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전환의 한국사상 - 개벽의 사상사 2
Description
한국사상이 계승해온 문명전환의 전통을 복원한다
위기의 시대, 발본적 전환의 과제를 환기하는
한반도 개벽사상의 질문과 해법
문명전환을 중심으로 전개되어온 한국사상의 전통을 조명하는 책 『문명전환의 한국사상: 개벽의 사상사 2』가 출간되었다. 『개벽의 사상사: 최제우에서 김수영까지, 문명전환기의 한국사상』(창비 2022) 이후 ‘개벽의 사상사’를 앞세운 두번째 기획이다. 전작이 그간 서구 담론의 그늘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근대전환기 개벽사상의 계보와 역사를 개괄하고 근현대 주요 사상가들을 중심으로 우리 사상사를 개벽의 관점에서 재구성했다면, 이번 책은 자본주의문명이 극에 달해 기후재난, 생태위기 등 문명적 위기가 심화된 오늘날에 불가피해진 근본적인 전환의 자원으로서 한국사상을 소환하고자 하는 취지를 강조했다. 한반도라는 고유한 장소에서 발원하여 독자적인 사유의 장을 펼쳐온 한국사상에 주목해 현대사회가 직면한 각종 위기를 타개하고 대전환을 꾀할 변혁적 사상으로서의 역량을 다각도로 탐색했다.

자본주의문명 극복을 위한 한국사상의 발상, 개벽(開闢)
실천과 사유의 전통이 누적된 인류 공동의 지적 유산

지금 인류문명에 발본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사실에 이견을 표할 이는 없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물론이거니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전쟁과 지정학적 갈등, 민주주의의 후퇴 등은 물질적 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이 시대의 부조리와 불합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대로는 세계가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향한 열망은 커져가고 있다. 문명적 위기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큰 전환을 도모하는 지적 기획이 절실한 이때, 한국사상은 어떻게 의미 있는 사상적 자원으로 거듭나는가. 엮은이 황정아는 한국사상의 핵심에 다름 아닌 ‘개벽’이 있으며, 개벽의 질문과 발상이 문명전환이라는 세계사적 과제에 주체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개벽은 위력적인 서양 문명의 유입, 제국주의의 식민정책, 산업자본주의의 득세 등으로 인해 한반도에 쌓여가는 모순과 위기에 맞서 인류문명의 대변혁을 이루고자 하는 사상이자 운동이다. 집필진은 한국의 지식인과 민중이 격변하는 시대상황에 대처해온 실천과 사유가 ‘개벽적으로’ 누적되어왔으며, 그 지적 유산이 전환에 대한 시대적 열망에 이론적, 실천적 영감을 줄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 따라서 개벽의 정신이 동학과 원불교 같은 역사적 개벽사상뿐 아니라 문학과 종교, 실천운동에 이르는 한국사상의 면면에 어떻게 구현되어왔는지 그 계보를 살피고, 개벽의 현재적 의의와 미래적 가능성을 가늠하는 것을 이 책의 목표로 삼는다.

새세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문명전환기 한국사상이 걸어온 변혁의 길

1장 「동학의 수도(修道)와 개벽운동」에서 정혜정은 기존의 동학 이해가 주로 유학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왔음을 지적하며 동학을 불교적 관점에서 조명한다. 우주만물이 모두 한울임을 표방하는 동학의 우주론을 불교와 연결지어 상세히 고찰하는 한편, 동학의 수도법이란 인간 스스로 자기 안의 한울님을 자각하고 지킴으로써 그 바른 기운으로 새로운 세상을 여는 개벽운동으로 나아가는 것임을 강조한다. 이로써 동학의 개벽사상이 지닌 독창성을 더 선명히 드러낸다. 이어서 허석은 2장 「소태산 박중빈의 정신개벽 사상과 변혁적 중도주의」에서 원불교 창립자 소태산 박중빈의 ‘정신개벽’ 사상을 논한다. 최제우의 후천개벽과 불교를 결합한 소태산의 사상은 일제강점기 동안 항일노선과는 거리를 두었기에 때때로 온건주의로 이해된다. 이에 필자는 소태산의 정신개벽 사상이 ‘개벽’이라는 변혁적 사유와 불교의 중도(中道)적 진리관을 창조적으로 융합해 식민지배 현실을 변혁하려는 중도적 실천이었음을 역사적으로 규명하며 그 혁명성과 실천성을 온당하게 평가하고자 한다.
3~4장은 동학 바깥으로 눈을 돌려 개벽 의제와 상통하는 사상적 모색을 소개한다. 3장 「개벽의 인간학과 사회변혁론」에서 이행훈은 19세기 동서가 만나는 대전환기에 서양 근대과학의 성취를 전통적인 기(氣) 개념에 주체적으로 수용해 새로운 인류문명을 기획하고자 했던 최한기의 지적 시도를 살핀다. 그의 학문과 사상은 서구과학이 축적해온 지식을 긍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였으며, 지식에 대한 탐구가 언제나 사람다운 삶의 이상, 대동의 평화와 결부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개벽적 의의가 돋보인다. 이어 4장 「개벽의 정신으로 본 전병훈 『정신철학통편』」에서 백민정은 사상가 전병훈의 저작 『정신철학통편』을 바탕으로 그의 ‘정신학’을 개벽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전병훈은 지적 균형을 갖추고 유불도와 서양철학 등 여러 이질적 사유를 배합해 이상적 사유를 주조하고자 했다. 이질적인 관점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며 인간과 우주를 연결하는 더 큰 질서와 유대를 지향한 전병훈의 독특한 사유에서, 편향된 이데올로기를 넘어 다른 방식의 원리와 균형을 고민하는 개벽의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개벽정신의 계승과 확장
우리는 개벽 공부를 어떻게 시작할까

