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불평등 (시간의 자유는 어떻게 특권이 되었나)

시간 불평등 (시간의 자유는 어떻게 특권이 되었나)

$28.00
Description
모든 불평등 가운데 가장 최악은 시간 불평등이다!

왜 누군가는 충분한 시간의 자유를 누리고
다른 누군가는 밥벌이에 인생을 저당 잡혀야 하는가?
‘프레카리아트’라는 새로운 사회 계급 개념을 정립하고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에 맞서는 근본적이고 혁신적인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주창해온 선구적인 정치경제학자 가이 스탠딩의 신작 『시간 불평등』이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시간 불평등’이 만연한 현실과 그 역사적 전개 과정을 상세히 기술하며 불평등을 고착 및 심화시켜온 자본주의의 역사와 메커니즘을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비판한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2030년이 되면 사람들이 주당 평균 15시간만 일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2030년을 목전에 둔 현재 전세계 연 평균 노동시간은 1,800시간에 육박하며 그중 한국은 ‘장시간 노동 국가’ ‘과로 사회’ ‘일중독 사회’라는 꼬리표를 여전히 벗어던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노동시간 유연화라는 명목으로 일주일에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려는 제도적 퇴행이 시도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했고 노동으로 소진된 심신을 잠깐의 오락과 휴식으로 간신히 회복하며 매일을 보낸다.
노동에 매몰된 시간 속에서 돌봄, 우정, 정치적 참여와 숙의 등의 자리는 점점 더 좁아졌다. 저자는 이렇듯 능동적인 정치적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활동이 배제되는 현실이 민주주의의 기반을 약화시켜 각종 불평등과 빈곤과 불안정성을 더욱 심화시키기 때문에 시간 불평등이야말로 “모든 불평등 가운데 가장 최악”(5면)이라고 경고한다. 단순히 시간 불평등의 현실을 포착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우리의 시간을 통치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꿰뚫어보고 그 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대담하고 구체적인 정치 전략까지 총망라하는 이 책은 우리의 시간과 일상이 가혹한 요구에 직면한 이때 삶의 근본적 전환을 꿈꾸는 이들에게 유의미한 지침이 되어줄 것이다.
저자

가이스탠딩

저자:가이스탠딩
영국런던대학SOAS교수.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의공동창립자이자현재명예공동의장을맡고있다.케임브리지대학에서경제학박사학위를받았고,국제노동기구의프로그램디렉터,유엔·세계은행및세계각국정부의노동·사회정책자문으로활동했다.기본소득논의의최고권위자로서지난30여년간이론과실험의전면에나서왔다.최근에는프레카리아트계급이겪는불평등과불안정에주목하며무조건적인기본소득정책과공유지(commons),그리고숙의민주주의에관심을기울이고있다.지은책으로『공유지의약탈』『불로소득자본주의』『기본소득』『프레카리아트,새로운위험한계급』등이있다.

역자: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BIKN)이사장.정치경제연구소대안부소장.서울대대학원서양사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고사회당대표.진보신당공동대표,성공회대외래교수등으로일했다.지은책으로『미국사편지』『미국은어떻게만들어졌을까?』『기본소득이있는복지국가』(공저)『기본소득운동의세계적현황과전망』(공저)등이있고,옮긴책으로『중국인문제』『공유지의약탈』『기본소득과좌파』『대전환의세기,유럽의길을묻다』『기본소득』등이있다.

목차


한국어판서문
서문

1장고대의시간
2장농업적시간의시대
3장산업적시간:노동주의의승리
4장제3의시간:노동주의의마지막구간
5장제3의시간에대한반작용
6장코로나바이러스의관점에서본시간
7장일자리라는선택지:노동주의의최종단계
8장시간의해방

에필로그
옮긴이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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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모든불평등가운데가장최악은시간불평등이다!

왜누군가는충분한시간의자유를누리고
다른누군가는밥벌이에인생을저당잡혀야하는가?

‘프레카리아트’라는새로운사회계급개념을정립하고사회적·경제적불평등에맞서는근본적이고혁신적인대안으로기본소득을주창해온선구적인정치경제학자가이스탠딩의신작『시간불평등』이출간되었다.이책에서저자는‘시간불평등’이만연한현실과그역사적전개과정을상세히기술하며불평등을고착및심화시켜온자본주의의역사와메커니즘을전면적으로검토하고비판한다.
존메이너드케인스는2030년이되면사람들이주당평균15시간만일하게될것이라고예언했다.그러나2030년을목전에둔현재전세계연평균노동시간은1,800시간에육박하며그중한국은‘장시간노동국가’‘과로사회’‘일중독사회’라는꼬리표를여전히벗어던지지못했다.그럼에도노동시간유연화라는명목으로일주일에최대69시간까지일할수있게하려는제도적퇴행이시도되었다.대부분의사람들이일에서자유로워지지못했고노동으로소진된심신을잠깐의오락과휴식으로간신히회복하며매일을보낸다.
노동에매몰된시간속에서돌봄,우정,정치적참여와숙의등의자리는점점더좁아졌다.저자는이렇듯능동적인정치적시민으로거듭나기위해반드시필요한활동이배제되는현실이민주주의의기반을약화시켜각종불평등과빈곤과불안정성을더욱심화시키기때문에시간불평등이야말로“모든불평등가운데가장최악”(5면)이라고경고한다.단순히시간불평등의현실을포착하는데서그치지않고우리의시간을통치하는자본주의체제를꿰뚫어보고그체제를극복하기위한대담하고구체적인정치전략까지총망라하는이책은우리의시간과일상이가혹한요구에직면한이때삶의근본적전환을꿈꾸는이들에게유의미한지침이되어줄것이다.

