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절의 독서(큰글자도서) (김영란의 명작 읽기)

시절의 독서(큰글자도서) (김영란의 명작 읽기)

$28.00
Description
“나는 책에서 세상을 납득하기 위한 도구를 얻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김영란의 책읽기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소수자의 대법관’ 김영란이 자신의 삶을 구성했던 독서의 경로를 담은 책 『시절의 독서』를 펴냈다. 김영란은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고 2004년부터는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의 확립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왔다. 그는 30년 가까이 한국사회의 최전선에서 법률가로 살아왔으면서도 평생 유일하게 계속해온 것이 책읽기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열정적인 애독가다. 이 책에서는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작가에 대한 다정한 관심, 텍스트를 사회현실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바라보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 탐독한 『작은 아씨들』과 브론테 자매의 소설, 일과 가정에서의 의무를 동시에 요구받았던 여성의 입장에서 읽은 도리스 레싱, 직업적 법률가라는 정체성과 경험을 통해 해석한 카프카, 6월항쟁 직후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읽은 쿤데라 등을 대상으로 작가와 문학의 관계,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사색을 담았다. 한편 이 책은 삶에서 부딪히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미로 같아 보이는 세상을 납득하기 위해 책읽기에 열렬히 빠져들었던 김영란의 내밀한 고백으로도 읽힌다. 일생 내내 자유를 꿈꾸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그에게 문학은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김영란에게 문학은 ‘거짓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거짓으로부터의 도피’였으며, 그가 책으로부터 얻은 위로와 격렬한 현실 인식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리라 기대한다.
저자

김영란

1956년부산출생.서울대법대재학중사법시험에합격하고1981년부터판사로일했다.2004년우리나라최초로여성대법관이되었고,6년간대법관으로재직하면서사회적약자와소수자를배려하고국민의기본권보호를위해노력하여‘소수자의대법관’이라는평가를받았다.2011년부터2012년까지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으로일하면서우리사회의정의확립에큰영향을미친‘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률’입법에힘썼다.2013년부터2019년까지서강대법학전문대학원석좌교수로학생들과만났고,2019년4월부터대법원양형위원회위원장으로,9월부터아주대법학전문대학원석좌교수로일하고있다.청조근정훈장,한국여성지도자상등을수상했다.
평생유일하게계속해온것이책읽기뿐이라고말할정도로성실한독서가로살아왔다.읽기의결과들이자신을형성해왔다고믿으며남은미래도책읽기를기반으로하게될것이라고예감하고있다.
지은책으로『김영란의헌법이야기』『판결과정의』『김영란의책읽기의쓸모』『판결을다시생각한다』『김영란의열린법이야기』『문학과법』(공저)『김영란법,김영란에게묻다』(공저)『이제는누군가해야할이야기』(공저)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나의삶을구성했던독서의경로

루이자메이올컷 소설가는‘내재하는꿈’을그리는사람
브론테자매들 정령의마법으로잃어버린세계를되살리다
버지니아울프 미묘한진실을잡아채기위해그물을던지다
도리스레싱 집안의천사를죽이고바위를버텨내고
마거릿애트우드 누구도누구의시녀가될수없다
카프카와쿤데라 끝이보이지않는미로의세계
커트보니것 자유의지는선택할수있는가
안데르센 지나치게완벽한은유

에필로그 자유를꿈꾸어서불행했던우리들

출판사 서평

상처를치유하고이겨내는힘을책에서찾다
:루이자메이올컷,브론테자매,버지니아울프

이책은김영란이어린시절에읽은소설들로부터시작한다.루이자메이올컷,브론테자매,버지니아울프로이어지는흐름은10~20대여성의보편적인독서경로라할수있을텐데,여성에게덧씌워진가혹한굴레를감당하며글을써야했던이들의서로다른행로와작품세계가씨줄과날줄처럼촘촘하게펼쳐진다.『작은아씨들』의루이자메이올컷은힘든현실을이겨내기위해자매들과함께상상했던세계를소설속의판타지월드로구축했고,브론테자매는죽음을넘어서는삶을그려내기위해규범파괴적이고초자연적인힘이약동하는세계를되살려냈으며,버지니아울프는가족에매인일상속에서자신이본삶의미묘한진실을잡아채기위해소설을그물망으로삼았다.이여성작가들은가족으로대표되는현실세계에서고통과상처를받았지만주어진제약으로인해그상처를극복할방법을찾기가어려웠고,결국소설을쓰면서자신들이원하는세상을만들어냈다.삶의모순을직시하고이해하고이겨내는방식에대한여성작가들의이야기를읽으면서김영란역시성장하면서겪을수밖에없었던상처에대한치유를얻고자했다.루이자메이올컷에서브론테자매,버지니아울프로이어지는김영란의독서편력은그가살아가면서부딪히는세상을납득해보려는과정을진솔하게보여준다.한편이책은문학에대한개인적인감상만으로그치지않는다.작가의삶과작품의됨됨이를연관지어분석하고작품에대한비평적맥락을경유함으로써작가의표현의지와문학작품그리고객관적현실사이의복잡한변증법을꼼꼼하게해명해내고있다.


