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동학(東學)으로돌아가야할이유
K사상의출발점을찾아서
극한으로치닫는자본주의가초래한기후재난과생태위기앞에서이를초래한서구사유의한계를성찰하는목소리는날로높아지고있다.따라서지금까지우리가흡수해온서구의철학적사유와는완연히구별되는사상적돌파가절실한시점이다.‘1장다시동학을찾아오늘의길을묻다:K사상의출발’에서는동학의현재적의의는물론이고동서고금의사상사와역사를가로지르는폭넓은논의를담았다.수운최제우가서학과대결하기위해제시한동학의골간에서출발해한국사상사에깃든민본개념과민주주의의관계,근대의위력과폭력성을꼼꼼하게짚는다.나아가원불교등개벽사상의계보에놓여있는종교의과거와현재,동학과촛불혁명의상관성등을지금·여기의관점에서실천적으로탐구한다.백낙청과도올김용옥,원불교박맹수교무까지세원로지성인이서로의사상적불화와의견의차이를존중하며펼치는대화에서개벽종교를향한혼신의탐구정신을느낄수있다.여기에붙은부제에서엿볼수있듯이,K사상의출발점에동학을놓을수있다는백낙청의주장은특별한주목을요한다.한반도가세계에내놓을고유사상의기원을훨씬오래전으로잡을수있겠다는반론도가능하겠으나,유학전통과우리토착사상을기반으로유·불·도회통의노력을병행한결과가바로동학임을강조한것이다.무엇보다동학이뒤에이어질거대한사회운동의씨앗이되었다는점은고답적인서구사유의한계를단숨에뛰어넘을수있는잠재역량이거기있었음을여실히보여준다.
개벽을추진한다는것
거대한변혁운동의시작
‘2장동학의확장,개벽의운동’에서는동학의사상이어떻게규정되었고실제로추진되었는지구체적으로살핀다.여기서말하는‘개벽’이란태초의천지개벽은아니다.민중이자기사유의주체가되는정신의근본적변화와더불어,구체제가종식되고새로운세상이열리는대전환으로서개벽이다.이를‘후천개벽’이라이르고전개한것은유독한반도에서시작된현상이요사건이었다.이에동학연구자인정지창,김용휘가한반도후천개벽운동이이룩해온실천의역사를되짚는다.후천개벽운동과한국근현대사상의출발점을이룬수운최제우의구상이민중성을중심에둔해월최시형,보국안민의방법론을고민하고천도교를연의암손병희,동학혁명이무위로돌아간후도탄에빠진이들을위로하고자해원상생(解寃相生)을펼쳤던증산강일순등에게어떻게조금씩다르게계승되었는지살핌으로써,한반도에고유한사상운동이자독특한변혁운동으로서개벽사상의위상을확인한다.특히1920년대에전개된천도교의문화운동에대한각별한관점이돋보인다.‘어린이날’을제정하고여성인권운동을펼치는등잡지『개벽』을중심으로새로운사회적활기를불어넣었던천도교의문화운동을학계에서는문명개화운동이나실력양성운동정도로간주하는시각이우세한데,사실은여성,노인,어린이운동등모든분야에서전개된문명전환운동으로서인간과사회의근본적인변화를요구한‘개벽운동’이었다는새로운평가도제시한다.
개벽종교원불교,
자본주의시대의절실한마음공부
‘3장원불교,자본주의시대의절실하고원만한공부법’에서는현재원불교의교무로봉직중인방길튼,허석이한국의4대종교이지만여전히일반대중에게는낯선원불교의역사와기본교리를친절하고상세하게소개한다.이를되짚다보면수운최제우,증산강일순,소태산박중빈등‘개벽사상가’들은각자뚜렷한특징과성향으로대별되는사상가들이지만크게보아한반도의후천개벽사상이라는거대한흐름을이루었고,그전통이원불교의교조인소태산에이르러한층보편화된K사상에도달했음을이해할수있다.이바탕에는후천개벽이라는한반도특유의사상과불교라는세계종교의강렬한융합이소태산에의해이룩됨으로써세계사의중대한변혁을가져올새로운노선이마련됐다는인식이자리한다.세계의보편윤리로승격될가능성이있는원불교의주요교리,특히사은(四恩)사상에대한백낙청의상세하고흥미로운소개와강조가펼쳐지는한편,타인의권리를빼앗는‘고혈마(膏血魔)’가되지말자는소태산의설법해설은오늘날약탈적금융자본주의를향한의미심장한경계로들린다.물질문명이발달하는시대에마땅히이를이해하기위한공부를해야함을강조하면서도우리가다같이잘살수있는정의와경우에맞는이치를실행하는정신개벽을‘힘닿는대로’추구하자고요청하는원불교의원만(圓滿)한마음공부법은무엇이든완벽한성취를강요당하는현대인들에게위안이되는가르침을전한다.
외래종교인기독교를
개벽종교라말할수있는가
K사상과기독교.둘사이에는아무런접점도없을듯하다.하지만페미니스트신학자인이은선과한국적생명신학을연구해온이정배가유·불·선의동양사상은물론,개벽사상과기독교신학의만남을희구했던우리토착신학자들의노력과한계를말한다.익히알려진다석유영모,씨ㅇㆍㄹ함석헌뿐아니라서구신학과변별되는개벽사상으로서‘원(圓)-기독교’의가능성을제시한변선환,유교의효(孝)사상을신학과접목한윤성범,초현실주의와동학에관한관심에서출발해독특한자기신학을전개한이신등기독교신학의토착화에큰족적을남긴우리신학자들의흥미로운사유가펼쳐진다.이들의사유에대한검토는서방에서도래한기독교또한개벽종교라말할수있는지,예수또한개벽사상가라말할수있는지를묻고답하는흥미롭고치열한토론으로이어진다.여기서백낙청은서양작가로서드물게현대문명을발본적으로전환하려는노력을기울인D.H.로런스를개벽사상가로끌어들인다.한편페미니스트신학자이은선은한국기독교와종교계에내재된가부장성과경직성을해체하고임윤지당,강정일당등조선시대‘여성선비’들의사유에서다시금새로운신학을길어올려야한다고제안한다.
개벽세상을위한싸움은
아직끝나지않았다
무엇보다도K사상의자랑은그것이남다른실천의역사와함께해왔다는사실이다.이책에소개된개벽사상·개벽운동·개벽종교의면면을따라가다보면갑오년(1894)동학농민혁명에서3·1운동이라는대사건,그리고2016~17년의대항쟁이었던촛불혁명에이르기까지,역사적으로한계에부딪힐때마다사람들의마음을일으키고새세상의변혁을추동한것은결국우리정신사의면면에흐르고있는후천개벽의사상임을깨닫게된다.자본주의세계체제의말기라는높은벽을또다시마주하게된지금,이한계국면을새롭게돌파하기위해서라도우리가지금껏주체적으로만들어왔고사람다운삶을쟁취하기위한방편으로삼아왔던‘개벽사상’의연마가절실하다.민중의‘고혈마’나다름없는세력의득세를목도해야하는오늘날,K사상을수반하는역사적실천과변혁운동이지난날의촛불혁명으로멈출리없음은분명하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