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예기치못한전염병때문에전국적으로여행자의발길이뜸해진지두해에가까워진다.나역시지인들과마실삼아떠난짧은여행길몇번을제외하고본격적인답사여정은꿈도못꾸었다.실로인생에서드물게겪어보는‘위리안치’가아닐수없다.이제긴터널의끝이보이기시작하고전염병과함께살아가는방법도활발히논의되고있는마당이라정신이나마다시기운을차려볼까한다.달리는차안에비스듬히누워차창밖으로스쳐가는풍광을바라보며이생각저생각에잠기는답삿길의소중함을떠올리며,『나의문화유산답사기』국내편에소개된명승지를몇군데추렸다.
하지만여기에다시언급한여행지들은『답사기』를간추린‘다이제스트’도아니며어디‘플래너’같은곳에서별점을매겨가며소개하는필수코스를말하는것도아니다.나름긴시간여기저기국토를찾아다니며인연을맺었던‘나의’이야기다.1월의눈덮인광경을떠올리면보고싶어졌던풍경,한가을의단풍소식이들릴때면종종나를불렀던회상의답사처들을넌지시늘어놓았다.
내가늘말했듯이인간은자신이경험한만큼만느끼는법이다.그경험의폭은반드시지적인것에국한되는것이아니라시각적경험,삶의체험모두를말한다.남도의들판을시각적으로경험해본사람과그렇지않은사람은산과들그자체뿐만아니라풍경화나산수화를보는시각에서도정서반응의차이를보일수밖에없다.선인들은자연과문화를접하며자신의정서를함양하고교감속에서인식의폭을넓히는계기를만드는행위를두고놀유(遊)자를써가며강조했다.답사도그런유의하나다.일상과여행이하루빨리회복되어답사의행복을다함께누리기를바라는마음이다.
2021년가을
유홍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