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박중빈의『정전』과『대종경』읽기
소태산박중빈은1891년에태어나청년기동안깨달음을찾아길을나섰다.일제치하에서대다수조선인이국망과가난으로이중고에시달리던때였다.박중빈은전국을돌며피폐해진현실을낱낱이목도했다.‘위태로운세상에큰병이들었다’는생각에고뇌와번민을거듭했다.그러던1916년대원정각(大圓正覺,크고원만하며바른깨달음)을이루고이후‘물질이개벽되니정신을개벽하자’라는지도강령을정해원불교를창시했다.원불교창시당시에박중빈이깨달은바는원불교의『정전』중첫번째글(제1총서편1장)에서확인할수있는데,여전히그현재성이돋보이는명문이다.
“현하과학의문명이발달됨에따라물질을사용하여야할사람의정신은점점쇠약하고,사람이사용하여야할물질의세력은날로융성하여,쇠약한그정신을항복받아물질의지배를받게하므로,모든사람이도리어저물질의노예생활을면하지못하게되었으니(…)진리적종교의신앙과사실적도덕의훈련으로써정신의세력을확장하고,물질의세력을항복받아,파란고해의일체생령을광대무량한낙원으로인도하려함이그동기니라.”(41~42면)박중빈은현대과학문명이발달하면서인류가물질의노예생활을면하지못할것임을간파했다.그원인은물질이가진힘이강해서이기도하지만,무엇보다인간의정신이점점쇠약해졌기때문이다.이에우리는물질개벽의참뜻을깨달아인간이물질의노예가아니라주인의노릇을할수있도록각자의정신을바꿔야한다.
그는일원상의진리와인생의요도(사은,사요),공부의요도(삼학,팔조)등원불교교리의기본골격을세웠다.그리고이를“천하사람이다알아야하고다실행할수있으므로천하의큰도”(118면)즉일원대도로이름짓고자신의사상을집약하여『정전』으로펴낸다.그는『정전』을쓰면서불교와동학의후천개벽사상을토대로하여유교·불교·도교를종합해내고자했다.이는동학의최제우가유불선삼교를결합하면서유교를중심에둔것,증산교의강일순이도교를중심에둔것과비교된다.박중빈이동학을토대로삼은것은단지하나의구호로서가아니라경전의글귀마다생생히배어있는실천의지침이다.
예를들어원불교의세가지수행법인‘정신수양’‘사리연구’‘작업취사’의경우기본적으로불교각종파의수행법을통합해낸것인데,동시에도교의양성법(정신수양),불가의견성법(사리연구),유교의솔성법(작업취사)을참고한것이기도하다.이는도교와불교의수행에더해유교의장점(현실참여중시),동학의장점(불의한현실에맞서기)까지고루취하고자한박중빈의사상적고투의결과물이기도하다.박중빈은이처럼종교교리의문구하나를짓는데도온힘을다한사상가로평가할수있지만,그외에도교단의조직운영원리를창안하고실제조직을이끈실천가라는점에서주목할만하다.그는원불교교리의완성도를높이고자노력했을뿐아니라,해당교리가신도들의실생활에어떻게쓰일지를고민하고그실천적방침을끊임없이고쳐갔던것이다.
『정전』의‘조직원리’부분을살펴보면,사제들의특권의식과기득권을철폐하기위한노력이돋보인다.예를들어‘전무출신’이라는제도는오직원불교일에만전력을다하는출가자를가리키고그들은그에합당한대우와존경을받는다.그렇다고보통의신도들과차별적인신분을갖는것은아니고,각자의실적에따라숭배를받는식이다.또한남녀평등에도관심을두어‘남녀권리동일’을사요(인생의네요도)의첫조목으로삼았고교단내교육과제도를병행해갔다.이교리가100년전에설법된것이라고한다면당시의대중들이느꼈을파격은대단했을것이다.이점에서더욱급진적인이론과토론이이뤄지는지금볼때는무난하게읽히기도하겠지만,100년전교리가가진현대성을음미하며읽어보면그변혁적성격이한층신선하게다가올것이다.
정산송규의『정산종사법어』읽기
정산송규는1900년유학자집안에서태어나체계적으로유학을공부했다.다만시대의혼란과유학의고루함속에서고뇌하다가1918년소태산박중빈을만나한마음한뜻으로원불교를지킬것을약속하게된다.그러다가1943년박중빈이갑작스레열반에들면서원불교의최고지도자가된다.그리고얼마지나지않아해방을맞은뒤에는해외각지에서막돌아온동포들을돕는활동에매진한다.
송규가책『건국론』을집필하며해방이후새로운국가가가져야할덕목을정리했다는점은그가종교지도자라는점을고려할때특기할만하다.그는“정치와종교가한가정에엄부와자모와같이세상을운전하는두축”(26면)이라는『대종경』의말씀을토대로국가사업의경륜을밝혔다.이책은삼권분립등기존정치학용어를통해서가아니라“정신으로써근본을삼고,정치와교육으로써줄기를삼”(363면)는고유한건국요지를밝히는데,이는해방과건국이라는외적변화에부합하는정신을확립해야국가가온전히운영될수있음을간파한주장이었다.
박중빈과송규는정치와종교의관계를‘정교동심(政敎同心)’이라는용어로적절히개념화했다.송규는정치와종교가한마음이되기위해서한반도주민들이“시대정신이깨어있는한사람한사람이삶속에서일원의도를깨달아가는도치(道治),도를행하여나타난덕화로민중을다스리는덕치(德治),그리고법으로다스리는정치(政治)를결함없이해나가”(27면)길바랐다.또한송규는스승박중빈의말씀을모아『대종경』으로펴내는등조직의기틀을다지는일에힘썼다.점차신도가늘어감에따라조직을적절히개편했으며세계여러나라에원불교를전파하는데에도공을들였다.이같은송규의사상과활동은1961년발표한‘삼동윤리’를통해결집된다.삼동윤리란말그대로인류가화합할세가지대동의원리로,신자유주의세계화시대에걸맞은,인류공동의윤리강령이라할수있다.
위대한사상가는언어의깊이있는예술가다
『정전』은박중빈이직접저술한원불교의근원경전이자그가손수제작하고감수한교서이다.『대종경』은박중빈의말씀을모은또다른핵심저술로,그의법문과행적을15품으로엮은언행록이다.『정산종사법어』는송규의언행록으로『대종경』과동일하게15편으로구성되었다.이책에서는『정전』과『대종경』의전문을소개하고,『정산종사법어』는분량제약상일부만실었다.100여년전에쓰인경전을읽는일은현대독자들에게어려운도전일수있다.원불교도가아니라면더욱그럴것이다.하지만“위대한사상가는언어의도저한예술가”(31면)라는통찰을새기고박중빈과송규가자신의처지에서고투하며깨달음에이른안목에서그의미를파악하고자노력한다면누구나이말씀의본뜻을이해할수있을것이다.독자들의마음공부에이말씀들이좋은길잡이가되길빈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라는특유의사상적기획이나최제우,박중빈의개벽사상등으로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박중빈과송규를포함하는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