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민중미술과 함께한 40년)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민중미술과 함께한 40년)

$20.00
Description
“민중미술은 사회를 품는 미술이다”
시대를 그리는 화가 김정헌의인생 역정
원로 민중미술 화가 김정헌의 회고록 『어쩌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민중미술과 함께한 40년』이 출간되었다. 김정헌은 1980년대부터 진보적 예술가들을 중심으로 확산된 민중미술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화가다. 그는 최초의 민중미술 단체 중 하나인 ‘현실과 발언’ 발기인으로서 미술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민중미술 운동의 기반을 다졌다. 1980년대 군부정권에 정면으로 맞서며 예술뿐 아니라 정치ㆍ경제ㆍ사회 전반에 대해 변혁적 목소리를 냈고, 민족미술협의회와 문화예술위원회 등 주요 예술단체 및 기관을 이끌며 민중미술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한편, 우리의 현실 문제에 천착하는 작품 활동을 지속해왔다. 책의 제목대로 우연인 듯 필연처럼 한평생 예술을 통한 사회적 실천에 힘써온 그의 삶과 가치관을 담은 이 책은 민중미술사의 굵직한 사건과 주요 인물 또한 생생하게 담아내 민중미술 40년 역사를 읽는 자료로도 손색이 없다. 책 1부에는 민중미술 화가로서 정체성을 다지고 세상과 소통해온 저자의 화업과 평생 역정을 담았다. 2부에는 저자가 그간 예술과 인생에 관해 썼던 칼럼 등을 모아 실었다.
저자

김정헌

1946년평양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미술대학과동대학원에서서양화를전공하고30년동안공주대학교미술교육과교수로일했다.대표적인미술운동가중한명으로서,1980년대민중미술의발전을주도한‘현실과발언’동인으로활동했다.민족미술협의회대표,전국민족미술인연합공동의장,문화개혁시민연대상임집행위원장,문화재청문화재위원,유네스코한국위원회위원,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예술과마을네트워크대표,서울문화재단이사장,서울시교육청예술교육정책자문위원회위원장,4·16재단이사장등을역임했다.현재공주대학교명예교수,공주시립미술관건립자문위원장으로활동하면서책읽기와더불어소장작품들을전국의공공미술관에기증하는일에힘쓰고있다.

목차

머리말

제1부‘민중미술가’로서의40년
나의어린시절
나의청년시절
해방이후한국미술계의흐름
‘현실과발언’의탄생
현발에참여하기까지
전두환정권의출발과함께한현발창립전
현발의활약과공주교도소벽화「꿈과기도」
현발의쇠퇴와일본JAALA전
민족미술협의회의결성과민중미술론
민미협과그림마당민,그리고군사정권의탄압
문민정부의등장과동학농민혁명100주년전
광주비엔날레등대형전시회들
이야기그림과나의미술교육론
문화예술위원회시절
위원장해임과‘한지붕두위원장’사건
‘예술과마을네트워크’이야기
세상을‘보는법’과여행이야기
2010년대의활동들
어쩌다보니…어쩔수없이…
리얼리즘론과한국민중미술이걸어온길
한국민중미술의연원
민중미술과시대의어른들
민중미술의미래
닫는글

제2부예술에대한이런저런생각
그림은살아남을것인가
좋은이야기는세계를확장한다
모든보는것은미래로열려있다
글쓰기와그림그리기에서‘인용과훔침’
예술의품격에대하여
미술의힘은역시리얼리즘이다
예술은미래를기억한다
예술의‘잡(雜)’에대하여
다시‘다른방식으로보기’를꺼내들다
나!‘코로나19바이러스’
코로나이후,감성회복이우선이다
예술가의일생:추사김정희와김병기화백그리고시인이상
‘예술과마을네트워크’를제안하며

