여성 등 다양한 이유로 집을 욕망한 이들의 삶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금까지 우리가 간과한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여성의 모습이 드러난다. 심심치 않게 남성 공직자들의 ‘나몰라’ 투기가 논란이 되고, 이것이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금, 이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부동산에 대한 문제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우리 사회에 부동산 시장과 투기 문제의 젠더화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데 유효한 시사점을 던져줄 책이다.
저자

최시현

연세대학교국학연구원학술연구교수.연세대학교에서여성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젠더와계급을중심으로한국도시중산층가족을연구해왔으며최근에는도시주거문제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연구논문으로「한국도시중산층여성주택실천에서의젠더불평등」「한국발전주의주택체제와중산층여성주체의형성」「한국중산층의세대간경제적자원이전과가족주의의강화」등이있고저서로『엄마도아프다』(공저)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1장투기는어떻게여성의일이되었나
1.투기는어떻게정당화되는가
2.가정주부에서‘투기화된삶’으로

2장중산층여성주체의등장
:현모양처에서주부CEO까지
1.계획경제의실현과현모양처들의등장
2.투기의대중화와복부인혐오의시대
3.주택금융화와주부CEO론의대두

3장중산층모범가족되기
:내집마련에뛰어든엄마들
1.열망의발생:주택소유자=중산층모범가족=보장된미래
2.가족의물적기반만들기:계모임에서시세차익획득까지
3.투기가낳은불안

4장편법쓰는여성,보수화되는여성,팔자탓하는여성
1.내면화된투기
2.투기감각의학습
3.투기,여성이전담하는‘더러운일’

5장투기화된삶,그리고딜레마에빠진여성들
1.‘손수준비한가족의미래’라는역설
2.거리두기하는여성들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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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부동산에뛰어든‘집사람들’
한국도시중산층의뼈대를만들다

‘1장투기는어떻게여성의일이되었나’에서는부동산에뛰어든여성들이자가소유에기반한한국도시중산층의형성과정에서어떤역할을했는지분석한다.가부장제사회에서‘집’은전통적으로여성의소관이었다.이를상징하는단어가바로‘집사람’이라는호칭이다.이말은집과여성의기묘한관계를잘드러낸다.근대가족의성별규범상여성은바깥일하는남편대신집안에서가사노동을수행해야했다.남편을내조하고자녀를훌륭하게키워내는일역시여성의몫이었다.하지만여성의일은오랫동안비가시화되었으며,아무런자본이익도창출하지못하는비공식적실천으로치부되었다.가족주의규범속에서아내,엄마,딸로서의여성은홀로계급성을갖거나자력으로계급을성취하기어려운구조속에놓여있었다.
그런데1980년대초반,주식시장의호황과집값폭등은집안에서열심히저축만하던알뜰주부들의태도를변화시켰다.내집마련의일환으로시작한부동산투자가엄청난시세차익을남긴사례가속속등장했고이는‘좋은엄마’가될뿐만아니라‘버젓한중산층’‘모범가족’의지위를굳히는주요수단으로부상했다.여성들은강남이나목동등주요학군과중산층지역으로이주하기위한주택실천을하면서끊임없이‘상급지’즉더나은주소를갈망하는주택장의작동원리를구성했다.이들은남편의소득을넘어선막대한자본이익을창출했고,그자본력을바탕으로가정내자율성과주체성을획득했다.결혼제도속에서직장을그만두고육아와살림에매여있던여성들에게부동산투자는한번쯤접근해볼만한계급창출수단이자자신의사회적능력을입증할가장좋은방법이었다.가정의경제관리자인여성은부동산투자를통해자신과가정의물질적기반을확립하고자가소유에기초한현대도시중산층의몸에밴행동양식,즉투기아비투스를형성했다.

