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

$19.00
Description
루소, 볼테르, 몽테스키외…
이들은 ‘민주주의 사상가’가 아니었다?!
보편과 승리 서사에 가려졌던 진짜 민주주의 역사를 만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1항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를 규정하는 이 말을 우리는 당연시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민주공화국’이 무엇인지 설명해보라고 할 때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는 정말 민주공화국의 주인으로 살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잊을 만할 때쯤 다시 ‘민주주의의 위기’가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균관대 사학과 김민철 교수의 저서 『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 지성사로 보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는 민주주의, 공화주의, 자연법, 인민주권, 자유국가, 대의제 등 민주주의와 관련이 있는 여러 생각들의 역사적 경로를 추적한 책이다. 프랑스혁명과 유럽 지성사 연구의 최전선에 있는 저자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단순히 야만적인 과거에서 영광스러운 현재로 발전해온 과정으로 설명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또한 과거인들의 생각을 오늘날의 잣대로 바라보는 방식을 버리고 역사 속에 맥락화해야 민주주의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렇게 할 때야, 긴 시간 서구 지성사에서 민주주의가 거의 전적으로 배척되어왔음을 발견하게 된다고 논증한다. 여기에는 그리스 민주정기의 철학자들뿐 아니라 근대 국민주권을 발명했다고 평가받는 계몽주의 사상가들까지 포함된다. 요컨대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민주주의 사상사를 이런 관점에서 다시 써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두고 저자는 먼저 민주, 민주정, 민주주의, 국민, 인민, 주권, 통치 등의 개념을 정립하는 데서 논의를 시작한다. 우리가 ‘민주주의’라고 뭉뚱그려 사용하는 말 속의 다양한 함의를 생각해보고, ‘democracy’라는 서양의 개념은 ‘인민이 통치하는 제도’임을 인식할 것을 제안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민주주의는 한자어의 의미대로 ‘국민이 주인인’ 제도에서 ‘모든 사회구성원이 통치에 참여하는’ 체제를 뜻하는 말로 바뀐다. 이때 주권과 통치가 구별되고, 한층 더 실천적인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저자

김민철

성균관대사학과교수이자세계지성사연구단위(GIHU)운영위원장.프랑스혁명사와유럽지성사를연구하고가르친다.옥스퍼드대학볼테르재단의연구위원(ResearchFellow),옥스퍼드계몽사상연구시리즈편집위원,세인트앤드루스대학지성사학술원의국제자문위원등으로활동하며세계적인석학들과함께유럽지성사연구를주도하고있다.민주주의?공화주의?자연법?정치경제를주제로다수의국내외저널에연구성과를발표했다.옮긴책으로『캘리번과마녀』(공역)『계몽사상의유토피아와개혁』『인간볼테르』등이있다.

목차

머리말:모두가미워하고두려워한민주주의

1.개념잡기:“국민이다스리는나라”

제1부“민주정만빼고”:고대그리스에서계몽사상의시대까지
2.“민주정은무능한방종상태다”:고대그리스와로마
3.“자유는연약하고민중의권력은위험하다”:공화주의전통
4.“신이내린의무가인간의권리를규정한다”:자연법전통
5.“자유로운국가는유지될수없다”:루소의사회계약론
6.“민주주의는고대의낡은유물이다”:계몽의시대,군주정과공화정

제2부민주주의를다시보다:혁명이후
7.“다수의판단이더정확하다”:프랑스혁명과민주정의씨앗
8.“자유와정의는민주정에있다”:민주파의정치사상
9.“행복의토대는경제와습속이다”:민주파의경제사상
10.“민주정의유령을몰아내라”:프랑스혁명의결산
11.현대정치와민주주의의역사성


감사의말
이책에녹여넣은저자의연구논문
도판출처

출판사 서평

고대그리스부터계몽사상까지
민주주의는언제나왕따였다

제1부에서는고대그리스에서부터계몽주의시대까지민주주의가얼마나철저하게배제되어왔는지를보여준다.이시기유럽정치철학의주요흐름인공화주의와자연법전통,그리고그흐름의근대적인연장선에서등장한사회계약론과계몽주의는각각다른맥락에서민주정을경계했다.진지하게사고하는사상가일수록‘민주정은빼놓고’군주정과귀족정의조합에서대안을찾으려했다.

