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의연습부터한끼밥상을잘차려먹는일까지
오늘도당신을한뼘더자라게할일상의방법들
“예솔아~할아버지께서부르셔~”하는노래의‘예솔이’가지금의소리꾼이자배우,뮤지션이자람과동일인물이라는사실을아는이는많지않다.국민꼬마가수‘예솔이’는열살에판소리를만나전통판소리학도가되었고,중요무형문화재제5호판소리이수자로스무살에최연소·최장시간으로「춘향가」를완창해기네스북에오르며명실공히한국을대표하는젊은국악인으로입지를다졌다.그런데그를단순히소리꾼이라고만소개하기어려워진것은그가2007년독일극작가베르톨트브레히트의「사천의선인」을판소리로재창작한공연「사천가」로세계의주목을받기시작하면서부터다.브레히트,가르시아마르케스,헤밍웨이등서구거장들의희곡을판소리라는전통장르로풀어낸그의창작판소리는매진을거듭하며공연계에‘이자람신드롬’을일으켰고,프랑스국립민중극장,호주시드니오페라하우스등저명한극장들의초청으로순회공연을하며전세계에판소리를알리는데일조하기도했다.허나그의영역은판소리장르를넘어더넓게뻗어나간다.록밴드‘아마도이자람밴드’의리드보컬이자작곡·작사를맡고있고,「서편제」의송화역으로더뮤지컬어워즈여우신인상과여우주연상등을수상한배우이자라디오디제이로활동하기도했으며,2016년부터국립창극단의객원음악감독,작창가,연출가로일하고있다.
『오늘도자람』에는다양한장르를망라하며뛰어난커리어를쌓아온이자람의창작에대한고민과삶을대하는태도가자라고변화해온과정이고스란히담겨있다.꼬마가수예솔이로유명세를치르던무렵부터시작해판소리학도시절인간문화재스승님들께받은가르침,스스로의목청에‘소리앓이’로몸을상하고청력을일부잃은것,「사천가」와「억척가」로전세계를순회하며성공가도를달리다가돌연모든것을그만두어모두를놀라게하고다시판소리로돌아오기까지.‘예술가는무대위에서죽어야한다’라는말을믿던젊은이자람은이제몸과마음을해치면서까지예술을하고있다면욕망에사로잡혀단단히잘못살고있는것이라고단언할수있는자신감을가진40대여성예술가가되었다.
“보이지않는축적을믿는다.
보이지않는곳에서서히쌓이는것의강함과무서움을안다.”
‘어떻게자기관리를하나요?’장르를넘나들며타의추종을불허하는예술세계를보여온이자람이자주듣는질문이다.그가지금의자신을만들어온방식은의외로단순하다.오늘의일상을잘돌봄으로써만들어지는내일을믿는것이전부다.몸은세상그어떤명예나돈보다도중요한데,그몸을가장크게관장하는것이마음이니결국마음을잘다스리며사는사람이진정한삶의주인이라는것이그의말이다.자기관리를어떻게하느냐고묻는이들에게이자람은소탈하게답한다.잘먹고잘자고잘싸시라고.이세가지가잘굴러가는삶이라면못해낼것이없으므로이것만지켜내면삶의기본이튼튼한거라고말이다.
그는매일의일상이만드는‘보이지않는축적’을믿는다고말한다.사람들은눈에보이는어떤사건때문에,또는어떤순간의결정때문에인생이뒤바뀐다고생각하지만좋은쪽으로든나쁜쪽으로든사실인생을바꾸는건삶의이면에쌓인,보이지않는시간들이라고말이다.하기싫어도억지로해낸연습한시간,꼼짝도하기싫지만눈꼭감고펴는요가매트,순간적으로꾹참은콜라.사소한일상이쌓여내일의내가된다.이와는반대로좋지않은방향으로쌓여버린시간은어느새인간과사회를비뚤어지게만들고세대를병들게한다는말에서그의단단한심지가엿보인다.
이자람이말하는연습,성장,일상을지키는방법은비단예술가에게만해당하는것이아니라오늘을살아가는독자들에도울림을준다.자신이무엇을축적하고있는지알고살아가는사람들도있고,자신도모르는채단단한무언가를쌓아가는사람들도있다.‘오늘도자랐다’고말하기위해스스로를잘돌보면서살아가는것,욕망에사로잡혀자신에게둔감해지지않는것,거대한사명감이아니라각자가할몫을찾아매일의일을하는것.소소해보이지만결코소소하지않은,『오늘도자람』이독자들에게보내는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