문명전환을 중심에 둔 한국사상은 근대전환기를 지나 20세기에도 면면히 이어져왔으며 한국문학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 5장 「염상섭의 문명비평과 전환의 비전」에서 강경석은 자본주의 물질문명과 외래사상에 순응하지 않고 자기만의 이해와 논리로 현실적 위기에 맞선 염상섭의 문화적·담론적 실천을 ‘문명비평’이라고 이름한다. 그리고 염상섭의 문명비평이 자본주의 근대를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거나 그 영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근대적응과 근대극복의 이중과제의 관점을 견지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문명전환의 비전까지 제시했다고 분석한다. 황정아는 6장 「인류세 시대의 신동엽과 개벽사상」에서 신동엽의 문학적 사유가 개벽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의 개벽서사가 인류세 시대의 위기에 맞서 문명전환을 도모하는 데 유효한 사상인지 살핀다. 기존 방식대로 동학을 매개하는 데서 벗어나 신동엽과 개벽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신동엽 사유에서 개벽이 갖는 중심성을 확인하고, 현대 신유물론적 관점과 인류세 담론을 대변하는 브루노 라뚜르나 티머시 모턴의 논의 등과 신동엽의 개벽서사를 비교하여 그의 의제가 지닌 고유한 변혁성을 밝힌다.
7장 「개벽사상과 한국의 생명운동」에서 김용휘는 1970~80년대 생명운동을 펼친 장일순과 김지하의 사상을 개벽운동사의 관점에서 살핀다. 그들은 최제우가 말한 ‘시천주’의 모심〔侍〕과 해월의 생명사상을 이어받아 생태계 파괴, 인간 소외 등 산업문명의 파국을 극복하고 생태적 문명으로 나아가고자 했다. ‘개벽’을 죽임의 문명에서 살림의 문명으로의 전환으로 재해석한 그들의 생명운동은 맑스주의를 바탕으로 한 진보운동과도 서양의 녹색운동과도 구별되는 고유한 실천성을 보여주었다. 이어 이정배는 8장 「개벽신학의 세 토대로서 공(空), 공(公), 공(共)」에서 다석 유영모의 한국적 기독교 이해를 경유하여 기독교 사상과 개벽사상의 접점을 모색함으로써 기독교를 개벽종교로 재확립하고자 한다. 한국의 기독교가 개벽의 의제를 품고, 그간 간과했던 공(空)을 회복해 인간의 욕망에 근거한 자본주의체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하여 공(公)을 도모하고 공(共)의 기구로서 작금의 인류적 위기에 적실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9장 「물질개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서 조성환은 원불교가 서구에서 시작된 물질개벽에 대해 동아시아 사상 전통에서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소태산의 ‘물질’ 논의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새롭게 등장한 물질, 종래와는 전적으로 다른 차원의 도구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관한 소태산의 사유는 사물의 권위, 나아가 ‘천지’까지도 존중하고 그에 외경심을 가져야 함을 주장한다는 점에서 최근의 신유물론과도 공명하며 인류세 시대에 풍부한 함의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10장 백영서의 글 「동아시아의 수양론으로 개벽사상 다시 읽기」는 자기자신과 사회시스템을 동시에 변혁하기를 강조했던 역사적 개벽사상의 수양론을 유학적 수양론, 중국의 혁명수양론과 비교하여 살핀다. 마음챙김이나 힐링 프로그램과 달리 수양의 목표를 더 근본적인 세상의 변혁에 두었으며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재구성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개벽적 수양론의 독창성과 가능성을 발견한다.