공화주의는모든국가가흥망성쇠를거칠수밖에없다는역사적순환을전제로,공화국의멸망을늦추는가장적합한정치제도가무엇인지탐구해온흐름이다.이때공화국은시민들이자유를누리며살아가는국가공동체를뜻하는말로,우리는‘민주공화국’이라는말에서그영향을발견할수있다.공화국의쇠락원인에몰두하는공화주의자의관점을‘개복치게임’에빗대어설명하는내용(53~55면)은이책에서흥미롭고참신한대목중하나다.그러나공화주의자가볼때민주정은결코공화국이선택할정치체제가될수없다.민주정은다수의자유가방종이되는것을막을수없고,그결과는자연스럽게군사독재로이어질수밖에없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자연법전통은‘천부인권’이나‘자연권’같은말에서흔적을찾을수있지만,그핵심은기독교세계관의의무와권리관념에있다.신은인간에게먼저자기자신을지키라는의무를부여했으나,다른동물과는달리다른존재들과조화롭게살아야한다는도덕적인의무또한부여했다.여기서인간이사회성을가진다는생각이뻗어나왔다.대표적인자연법철학자토마스홉스는인간의사회성을규정하는원칙이무엇인지를탐색하려했다.그러나이전통에서도민주정은환영받지못했다.통치는신성한책무인사회성의발현과정에서무엇이옳고그른지를세심히구별할수있는자만이할수있는것이라고생각했기때문이다.

루소가왜민주주의자가아닌지를밝히는제5장은이책의백미다.흔히인민주권을확고히한철학자로언급되는루소의사상에서저자가읽어내는것은모두가자유롭고통치에참여하는이상적인정치공동체를구상하는동시에그것이왜실현불가능한지를기어코증명해내는비관적인사유다.루소의『사회계약론』이당대에파급력이있을수있었던것은역설적으로그의사상이몽상에그치지않았기때문이라고도볼수있다.

프랑스혁명이후생각의변화
느린걸음으로,민주주의제도화를향해

제2부에서는프랑스혁명이후민주정이하나의대안으로여겨지는과정을서술한다.그과정도결코민주주의의입장에서순탄하지않았지만,프랑스혁명이라는결정적계기는민주정의장점을활용하기위해고민하는사상가들을등장시켰다.여기서콩도르세(marquisdeCondorcet)가중요한역할을했다.그는작은소국들에서만적용가능할것이라고여겨져온민주정도인민이대표를선출하는대의적방식을통한다면프랑스같은대국에서적용가능하다고생각했다.또한그는제도를촘촘하게설계한다면인민의주권을보호하는동시에시민모두가올바른판단을내리는법치국가를수립할수있으리라고생각했다.“근대민주주의의싹이튼것이다”(152면).

콩도르세는외롭게앞서간인물이었지만이후혁명기의민주파가민주주의논의를이어받았다.민주파는소수분파였지만민주주의를정치적구호로인식시키고이론화함으로써불씨를이어갔다.먼저민주파는유럽이점차상업사회로나아가는것에따르는폐해를짚었다.대다수지식인들이공감하는지점을건드린것이다.상업사회는사치가만연한풍속을만들고사회의덕성을후퇴시킬것이다.그렇게되지않고장기적인번영과평화를확보하기위해서는계몽을통해모든인민이자신의의무와권리를깨닫고덕성을갖게해야한다.그러나평등을억압하는방식으로권리와자유를보장하는것은오히려반란과봉기의씨앗을키우는셈이다.장기적인번영과평화를확보하기위해서는평등이라는단단한토대위에실질적인자유를세워야한다.평등을추구하는민주정과대의제를계몽과결합했을때이것이가능할것이라고민주파는생각했다.이것을그들은‘대의민주주의’라고불렀다.이런정치를위해‘점진승급제’를포함해여러참신한아이디어가제시되었다.

