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벽의 사상사 (최제우에서 김수영까지, 문명전환기의 한국사상)

개벽의 사상사 (최제우에서 김수영까지, 문명전환기의 한국사상)

$22.00
Description
‘개벽’의 시선으로 한국사상을 다시 본다
최제우 한용운 안창호 함석헌 김수영 등
변혁을 꿈꾼 사상의 거인들 깊이 읽기
근대 한국사상의 특징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개벽의 사상사: 최제우에서 김수영까지, 문명전환기의 한국사상』은 최근 우리 고유의 문명관이자 자생적인 변혁사상으로 재소환되고 있는 ‘개벽’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상사의 큰 줄기를 파악한 책이다. 그간 서구 담론에 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근대전환기 개벽사상을 소개하는 한편, 수운 최제우, 만해 한용운, 도산 안창호 등 널리 알려진 근현대 주요 사상가들을 개벽파의 시각에서 탐구했다. ‘근현대 한국사상’이라고 칭할 만한 연구 작업이 많지 않은 실정에서 11명의 연구자들이 3년간 공동연구를 통해 우리 근대사상의 흐름을 천착해 얻은 결실이라는 점에서 특히 의의가 크다.
여기 소개된 사상가들은 종교, 철학, 정치, 문학 등 각자의 분야에서 자아와 사회뿐 아니라 세계로까지 시야를 넓혀 체계적 사유를 펼쳤다. 특히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에 이르는 백년의 변혁기에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독창적이고 변혁적인 사상을 내보였다. 외부 열강의 압력이 높아지던 19세기는 조선 말기의 혼란상에 지친 민중의 저항과 새 세상을 꿈꾸었던 변혁의 사상들이 움튼 시기이기도 하다. 이렇게 시작된 변혁의 사상은 식민지배와 독립, 분단을 거치는 과정에서도 면면히 이어져 ‘한반도 개벽파’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계보를 형성했다.
집필진은 개벽을 추구한 주요 사상가들의 체계를 설명하는 동시에 각 사상의 역사적 맥락을 탐구하고 오늘 우리의 삶에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규명하고자 했다. 여기 소개된 사상가들은 단지 현실의 문제를 진단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하고자 했다. 근본적인 성찰과 대전환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오늘날, 우리 사상의 거인들을 깊이 읽는 경험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강경석

강경석(姜敬錫)문학평론가.세교연구소기획실장.
공저로『개벽의사상사』『촛불의눈으로3·1운동을보다』,주요평론으로「리얼리티재장전」「민족문학의‘정전형성’과미당퍼즐」등이있음.

목차

책을펴내며

1부근대전환기새세상을꿈꾸다
1장최성환의무상단의권선서출판과통속윤리의제안/김선희
2장·탁사최병헌의문명론과국가건설사상/허남진
3장·동학공동체의‘철학적근대’:“개벽”개념의성립과계승및변용/박소정
4장·근대전환기동학ㆍ천도교의개벽론:불온성과개념화의긴장/허수
5장·김형준의‘동학사회주의’와‘네오휴머니즘’/정혜정
6장·정산송규의개벽사상과그전개:일원개벽에서삼동개벽으로/장진영

2부근대적국민국가수립과그너머
7장·도산의점진혁명론과그현재성/강경석
8장·만해한용운의님의형이상학:한국사상사의맥락에서본『님의침묵』/조성환
9장·경계를횡단하는조소앙과변혁적중도주의/백영서
10장·함석헌사상속의비판적쟁점들:개벽,소위토발적시각에서살피다/이정배
11장·김수영과근대의‘이중과제’/황정아

공저자소개

출판사 서평

‘근대의이중과제’와‘개벽’이라는관점
변화를추동하는현실인식

근래에서구중심주의와근대지상주의같은근대적사유를넘어서거나민족적경계의안팎을성찰하는소리가높아졌다.그러나엮은이백영서는이러한다원적인근대성논의로는역사적근대인자본주의시대가한반도의삶에발휘한압도적인힘을제대로인식하고극복하기힘들다고말한다.집필진은우리근현대사상을재구성하고거기서제대로된성찰과변혁의상상력을끌어낼핵심주제로‘근대의이중과제’와‘개벽’을제시한다.
여기서‘이중과제’는두과제의절충이나선후단계가아니라이중적인의미를가지는단일한과제를의미한다.자본주의근대에적응하면서도그것을극복해가야하는우리시대의과제를제대로수행하기위해서는,근대적응과근대극복이분리될수없는단일한과정임을통찰하는이중과제의관점이유용하다.체계적이론이라기보다사유의방법이나분석의틀이라할이담론은꼭근대의문제가아니더라도우리가일상생활에서상식적으로경험하는것이기도할뿐더러역사적경험역시그러하다.
한편‘개벽’은한국근현대사상이라는특수한대상에접근할고리다.주로구한말토속종교가주창한신비적개념으로여겨지곤했던이말은한국근대라는격동의현실을고려할때고통과구체제를종식하고새로운세상을도모하는정치적기획과연결된다.이런관점에서개벽은변혁,개혁,전환과같은세속적이고오늘날활발히활용되는개념들과맥을같이한다고할수있을것이다.무엇보다우리근현대사상의넓은시야와변화의전망을잘보여주는용어라고연구진은판단한다.

