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 서경덕 : 조선사상의 새 지평 - 창비 한국사상선 3

김시습 서경덕 : 조선사상의 새 지평 - 창비 한국사상선 3

$23.00
Description
주류 학문과 정치의 바깥에서
한국사상에 폭과 깊이를 더한 조선의 경계인들
창비 한국사상선 제3권 『김시습·서경덕: 조선사상의 새 지평』은 조선 초기 성리학의 두 대가 김시습과 서경덕의 삶과 사상을 조명한 책이다. 세간에 ‘조선의 신동’ ‘『금오신화』의 작가’로 언급되는 김시습은 비단 탁월한 작가로서만이 아니라 당대의 문제적 사상가로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호사가들로부터 ‘황진이의 스승’으로 불리거나 ‘칩거한 천재’로만 분류되곤 하는 서경덕은 사실 자연철학에서 일가를 이루며 조선사상사의 새 지평을 연 철학자였다.
김시습, 서경덕은 서로 닮은꼴이다. 둘 다 무인 집안 출신에 “평생 벼슬을 하지 않았고 가난했으며 물욕이 없었다”.(14면) 다만 김시습이 떠돌아다니며 살았던 것에 비해 서경덕은 개성의 화담에서만 지냈다. 이 같은 정주(定住)와 비정주(非定住)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일까. 김시습이 불교와 유교를 넘나들었다면 서경덕은 일생 내내 기(氣)철학에 몰두했다. 두 인물의 닮은 듯하면서 판이한 면모를 비교해가며 읽는다면 이 책의 묘미가 한층 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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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시습,서경덕

저자:김시습
조선전기의사상가이자문인이다.경계인으로서유교와불교를겸전함으로써유교에대한이해를심화하고불교에대한이해를확장했다.특히정치사상적측면에서인민성을기축으로유교와불교를횡단함으로써높은비판적수준에서양자를재음미할수있었다.대표저술로「태극설」「애민의」『청한잡저1·2』『십현담요해』『금오신화』가있다.

저자:서경덕
조선전기의유학자이다.스승없이혼자공부한자득의사상가로조선학자로서의자부심이아주높았다.기일원론과상수학을정초해당대와후대에큰영향을미쳤으나주류성리학으로부터는‘바깥’으로간주되었다.저술에힘쓰지않고평생자신의철학적깨달음을생활속에서실천하는삶을살았다.대표저술로「원이기」「이기설」「태허설」「귀신사생론」「황극경세수해」가있다.

엮음:박희병
국문학자.사상사및예술사학자.현재서울대학교명예교수다.저서로『한국의생태사상』『운화와근대』『나는골목길부처다』『범애와평등』『능호관이인상서화평석』등이있다.

목차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

서문
경계와바깥의사상

핵심저작

【김시습】

1장나는누구인가
유양양에게진심을토로해올린편지│「이소」를본떠짓다│동봉의여섯노래│답답한마음을서술하다│나의삶│도서명│남명│북명│곤궁한삶에대한잠│자화상에붙인찬

2장자연철학
태극을논함│생사를논함│귀신을논함│무극음│자연음

3장정치사상
군주는어떠해야하는가│신하의도리│정치의근본은애민이다│나라의근본│만물을사랑하는도리│은거하는것과벼슬하는것│고금의충신과의사│정치는반드시삼대를본받아야한다는주장에대하여│군자와소인│인재가없다고?│나라의재물을늘리는도리│명분이란무엇인가│덕행에대하여│백이·숙제를찬미하다│백이·숙제│천지편

4장불교·도교에대한관점
『청한잡저1』│『청한잡저2』│「남염부주지」│『임천가화』│『잡설』│계인설│이단변

5장불전해석
『연경별찬』│『십현담요해』│『대화엄일승법계도주』│『수능엄경』발문│『법화경』발문

【서경덕】

1장사상의거소
중종대왕에게올리려던사직소│부기:『중종실록』에나오는서경덕에대한사관의평│박이정에게답한편지1│박이정에게답한편지2│박이정·박군실에게답한편지

2장자연철학
이기의본원을밝힘│이기를논함│태허를논함│귀신과사생을논함│‘복에서천지의마음을볼수있다’고한데대해논함│온천에대해분변하다

3장상수학
성음을풀이하다│앞의「성음을풀이하다」의미진한곳에대한보충│『황극경세서』의수를풀이하다│〈64괘방원도〉를풀이하다

4장학문론과수양론
박이정자설│김사신자설│부기:명종15년김한걸이강원도고성군수로있을때올린「진군폐소」│심교수에게주는송서│부기:심교수를보내며│줄없는거문고에새긴명│거문고에새긴명│심교수가보내주신시에차운하다│다시심교수의시에차운하다│사람들이『남화경』을읽기에시를지어보이다│박슬한이정과이별하며│김언순을보내며