참고문헌
이미지출처

출판사 서평

어둠속의촛불로태동한민중미술
민중미술은군부가정권을장악한1980년대에송곳같은비판의식을바탕으로등장했다.미술평론가성완경은4ㆍ19혁명20주년(1980)을맞아현실문제에천착하고현실을토대로하는발언방식을모색하자는취지로김정헌을비롯한진보적미술인들에게민중미술을표방하는단체구성을제안했고,이들은국내최초의민중미술그룹중하나인‘현실과발언’(이하현발)을창립한다.현발은당시의엘리트주의적ㆍ심미주의적화풍을비판하는한편,우리의삶과현실을반영하고사회적비판의식을담은미술을추구했다.하지만1980년10월에열린창립전에서부터현발은탄압에직면해야했다.당시전시가열리는미술관관장이현발회원들의작품을보고는전시장의전등을모두끄고전시회자체를취소해버린것이다.전두환정권을노골적으로공격하는그림이나엄혹한시대의분위기를거스르는화풍의출품작들이많았던까닭이다.다음날찾아온관람객들은컴컴한어둠속에서촛불을들고더듬거리며작품을감상해야했는데,후에이전시는‘촛불전시’라일컬어졌다.

탄압의역사속에서연마한저항정신
촛불전시는시작에불과했다.그격동의세월을지나온저자가회고하는민중미술사는탄압과저항의역사라해도과언이아니다.사회비판적인현발의활동은번번이군사독재의탄압에직면했다.민중미술은그전까지만해도‘비판적현실주의’정도로구분되었으나,전두환정권은현발을비롯한미술운동의동향을주시했고,이러한미술사조에‘민중미술’이라고이름붙였다.여기엔민중을선동하는불온한미술로평가하고경계하는의미가담겨있었다.실제로안전기획부가나서서민중미술에대한내사를진행해‘불온’작가들의리스트를만들고이들의작품을압수하기도했다.그러나민중미술의열기는전혀꺾이지않았고오히려거센탄압에맞서여러민중미술진영이결집하기시작했다고저자는회고한다.
그런분위기속에서전두환정권을비판적으로다룬‘20대의힘’전이공권력에의해무참히탄압받는사태가일어났고,민중미술화가들이그린벽화가지워지고작가들이연행당해조사받는일까지있었다.이를계기로민중미술진영은힘을한데모아‘민족미술협의회’(이하민미협)를결성하고자체적인전시및모임공간인‘그림마당민’을가동하기시작했다.현발의동력은1986년초부터급격히민미협으로이어졌고민중미술의활동과영향력은크게확장되었다.1987년박종철물고문사건이터지자민미협을중심으로즉시‘반고문전’을열었고,그림마당민은문예활동의중심지이자민중미술의해방공간이되어그곳에서전시와강좌,토론회가수시로열렸다.물론민미협결성이후에도항상탄압이뒤따랐다.대공과경찰들이늘작가들의주위를맴돌았고,민미협대표로서김정헌또한공안당국에의해연행되기도했다.작품이당국에의해철거ㆍ파괴ㆍ압수되는일도심심치않게일어났다.
저자는‘민중미술’이라는명칭이비록공안당국에의해고안된용어라해도엄혹한시대에독재정권을향해쉼없이저항하던미술에붙여진명예로운이름임을강조한다.또한민중미술이독재정권과싸워온‘민주화’로탄생했고,저항정신속에서성장해왔다는점을우리현대예술의역사에서되새겨야한다고주문한다.자유와정의와평등을내포하고있는저항정신이야말로미술의바탕이되어야한다는저자의신념이여기서드러난다.

