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항미원조 : 중국인들의 한국전쟁

$22.00
Description
중국인들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애국주의와 함께 되살아나는 ‘항미원조’의 기억
2021년 영화 「장진호(長津湖, The Battle at Lake Changjin)」가 중국 박스오피스 최대 흥행작이 되었다. 뒤이어 2022년에는 후속작 「장진호의 수문교(長津湖之水門橋, The Battle At Lake Changjin II)」가 흥행에 대성공했다. 제작비 2억 달러를 투입하여 9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장진호」는 현재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2015),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에 이어 세계 시장에서 세번째로 높은 수익을 낸 영화로 기록되고 있다. 「장진호」 시리즈는 한국전쟁 동부전선에서 중국군과 미국군이 치열하게 맞붙은 전장인 장진호 전투를 극화한 작품이다.
한국전쟁은 원래부터 중국에서 각광받는 작품 소재였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한국전쟁은 신중국이 성립하고 유일하게 치른 국제전이자 마오 쩌둥의 아들이 전사한 건국 초기 주요 사건이었지만, 이후 역사에서 점차 잊힌 전쟁에 가깝다. 중국과 소련의 갈등과 데탕트, 탈냉전 과정을 거치며 중국에 있어서 ‘항미원조전쟁’(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도운 전쟁, 중국에서 한국전쟁을 부르는 말)은 부담스러운 역사가 된 것이다. 그런 항미원조전쟁이 어떻게 다시 중국문화에서 화두로 떠올랐을까? 이 책 『항미원조』는 그 물음에 답하고 있다.
『항미원조』의 저자인 서울대 통일평화원구원 백지운 교수는 동아시아 평화의 관점에서 중국문화를 연구한 성과로 각광받아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중국 현대사의 흐름에서 한국전쟁이 기념되고 작품으로 형상화되어온 과정을 면밀하게 살피고 최근 중국 애국주의의 발흥 과정에서 항미원조전쟁이 재소환되는 맥락을 보여준다. 이제껏 제대로 탐구되지 못한 중국의 한국전쟁 참전사를 알아가는 동시에 오늘날 점차 첨예해지는 미중 대결의 한 측면을 살펴볼 수 있는 흔치 않은 연구성과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저자

백지운

연세대학교중어중문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近代性담론을통한梁啓超啓蒙思想재고찰」(2003)로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게이오대학,베이징칭화대학,대만둥하이대학에서수학했으며,현재서울대학교통일평화연구원조교수이다.『창작과비평』,『역사비평』,『人間思想』,『文化硏究』,Inter-AsiaCulturalStudies편집위원으로활동하고있으며,동아시아탈/냉전의관점에서평화연구의방법론을모색하고있다.최근저작으로「혁명원조에서특구건설로:시아누크빌을통해본아시아냉전의역설」(2020),「민족문학,제3세계,동아시아:최원식의동아시아론의구조와계보」(2020),「독백과망각의전쟁:중월전쟁과아시아냉전의역설성」(2018),“AtopicMomentsintheSquare:AReportonDespairandHopeaftertheCandlelightRevolutioninSouthKorea”(2020),“‘OneBeltOneRoad’andtheGeopoliticsofEmpire”(2019),『혁명후/기』(2016,역서),『양안에서통일과평화를생각하다』(2016,공편)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

들어가며:한국전쟁의타자
제1장의도된망각
1.백악관에울려퍼진항미원조의선율
2.냉전이억누른냉전기억
3.기억의관리와기념의굴곡

제2장기억의해빙
1.두편의금지작과한편의상영작:「항미원조」「북위38도선」그리고「38선의여병」
2.펑더화이의문제적복권:「펑대장군」「삼선의펑더화이」「펑더화이원수」
3.포스트혁명전쟁서사와원작의귀환137:「단원」「영웅아녀」「나의전쟁」