전환을 위한 끈질긴 모색
그 동력을 개벽사상에서

복합적 위기 속에서 기존 체제의 지속 불가능이 드러나는 지금이야말로 대안문명 구상에 일조할 우리의 사상적 자원을 점검할 적기다. 개벽이라는 화두로 한국사상의 뿌리 깊은 변혁적 전통을 조명하며 우리 사상을 대전환의 지적 동력으로 재구성하는 『문명전환의 한국사상: 개벽의 사상사 2』는 그러한 필요에 성실히 응한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다룬 개벽적 사유들은 타성에 젖은 사고방식이나 양극단의 입장에서 벗어나 세상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성찰하고 인간과 인간, 인간과 세계의 연결을 더욱 평등하고 조화롭게 재구성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하는 사회변혁을 지향했다는 점에서 오늘 우리의 실천적 지침으로서 보여주는 가치 또한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문명전환을 꿈꾼 한국사상의 역사적 계보를 살필 수 있을 뿐 아니라 현시대의 위기를 넘어설 지적 돌파구이자 살아 있는 지혜로서 한국사상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강경석,김용휘,백민정,백영서,이정배,이행훈,정혜정,조성환,허석,황정아

저자:강경석
문학평론가.『창작과비평』편집위원.저서로『리얼리티재장전』『안창호』(편저)『촛불의눈으로3·1운동을보다』(공저)『개벽의사상사』(공저)등이있음.

저자:김용휘
대구대자유전공학부교수.방정환배움공동체'구름달'대표.저서로『우리학문으로서의동학』『손병희의철학』『최제우의철학』『개벽사상과종교공부』(공저)등이있음.

저자:백민정
가톨릭대철학과교수.저서로『맹자:유학을위한철학적변론』『정약용의철학』『강의실에찾아온유학자들』『혜강최한기연구』(공저)『다산학공부』(공저)『세계적K사상을위하여』(공저)등이있음.

저자:백영서
연세대명예교수,역사학.세교연구소이사장.저서로『동아시아의귀환』『사회인문학의길』『핵심현장에서동아시아를다시묻다』『중국현대사를만든세가지사건』『개벽의사상사』(공저)등이있음.

저자:이정배
감신대명예교수,조직신학·종교철학전공.현장(顯藏)아카데미원장.저서로『역사유비로서의개벽신학空·公·共』『한국적생명신학』『생태학과신학』『개신교전위토착신학연구』『유영모의귀일신학』『개벽의사상사』(공저)등이있음.

저자:이행훈
한림대한림과학원HK교수.저서로『학문의고고학』『한국실학사상사』(공저)『동서양역사속의소통과화해』(공저)『개념의번역과창조』(공저)『한국의근현대,개념으로읽다』(공저)『동아시아전통지식이론의발전과그근대적굴절』(공저)등이있다.

저자:정혜정
동국대갈등치유연구소학술연구교수.저서로『동학의심성론과마음공부』『몸-마음의현상과영성적전환』『백년의변혁』(공저)『개벽의사상사』(공저)등이,역서로『동학문명론의주체적근대성』등이있음.

저자:조성환
원광대철학과교수.저서로『한국근대의탄생』『하늘을그리는사람들』『키워드로읽는한국철학』『K-사상사』『한국의철학자들』『개벽파선언』(공저)『개벽의사상사』(공저)등이있음.

저자:허석
원불교교무.원광대원불교학과교수.저서로『박중빈·송규』(편저)『개벽사상과종교공부』(공저),TalesofHeaven,Earth,andPeople:TheSacredLandscapeofKorea,NewReligionsI(공저)등이있음.

저자:황정아
문학평론가.한림대한림과학원HK교수.저서로『개념비평의인문학』『다시소설이론을읽는다』(편저)『개벽의사상사』(공저),역서로『왜마르크스가옳았는가』『도둑맞은세계화』『단일한근대성』등이있음.

