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균 유길준 주시경 : 조선의 근대를 개척하다 - 창비 한국사상선 17

김옥균 유길준 주시경 : 조선의 근대를 개척하다 - 창비 한국사상선 17

$22.00
Description
“비상한 재주를 지니고 비상한 때를 만나”
근대의 파고를 몸소 감당한 개화 지식인들
창비 한국사상선 제17권 『김옥균·유길준·주시경: 조선의 근대를 개척하다』는 한반도가 쇄국에서 개방으로 전환하던 시기에 근대화 방안을 제시하고 구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 근대 지성인 셋의 글을 담은 책이다. 한반도 바깥에서 자국의 이익을 탐하며 조선을 속국화하려 한 청나라와 일본 사이에서 조선의 근대화와 독립을 꿈꾸었던 김옥균, 유길준, 주시경이 나아간 길은 조선의 운명 그 자체였다. 편저자 최원식은 이 책을 펴내며 단순히 그들의 글을 엮는 데 그치지 않고, 20세기 초 한반도 근대 지식인들의 계보를 무척 선명하게 그려 보인다. 그는 “서재필의 근본이 김옥균임을 절감했고 주시경 역시 이 계열에 드는데, 이승만이 정치적 후계자라면 주시경은 언어사상적 상속자인 셈”(43면)이라면서, 김옥균과 유길준을 뿌리로 두고 각각 뻗어나간 계보를 이야기해준다. 이 같은 계보를 머릿속에 그리며 이 흥미진진한 책을 읽다보면 바로 “이 출중한 사상가들이 서양 및 아시아 근대와 부딪친 그 특이한 접촉 속에 비맑스주의적 근대극복의 사유가 숨쉬고”(15면) 있음을 생생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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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옥균,유길준,주시경

저자:김옥균
조선말기의정치인이자혁명가로,문과에장원급제하여관직생활을시작하고개화당을조직하여근대국가수립에진력했다.1884년갑신정변을주도했으나실패하고일본으로망명한뒤중국상해에서자객에게암살당했다.저서로『기화근사』『치도약론』『갑신일록』등이있다.

저자:유길준
조선말기와일제강점기에활약한개혁파관료이자지식인이다.박규수의문하에서성장하여,신사유람단및보빙사의수행원으로일본과미국에건너가유학했다.갑오개혁에참여한뒤일본에망명했다.국권상실기에는국민계몽과민족산업발전에힘썼다.저서로『대한문전』『서유견문』『노동야학독본』등이있다.

저자:주시경
조선말기와일제강점기에활동한국어학자요국문운동가.배재학당출신으로서재필을도와『독립신문』제작에참여했고,국어문법을체계화한연구를통해국어학의초석을놓는한편,왕성한국어보급운동을펼쳐수많은제자를키웠다.저서로『국어문전음학』『국어문법』『말의소리』등이있다.

엮음:최원식
1970년대이래대표적인문학평론가이자근대문학연구자로활동해왔다.『동아일보』신춘문예로비평활동을시작해인하대학교교수와『창작과비평』편집주간,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한국작가회의이사장을역임했고,현재인하대학교명예교수로있다.다수의평론집과근대문학및한국학연구서를집필하며대산문학상,임화문학예술상,용재학술상등을수상했다.

목차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

서문
삼인행三人行

핵심저작

【김옥균】
1장치도약론
2장갑신일록
3장마지막상소

부록
소설『청년김옥균』에부친박영효의증언
청산묘비문

【유길준】
1장과문폐론
2장언사소
3장중립론
4장서유견문
5장흥사단취지서
6장소학교육에대한의견
7장노동야학독본제일
8장『대한문전』자서
9장『20세기지대참극제국주의』의서

부록
선친약사

【주시경】
1장국문론
2장국문
3장국어와국문의필요
4장한나라말
5장큼과어렵음

부록
『독립신문』창간사

김옥균연보
유길준연보
주시경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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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구한말조선의대표적지성3인의엇갈린삶

‘갑신정변의혁명가,고균김옥균.’세간의평가는그의섣부르며성급했던결정,부득불일지언정한반도에일본을끌어들여그영향력을키워준오판등을주로언급한다.하지만이책에서는갑신정변이단순히김옥균무리의독자적인쿠데타가아니라동아시아전반을뒤흔든대격동의출발점이었다고못박는다.편저자는갑신정변의출발점으로,멀리베트남에서일어난청불전쟁(1884~85)을꼽는다.청이프랑스와의전쟁으로어수선한틈을타김옥균이대사를감행했기때문이다.그러나모두가알듯김옥균의시도는실패로끝이나고,그뒤청이프랑스에패하면서청나라의권력이양무파에서변법파로넘어간다.일본역시기존에내걸었던‘아시아연대’의깃발을내리고‘아시아에서벗어나서구사회를지향한다’는기조의탈아입구를선언하며본격적인침략의길을걷는다.한마디로갑신정변이향후동아시아갈등과분쟁의씨앗이된셈이다.