민주파는한편경제적토대없이는민주정도존속하기어렵다는것을알고있었다.즉대국에걸맞은부국강병의방안이민주정과결합되지않으면설사민주정이수립되더라고허망하게무너져내리리라생각했다.여기서민주파가내세우는것역시평등이었다.그들은단단한평등과부국강병은선순환을일으킬것이라고생각했다.“평등이존재해야만사람들이긍지를갖고열심히일하고,더많은인구가생계를유지할수있게되며,그결과인구가많아지고군사력도강해진다.또한평등이존재해야만사치가줄어들고덕성이높아지며습속이개선된다”는것이다.구체적으로는누진세와소농및소규모제조업진흥,상업의완전한자유를주장했다.

콩도르세와민주파의주장은당대에적용되지못했지만,대의민주주의혹은자유민주주의가민주주의의가장유력한작동방식으로여겨지는오늘날중요한의미가있다고할수있다.프랑스혁명이부침을겪은19세기내내민주파의후예들은소수였지만민주적전망을계승,방지,교정하며미래를준비했다.

지성사연구의최전선을보여주는역작
다시,민주주의는무엇인가

한편이책은최근구미정치사와정치학연구에서하나의뚜렷한흐름으로자리잡아가고있는지성사연구의시각에서민주주의역사를바라보았다는점에서의미있는결과물이다.세계적인지성사,프랑스혁명연구자들이이책을추천해준것에서볼수있듯저자는이흐름에서주요한연구자로손꼽힌다.마침우리역사학계와정치학계에지성사연구경향이점차확산되는과정에서등장한주요저작이다.

다시,민주주의는무엇일까?저자는“투표,권력분립,표현의자유,법치,무죄추정과적법절차준수,신체및재산불가침과같은원칙들,나아가다양성이나소수자·약자보호와같은가치들”이‘진정한’민주주의라는말에대해다시생각해보자고제안한다.이런것들을”민주주의의본질로치부하는사고방식은시대불변의관념이아니”라는것이다.“직접민주주의는좋은것이지만현실적으로불가능하니까대의민주주의를시행하는것인지,인구가많아서국민이전부관료가될수는없으니까투표나시험으로대리인을뽑아서행정부와입법부를구성하는것이민주주의인지물어야한다”고말한다.(7면)모든인민혹은시민이통치한다는민주주의의기본가치에빗대어서다.‘민주주의의위기’가수시로언급되는사회에살고있는우리의답은무엇인가.독자들이이책을통해민주적가치에대한근본적성찰의필요성과함께그것을역사적으로바라보는시야를확보하게될것이라고확신한다.

추천사

김민철은혁명기프랑스정치사상에대해중요한연구를해온탁월한젊은역사가다.지금까지그의작업은영어권과프랑스어권의영향력있는학술지들에게재되었으며,그가이새로운민주주의지성사를쓸적임자라는사실을확실히증명한다.데이비드벨(DavidA.Bell)/프린스턴대학역사학과교수

주로프랑스혁명에관한글을써온김민철교수는유럽계몽사상의정치와철학을연구한학자들가운데최고의국제적명망을얻고있다.이책의출간은환영할일이다.니컬러스크롱크(NicholasCronk)/옥스퍼드대학볼테르재단이사장

연구주제의중요성과분석의탁월함으로주목받는프랑스혁명사가김민철이민주주의의장기역사를들고돌아왔다.현대정치의토대를이루는민주공화국의기원을파고드는저자의역량을고려할때,이책은거대한역사적연구인동시에현대를이해하기위한필독서이다.피에르세르나(PierreSerna)/파리1대학프랑스혁명사연구소소장

김민철은세계적수준의지성사가이며계몽사상,프랑스혁명,그리고민주주의를비롯하여오늘날의세계를이해하는데핵심적인정치적개념들의역사적발전에특별한전문성을발휘하는연구자다.막스헌스베르(MaxSkjonsberg)/케임브리지대학역사학과리버흄연구교수

김민철은정치사상사와지성사분야를이끄는역사가로서,프랑스혁명과더넓게는계몽사상시대전반에관한혁신적인연구를발표해왔다.따라서이책의학문적의의는대단히크다고할수있다.리처드와트모어(RichardWhatmore)/세인트앤드루스대학역사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