사회를품는민중미술은계속된다
한편민주화이후민중미술도새로운국면을맞이했다.그간의성과를정리한‘민중미술15년전’이1994년국립현대미술관에서개최되었다.노무현정권기에는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예술가들의참여를확대한‘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문예위)로전환되었다.김정헌은문예위2기위원장으로선임되어단체의자율성을강화하기위해힘썼다.하지만2008년이명박정권이들어서면서그의임기는1년5개월만에갑작스레끝난다.이명박정부가재야단체,특히진보적단체들에대한대대적인감사를통해‘문화계좌우균형화전략’을감행해진보인사들에게압박을가한탓이다.김정헌은위원회의투자기금을제대로관리하지못했다는등의이유로일방적인해임통보를받았다.부당해임을입증하려는법적투쟁끝에법원은그의손을들어주었고위원장복직이결정되었다.하지만그가해임되자마자그의뒤를이어취임한친정부인사가위원장자리를차지하고있었기때문에김정헌은복귀하자마자‘출근투쟁’을시도했고한동안이‘한지붕두위원장’사태는세간의주목을받았다.
복직이후김정헌은오랜관심사였던‘마을만들기’운동에착수했다.‘예술과마을네트워크’(이하예마네)활동이다.김정헌에게농촌과마을은실로오랜화두였다.공주사대근무시절부터틈틈이농촌을돌아다닌그는사람들이농촌을버리고도시로떠나버리고남은빈집들,해체되어가는마을들을참담한마음으로목격했다.거기서한발더나아가땅과흙이라는생태적삶의본질로확장된그의주제의식은마을공동체확장이라는사회운동으로이어졌다.예마네는제천의한작은마을폐교를빌려‘마을이야기학교’간판을달며활동을시작했다.마을주민들로부터마을의내력과그들이살아온사연을취재하고구술녹음했다.그리고그들의이야기로마을잡지와마을달력을만들고한글,영어,서예,미술을가르치는교실도운영했다.4년의활동끝에자금문제에부딪혀예마네는막을내리게되었지만마을사람들의삶과이야기에귀기울이는그의활동은2010년대에도꾸준히지속되었다.그의제안으로시작된성북구의‘이야기청(廳)’프로젝트가대표적이다.이야기청은지역노인들이살아온이야기를젊은작가들이청취하고직접미술을비롯한여러예술장르로재창조하는사업이다.이야기청프로젝트는서울의다른지역들로도확산되어현재까지지속되고있다.
김정헌은이러한다양한마을운동들또한모두자신의미술활동이라고자부한다.캔버스앞에서의그림그리기뿐아니라우리의삶이나사회의일각에참여하는활동이라면민중미술에포함될수있다여기기때문이다.세상은넓고민중미술이해야할일또한많다는게그의견해다.다방면을뻗어나가는스스로의예술을“잡”스러움으로유쾌하게표현하는한편예술의“품격”을추구한다는그의예술관은책에실린다양한그의작품들에서도확인할수있다.민중미술의문제의식을자신만의독특한방식으로풀어내는김정헌의작품세계를들여다볼수있는것은이자서전을읽는또하나의묘미라하겠다.

예술과사회전반을횡적연대로성장해온민중미술40년사
민중미술은사회의다른여러분야와교류하면서40년넘게성장해왔다고김정헌은말한다.예술계에한정되지않은사회각분야와의횡적인연대가민중미술을지켜내고키워왔다는의미로,이회고록이사람중심의회우록(會友錄)으로읽히기도하는이유다.실제로이책에는저자와함께활동했던대표적인민중미술가들의활약상이빼곡할뿐아니라민주화에헌신하며민중미학의정신을불어넣어준다양한시민운동세력과언론계ㆍ법조계ㆍ종교계ㆍ예술계각계각층의일화또한비중있게다뤄지고있다.
그렇다면민중미술의미래는어떻게될것인가?혹자는1994년국립현대미술관에서열린‘민중미술15년전’을두고‘민중미술의장례식’이라일컬었지만,저자는탄압의대상이었던민중미술이달라진정치ㆍ사회환경에발맞춰제도권으로진입한것을부정적으로볼이유는없다고힘주어말한다.냉전의해체와민주화,정권교체등주위환경은급변하는데유독민중미술만아무변화없이말뚝처럼박혀있을필요는없다는의미다.2000년대에접어들며민중미술작품들의분위기는그전보다다채롭게바뀌고있다.꼭캔버스위에그리는작품활동이아니더라도사회의요구에능동적으로대처하는가운데공공또는공동체를중시하는기류로변화하는것이다.저자는운동이란한번발동이걸리면그뒤를이어계속진행되는관성을가지고있다고말한다.민중미술또한그성격상시대변화에민감하게반응하며역동적으로변화해왔고,앞으로도그생명력은지속될것으로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