목차


책을펴내며

1장동학의수도(修道)와개벽운동/정혜정
2장소태산박중빈의정신개벽사상과변혁적중도주의/허석
3장개벽의인간학과사회변혁론:문명전환기최한기의실천/이행훈
4장개벽의정신으로본전병훈『정신철학통편』/백민정
5장염상섭의문명비평과전환의비전:1920년대의작품과비평을중심으로/강경석
6장인류세시대의신동엽과개벽사상/황정아
7장개벽사상과한국의생명운동:장일순과김지하를중심으로/김용휘
8장개벽신학의세토대로서공(空),공(公),공(共)/이정배
9장물질개벽에어떻게대응할것인가:소태산의‘물질’논의를중심으로/조성환
10장동아시아의수양론으로개벽사상다시읽기/백영서

공저자소개

출판사 서평

자본주의문명극복을위한한국사상의발상,개벽(開闢)
실천과사유의전통이누적된인류공동의지적유산

지금인류문명에발본적전환이시급하다는사실에이견을표할이는없을것이다.기후위기는물론이거니와세계각지에서일어나는전쟁과지정학적갈등,민주주의의후퇴등은물질적성장을최우선과제로삼은이시대의부조리와불합리를여실히보여준다.이대로는세계가지속불가능할것이라는우려속에서새로운세상을향한열망은커져가고있다.문명적위기를근본적으로성찰하고큰전환을도모하는지적기획이절실한이때,한국사상은어떻게의미있는사상적자원으로거듭나는가.엮은이황정아는한국사상의핵심에다름아닌‘개벽’이있으며,개벽의질문과발상이문명전환이라는세계사적과제에주체적으로기여할수있다고말한다.
개벽은위력적인서양문명의유입,제국주의의식민정책,산업자본주의의득세등으로인해한반도에쌓여가는모순과위기에맞서인류문명의대변혁을이루고자하는사상이자운동이다.집필진은한국의지식인과민중이격변하는시대상황에대처해온실천과사유가‘개벽적으로’누적되어왔으며,그지적유산이전환에대한시대적열망에이론적,실천적영감을줄수있으리라판단한다.따라서개벽의정신이동학과원불교같은역사적개벽사상뿐아니라문학과종교,실천운동에이르는한국사상의면면에어떻게구현되어왔는지그계보를살피고,개벽의현재적의의와미래적가능성을가늠하는것을이책의목표로삼는다.

새세상을어떻게만들것인가
문명전환기한국사상이걸어온변혁의길

1장「동학의수도(修道)와개벽운동」에서정혜정은기존의동학이해가주로유학을바탕으로이루어져왔음을지적하며동학을불교적관점에서조명한다.우주만물이모두한울임을표방하는동학의우주론을불교와연결지어상세히고찰하는한편,동학의수도법이란인간스스로자기안의한울님을자각하고지킴으로써그바른기운으로새로운세상을여는개벽운동으로나아가는것임을강조한다.이로써동학의개벽사상이지닌독창성을더선명히드러낸다.이어서허석은2장「소태산박중빈의정신개벽사상과변혁적중도주의」에서원불교창립자소태산박중빈의‘정신개벽’사상을논한다.최제우의후천개벽과불교를결합한소태산의사상은일제강점기동안항일노선과는거리를두었기에때때로온건주의로이해된다.이에필자는소태산의정신개벽사상이‘개벽’이라는변혁적사유와불교의중도(中道)적진리관을창조적으로융합해식민지배현실을변혁하려는중도적실천이었음을역사적으로규명하며그혁명성과실천성을온당하게평가하고자한다.
3~4장은동학바깥으로눈을돌려개벽의제와상통하는사상적모색을소개한다.3장「개벽의인간학과사회변혁론」에서이행훈은19세기동서가만나는대전환기에서양근대과학의성취를전통적인기(氣)개념에주체적으로수용해새로운인류문명을기획하고자했던최한기의지적시도를살핀다.그의학문과사상은서구과학이축적해온지식을긍정하면서도그한계를분명하게인식하였으며,지식에대한탐구가언제나사람다운삶의이상,대동의평화와결부되어있었다는점에서개벽적의의가돋보인다.이어4장「개벽의정신으로본전병훈『정신철학통편』」에서백민정은사상가전병훈의저작『정신철학통편』을바탕으로그의‘정신학’을개벽의관점에서검토한다.전병훈은지적균형을갖추고유불도와서양철학등여러이질적사유를배합해이상적사유를주조하고자했다.이질적인관점들사이에서균형을잡으며인간과우주를연결하는더큰질서와유대를지향한전병훈의독특한사유에서,편향된이데올로기를넘어다른방식의원리와균형을고민하는개벽의정신을발견할수있다.