‘여성’이라는변방에존재했던작가들에게보내는우정어린편지
:도리스레싱,마거릿애트우드

김영란은여성의수가극소수였던법률가사회에서일하면서분투하던시절에도리스레싱의소설을만났다.도리스레싱은문학사에서페미니즘의전사처럼여겨지지만실은어머니로부터끝없이도망치던아이였다고분석하면서‘모성’이라는신화에맞서고군분투하는도리스의좌절과안간힘을『금색공책』『생존자의회고록』등의소설속에서면밀히읽어낸다.김영란은도리스레싱의삶과문학에서여성의사회적활동이삶의중요한어떤부분을희생시키지않고는불가능하다는절망감을발견하고강한연민을느끼는데,도리스의삶에전문직여성으로살아남아야했던자신의삶이포개어졌기때문이다.김영란은엘리트남성이주류를차지하는집단에서여성이기에업무적으로열등하다는평가를받지않기위해악착같이일해야했고,집으로돌아오면완벽한집안의천사로살아가기를요구받았음을고백하는한편,이러한현실이여전히많은여성들이떠안고있는문제임을지적한다.
도리스레싱과함께대표적인페미니즘작가로꼽히지만정작그자신은자신의작품이페미니즘소설로만규정되는데반발하는마거릿애트우드에대해서도김영란은사려깊은분석을시도한다.『시녀이야기』와그후속작인『증언들』은가부장제를기반으로한전체주의국가를배경으로하고있지만,기본적으로는권력이스스로신격화하여비인격화되고관료주의화하는세계를단순명료하게보여주면서그런세계에서가장힘이없는계층인여성이어떻게취급되는지를놀라운상상력으로드러내고있다는것이다.
삶이라는미로를헤매는현대인의삶에대한사유
:쿤데라와카프카,커트보니것,안데르센

어린시절과청년시절을지나본격적인삶이시작되면결국세상에서하나의부품으로살아가는문제의의미를생각해보게되는시기가온다.김영란은카프카와쿤데라의소설을통해이에대한자신의생각을가다듬었다.특히카프카의『성』은관료주의가기계적으로작동하는세계에대한암울한예측이라고해석하면서,법해석학을수행하며살아온법률가로서의경험을털어놓는다.이미만들어진법의여러해석앞에서,그중어느길을선택하여나아갈지결정하는정도가자신에게주어진조그만자유였다고고백하는대목에서는그의날카로운통찰력과서늘한감성이깊은울림을준다.김영란은스스로를‘무성찰적담지자’로지칭하면서세상이라는미로를헤매는이의무력감을호소하지만,독자는그가누구보다‘삶의아이러니를이해하는풍요로운성찰자’임을느끼게된다.
김영란은커트보니것의작품을읽으면서는한발물러서서세상의관찰자로자신을자리매김하는시선을발견했고,은퇴무렵에이르니자신의삶에대한은유로가득찬이야기를끝없이들려준안데르센에게귀를기울이게되었다고한다.이처럼김영란은일생동안책을읽어오면서독서하는순간에는잠시나마루이자올컷이되었다가브론테자매들중의하나가되어보기도하고,안데르센이되어보기도하는가운데그들의삶에대한사유가종내는자신의사유가되었음을깨달았다.따라서이책은단순한독서에세이라기보다는인간김영란의영혼의고백록이다.스스로를생에대한관찰자이자방관자라고백하지만그는누구보다삶을온전히읽어내려는사람이며‘모든일을심장과영혼과힘을다해서하는사람’임을고스란히느낄수있는독서가되리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