제3장‘승리한전쟁’의안과밖
1.귀환한항미원조서사의이념적빈곤
2.결사항전의기억과부유하는사연들:「압록강을건너」
-「압록강을건너」시놉시스
3.스포트라이트가밝힌것과덮은것:「장진호」「장진호의수문교」

제4장소인물(小人物)의역사:「금강천」

부록
1.웨이웨이「누가가장사랑스런이인가」
2.중국인민지원군참전부대서례표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항미원조서사의부침과뒤늦은귀환

제1장‘의도된망각’에서는먼저근래10여년사이에급변한중국내여론을짚는다.2020년BTS의‘밴플리트상’수상소감에중국네티즌이강력한반감을보인사건은그몇년전까지만해도상상할수없는일이었다.1960년대본격화된중국과소련의갈등으로시작된미국과중국의화해와수교는상호경제성장으로이어지는경제적밀월관계로발전했다.2000년을전후한기간에양국의밀월관계는최고조에이르렀다.이시기중국공산당은미국과의관계에서문제가될만한행동에매우신중했고항미원조전쟁기념규모와공적언급은점차축소되었다.그러나미국오바마정부의‘아시아회귀’정책이경제대국으로성장하고있는중국을겨냥하면서상황이변했다.BTS의밴플리트상수상당시에도수상소감이주로논란이되었지만,그상의이름인‘밴플리트’가한국전쟁시기미중이맞붙은가장치열한전투중하나인상감령전투의미군측사령관이었다는점은한국내에서잘알려지지않았다.그사이미중대결의식과중국내애국주의가그만큼강화되었고그맥락에한국전쟁이있는것이다.

제2장‘기억의해빙’에서는‘미중대결’이전항미원조서사의궤적을말한다.2000년을전후로항미원조영화와드라마가각각한편씩상영취소되었다.영화「북위38도선」과드라마「항미원조」는출병50주년을맞아큰기대와치밀한준비를거쳐제작·상영될예정이었지만미중관계의예민한파고를넘지못하고방영이좌절되었다.그러나당시미중관계가최고의밀월기였던것을감안하면항미원조서사가그만큼주목받았다는사실자체에주목할필요가있다.50주년이라는특별한의미도있었겠지만,이시기민간에서고조되었던반미정서도영향을주었던것이다.당시중국당국이미국을대할때지나치게저자세를취한다는불만이민간사이에있었고,미국과싸워‘승리한전쟁’으로공식화되어있는항미원조전쟁서사가대중의눈길을끌었던것이다.

항미원조전쟁중국인민지원군(이하지원군)사령관이자국방부장관이었으나문화대혁명시기숙청된펑더화이(彭德懷)가복권되고다시금주목받는과정은여기에중국현대사의맥락을더한다.1960년대문화대혁명과대약진운동으로국내정치가경색되면서숙청된펑더화이와그주변세력은개혁개방시기인1978년중앙당에서복권되었고,이어서출간된『펑더화이자술』등관련문헌이크게흥행하면서주류서사에복귀했다.1990년을전후해제작된영화「펑대장군」과「삼선의펑더화이」는펑더화이의삶을조명하는동시에항미원조전쟁지원군용사들의잊힌기억을복원하려고시도한다.특히드라마「펑더화이원수」(2016)는중국의대중들이안방에서항미원조전쟁을제대로접한첫작품으로,펑더화이복권서사의절정이라고할수있을만큼상세한내용을담았을뿐아니라큰흥행까지얻었다.극본과연출도국가의공식서사(주선율)에매몰되기보다는“항미원조전쟁을다시금역사장으로불러들이는과정에서짚어야할문제들을신중하게,그러나집요하게던지고있었다”(133면).그렇다보니이드라마의제작과방영,소비과정에서드러난미묘한곡절들은2016년시점에서도항미원조전쟁이여전히당대의예민한정국에서아슬아슬한줄타기를하고있었음을보여준다.같은시기에제작된「나의전쟁」의흥행실패또한그것을방증한다.