김옥균사상의열쇳말중첫번째는‘조선프랑스론’이라할수있다.김옥균은당시영국과프랑스가각각입헌군주제와공화제를따르는것을면밀히비교했고,특히일본이영국을따라입헌군주제를선호한다는것을참고했다.조선을‘아세아의불란서’로만들자고했던김옥균의꿈은곧그가“일본과대결할다른조선”(16면)을꿈꾸었다는말과다를바없다.두번째열쇳말은‘삼화론(三和論)’이다.여기서삼(三)은조선·청·일본을가리킨다.갑신정변이전까지김옥균은반청(反淸)을분명히했지만그뒤로는삼화론을통해조선을중립국으로만들것을꿈꿨다.즉김옥균의꿈은“그간신한독립을견지하면서궁극에는일본에도청에도당당한프랑스같은강국을세우는꿈”(18면)이었다.

그어수선했던시기에김옥균이이처럼폭넓고도날카로운입론을세울수있었던것은실학덕택이었다.서울재동의그유명한환재박규수의사랑방이김옥균과그동료들의회의장소였고,그들은그곳에서자연스레연암박지원과환재의실학을전수받을수있었다.이관점에서보면,갑신정변은김옥균과그의친구들이박규수를통해전수받은연암학파의실학으로넓혀나간지식과시야를토대로조선의안팎에서벌인사투라고정의할수있다.김옥균편의핵심저작첫번째글은「치도약론」으로,이글은김옥균이실학을어떻게계승하고자했는지가또렷이드러난다.이어지는『갑신일록』은갑신정변당시의긴박감이생생히담겨있는글로,편저자가원문의열악한상태를감수하고최대한정본을만들고자애를쓴작품이다.「마지막상소」는세계열강의형편을날카롭게진단하고이를바탕으로조선의진로를밝힌논설로,김옥균“최후의,그러나최고의논설”(24면)로꼽힌다.

“고균이난세의혁명가라면구당은치세의능신(能臣)이다.”(24면)구당유길준을설명한이한마디말처럼유길준은어지러운정국아래에서다재다능함을뽐내면서,대작『서유견문』을비롯해여러애국계몽관련논설을펼쳐‘국민주의’사상가로서큰역할을했다.다른한편으로는일본에나라를뺏긴것을평생자책하며여생을산불행한애국자라고도할수있다.앞서김옥균이‘프랑스공화국’에기울었다면유길준은‘영국입헌군주제’에매료되었고이같은토대위에서‘양절체제(복합체제)’를더욱벼렸다.그는당시의조선이청나라에조공을바쳤기에하나의속국일수있지만실제로는독립국임을,즉복합체제하에놓였으니청을잘달래서독립을얻어야한다고보았다.좀더정확하게쓰자면“청일전쟁전에는청을달래고,후에는일본을설득하는현실주의를구사한”(26면)소국주의자였다.

다른한편,김옥균이당시로선급진적인평등파였다면유길준은‘국민개사론자’즉‘누구나선비가될수있다’는기조하에서특히농업,상업,공업의장인들이도약해야한다는실용적사고를펼쳤다.이와관련해서는「『이십세기적대참극제국주의』에부친서」라는글에주목할필요가있다.그는이글에서“국민주의도제국주의도바로통일의도구로되는데불과”(32면)하다며자신의실용주의자적면모를선보이는데,유길준의이같은현실주의와세계정부론이라는이상이연결되는지점을이책의백미로꼽을수있다.그밖에과거제폐지를주장하는「과문폐론」,러시아문제를언급한「언사소」,이미널리알려진「중립론」,그리고『서유견문』등유길준이써낸여러다채로운글을담았다.

한힌샘주시경의별명은‘주보따리’였다고한다.언제나분주한몸짓으로강의용책을큰보자기에싸서이리저리뛰어다니는그의모습에서붙은이름이다.비단이와같은예를들지않더라도,주시경이과학적연구에바탕을두어국어를정립하고보급하는데열정을보였음은주지의사실이다.그의업적을꼽자면,국어를문법적으로분석해품사론의기틀을세운점,‘모든종성은다시초성을쓴다’라는훈민정음의원칙을되살린점,‘가로풀어쓰기’를도입한점등으로,나열하기에도벅찰정도다.이뿐아니라‘국어연구학회’부터‘배달말글몯음’‘한글모’에이르는연구조직들을만들어냄으로써현대국어학의산실을조성한것또한그의탁월한면모중하나다.국어연구자를양성하고자한그의노력이이후분단체제하에서도남과북의성실한국어학자들을꾸준히배출해내는토대가되었다는점은따로기록해둘만하다.

주시경은국어학자를넘어독립운동가이기도했다.그의독립협회활동은그자체로혁혁했거니와,그가기독교에서대종교로개종하는등당대의개벽사상등에도회통했다는점은의미심장하다.이책에서는『주시경전집』에서네편을추려내소개했는데,그첫번째글이『독립신문』에발표한그의첫논문「국문론」이다.22세의어린나이에쓴글임에도무척과감하면서도그요지가잘정돈되어있다.그밖에「국문」「국어와국문의필요」「한나라말」「큼과어렵음」등을실었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라는특유의사상적기획이나최제우,박중빈의개벽사상등으로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김옥균,유길준,주시경을포함하는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