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넓고깊다
서울편4권(시리즈12권)에서는조선왕조때부터지금까지끊임없이팽창을거듭해온역동적공간서울을향해시선을돌린다.조선왕조의수도한양이왕조의멸망후에도여전히수도로서의지위를유지할수있었던이유는한양도성밖으로팽창할수있는넓은들판을가지고있기때문이었다.한양도성밖서울탐방는결국그들판으로이동해삶을영위했던서울사람들의이야기로이어진다.때로는돋보기로,때로는망원경으로시계를자유자재로바꿔가며지금도변화하고있는수도서울의진면목을대가의솜씨로전한다.
성북동은우리근현대문화사에서핵심적인현장이다.저자는조선시대성북둔에서시작된이마을유래를훑어보며그가치를되새긴다.천을표백하던마전일로생업을삼은주민들이이곳에복숭아나무를심으면서해마다봄이면꽃이만발하는유람지가되었다.이런아름다움을만끽하기위해여러문인,예술가들이이곳을찾았다.이태준,김용준,김환기,박태원,한용운,조지훈,윤이상,김광섭,전형필등우리문화에중요한자취를남긴예술가들이당시서울이아니었던호젓한성북동에서머무르고교류하며자신들만의예술을가꿔나가고이야기를남겼다.지금도성북동은대저택과외국대사관저사이에고택과미술관,박물관,찻집,사찰이곳곳에자리하고있어문화의향기를풍긴다.
역사와문화를보는새로운눈
한강이남의문화유산으로이번책에서등장하는곳은강남구의선정릉과봉은사,강서구의가양동이다.선정릉은조선성종과성종의비정현왕후의선릉,중종의정릉이모셔진곳으로오늘날강남의빌딩숲속에서도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보존받고있다.임진왜란때‘범릉적’에의해훼손당한아픔이서린곳이기도하다.봉은사는예부터중시되었고오늘날강남도심속사찰로그가치가빛나는절이다.이절의역사에는숭유억불과숭유존불을오갔던조선시대불교정책의부침이고스란히담겨있다.가양동에는겸재정선미술관과허준박물관이있다.조선시대화성(畵聖)으로불린정선과의성(醫聖)으로불린허준의흔적이깊이남아있다는점만으로도이곳을답사할가치가충분하다.
중랑구망우동의망우역사문화공원답사는근현대역사문화인물들의넋을찾아가는코스다.저자는유관순열사의합장묘에서시작해시인박인환,화가이중섭,죽산조봉암,만해한용운,위창오세창,소파방정환,도산안창호등10여명의위인들을찾아뵙고그들의일생을되새긴다.하나같이우리민족운동과예술,학문,정치에서중요한역할을한인물들이라감회가큰답사처다.한때‘망우리공동묘지’로불리며기피대상이기만했던이곳이역사문화공원으로재탄생하는과정은우리의문화유산인식의성장을보여주는사례다.
‘서울토박이’유홍준의체험적답사기
저자는과거의사건을탐사하는‘고고학(考古學)’의방법을오늘날에적용하는‘고현학(考現學)’의방식으로이번책을썼다고말한다.고고학자들이유물과유적을통해과거를재구성하듯오늘날남겨진흔적들을되짚어서울이이루어진과정을탐구하고증언했다는의미다.그렇기에이번답사기는유력자들이생산한문화유산을소개하는데그치지않고,마을을만들고거기서살아간도시인들의이야기와저자의개인적증언까지풍부하게담은‘체험적답사기’로쓰였다.삶의터전서울의이야기를동시대의주인공인시민들과직접동행하며나누겠다는결기가느껴지는이번서울편을통해저자는‘서울을움직인힘은바로서울을살아낸사람들’이라는메시지를힘있게전하고있다.
아울러한국문화가점차세계인의관심사로부상하는이시점에서완간되는서울답사기네권의의미도각별하다.한류의중심서울의문화적역량과깊이는이곳에남겨진문화유산으로가늠할수있다.첨단산업과문화만을추구해서는결코얻을수없는시간의힘이문화유산으로부터만나온다.서울의문화유산에그러한힘이충만함을이번서울답사기에서느껴보길강권한다.높은산과넓은강,빌딩숲과신선한녹지,옛사람의이야기와세계인의문화,서울은이모든것을품을만큼넓고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