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사람입니다, 고객님 : 콜센터의 인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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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구로공단 ‘공순이’가 디지털단지 ‘콜순이’가 되기까지
문화인류학자가 바라본 콜센터의 내밀한 역사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
2020년 3월 서울의 한 콜센터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서울 지역 첫 집단감염 사례에 언론들은 콜센터의 노동 환경에 주목했고, 근본적인 문제는 상담사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과 하청 구조에 있음이 드러났다. 오랜 시간 감정노동과 건강, 흡연과 중독에 대해 연구해온 문화인류학자이자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김관욱은 콜센터의 내밀한 실상을 담은 『사람입니다, 고객님: 콜센터의 인류학』을 출간했다.

‘무엇이 콜센터 상담사를 아프게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지난 10년간 현장연구와 심층 인터뷰, 이론적 연구를 바탕으로 추적해온 내용을 집대성한 책으로, 콜센터 상담사의 불합리한 노동조건과 부당한 처우를 현장감 있게 들려주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의제들을 다각도로 파헤친다. 구로공단의 ‘공순이’가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콜순이’가 된 현실부터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상담사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처우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실천까지, 콜센터의 어제와 오늘을 총체적으로 살핀다.

특히 저자는 그간 콜센터에 대한 논의가 악성 고객의 갑질 논란과 상담사의 감정노동에 국한되어 있었음을 지적하며, 콜센터 산업 자체가 가진 구조적 문제로 시야를 확장할 것을 주문한다. 풍부한 인터뷰와 사진자료, 섬세하고 치밀한 연구를 바탕으로 콜센터 문제는 근본적으로 여성 노동과 인권의 문제임을 꼬집는다. 『사람입니다, 고객님』이 던지는 질문은 한국 사회 여성 하청노동을 돌아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

김관욱

덕성여자대학교문화인류학과교수이자가정의학과전문의.군의관시절군병원에서병사들의금연교육,금연상담등을해오면서흡연연구를시작한것이시초가되어서울대학교인류학과석사과정에진학해본격적으로흡연을연구했다.이후영국DurhamUniversity에서의료인류학을전공으로박사를마치고서울대,한양대,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강의했다.흡연과관련해서는여성흡연,궐련형전자담배,청소년흡연,가향담배,고도흡연자암연구등에참여해오고있다.

지은책으로는《사람입니다,고객님:콜센터의인류학》(2022),《아프지않았으면좋겠습니다:무감각한사회의공감인류학》(2018),《폴파머,세상을구하는의사가되어줘》(2016),《굿바이니코틴홀릭》(2010)(2010년문화체육관광부선정우수건강도서),《아프면보이는것들》(2021,공저),《코로나팬데믹과한국의길》(2021,공저),《의료,아시아의근대성을읽는창》(2017,공저)이있다.옮긴책으로《자본주의의병적징후들》(2018,공역),《보건과문명》(2009,공역)이있다.

목차

프롤로그안녕하세요,콜센터연구하는인류학자입니다

1부콜센터의탄생
1장공순이에서콜순이로
2장담배연기속한숨들의무덤

2부투구가된헤드셋
3장감정이상의노동현장,콜센터
4장어느상담사의하루
5장코로나19팬데믹이들춰낸콜센터의현주소

3부새로운몸을찾아서
6장상담사들의노동운동도전기
7장일단몸부터펴고이야기합시다
8장사이버타리아의시대,콜키퍼의탄생

에필로그콜키퍼선언

참고문헌
이미지출처

출판사 서평

콜센터의탄생부터오늘에이르기까지
인류학자가만난여성노동자들의생생한목소리

한국산업근대화의상징인구로공단이주력하는산업분야는시대에따라달라졌으며,자연스레공단내여성노동자의일자리에도변화가생겼다.과거구로공단에‘공순이’라불린여공들이있었다면,오늘날같은장소에서이름을바꾼서울디지털산업단지(이하디지털단지)에는스스로를‘콜순이’라부르는콜센터상담사들이있다.1부「콜센터의탄생」은디지털단지에서콜센터를찾아나선저자가여성노동및인권의현주소를50여년전구로공단으로거슬러올라가며추적한다.그럼으로써오늘날콜센터여성상담사의삶이‘공순이’로불리던여공의삶에서크게달라지지않았음을밝혀낸다.
특히오랫동안흡연과중독에대해연구해온저자는콜센터가상담사들사이에서‘흡연천국’으로불린다는사실에주목한다.악성고객의갑질과관리자의실적압박에시달리고콜센터의물리적?전자적감시시스템에통제당하는상담사들은흡연실을도피처로선택하는경우가많았다.콜센터흡연실은“한숨들의무덤”이며“여기서흡연이냐아니면뛰어내리느냐”는선택지만있을뿐이라고극단적으로이야기하는상담사가있을정도다.이책은여성상담사의흡연율이높은원인이열악한노동현장에있음을낱낱이보여주며,노동자에대한감시와통제가어떻게그들의건강을해치는지밝힌다.