개벽정신의계승과확장
우리는개벽공부를어떻게시작할까

문명전환을중심에둔한국사상은근대전환기를지나20세기에도면면히이어져왔으며한국문학에서도그흔적을찾을수있다.5장「염상섭의문명비평과전환의비전」에서강경석은자본주의물질문명과외래사상에순응하지않고자기만의이해와논리로현실적위기에맞선염상섭의문화적·담론적실천을‘문명비평’이라고이름한다.그리고염상섭의문명비평이자본주의근대를불가피한현실로받아들이거나그영향력을과소평가하지않고근대적응과근대극복의이중과제의관점을견지했을뿐아니라더나아가문명전환의비전까지제시했다고분석한다.황정아는6장「인류세시대의신동엽과개벽사상」에서신동엽의문학적사유가개벽적이라고할수있는지,그의개벽서사가인류세시대의위기에맞서문명전환을도모하는데유효한사상인지살핀다.기존방식대로동학을매개하는데서벗어나신동엽과개벽을직접연결함으로써신동엽사유에서개벽이갖는중심성을확인하고,현대신유물론적관점과인류세담론을대변하는브루노라뚜르나티머시모턴의논의등과신동엽의개벽서사를비교하여그의의제가지닌고유한변혁성을밝힌다.
7장「개벽사상과한국의생명운동」에서김용휘는1970~80년대생명운동을펼친장일순과김지하의사상을개벽운동사의관점에서살핀다.그들은최제우가말한‘시천주’의모심〔侍〕과해월의생명사상을이어받아생태계파괴,인간소외등산업문명의파국을극복하고생태적문명으로나아가고자했다.‘개벽’을죽임의문명에서살림의문명으로의전환으로재해석한그들의생명운동은맑스주의를바탕으로한진보운동과도서양의녹색운동과도구별되는고유한실천성을보여주었다.이어이정배는8장「개벽신학의세토대로서공(空),공(公),공(共)」에서다석유영모의한국적기독교이해를경유하여기독교사상과개벽사상의접점을모색함으로써기독교를개벽종교로재확립하고자한다.한국의기독교가개벽의의제를품고,그간간과했던공(空)을회복해인간의욕망에근거한자본주의체제를비판적으로성찰하여공(公)을도모하고공(共)의기구로서작금의인류적위기에적실히대응해야한다고강조한다.
9장「물질개벽에어떻게대응할것인가」에서조성환은원불교가서구에서시작된물질개벽에대해동아시아사상전통에서어떻게응답했는지를소태산의‘물질’논의를중심으로살펴본다.새롭게등장한물질,종래와는전적으로다른차원의도구를어떻게다룰것인가에관한소태산의사유는사물의권위,나아가‘천지’까지도존중하고그에외경심을가져야함을주장한다는점에서최근의신유물론과도공명하며인류세시대에풍부한함의를갖는다.마지막으로10장백영서의글「동아시아의수양론으로개벽사상다시읽기」는자기자신과사회시스템을동시에변혁하기를강조했던역사적개벽사상의수양론을유학적수양론,중국의혁명수양론과비교하여살핀다.마음챙김이나힐링프로그램과달리수양의목표를더근본적인세상의변혁에두었으며종교와정치의관계를재구성하고자했다는점에서개벽적수양론의독창성과가능성을발견한다.

전환을위한끈질긴모색
그동력을개벽사상에서

복합적위기속에서기존체제의지속불가능이드러나는지금이야말로대안문명구상에일조할우리의사상적자원을점검할적기다.개벽이라는화두로한국사상의뿌리깊은변혁적전통을조명하며우리사상을대전환의지적동력으로재구성하는『문명전환의한국사상:개벽의사상사2』는그러한필요에성실히응한작업이라고할수있다.이책에서다룬개벽적사유들은타성에젖은사고방식이나양극단의입장에서벗어나세상의변화를주체적으로성찰하고인간과인간,인간과세계의연결을더욱평등하고조화롭게재구성하려는시도를보였다.한사람한사람의마음에서시작하는사회변혁을지향했다는점에서오늘우리의실천적지침으로서보여주는가치또한크다고할수있다.독자들은이책을통해문명전환을꿈꾼한국사상의역사적계보를살필수있을뿐아니라현시대의위기를넘어설지적돌파구이자살아있는지혜로서한국사상을만나볼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