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와태블릿PC에서‘어젠다키핑’을생각하다
인간의얼굴을한저널리즘
「뉴스룸」의진행자이자책임자로서저자가기획하고실행했던저널리즘철학의핵심은‘어젠다키핑’이다.전통적인언론의기능으로언급되어온의제설정기능(어젠다세팅)에서한발더나아가의제를꾸준히지켜냄으로써시민사회에기여한다는개념이다.저자는앞서언급한굵직한사건들을보도하면서이개념을머릿속에떠올리고실천했다.세월호참사보도는그시작이었다.이사건은발생한당일부터언론에대한비판이비등했다.제대로보도하지않는기자를쓰레기에비유하는‘기레기’라는말도그때부터퍼져나갔다.그런가운데「뉴스룸」은점차실종자가족을제외하고모두가떠나게된팽목항과목포신항현장에서1년가까이버티며보도를이어갔다.그과정에서「뉴스룸」은무엇보다희생자가족들의신뢰를얻었고,‘바다에서온편지’등의보도를통해우리사회가세월호참사를계속해서되새기는데중요한역할을했다.
그리고그것이다시(겉으로는무관해보이는)국정농단사태의태블릿PC보도로이어진사실은어젠다키핑의가치를증명한다.「뉴스룸」의세월호참사보도를눈여겨보던한시민이취재에협력하면서국정농단보도의새국면이열린것이다.우리가아는것처럼태블릿PC보도는박근혜정부의몰락을가져온국정농단사건의‘스모킹건’이었다.2016~17년촛불집회와탄핵결정으로이어지는국면에서태블릿PC는진실의힘을대변했다.그모든과정이「뉴스룸」과손석희에대한시민들의신뢰로이어졌음을우리모두알고있다.
이책의1부에는세월호참사와국정농단사건을포함해어젠다키핑의관점에서저자가경험하고보도해온사건들이담겨있다.예외없이화제의중심에섰던삼성관련보도,대통령선거보도,미투보도,남?북?미대화국면의보도등이다.이보도들은언론인손석희에게도,신생뉴스채널인「뉴스룸」에도저널리즘이무엇인지성찰하고증명하는과정이었다.각사건마다맥락이다르고시청자들의반응도조금씩변했지만,저자는이기간을‘본래적의미의저널리즘’을실천하기위해달려온시간으로기억한다.
‘기레기’와‘탈진실’의시대
새로운저널리즘에대한고민과「뉴스룸」
2부에서는저자의저널리즘철학이더구체적으로제시된다.공영방송,레거시미디어와디지털,‘단독’경쟁,‘기레기’,언론과정치등핵심적인주제에대한고민을개인적인체험에녹였다.이모든사안을‘몸으로’겪으며때로는호응을얻고때로는낙담해야했던여러이야기들속에서언론인손석희의저널리즘과오늘날우리언론의과제가드러난다.
「뉴스룸」의새로운코너들은그런고민을뉴스책임자로서돌파하고이상적인방송저널리즘을실천하려고했던시도다.한국방송사상최초로뉴스진행자가그뉴스의책임자를겸하고,뉴스방송시간도파격적으로늘렸던당시의「뉴스룸」은세부코너에서도새로운실험을선보였다.한국최초의뉴스앵커에디토리얼코너‘앵커브리핑’,가짜뉴스시대에사실보도를겨냥한‘팩트체크’,뉴스의뒷이야기까지뉴스로만든‘비하인드뉴스’,대중문화를포함한각계문화인사를인터뷰한‘문화초대석’,시대를대변하는노래를통해뉴스의의미를확장한‘엔딩곡’까지,「뉴스룸」코너를보면새로운저널리즘이보였다.
「뉴스룸」의신생코너들은메인리포트못지않게화제를불러왔다.TV를가득채운‘앵커브리핑’화면앞에서라이브로논평하는손석희앵커의모습은당대뉴스의중요한장면으로남았다.정우성,봉준호,이효리와의격의없지만긴장된대화는그날의‘문화뉴스’로회자됐다.‘팩트체크’는한국사실보도의새지평을열었다고평가받을뿐아니라국제적인인증까지얻어냈다.
본래적의미의저널리즘을말한다는것
2020년신년토론을끝으로손석희는「뉴스룸」을떠났다.30년넘게맡아왔던뉴스진행도내려놓았다.스스로“레거시미디어시대의말석에앉아버티다가운좋게디지털시대로넘어온사람”이라고말하곤하는그가‘포스트트루스’의시대에저널리즘의정석을말하는이유는무엇인가.
‘페니프레스’(PennyPress)의시대에온갖선정주의가만연했어도오히려이른바정론지가필요했던것처럼.한국사회가아무리양단,혹은그이상으로나뉘어서지금과같은비합리적쟁투를계속한다해도,우리가버틸수있는것은합리적시민사회가존재하기때문이다.
거창하게쓸필요없이,이는그냥자연스러운것이다.디지털시대에미디어가수익구조로들어서기위해서도더욱그렇다.똑같이쏟아내는저급하고,극도로뻔하게정치편향적인기사에굳이돈을낼필요는없다.그런것들은어차피공짜로넘쳐나고있지않은가.만일기사가치에따라시청자나독자들에게비용을청구하고싶다면그럴만한가치가있는기사를써야하는시대가올것이다.
―「머리말」에서
언론도,그리고어쩌면독자나시청자도‘각자의진실’을말하는시대에,공정한진실을추구하는정론의가치가‘자연스럽게’회복될것이라고말하는목소리에귀기울이게되는것은손석희라는언론인이갖는힘일것이다.종종멀리돌아가고가끔은멈추거나뒷걸음질하더라도각자의영역에서타당한선택을해나가면앞으로나아갈수있다는것.단단하고분명한특유의어투로그가마지막까지지켜낼목소리다.
2021년,손석희는그렇게현장으로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