시간은본래무엇을위한것이었을까

시간을어떻게써야할지에관한우리의빈약한상상력을자극하기위해저자는고대그리스아테네에서까지거슬러올라가이야기를시작한다.현대인들은‘워라밸’이라는타협적인용어로일로부터삶을지키려하지만,이미오래전아테네인들은‘노동’(labour)을“가난이라는조건에서수행되는고통스럽고힘든활동”(24면)으로인식해기피했다.그들은노동대신‘일’(work)과여가에많은시간을썼다.‘일’은돌봄,공부,교육,창조적작업등“개인의신체적·지적·정서적질과더불어사회구조와공동체유대를유지하고발전시키는활동”(25면)으로노동과는확연히구별되는것이었다.저자는이와같은‘일’과‘노동’의구별을강조하며실은노동이우리의시간에필수적이거나자연스러운것이아니었음을상기시킨다.
이러한구별은13세기의「삼림헌장」까지이어졌다.취약계층이생계나생활수단을모두가공유하는공적자원인공유지(commons)에의존할수있음을명시한「삼림헌장」은공유지를지키고돌보는공유화(commoning)와같은‘일’을권장하면서“노동을거부할권리와힘”(40면)을인정했다.이시기에는빈자라하더라도길고가혹한노동으로부터어느정도시간을보호받을수있었다.이외에도휴경하며긴축제를벌였던중세유럽농업사회의전통이나의무적으로정치에많은시간을헌신하게했던길드(중세유럽의상인및장인조합)의관습등지금과는다른방식으로시간을사용했던역사적사례를바탕으로저자는노동과떼려야뗄수없는관계가되어버리기이전의시간풍경을보여준다.

노동에잠식당한시간

저자는시간을사용하는방식이경제구조와함께변화해왔다고말하며노동이본격적으로시간에기입된시점을18세기‘산업혁명’전후로꼽는다.그보다일찍부터조짐이있었다.‘공유화의시대’가공유지를사유화하는인클로저로인해막을내렸다.공유지에서의몫이사라지자다수가생존을위해반드시노동해야했는데,이는결국자원과생산수단을독점한소수에게종속되어그들의부와자유를늘리는일이었다.시간은소수에게유리하도록재구성되어갔다.시계가발명되고극단적분업을옹호하는테일러주의와대량생산시스템인포드주의가광범위하게도입되면서노동을관리하기쉬워지고생산성증대가최상의목표가되자대중은장시간노동에익숙해졌다.자본주의가시간사용방식을새롭게규정하기에이른것이다.
이처럼변화한시간을저자는‘산업적시간’이라고명명하며,이시기의가장심각한문제는바로‘노동주의’였다고지적한다.노동주의란“노동이일하고생계를꾸리는데적절하고바람직한방식이라는허위의식”(91면)으로,자본주의가발흥하던시기노동을원하지않았던대중에게이의식을주입하기위해정치적·사회적대규모조정이이루어졌다.노동이라는새로운질서에순응하지않는자를제도적으로격리·처벌하고노동자가일자리에오래머물러있도록사용자가앞서고용안정을보장하는입법을추진하는등폭력적이고교묘했던조정과정을낱낱이밝히면서저자는무엇보다노동주의를수용했던사회민주주의자와공산주의자들을맑스주의의관점에서강력하게비판한다.임금노동을“일과생활의정상적인방식으로보도록훈육”(91면)되는것에다름아닌프롤레타리아트화를반대하는데앞장서야했던좌파는‘노동의존엄성’을떠받들며노동주의를받아들였다.자유롭지않은노동으로부터의해방이아니라소득의정당한분배,보편적복지를요구하는데그쳐버린좌파의행보를향해저자는“근대성이저지른어마어마한역사적실수”(100면)라고일침을가한다.결국노동주의는자본주의와손을맞잡고소수의부를위해다수의시간이희생되는것을정당화하면서시간불평등시대의서막을열었다.

