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개정증보판)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개정증보판)

$22.00
Description
90년대, 읽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던 바로 그 책
분열과 혐오의 한국 사회를 다시 한번 각성시킬 목소리
한국 사회에 ‘홍세화’라는 이름을 처음 각인시킨 책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개정증보판으로 돌아왔다. 이 책은 30년 전인 1995년 초판 출간 당시, 군부독재의 여파로 아직 경직되어 있던 한국 사회에 타인에 대한 상식적인 존중과 용인을 뜻하는 ‘똘레랑스’(tolérance)를 알리며 단박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념과 신념이 다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증오하고 배척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던 한국 사회에 똘레랑스의 착륙은 그야말로 충격이었고 폭발적인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는 ‘안 읽으면 부끄러운 책’으로 알려지며 오랜 시간 열광의 중심에 있었다.
30년 전 어두운 시대의 막을 내리듯 이 책은 도착했고 변화를 갈망하던 1990년대 청년들에게 각광받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똘레랑스’가 절실한 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불용하고 차이를 차별과 억압의 이유로 삼으며 공존보다 분열을 더 쉽게 선택하는 이 사회에서 대화와 타협, 존중과 인정은 갈수록 변두리로 밀려나고 있다. 타자를 향한 혐오를 원동력 삼아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말살하려드는 사회적 분위기를 묵인한 결과, 다 함께 더 나은 민주주의의 길로 나아가야 할 탄핵 정국의 광장에서조차 시민들은 극단적으로 대립했고 화합은 우리 앞의 가장 긴요한 과제로 남았다. 그러므로 이 책의 저자 홍세화가 2006년 개정판의 서문에서 말했듯 ‘달라졌으면서 달라진 게 없는 세상이라서 똘레랑스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것은 앞으로도 아주 긴 세월 동한 계속 유효할 것이다.’(6면) 위기를 넘어 민주주의의 서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하는 이때야말로 홍세화의 똘레랑스를 다시 한번 곱씹고 소화해야 할 적기임이 틀림없다. 출간 30주년을 기념하고 홍세화의 타계 1주기를 기억하는 의미를 담은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홍세화의 오랜 벗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의 추도문과 저자가 2023년 『한겨레신문』에 마지막으로 기고한 칼럼을 추가해 더욱 뜻깊다.
저자

홍세화

저자:홍세화
1947년서울에서태어났다.1972년대학교재학시‘민주수호선언문’사건으로제적당했다가1977~79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남민전)조직에가담했다.1979년다니던무역회사의해외지사근무차유럽으로갔다가남민전사건이터져귀국하지못하고빠리에정착했다.이후관광안내,택시운전등여러직업에종사하면서20여년간망명생활을했다.이때의체험과성찰을담은자전적에세이이자사회비평서『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로1995년한국사회에‘똘레랑스’(tolerance)를전하며뜨거운각성을일으켰다.2002년영구귀국후『한겨레신문』기획위원과『르몽드디플로마티크』한국판편집인,진보신당대표,『말과활』편집·발행인,‘학벌없는사회’의공동대표,학습공동체협동조합‘가장자리’이사장,‘장발장은행’의은행장등을지냈다.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마중’의일원으로활동하며난민과이주노동자를지원했다.2024년4월타계했다.지은책으로『쎄느강은좌우를나누고한강은남북을가른다』『악역을맡은자의슬픔』『빨간신호등』『생각의좌표』『결:거칢에대하여』『미안함에대하여』등이있고,옮긴책으로『세계는상품이아니다』『민주주의의무기,똘레랑스』등이있다.

목차

개정판서문(2006)
초판서문(1995)
서장“빠리에오세요”

제1부빠리의어느이방인
당신은어느나라에서왔소?
한사회와다른사회의만남
이방인
떠나온땅
길을물어가며
아듀!고물택시
나도승차거부를했다
씰비와실비
망명신청,갈수없는나라

제2부갈수없는나라,꼬레
회상1잔인한땅
택시손님으로만난한국인들
빠리를누비며
한송이빨간장미
수현과용빈에게
회상2방황의계절
회상3가슴의부름으로
뉴옌과나
마지막눈물

