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맨 (리커버)

밀크맨 (리커버)

$17.85
Description
전 세계가 주목한 50주년 부커상 수상작
우리가 기다려온 폭발적 에너지와 목소리

애나 번스의 데뷔작 『노 본스』 출간 기념 리커버 특별판

김영란, 정희진, 정혜윤, 최은영, 정세랑, 김보라 추천!
선정 및 수상내역
★ 2018 50주년 부커상 수상
★ 2019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오웰상 수상, 여성소설상 최종 후보
★ 2020 국제 더블린 문학상 수상
★ 2019 작가 97인이 뽑은 ‘올해의 책’ 1위(예스24),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교보문고), 출판인들이 뽑은 ‘올해의 책’(시사인)
★ 2020 유영번역상 수상

저자

애나번스

저자:애나번스
1962년북아일랜드벨파스트에서태어났다.『밀크맨』이전까지단두편의장편과한편의중편만을발표한무명에가까운작가였지만,2018년세번째장편『밀크맨』으로북아일랜드출신으로는처음부커상을수상하며일약세계적작가반열에올랐다.같은작품으로2019년에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과뛰어난정치소설에주어지는오웰상을받고여성소설상최종후보에올랐으며,2020년에국제더블린문학상을받았다.자신이나고자란벨파스트의마을아도인을배경으로,한소녀와이웃들의일상을통해북아일랜드무장독립투쟁시기를그린첫번째장편『노본스』로2001년영국왕립문학회에서수여하는위니프리드홀트비기념상을받았으며,2002년오렌지소설상(현여성소설상)최종후보에오르기도했다.2007년에발표한두번째장편『작은구조물』은폐쇄적인범죄자가족내여성을주인공으로내세웠다.그밖의작품으로중편「대체로영웅」이있다.

역자:홍한별
글을읽고쓰고옮기면서살려고한다.지은책으로『우리는아름답게어긋나지』(공저),옮긴책으로『클라라와태양』『우리,이토록작은존재들을위하여』『도시를걷는여자들』『밀크맨』『달빛마신소녀』『나는가해자의엄마입니다』등이있다.『밀크맨』으로제14회유영번역상을수상했다.

목차

밀크맨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어느날부터주변을맴도는의문의남자
밀크맨은누구인가

일인칭화자인‘나’는십남매중‘가운데아이’로걸어가며책읽기를좋아하는열여덟살여자다.여느날처럼책을읽으며길을가는데한남자가흰승합차를세우고나의가족을아는척하며말을건넨다.사람들이‘밀크맨’(우유배달부)이라부르지만우유를배달하지는않는그남자는마흔한살유부남이자무장독립투쟁조직의주요인사로서지역사회에서명망이두터운인물로‘알려져’있다.길하나를두고‘길이쪽’과‘길저쪽’이대립하며폭발과총격이일상화된마을에서,저항군의핵심간부라는그의영향력은절대적이다.그날이후로‘나’의일상은손톱으로신경을긁는듯은밀하고불쾌한긴장에휩싸인다.밀크맨은저수지공원에서러닝을하는‘나’옆에,프랑스어수업을듣는야간학교앞에,내가어디를가든불쑥불쑥나타난다.그렇다고신체접촉을시도하거나음란한말을하는것은아니어서‘나’는이일을누구에게도말하지못한다.‘나’의불안감은극에달해가지만,오히려동네사람들은둘이불륜관계라고,심지어내가밀크맨을유혹했다고수군댄다.가장믿었던‘초등학교때부터친했던가장오래된친구’와‘어쩌면남자친구’마저네가걸어가며책을읽는것이문제라고,그런행동이사람들을불안하게한다고나무란다.소문은걷잡을수없이부풀어가고,그런가운데마을안팎에선폭력과죽음이끊이지않는다.눈에보이고명확하게설명할수있는폭력이매일같이벌어지는세계에서,눈에보이지않고말로설명할수없는폭력에홀로내던져진‘나’는점점고립되어가고무기력에빠진다.
밀크맨은누구인가?가장안전해야할자신의동네에서홀로힘겨운싸움을벌이는‘나’를도와줄이는없는가?

이름없는도시의이름없는인물들
평단과독자를매혹한혁신적이고독창적인서사전략

부커상은과감한형식적실험으로소설의경계를확장하는작품들을선호해왔다.『밀크맨』역시치밀한구성과혁신적인서사전략으로평단과언론의극찬을받았다.
소설에서서로대립하는세력인‘국가수호자’는영국에속한채로있기를바라는,주로개신교도인준군사조직(UDA,얼스터방위연합)이고,주인공이사는지역의‘국가반대자’는북아일랜드의독립및아일랜드와의통일을원하는가톨릭교도준군사조직(IRA,아일랜드공화국군)이다.1960년대후반부터1990년대까지이두조직을주축으로양측간에벌어진암살,시가지폭발테러,총격전등으로시민과군인을포함해약3,500명이사망하고47,500명이상이부상하는참극을빚었다.그러나북아일랜드분쟁에관한역사적맥락을몰라도소설을좇아가는데는전혀문제가없다.이소설의모든인물과장소가고유명사로불리지않기때문이다.영국은‘물건너’로,아일랜드는‘국경건너’로,같은도시내친영국지역은‘길건너’‘길저쪽’으로,주인공이사는친아일랜드지역은‘길이쪽’으로불릴뿐이다.따라서소설속배경을조지오웰의『1984』나마거릿애트우드의『시녀이야기』에등장하는,현실에기반한가상의사회라고보아도무방하다.“단순히한장소,한시대의이야기가아니다.위기에처한사회들의보편적경험을탐구한다”는부커상심사평이나“중세의마녀사냥부터스탈린의러시아,탈레반치하의아프가니스탄,최근의미투운동까지떠오른다”고한『가디언』의평처럼,그곳은오랜폭력과핍박의역사를겪어온전체주의사회어디든될수있다.나아가보이지않는억압의구조가작동하는곳,실질적으로‘모든곳’이될수있다.화자가현재시점에서과거에있었던일을회상하는방식으로문장전체가과거시제로쓰였음에도불구하고‘지금’(now)그리고‘이곳/여기’(here)라는단어가자주나오는것도(원문에서‘now’가390번,‘here’이237번쓰였다)같은맥락으로볼수있다.이러한서술은사건에현재성을부여하며화자와의거리를좁혀독자가읽는내용을실제경험하는것처럼느끼게만든다.
장소의익명성과더불어등장인물의익명성또한비슷한효과를발휘한다.소설의모든인물은진짜이름대신관계나특징에서비롯한‘가운데딸’‘어쩌면남자친구’‘밀크맨’‘진짜밀크맨’‘가장오래된친구’등으로불린다.애나번스는해외언론과의인터뷰에서“그냥소설이이름을필요로하지않았다”고간단히밝혔지만,이는익명뒤에숨은사람들의폭력성을부각하고독자로하여금자신과자신이아는사람들을대입해보게한다.