애국주의서사가대두하는오늘날의항미원조서사

제3장‘‘승리한전쟁’의안과밖’에서는2020년을전후로격화된미중대결과정에서대두된항미원조서사를살펴본다.저자가주목하는것은항미원조전쟁서사의성격변화다.당초마오쩌둥을중심으로항미원조에의미를부여할때중요시되었던요소들,가령인민전쟁,사회주의국제주의,중조(中朝)우의,아시아인민연대등은2000년이후서사에서거의사라졌다.그대신‘정의로운전쟁’‘미중전쟁’이라는인식이그자리를차지했다.특히이때말하는‘정의’의그모호한의미가궁극적으로‘애국주의’와‘혁명영웅주의’로귀착되는점은분명하다고저자는말한다.2000년대이후공식석상에서항미원조를설명할때‘정의’가과잉사용되는원인을과거항미원조서사의주축이었던추상적이념이애국주의와혁명영웅주의라는날것의이데올로기로대체되는과정에서그‘비린맛’을중화시키기위한기호가필요했던것아닐지조심스레추정한다.

그것을가장잘보여주는작품이2020년의40부작드라마「압록강을건너」다.「압록강을건너」는40부작전체를항미원조서사로채운단연기념비적인작품이다.다만저자는“「압록강을건너」는기술이나자본,스케일에서「펑더화이원수」에비할수없는대작임에틀림없지만,여기에는질문이없다.「펑더화이원수」가심혈을기울여표현했던균열들은대체로「압록강을건너」에서봉합되었다.”(133면)고말한다.전쟁전략을둘러싸고지원군사령부와베이징당중앙사이에있었던갈등,참전초기의선전뒤에계속된고전과교착상태,사령부의패착,펑더화이형상화등에서불과4년을앞뒤로하는두작품의결이매우달라졌다고진단한다.「압록강을건너」는전체적으로정돈되고기능적인모습으로지원군의참전과정을그리고있고,국가의치부를드러내려하지않았다.
대신「압록강을건너」에서강조된것은기층군인들의서사다.특히전투장면이많이삽입되면서상층의지휘를받지만자신만의서사를갖춘기층의이야기가드러난다.작품에서이렇게많은세부를보여줄수있었던것은2000년대이후다수제작된다큐멘터리의힘이컸음을저자는지적한다.이는「압록강을건너」에서주선율서사가강화되었음에도여전히균열의가능성이남아있음을보여주는지점이라고말한다.제4장에서영화「금성천」에주목해항미원조서사의다층적분화가능성을점친것도그런맥락에서다.

공전의흥행을기록한「장진호」와「장진호의수문교」는기존서사에서거의등장하지않았던동부전선에대한이야기라는점에특징이있다.그간사실상‘패전’으로인식되어왔던동부전선의전투를‘혁명영웅주의’로재조명한것이다.특히경계중에단체로동사했다는‘빙조련’서사는항미원조전쟁이평범한,하지만불굴의의지를가진영웅들의희생에바탕을둔‘승전’임을강조한다.「장진호」에서미해병1사단장이빙조련을향해경례하는장면은그절정이다.

저자는한국전쟁대부분의전투가사실상중공군과의전투였음에도“한국전쟁에서중국의존재는기이할정도로지워져있다”(5면)고말한다.최근항미원조서사를포함한중국내애국주의여론이한국내반중정서를더욱고조시키고여러논란이발생하고있지만,저자는70년동안아무런충돌과대화가없었음이기이한일이었다고지적한다.“한국전쟁이우리에게무엇인지도여전히미완의질문이지만,적으로싸웠던‘그들’에게이전쟁이무엇이었는지,‘그들’은지금껏이전쟁을어떻게기억하거나망각(당)했는지,또이전쟁은‘그들’의현재에어떤유산으로남아있는지”(8면)알아보는것은뒤늦게찾아온이해와대화의기회일지도모른다고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