근대전환기의변화와혼란을맞닥뜨려
자기수양과사회변혁을외친종교와사상

책1부는혼란기인조선말기에변혁을꿈꾸며새롭게등장했던사상가들을만난다.1장에서김선희는19세기후반에중인출신무인관료인최성환이참여한도교계열의‘권선서’출간과유행과정을살피며,당시유학의실질적인영향력이모종의임계점에도달했음을설명한다.이는근대전환기첫머리에19세기의사회적변화와도덕적혼란에대응해이미내부에서변혁의역량을축적하고변화를꾀했다는근거로볼수있다.이어서허남진은토착적신학자로평가되는최병헌을소개한다.그는유교와기독교를결합해개인수양과사회적변혁을연결시켰다.그의지향이종교의사회적역할에대한논의로확장되지는못했지만,정교결합이라는흐름은개벽으로간주할수있다고필자는주장한다.
3~5장은동학을정면으로다룬다.동학은단지조선왕조의누적된병폐를개혁하기위해서가아니라개벽을향한사상적·실천적돌파를이루기위해출발한것으로,단순한왕조교체나제도적변혁을지향한혁명이라기보다자기수양을바탕으로사회변혁을추구한문명전환운동이었다고저자들은평가한다.3장에서박소정은동학과천도교를하나로묶어‘동학공동체’로호명하면서,그공동체내부에서개벽개념을재해석한과정을보여준다.최제우에의해제시된‘다시개벽’은중국에서유래한전통적의미의개벽처럼천지의변화를기다리는것이아니라성장하는우주속‘지금여기’에서우리의노력으로일어나는개벽이라는의미를갖게된다.이어서허수는4장에서개념의언어적연결망을분석하며수운의‘다시개벽’이가진불온성이1910년대에들어사회진화론의점진적발전론에의해개념화되면서순치되는경향을띠게되었다고분석한다.이후개벽의불온성은‘혁명’이라는용어에의해대체되었지만,본래적의미의개벽사상은기층민중의인식속에넓게복류하면서한국인의근대경험을특징지었다고말한다.동학의개벽개념자체에천착한두편의글과달리정혜정은5장에서천도교가주도한신문화운동2세대김형준에초점을맞춰그의‘동학사회주의’를분석했다.동학사회주의의핵심인변증법적주객통일의인간주체론은역사변혁의주체로서,그리고자본주의적개인을넘어서는역사적·사회적개성으로서인간이해를제시한다.
한편장진영은원불교창시자인소태산박종규대종사의‘일원(一圓)개벽’을계승ㆍ발전시킨정산송규의‘삼동(三同)개벽’을6장에서설명한다.원불교정신개벽의방향은도학과과학이병진된대안적문명세계의비전을보여준다.특히해방직후제출된정산의정교동심(政敎同心)론은마음의혁명을통해궁극적인새로운국가의건설이가능하다는독창적관점을선보였다.

식민,분단,전쟁,독재에맞서
싸우고바꿔낸사상과사상가들

책2부는잘알려진근현대한국사상의거인들을변혁의시각에서다시해석한내용들로채워졌다.근대국민국가수립과더나은나라만들기를부단히고민하고성취하려했던사상가들의시도가소개된다.먼저7장에서강경석은도산안창호를자기시대의변화하는역사와현실,유동하는정세가운데치열하게사유하고실천하며‘변혁적중도’의길을일관되게걸었던점진혁명론자로해석한다.민족해방과독립국가건설을당대의변혁과제로삼은안창호가그실현을위해‘중도’를택하고민족역량의최대결집을추구했음을보여준다.한편,개벽인식이20세기너머까지확산해간양상을만해한용운에게서확인할수있다.8장에서조성환은만해의대표작『님의침묵』을분석하며그가노래한‘님’이생명의님으로서모든님들의님이자그것들을님이게하는‘메타적인님’이고,사상적으로는척사파나개화파보다는‘개벽파’에친화적이라고해석한다.
9장에서백영서는임시정부와해방정국의주요정치인조소앙을‘변혁적중도주의’의관점에서해설한다.조소앙의독창적사유체계는경계를횡단한그의이채로운행적의소산인동시에한국사상사를관통하는유불선융합의사유구조를내면화한결과임을말한다.한편,정치와종교를아울러국가주의를비판하고탈기독교적기독교를주창한함석헌의‘씨’사상도변혁사상의소중한자원이다.그러나이정배는10장에서개벽의시각에입각해씨사상의한계를지적한다.동학과의관계를놓친것이함석헌의편중된기독교적시각탓이라고비판하는,자못논쟁적인글이다.마지막으로11장에서황정아는시인김수영의시를둘러싼해석에비평적으로개입하면서,김수영이근대적응으로의일방적몰입에저항한데서더나아가이땅에‘거대한뿌리’를박는방식을통해근대의극복을도모했기에,모더니즘적새로움의미학에그치지않고이중과제를수행한적절한사례라고평가한다.

개화와위정척사의이분법을넘어
개벽파의관점에서보는한국근현대

우리는구한말근대의물결이한반도까지이르렀을때한반도지식인들사이에서‘개방’을주장한개화파와‘쇄국’을주장한위정척사파가있었다고가르치고배워왔다.그러나이는기층민까지포함하는넓은의미의한반도주민으로시야를넓히지못한시각일뿐아니라,근대를오로지외부의압력에의해강제된것으로보는역사관이라고할수있다.
이책에소개된개벽의사상들은우리스스로안과밖의모순을극복하고더나은가치가실현되는새세상을꿈꾸었다.그생각들은외부의충격에매몰되지도,그위력을간과하지도않았으며,내부의과제를단순화하지도,거기에갇히지도않았다.당면한과제를넓고깊게사유하면서도변화의희망을놓치지않았다.오늘날우리에게여전히긴그림자를드리우고있는근대라는과제를제대로다루기위해서라도우리가주체적으로만들어간‘적공’의과정을새롭게탐색할필요가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