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

$16.80
Description
“세계를 경제우선주의로부터 되찾아와야 한다”
팬데믹 이후 상호의존성의 세계를 위한 주디스 버틀러의 제언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불리는 주디스 버틀러의 신간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가 출간되었다. 젠더 및 퀴어 이론가로 이름을 알린 후 정치철학과 윤리학을 넘나들며 소수자 차별과 폭력에 대해 꾸준히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버틀러가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로 혼란에 빠진 세계를 분석하기 위해 현상학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이 책에서 버틀러는 상호의존성과 관계성 등 그간 강조해온 윤리학적 주제를 이어가는 가운데 현상학의 개념을 도입하여 팬데믹의 비극을 진단하고 앞으로 우리가 구축해야 할 세계상을 모색한다.
버틀러는 이 책을 시작하며 먼저 막스 셸러를 인용하여 짧고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세계란, 대체 어떤 세계란 말인가? 코로나는 개발도상국, 유색인종, 저소득층 등 취약 집단을 가장 먼저 공격하며 자본과 권력의 민낯을 드러냈다. 버틀러는 이처럼 세계의 불공정성과 정치권력의 폭력성이 팬데믹을 통해 가시화되었음을 꼬집는 한편, 국경과 면역체계를 넘나들며 전파되는 바이러스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점을 포착한다. 이를 단서로 버틀러는 팬데믹의 비극을 ‘살 만한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의 계기로 전환한다. 버틀러 담론의 총동원이라고 할 만한 이번 논의는 차별과 혐오로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가 포스트코로나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철학적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주디스버틀러

오늘날세계에서가장영향력있는철학자로평가받는미국의철학자,젠더및퀴어이론가,후기구조주의페미니즘학자.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의비교문학과석좌교수.1990년젠더수행성이론을발전시킨『젠더트러블』을발표하며페미니즘담론안팎을뒤흔들었고퀴어연구에도큰영향을미쳤다.이후정치철학,윤리학,그리고퀴어이론의성과들을바탕으로인간으로서의삶의가능성과공동체의윤리적관계성을모...

목차

감사의말

서문
1.세계에대한감각:셸러와메를로퐁티
2.팬데믹시대의권력들:생활의제약에대한단상
3.윤리와정치로서의상호엮임
4.살아있는이들에대한애도가능성
후기:변혁


옮긴이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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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대체어떤세계에서이렇게끔찍한일이일어나는가
바이러스가드러낸취약성과불평등성

이책에담긴버틀러의사유는코로나창궐의충격이생생하던2020년에시작되었다.팬데믹의충격은양가적인면모를가지는데,한편으로는세계의불공정성을드러냈지만한편으로는우리의상호연결과연대가능성을보여주었기때문이다.코로나에의한피해는백신을개발하고보급할여력이있는선진국에비해개발도상국,특히과거식민지였던지역에서특히극심했다.미국에서는백인대비유색인종의감염확률이세배,사망확률은두배라는충격적인통계가집계되었다.바이러스탓에사람들이‘서로다른세계에산다’는말이현실화된듯하지만,버틀러는인간이생명체로서같은공기를들이쉬고내쉬어야하는한완전히경계지어진세계는불가능하다는사실이확인된것에주목한다.여기에서버틀러는자신의‘상호의존성’개념과메를로퐁티의‘상호엮임’개념을연결짓는다.이행성에함께사는유기체로서우리는서로엮여있고영향을주고받으며서로를구성한다는것이다.버틀러는팬데믹시대에우리는“관계적이고상호적인존재”(69면)가되었으며서로의생명에대해책임감을가질수밖에없게되었다고설파하며팬데믹문제의윤리성을도출한다.

팬데믹시대의정치에윤리를묻는다
왜권력은사람보다경제를살리려고하는가

버틀러는“그냥바이러스가빨리돌게하라!”(Let[thevirus]rip!)고외쳤던미국트럼프정권의구호를언급하며,경제를살리기위해서노인·장애인·면역저하자·빈곤층등취약계층을희생하겠다는권력의뻔뻔한결정에신랄한비판을펼친다.완전한면역은불가능함이명백함에도정부는방역조치를완화하여시장경제를섣부르게‘재개’했다.버틀러는이것이어느정도의인구는희생가능하고,희생할수밖에없다는발상에서나온폭력적인조치라고주장한다.나아가생명과경제의가치를저울질하는경제우선주의적정책을음벰베의개념을빌려‘죽음의정치’(necropolitics)로표현하고,“의기양양한공리주의”(148면)라고문제시한다.버틀러가전작에서이야기해온‘애도가능성’의문제도다시금제기된다.미국시민이고,백인이고,재산이있고,기혼인이들의죽음은미등록이주자이고,유색인종이고,가난하고,퀴어인이들의죽음보다더슬프게애도된다는것이다(156면).전자의죽음은신문의부고란에올라오고,후자의죽음은경제적이익을위해다소간감수할수있는것으로받아들여진다.이런비극속에서버틀러는“세계를경제로부터되찾아오는것이가능할까”(95면)를묻는다.

철학적질문은위기상황앞에서생겨난다
위기이자선물,슬픔이자사랑이된팬데믹

코로나시대사회의한편에는죽음을각오하고생계를유지해야하는배달노동자와경제사정이나건강상이유로백신을맞을수없는이들이있었지만,그런현실을외면하며백신을거부하거나사회적거리두기철폐를외치는이들도존재했다.미국의정치권과미디어는코로나를‘중국바이러스’로부르며혐오를표출하는백인우월주의자들의논리를여과없이퍼뜨렸다.절망적인상황이지만,버틀러는이러한불평등의존재를인식하는것이변화의시작점이될수있다고설득한다.‘흑인의생명은중요하다’(BlackLivesMatter)‘단한명도잃을수없다’(¡NiUnaMenos!)등도덕적이고비폭력적인저항역시희망의씨앗이다.연대의네트워크는결코한번에이루어질수없지만,우리는함께살아가야만하기에모두의생명이평등하게애도가능하며,모든사람이‘살만하다’고느끼는세계로나아가야한다.옮긴이김응산의말처럼버틀러의이러한논의는현실에대한단순한분석이나서술에그치는것이아니고,“자기이익과자기중심주의를넘어서상호의존성의윤리를실천하자는감동적인제안”(205~206면)이다.

이책을통해버틀러는전세계를향해서팬데믹을성찰과전환의계기로삼자는희망의메시지를던지고있다.버틀러의사유가우리사회에서도코로나가지나간자리를되돌아보고미래를설계하는동력이되기를기대한다.

추천사
버틀러는이책에서상호의존성,취약성,불안정성등자신의정치철학·윤리학키워드를전지구적이면서불평등한위기로서의팬데믹을사유하는데긴급하게투입하고있다.선대사상가들이현대에갖는한계나문제까지도의지처로활용하는버틀러의전술이이번에는살,상호엮임,침투성등메를로퐁티현상학의키워드와연합해팬데믹에접속한다.팬데믹은위기이자선물이고,현실이자기회이고,슬픔이자사랑으로배치된다.상호돌봄이야기로끝맺은이짧고잘읽히는글은어째서불안과상실의시대에담론으로서의이론을읽어야하는지에대한설득문이기도하다.(양효실,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