‘친절,정확,신속’뒤에가려진
감정그이상의노동현장,콜센터

콜센터의콜은언제나밀린다.‘친절,정확,신속’을외치며항상‘미소띤음성’으로콜을받는상담사의신체적?정신적건강은쏟아지는전화에밀려뒷전이되기십상이다.2부「투구가된헤드셋」은현장에서상담사가겪는구체적인문제상황을생생한인터뷰와다양한자료를바탕으로명료하게전한다.상담사들은업무가바빠오전에는자리에서한번도일어나지못하는경우가허다하며,화장실이라도가려면상사의허락을받아야한다.상담과정에서내뱉는한마디한마디는모두평가대상이며,점수에따라‘급’이나뉘고월급이차등지급된다.코로나19팬데믹이후콜센터상담사가사회의필수노동자로대우받아야한다는논의가있었지만,코로나19관련업무는급증한반면현실은전혀개선되지않았다.
스스로를‘불판위마른오징어’‘일회용배터리’라고표현하는상담사들은악성고객은물론치밀하게실적을관리하고압박하는상사,하청업체소속상담사를하대하는원청업체직원,그리고잠재적경쟁자가되어버린동료들과도갈등을겪는다.이런현실은상담사의신체적?정신적질병을유발하며,실제로콜센터상담사는다른직군의서비스업종사자에비해거의모든질병에서월등히높은유병률을보인다.그러나대부분의상담사들은질병을마치세금처럼피할수없는것으로받아들이고있다.고질적인원?하청구조때문에문제에대한책임을물을소재조차불분명한것이현실이다.저자는감정노동이라는명명만으로는온전히설명하기어려운상담노동을‘정동노동’이라는새로운용어로설명한다.상담사들은단순히자신의감정을조절해야할뿐만아니라,모욕적이고부당한상황자체를받아들이고체념하는‘정동’에길들어가고있다는것이다.

“안녕하십니까?저는상담사,사람입니다”
수화기너머에존재하는삶을말하다

저자는현장연구를진행하며여성이저임금고강도노동에‘본능적으로’적합하다는한국사회의뿌리깊은편견과맞닥뜨렸다고고백한다.여성은아무리시대가달라졌다해도돌봄노동에서자유롭기어려우며,대부분이여성인상담사직군(민주노총콜센터노조여성조합원비율94.1%,2021년기준)역시고객을친절하게보살피는전통적인성역할을요구받고있음을지적한다.그러나모두가현실을무기력하게받아들인것은아니다.저자는그실마리를이책의마지막부분인3부「새로운몸을찾아서」에서찾는데,상담사들이노동환경개선을요구하며노동조합을결성해사측에대항한사례,그리고생활운동모임을운영하며자신의몸,나아가업무를대하는자세를적극적으로개선한사례등을소개한다.마지막으로일찍이콜센터가발달한영국과인도의사례와한국의사례를비교?분석하며전세계적으로여성하청노동자가처한현실을폭넓게조망한다.
콜센터는모든산업분야에걸쳐어디에나존재하지만수화기너머상담사는지워지기일쑤다.우리는누구나낯선번호로걸려오는“고객님,안녕하십니까?”하는전화를받은적이,혹은고객센터전화번호를누르고상담사연결을기다려본적이있다.저자는매일수백번씩‘안녕’하느냐는인사를건네는상담사들이정작스스로의안녕을챙기지못하는현실을안타까워하지만더나은미래를향한희망을잃지않는다.노동의가치가제대로인정받는사회,노동때문에질병을앓는이웃이없는사회를꿈꾸는한문화인류학자의긴여정이이제독자들에게도안부인사를건넨다.

<책속에서>
―과거공장노동현장과달리현대식건물안에서전자통신기계로정보를제공하고있지만,여전히상담사의노동의가치를판단하는사회의기준은여성이저임금고강도노동에‘본능적으로’적합하다는편견에서한발짝도나아가지못한듯보인다.조금의변화라도찾아보려했던나에게현장은끊임없이같은답을제시하고있었다.어느여성학자의표현처럼‘충격적이리만치’여성노동자는오랫동안저임금고강도노동의현장에서목격되어왔다.(8면)

―누군가“왜콜센터인류학책을쓰려했나요?”라고묻는다면,나는지고싶지않은마음때문이라고답하고싶다.내가지고싶지않은대상은폭언을하는고객도,강압적인상사도,외면하는동료들도아니다.이러한개인들을점차확산하게만드는사회와문화에지고싶지않다는뜻이다.(…)연구를진행해오면서힘든고통을겪는이들을만나고,때로는정말안타까운선택을한이야기를전해들으며연구자로서큰무력감에좌절하기도했다.그렇지만이렇게지고싶지는않았다.(12면)

―‘고객이왕이다’라는말은참으로무섭다.비용을지불할능력이있다면일순간권력의불평등이허용된다는뜻이니말이다.과도한해석일까,혹은몇몇사람에게만해당하는일일까?(…)중요한것은이런불평등이가능한시대라는점이다.콜센터는그최전선에서있다.여성상담사에게과도한친절과미소가당연한듯강요된다.특정한감정을특정대상에게만과도하게강요하는것이과연당연한일일까?비용을치른다는사실만으로충분한것일까?그런데생각해보면이미여성은가정안에서무급으로똑같은처우를오랜시간받아오지않았던가.그성별역할구분의장소만가정에서콜센터로이동한것은아닌지의구심이든다.가정내돌봄에대한남녀간오래된불평등이노동현장으로확장된것이아닐까?(142~43면)

―여성들은시대가변해집을벗어나도결국또집안을벗어나지못했다.남편과아버지가고객과상사로바뀌었을뿐이며,가정내전통적여성상에대한규범이업체안규율과통제로전환되었을뿐이다.말하자면현대판‘디지털현모양처’인셈이다.일과시간동안집을돌보던‘하우스’키퍼house-keeper가상담콜을돌보는‘콜’키퍼call-keeper로잠시전환된것뿐이다.(341면)

―콜센터상담사의노동형태를대변하는감정노동이라는개념에힘입어상담사들이겪는어려움이주목받기도했지만그속에모든것을담아내기는역부족이었다.그런데어느순간상담사들이제대로항변하기도전에감정노동이라는용어와설명안에그네들의삶이다이해된듯,마치다푼문제집처럼한편에내던져진채방치된듯느껴졌다.나는적어도감정노동이라는용어가형성해놓은흐름에서벗어나야한다고느꼈다.새로운언어로여성상담사의삶을대변해보고싶었다.(35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