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 (개정증보판)

아Q정전 (개정증보판)

$13.00
Description
『교수신문』이 선정한 최고의 번역본
루쉰의 색다른 역작 「상서」를 추가 수록한 개정증보판 출간!
중국 현대소설의 선구자, 시대의 사상가로 평가받는 루쉰의 주요작들을 가려 뽑은 루쉰 소설선 『아Q정전』이 개정증보판으로 독자들을 만난다. 이 책은 1996년 초판 출간 이래 루쉰 문학에 접근하기 위한 가장 빼어난 필독서로 꼽히며,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여러 독자층에 두루 사랑받아 왔다. 이번 개정증보판은 루쉰의 색다른 역작 「상서傷逝」를 추가 수록했을 뿐 아니라 표지와 장정을 새로운 시대에 맞추어 재단장함으로써 신선한 감각을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루쉰 전문가들이 가장 신뢰하는 번역으로 선정한 바 있는 전형준 역자의 간결하고 깊이 있는 문장이 소설의 의미와 뉘앙스를 충실히 드러낸다. 로맹 롤랑, 오에 겐자부로, 위화 등 세계적인 작가들의 찬사를 받은 루쉰 문학의 정수를 깔끔하고 유려한 우리말로 만나 보자.
저자

루쉰

저자:루쉰
중국저쟝성(浙江省)사오싱현(紹興縣)에서태어났으며,본명은저우수런(周樹人)이다.1918년『신청년(新靑年)』에데뷔작「광인일기」를발표하면서루쉰이라는필명을사용하였다.이후소설과산문을넘나드는활발한문필활동을전개하여중국사회에드리워진암흑의근원을파헤치는데혼신을바쳤다.오늘날그는봉건의극복과근대의실현을위해치열한고투를벌인문학가이자사상가로서널리평가받고있다.소설집『외침(?喊)』『방황(彷徨)』,산문시집『야초(野草)』,산문집『무덤(墳)』등이있다.

역자:전형준
경남거창에서태어나서울대중문과를졸업하고같은과대학원에서석사및박사학위를받았으며서울대중문과교수로재임했다.1982년『경향신문』신춘문예문학평론부문에당선되어평론가(필명성민엽)로활동해왔다.문학비평집『문학의숲으로』『변하는것과변하지않는것』,연구서『비판적계몽의루쉰』『언어너머의문학』『무협소설의문화적의미』,편역서『부엉이의불길한말(루쉰산문시및산문선집)』등이있다.

목차

광인일기

쿵이지



고향

아Q정전

복을비는제사

술집에서

비누

상서

홍수를다스리다

관문밖으로

해설

연보

출판사 서평

중국사회에드리운암흑의근원을파헤친

루쉰문학의정수가담긴소설11편

『아Q정전』(개정증보판)은루쉰문학의정수를보여주는중단편11편을수록한소설집이다.1996년‘창비교양문고’로출간되었던것을판형과활자,장정을바꾸어새롭게펴냈다.이책에실린번역본은50종이넘는「아Q정전」의번역가운데루쉰문학전문가들이가장신뢰하는번역본으로선정된바있다.

중국사회에드리워진암흑의근원을파헤치고몽매한민중을일깨우는데혼신을바친루쉰은신해혁명전후무기력하고비굴한근성을지닌중국민중의일그러진자화상을풍자와해학적인필치로가감없이보여준다.봉건의극복과근대의실현을위해치열한고투를벌인루쉰의작품들은여전히현대적인빛을발한다.

루쉰의데뷔작이자중국최초의현대소설인「광인일기」는사뭇도발적이고충격적인이야기다.‘광인’으로불리는소설의주인공은다른사람들이자신을잡아먹을것이라는두려움에빠져있다.단순히망상에빠진사람의이야기같지만,자세히들여다보면‘식인의사회’나마찬가지인당시중국의봉건사회를통렬히비유하고있음을알수있다.