5장경세론
인종대왕에게올리려던,대행대왕의상제가옛날의예에부합하지않음을논한소

6장철리시
천기│역을보다가읊다│부기:『하서전집』에실린「하서연보」의‘삼십오년병진선생사십칠세’조│동지를읊다│역을보다가우연히수미음을지어역을배우는제현에게보이다│또절구한수를읊다│웃으며장난삼아짓다│소요부의「수미음」을본받아읊어천고의옛사람을벗하고자하는생각을드러내다│창을열다│물│우연히읊다│『참동계』를읽고장난삼아보진암조경양에게주다│무제│이끼를노래하다│어떤사람을애도하다

김시습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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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종횡무진사상의경계를넓혀간두사람의천재,김시습과서경덕

김시습이어린시절신동으로회자된것은유명하다.당시의국왕세종이그소문을듣고승정원승지를시켜김시습의글쓰기재능을시험해봤다.역시나세종또한그재능에탄복해찬사를보내는데,이때의경험을통해김시습은여생내내“세종에대한의리”(16면)를품고산다.수양대군이조카단종을왕위에서끌어내리고왕이되었다는소식을듣고는그가격렬히통곡하고이후8년간방랑의길을떠난이유도그런세종의은혜를되새겼기때문이다.

8년간의방랑기동안김시습은백성들의처참한현실을목격한다.이는그가국가와인민에대한정치사상에관한글을쓰고민본적철학을개진하는데에큰영향을미쳤다.“이런민본적철저성은세조의왕위찬탈이래의김시습의실존에서기인한다.김시습은세조의왕위찬탈이후체제안으로들어가지도못하고체제밖으로나가지도못한채,체제의안과밖사이의‘경계’에서체제를비판적으로조망했다.그결과인민과군주와국가에대한이런통찰이나올수있었다.”(20면)또한김시습은유교뿐아니라불교와도교에관해서도탐독하며종횡무진자기사상의경계를넓혀갔다.그러고는경주금오산으로가서8년간지낸뒤(『금오신화』를지은것도이때의일이다)서울수락산기슭에서지내며『십현담요해』『화엄석제』등불교관련책을짓고그뒤로는관동(강원도양양등지)에가서남은생을보낸다.

김시습이유교,불교,도교를넘나들었다는세간의평에대해편저자박희병은그보다는“김시습의사상내부에노장사상이일부들어와있다하더라도그것은아주제한적”(25면)이라고지적한다.정확하게는그가유교와불교를적극적으로회통시키면서도도교에대해서는꽤부정적이었다고봐야한다는설명이다.또한이책전반에서는김시습이조선승려들의명예욕에대해신랄하게비판하고수행을강조하면서불교에관한미신적사고를철저히물리치려했음을읽을수있다.한마디로김시습은‘유·불·도3교회통’의대표적지식인이라기보다는모든이론과철학을의심하고자신을성찰하면서매번내면의갈등을느낀경계인이라고봐야할것이다.

1489년개성에서태어난서경덕은15세때에서당에서『서경(書經)』을배운다.그때그는자신의훈장을비롯하여조선의선비들이『서경』읽기에애를먹는모습을보며“글을생각으로깨쳐야함”(34면)을인식한다.이후서경덕은자신만의공부법을만들어내는데,이는곧자득(自得)이라는말로압축된다.즉“독서보다는사색에의한깨달음”(35면)을통해이치를알고그터득한이치를독서를통해검증하는방법이다.앎은그저외부(책)로부터배우는것일뿐나자신으로부터나올수있다는건생각지못하는현대인들에게서경덕의자득은큰충격으로다가온다.“서경덕은(…)‘모든존재는소멸하면사라지는것이아니라그기(氣)가다시태허(太虛)로돌아간다’고했다.태허는곧일기(一氣)이니,‘존재의고향’을말한다.이에서보듯서경덕은살아있을때는물론죽을때에도이론과실천의완전한통일을보여준사상가였다.”(36~37면)

서경덕은상수학(수학)에도능통했는데,그사유의단위가‘만조만억년’같은천문학적숫자에달한다는것이놀랍기만하다.무한대를지향하는이같은시간관념은서경덕의자연철학이지니는,시공간적으로무한한사유와맞닿는다.다만이처럼학문의범위가넓고다양했다는사실이그가조선의사회와현실문제에관심이없었다는뜻은아니다.그의자연철학은흔히현실과동떨어진것으로오해받곤하지만정작그는자신의글을통해백성들의고통을소개하고준엄한목소리로위정자들을비판했다.

“김시습과서경덕은한국사상사에서독특한지위를점한다.조선시대사상가가운데김시습만큼도저하게‘위민적’입장을견지한인물은없을것이며,조선시대사상가가운데서경덕만큼조선철학자로서의드높은자존감을보여준인물은없을것이다.”(49면)편저자박희병의말처럼두사람은주체적태도를견지하면서자기개성을추구한,조선사상의미간지를개척한철학자이다.조선왕조내내이(理)를중시하는성리학이득세하던중에이두사람은자신들의비주류사상을꾸준히설파하면서기(氣)철학의기틀을다졌고,이는조선후기의홍대용과최한기라는독창적실학사상가에게까지영향을미쳤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라는특유의사상적기획이나최제우,박중빈의개벽사상등으로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김시습과서경덕을포함하는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