보론프랑스사회의똘레랑스
마지막당부소유에서관계로,성장에서성숙으로

추도문올곧은지성,또는소박한자유인|유홍준

출판사 서평

90년대,읽지않은사람이없었다던바로그책
분열과혐오의한국사회를다시한번각성시킬목소리

한국사회에‘홍세화’라는이름을처음각인시킨책『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가개정증보판으로돌아왔다.이책은30년전인1995년초판출간당시,군부독재의여파로아직경직되어있던한국사회에타인에대한상식적인존중과용인을뜻하는‘똘레랑스’(tolerance)를알리며단박에베스트셀러에올랐다.이념과신념이다르다는이유로타인을증오하고배척하는것이당연시되었던한국사회에똘레랑스의착륙은그야말로충격이었고폭발적인호응을불러일으켰다.그후『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는‘안읽으면부끄러운책’으로알려지며오랜시간열광의중심에있었다.
30년전어두운시대의막을내리듯이책은도착했고변화를갈망하던1990년대청년들에게각광받았지만,우리는여전히‘똘레랑스’가절실한사회를살아가고있다.서로의다름을불용하고차이를차별과억압의이유로삼으며공존보다분열을더쉽게선택하는이사회에서대화와타협,존중과인정은갈수록변두리로밀려나고있다.타자를향한혐오를원동력삼아자신과반대되는의견을말살하려드는사회적분위기를묵인한결과,다함께더나은민주주의의길로나아가야할탄핵정국의광장에서조차시민들은극단적으로대립했고화합은우리앞의가장긴요한과제로남았다.그러므로이책의저자홍세화가2006년개정판의서문에서말했듯‘달라졌으면서달라진게없는세상이라서똘레랑스는여전히유효하다.그것은앞으로도아주긴세월동한계속유효할것이다.’(6면)위기를넘어민주주의의서사를새롭게써나가야하는이때야말로홍세화의똘레랑스를다시한번곱씹고소화해야할적기임이틀림없다.출간30주년을기념하고홍세화의타계1주기를기억하는의미를담은이번개정증보판에는홍세화의오랜벗유홍준전문화재청장의추도문과저자가2023년『한겨레신문』에마지막으로기고한칼럼을추가해더욱뜻깊다.

빠리의유일한한국인택시운전사
망명자이자이방인의시선으로두사회를바라보다

1979년유신말기,비밀리에반독재투쟁을전개해온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의조직원들이대거체포되었다.남민전은국가보안법을위반한간첩조직이라는누명을쓰고와해되었고,‘남민전의전사’들은차례로사형과무기징역을선고받았다.이때동료들에게가해지는모욕과폭력을먼타국에서지켜만보아야했던이가있었는데,그가바로홍세화다.그또한남민전의일원이었으나당시그는우연찮게빠리에서생활하고있었다.남민전과관련된이라면누구나‘빨갱이’‘간첩’으로몰려감옥으로잡혀들어가는시대에그는귀국할수없었고,하루아침에망명자신분이되어당장의생계를걱정해야하는처지가되었다.결국그는생존을위해택시운전사로일하는길을택했다.그렇게20여년이지나고,그가빠리의유일한한국인택시운전사로일하며한국사회에도프랑스사회에도온전히속할수없는이방인으로서겪고고민한바를써내려간자전적에세이가바로『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이다.
“나는삼중의이방인이었다.”(81면)홍세화는말한다.그는체제에반기를들었다는이유만으로고국땅을밟을수없었고,빠리에서는언제나“당신은어느나라에서왔소?”(44면)라는질문을받는타자였으며,빠리의한국인공동체조차도그를위험인물로낙인찍고배척했다.어디에도섞일수없고누구에게도환영받지못했지만아이러니하게도그런자리에서만보이는진실이있었기에이책에담긴그의목소리는더욱울림이크다.
홍세화는“한사회와다른사회의만남”(64면)이일으키는충격을생생히증언하는자였다.고문과투옥을피해70년대의한국을떠나온그에게프랑스인들이일상적으로누리고행하는모든것들,특히저마다의개성,자유로운의견피력,타인의생각과처지에대한존중은뼈아프게낯설고부러운것이었다.그가운전대를잡고빠리를누비며경험한프랑스의상식은한국의상식과놀랍도록달랐다.무엇보다인간의존엄과평등을우선시하며그렇기에누구나기득권에맞서자기의권리와의견을서슴없이주장할수있게보장하는프랑스사회의모습을보며그는“내가알지못한사회의모습이었고꿈틀거림이었다”(69면)라고술회한다.
“중력이없는땅”(404면)인듯느껴졌던프랑스사회와그자신사이의간극은그가망명신청을위해찾아간프랑스사무국에서적나라하게드러난다.그는사무국의관리에게한국으로돌아갈수없는상황을설명해야했지만,짧은영어몇마디로‘유신체제’와‘긴급조치’의실체를제대로전달할수없었다.특히남민전의일원이었다는그의말에사무국의관리가“그래서당신은그조직에서구체적으로무슨행동을했습니까?”(187면)라고되묻자그는기어코말문이막혀버린다.“몇차례에걸쳐박정희군사독재정권을무너뜨리자는삐라를뿌렸다는정도”만으로도“한국의유신체제하에서는취조실에서고문을당해야하며적어도수년간의옥살이를각오해야”한다는“어처구니없지만엄연한사실”(187면),이러한사실을가능케한분단의현실을프랑스인에게이해시키기란불가능에가까웠다.결국허탈함과분노를못이기고“이상주의자도휴머니스트도빨갱이가될수있는곳이바로한국”(193면)이라고소리치는그의모습은‘다른생각’을용인하지않았던우리의암울했던과거를되돌아보게하는동시에오늘날까지계속되는이념적낙인을쓰라리게상기시킨다.