루쉰의유일한중편소설인「아Q정전」은풍자의방법으로위선과패배주의를비판한다.오늘날‘정신승리’의원조로유명한주인공‘아Q’는날품팔이를하면서번돈을술과도박에소진하면서도스스로를대단하다고여기는인물이다.흔히아Q를노예근성에사로잡힌중국민중을상징하는인물로해석하지만,아Q는그성격이단순하게해명되지않는다.아Q는중국민중의열악한근성을보여주는한편,지배계급에핍박받는하층민을상징하기도하며인간적진실성을내보이기도한다.루쉰의교묘한해학은아Q라는문제적인물에게서냉소와연민이라는복합적인감정을느끼게한다.

이번개정증보판에새로이수록된「상서」에서는루쉰의아이러니와패러독스가한층빛난다.이작품은일인칭화자인남성주인공‘쥐엔성’이죽은애인‘쯔쥔’과의과거를회상하며애도하는수기의형식을취하고있다.두사람은봉건적사랑이아닌자유연애를추구했으나사람들의지탄을받는다.쥐엔성은차츰쯔쥔을탓하게되고,두사람의갈등이깊어져쯔쥔은쥐엔성을떠난다.이수기형식의소설은현재의쥐엔성이과거의자신을비판하는목소리와그뒤에숨은작가가현재의쥐엔성을비판하는목소리가뒤섞인복합적인서술로이루어져있다.서술기법의완성도나페미니즘적주제의식면에서탁월한이작품을이번개정증보판에수록함으로써루쉰문학에대한이해의폭을더욱넓히고자했다.

냉엄한현실인식속에서피어나는희망

청소년부터성인까지,지금다시루쉰을읽어야하는이유

2023년초,중국에서는‘쿵이지문학’이화제가된바있다.쿵이지는루쉰의소설「쿵이지」에등장하는인물로,구시대의궁핍하고비루한지식인을상징하는인물이다.대학을졸업하고도취업에어려움을겪는중국청년들은스스로를쿵이지에빗대며깊이공감했다.이렇듯루쉰의소설은100년이지난오늘날까지도많은사람들에게거듭읽히며회자되고있다.냉엄한현실인식으로시대를들여다본루쉰의문학은시대와세대를뛰어넘는통찰력을보여준다.

루쉰은인간의삶과사회에드리운어둠과허무를있는그대로드러냈지만,그의시선을그저냉소주의나허무주의로해석할수는없다.현실을철저히묘파하는가운데피어나는희미한희망이루쉰문학의핵심이기때문이다.가령「고향」에서는그희망의모습이구체적으로나타난다.「고향」의주인공은20년만에돌아온고향에서친구와재회하고연민을느낀다.어린시절에친했던친구는생계를위해그릇을훔치는사람이되어버렸다.하지만주인공은절망적인상황에서좌절하지않고새로운희망을꿈꾼다.

몽롱한가운데,나의눈앞에해변의초록빛모래밭이펼쳐졌다.그위의쪽빛하늘에는황금빛둥근달이걸려있었다.나는생각했다.희망은본래있다고할수도없고,없다고할수도없다.그것은지상의길과같다.사실은,원래지상에는길이없었는데,걸어다니는사람이많아지자길이된것이다.(본문63~64면)

루쉰은암흑의현실을담담히인정하면서도새로운시대의청년들에게희망을걸었다.이러한주제의식은‘아이들을구하자’라는,「광인일기」의마지막외침과도연결된다.다음세대를향한루쉰의애정과희생의식은이후중국사회에새로운변화를이끌어내는데큰힘이되었다.

중국근대의봉건적현실을꿰뚫어본루쉰의소설은여전히새롭게읽혀야한다.보편적으로공감할수있는가치를지니고있거니와,특히‘근대적응과극복의이중과제’를안고있는한국에는더욱절실한이야기이기때문이다.중국문학을넘어전세계적으로지대한영향을미친루쉰의문학을지금,다시만나보길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