끝나지않는노동,부실한휴식,
부업과자기계발의압박,그럼에도불안정한미래
더욱나빠진시간을살다

‘제3의시간체제’라고부르는현대에이르러시간이더욱왜곡되고불합리해졌다.경제성장이최고의정치적·경제적목표가되면서고용안정성보장은경제성장의적으로간주되어산업적시간시대에비해훨씬많은노동자가불안정한일자리에서일하게되었다.또한신자유주의가득세하고자기기업가정신이새로운표준이되자노동자는스스로를리모델링하고재시장화해야하는필요에의해더많이일해야했다.작업장(workplace)밖에서도일하는것이당연해졌고,한꺼번에여러가지일을수행하며,노동과여가의경계가희미해져노동시간을정확히측정할수없게되었다.
저자는이러한악화일로가프레카리아트에게더위협적이라고말한다.프레카리아트는소득을지대나정기적인봉급,비임금특전등이아니라오로지임금노동에만의존하며주로불안정한노동을하는계급이다.그들대부분은정해진노동시간이나작업장이없고숙련기술이필요없는임시직,단기계약직,심부름노동,플랫폼노동등에동원되는데,그런일자리의불확실성때문에그들은안정적인소득을확보하기어려울뿐만아니라자신의시간을거의통제할수없게된다.더심각하게는불필요하고비생산적인일에상당한시간을써야한다.언제주어질지모를일을기다리며시간을때우는‘대기하는일’,국가급여를수급하기위해구직활동을증명해야하는‘구직으로서의일’,고용가능성을높이기위해형식적인직업훈련프로그램에참여해야하는‘훈련으로서의일’등이그렇다.저자는제3의시간체제에나타난새로운노동유형들을제시하며시간착취와불평등의현장을적나라하게드러내고이러한경향이부호계급을제외한거의모든계급에걸쳐나타나고있다고경고한다.

일할권리가아니라일하지않을권리를위하여

일부사람들은이런곤경에서벗어나는유일한방법이‘완전고용’이라고주장하지만,저자는그주장에단호하게반대한다.저자가보기에사람들에게필요한것은단순히일자리보장이아니라불안정하고무의미한일자리에매달리지않고도먹고살수있는방법이다.그러나완전고용은모든사람을전일제노동으로편입시키는것을목표로하면서,사람들을본인의의지와상관없이“까다롭지않고,지루하고,임금이형편없는일자리”(326면)로밀어넣는경향이있다.저자는영국의복지제도인유니버설크레디트의조건부복지와워크페어(노동연계복지)가완전고용을목표로“극빈이나불안전때문에달리수가없어서자신이원하지않는일자리를받아들여야만하는사람들”(120면)을이용하는상황을신랄하게비판한다.두제도모두수급자가복지급여를받으려면구직활동및직업훈련을하거나공공일자리에서일해야하고,이를증명해야한다.저자는그런제도가취약계층노동자의시간과자유를심각하게침해한다고꼬집으며,임시적이고기만적인일자리보장제도가아니라일할권리대신일하지않을권리를우선시하며“모두의시간을존중하”(326면)는‘소득-분배체제’를정립하는것이야말로시간불평등해결에핵심적이라고주장한다.

노동에서해방된시간을꿈꾸는
더욱진보적인시간의정치

책의마지막장에서가이스탠딩은앞서케인스가낙관했던2030년대의시나리오를새롭게상상하며다시쓴다.“우리는2030년대에살고있다”(363면)라는문장으로시작하는글은영국의진보정치가혁신적인전환과전복적인정책을통해시간불평등을타개하고자본주의적현실을바꾸어나가는과정을그린다.먼저,모두가생계유지를위한노동에얽매이지않고자신의시간에대한자유를확보할수있도록무조건적기본소득이지급되었다.이기본소득의재원은토지가치세와탄소배출부담금등공유지의착취에매겨진요금으로마련되었다.노동과생산으로경제성장을평가하는GDP대신시간의질,불평등감소,지속가능성을반영한새로운경제지표가도입된것또한또다른혁신이었다.그간일자리와같은지불노동에만집착하느라주변화되었던돌봄노동이나가사노동등의활동이가치를인정받아경제평가에포함되었다.이를비롯해“더큰불평등을낳는지대추구자본주의의경향을역전”(375면)시키는것을목표로짜인구체적이고장기적인정책로드맵은실현가능한사회적전환의청사진을제공하며오늘날의독자에게깊은영감을준다.
『시간불평등』은부의분배만큼이나불평등하고부정의한시간의분배가작금의가장긴급하고첨예한문제임을역설하며,언제부터,왜다수의시간이노동을중심으로재편되고시간의자유는소수만이누리는특권이되었는지역사적으로규명한다.정치가소수의부보다다수의시간을중요시한다면어떤모습일지,사람들이노동이아니라양질의여가와돌봄,정치적숙의에더많은시간을쓴다면우리의미래는어떻게달라질지,전복적인상상으로이어질수있는질문들을거침없이던지고이에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