담담하지만폭발적힘을지닌목소리
피해자의당사자성을체현하는서술

『밀크맨』에서두드러지는또한가지형식적특징은끊임없이이어지는입말이다.한문장이때로한문단이되고,한문단이몇페이지넘게이어지기도하며,주어는의도적으로반복되고,수식어는변주되어끊임없이나열된다.때로화자의정신은지금자신이있는곳에서벗어나어떤인물,사건에대해한참을이야기하다가제자리로돌아오곤한다.그러나화자가들려주는모든이야기는단순한곁가지나부연설명이아니라전체를이루는퍼즐조각의일부이다.500면을질식할것처럼글자로가득채운‘나’의고백에서독자들은불안정한피해자의머릿속을고스란히들여다보는듯한착각을느끼게된다.이러한서술은화자의내면을단순히‘읽는’데서나아가직접‘체험’해보길요구한다.
지금까지우리는피해자에게침묵과절제를강요하며오히려가해자의내면을이해하는데너무많은시간과애를써왔다.이제는감정을꾹꾹눌러담아곧터질듯한,하나도빠짐없이이야기하지않으면아무것도이야기하지못할듯이절박하게쏟아내는피해자의목소리에귀를기울여보자.이책으로유영번역상을수상한역자홍한별의탁월한번역덕분에한국의독자들도원문의복잡한구조와섬세한뉘앙스를최대한손상하지않은채주인공의목소리를생생하게체감하는행운을누릴수있다.“독자들은충격에가까운특별한독서경험을하게될것”(소설가최은영)이다.

부커상수상을둘러싼이야기들

하마터면우리는이놀라운작품을만나지못할뻔했다.저자애나번스는『밀크맨』이전까지20년가까이단두편의장편과한편의중편만을발표한무명에가까운작가였다.기존의많은부커상수상자들이이미적어도자국에서는탄탄한문학적,상업적기반을다지고있었던것과대조된다.언론에서는“깜짝수상”이라는말로놀라움을표현했다.번스는집필마저어려워질정도로오랫동안생활고와요추(허리)신경통에시달려왔다고여러인터뷰에서밝힌바있다.『밀크맨』을집필하기전까지4년반동안은통증이극심해단한줄도쓰지못할정도였다.『밀크맨』또한극심한통증과싸우며힘겹게완성했다.영국판의‘감사의말’에서번스는오랫동안생계를의존했던지역푸드뱅크에고마움을표했으며,부커상금으로받은5만파운드를빚을갚는데쓰겠다고밝혀화제가되기도했다.수상이후독일에서(비용에대한걱정없이)허리치료를받기도했다.자칫이력이끝날수도있었던한천재작가를부커상이살려낸셈이다.
한국의독자들에게보내온메시지에서번스는열여덟살의자신에게해주고싶은말이있느냐는질문에다음과같이대답했다.“열여덟살애나는사회에적응하고생존하느라너무너무바빠서지금의애나에게무언가를들을여유가없을겁니다.그러니그애에게무언가를말하려노력하지는않겠어요.어쨌든내가무슨말을한다해도그애가조금이라도받아들일수있을것같지가않습니다.하지만이건알아요.그애가자신이자라서전업작가가되고세상에나온세번째책이명망높은부커상을받게되고한국어를비롯해여러언어로번역되고당신과함께지금여기서바로이인터뷰를진행하게된다는걸알면뛸듯이기뻐하리라는것,또한비명을지를만큼깜짝놀라리라는것을요.”
한편영국언론에서압도적찬사를받은『밀크맨』을두고,『뉴욕타임스』는“20페이지짜리단편을한없이늘려놓은,읽기고통스럽지만그만한가치는없는작품”이라며이례적으로혹평했다.이는미국언론사이에서갑론을박을불러일으켰다.『LA타임스』는“‘복잡하다’‘난해하다’‘기이하다’는서평들에기대지말고직접이책을읽고책속에빠져보라”며“남자들과남자들이쓴‘어려운’책들은이런비판을받지않는다”고『뉴욕타임스』서평을쓴남자평론가를저격하는글을실었으며,『워싱턴포스트』는“올해의가장힘들었던,그러나가장보람있었던책.왜이런놀라운소설을두고얌전을빼겠는가?”라며『밀크맨』의손을들어주었다.『LA타임스』의평대로이책을직접읽고스스로판단해보면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