사회적문제로부상한투기,
여성이전담하는‘더러운일’이되다

한국에서처음으로부동산투기에뛰어든이들은중산층여성이아니었다.1970년대초반까지투기열풍은기업가,고위관료,토지브로커등특수계층이주도했다.그런데강남개발이본격화되고주택의상품화경향이가속화되면서자금운용능력이있는중산층까지투기에뛰어들었다.그야말로투기의대중화시대가열린셈이다.당시여론은부동산중개업소나아파트분양권추첨현장등대중화된투기의장에등장한중산층가정주부들에주목했다.이들은‘복부인’이라는수상한이름으로불리며투기의주범으로지목됐다.
‘2장중산층여성주체의등장’에서저자는당시복부인을둘러싼세간의부정적여론을여성혐오담론으로분석한다.나아가이전시기까지이상적인여성상으로간주된현모양처담론과복부인담론을비교한다.현모양처로서여성은부인,어머니등주어진역할을수행하고근검절약을하며가정경제의안정적관리에힘썼다.노력끝에내집마련에성공하면‘알뜰주부’라며칭송받기도했다.사실은복부인의목표도현모양처와다르지않았다.이들역시남편이벌어온돈을투자로불려자가소유의꿈을이루고자했다.하지만주택상품화로집값이폭등하고도시주거문제에대한사회적피로가누적되자갑작스럽게도자가소유를향한여성의열망은과도하고비난받아마땅한것으로간주됐다.
저자는현모양처론과복부인론모두여성의경제실천을도덕적잣대로평가한다는점에서문제적이라지적한다.젠더불평등한가족제도속에서현모양처와복부인은일견상반된인간형처럼배치되었지만,이는이미불거진투기문제를약자인여성의탓으로돌려그심각성을사소하게만드는고도의전략이었다는것이다.그결과여성들은가정경제에기여한바가컸어도그성취에상응하는보상과인정을받지못했다.이에반해남성들은아내가투기등도덕적으로지탄받을만한‘더러운일’을수행해준덕분에이를모른체하며순수한공적자아를유지할수있었다.시간이흘러‘복부인’은빛바랜표현이되었지만,여전히우리는공적지위에오른남성들이부동산투기문제가불거질때마다“나는몰랐다”고무지의죄를호소하는장면을쉽게목격할수있다.가정경제는여성의일이라는오랜가부장적관점에서여전히이런핑계가대중에게받아들여질법하다고굳게믿고있기때문이다.

이동강박에빠진여성,편법쓰는여성…
딜레마에빠진여성들의모습을되돌아보며

가족의행복과계급상승을위해서라면어떠한편법도마다하지않는중산층여성들의일그러진주택실천을생생하게전하는‘3장중산층모범가족되기’와‘4장편법쓰는여성,보수화되는여성,팔자탓하는여성’은이책의백미다.고영실씨(가명,이하동일)는소위‘강남사람’으로계모임으로돈을모았고부동산투자에도성공했다.하지만여전히더좋은주소로의이동을꿈꾸는자신을중산층이아닌서민이라고생각한다.‘나는서민’이라는그녀의주장은자신이기득권층이아님을강변하고정부의세금환수에대한불만을정당화하기위한것이다.차미경씨는다주택자규제를피하기위해명의위장을했다.이것이범법행위임을알고있지만다들알면서저지르는똑똑한절세행위라고생각한다.사실세금회피나명의위장등주택장에서편법의실행은흔하다.이런편법들은가족을위한일로이해되는경우가많기에사회적논란이된다해도금세유야무야된다.문제는가족주의적가치로수렴되는이편법들이투기가야기하는계급격차문제를강화하고사회적부의공정한재분배를가로막고있다는것이다.
마침내‘5장투기화된삶,그리고딜레마에빠진여성들’에서저자는비판적인시선으로중산층여성들의주택실천을되돌아본다.여기에스며든왜곡된가족주의와젠더규범의폐해를가감없이살펴볼필요가있기때문이다.부동산투자에뛰어든덕분에여성들이스스로가정내주권을되찾고자율성을확립한측면도있지만,이행위의결과는남편과자녀를위한것으로귀속되면서여성들스스로가부장제와전통적가족주의의강화에일조했고부동산투기의심화또한자초했다는날카로운분석도덧붙인다.
악착같이가족을지키고자녀를양육하면서도자신의자율성과주체성을확립하기위해고군분투했던여성들,영민하게행동했지만한없이이기적이기도했던여성들의주택실천과정을돌아보면서독자들은이들이어떻게투기를내면화하고정당화했는지깨닫는한편오늘날우리에게필요한대안적인주거전략과한국중산층여성에게요청되는새로운윤리가무엇인지고민해보게될것이다.여전히젠더불평등한자본주의시장사회에서여성들은자기삶의주도권을어떻게쟁취할것인가?‘좋은엄마’‘모범가족’등으로대표되는중산층가족주의도덕을경쾌하게무너뜨리고새로운시대에걸맞은가족윤리를창안할방법은없을까?『부동산은어떻게여성의일이되었나』는한국사회의고질적인가족주의에문제를제기하고여성의다양한역량에힘을실어주기위한새로운젠더정치의필요성을시의적절하게역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