“우리들의부싯돌은부딪쳐야빛이난다”
분열과혐오의한국사회에서
홍세화를다시읽어야하는이유

국가의이념에순응해야하는사회와개인의신념을존중하는사회.무엇이두사회를이토록다르게만들었는지에대한고민은깊어질수밖에없었다.홍세화는두사회의차이가‘똘레랑스’의유무에서비롯되었다고진단한다.그에따르면똘레랑스란한마디로“다른사람이생각하고행동하는방식의자유및다른사람의정치적·종교적의견의자유에대한존중”(374면)을뜻한다.당신의이념과신념이존중받길바란다면남의이념과신념도존중하라.이것이바로“똘레랑스의요구이며인간이성의당연한주장”(375면)이라고그는말한다.그러니똘레랑스가있는사회에서는타인의생각과입장을막무가내로비난하거나강제로바꾸려들지않는다.서로의다른입장은부단하고치열한대화를통해서만좁혀질수있을뿐이다.타자를다른그대로받아들이라는똘레랑스의정신은정치나사상의영역에만국한되지않는다.나와다른국적,인종,문화,생활방식,정체성등을용인하는데까지나아간다.즉똘레랑스는일종의삶의태도이자인간사회에서반드시요구되는최소한의배려인것이다.
그러나한국사회의모습은어떠했는가.홍세화는프랑스를지탱한것이똘레랑스였던반면한반도를지배한것은“증오의이데올로기”(71면)였다고말한다.남북이서로를증오하고배척함으로써내부의결속을꾀했던분단의역사는다름을위협으로,타자를적으로간주하게만들었다.“공산주의가무엇인지모르면서벌써공산주의자를철저히증오하고”“인간에대한사랑을알기전에증오부터배”(71면)우는사회는인간사이의신뢰와연대,상호책임을훼손하고공동체를찢어놓았다.비판적관점과견해들은“우리들의부싯돌은부딪쳐야빛이난다”(399면)라는볼떼르의말처럼맞부딪쳐활력을자아내지못하고증오와독선의논리에의해산산이부수어지기일쑤였다.이책에서홍세화는자신이한국전쟁때일어난민간인학살의생존자였음을밝히며이러한증오의이데올로기가한인간의삶에얼마나잔인하고돌이킬수없는상처를남기는지또한증언한다.
오늘날한국사회역시이러한그림자에서자유롭지못하다.‘갈라치기’를부추기는정치현실,일상에서폭력적으로표출되는이념적갈등,소수자와약자를향한혐오와차별등이여전히우리사회에증오의흔적이깊게새겨져있음을보여준다.이같은현실에서민주주의의지속가능성을위해서라도똘레랑스는일상의지침이자공동체의윤리로자리잡아야한다.다시똘레랑스의가치를되새기고실천해야할때인것이다.그것이홍세화가‘보론’이라는이름으로이책의상당부분을할애해똘레랑스를설명하는이유이고,이책을지금우리가다시읽어야하는이유이다.

소외된이들의진정한벗이자영원한아웃사이더
홍세화의시작점이된단한권의책

홍세화는『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를출간하고10여년만에영구귀국했다.고국으로돌아온기쁨도잠시,그는다시몸담게된한국사회에적응하길거부했다.깨어있는비판자로서,자신이전한똘레랑스의정신을한평생실천해나갔다.언론인,정치인,사회운동가로활동하며보수진보가리지않고기득권의위선과독선을거침없이비판했다.다수에게환영받지못하는의견이더라도더평등하고포용적인사회를만드는데보탬이되는것이라면굽히지않았다.필연적으로‘아웃사이더’가될수밖에없는삶이었지만,그는자꾸만더낮고외진곳으로향했다.그곳으로밀려난이들,난민,성소수자,여성,장애인,비정규직노동자,빈자의벗이되어함께했다.그는진정한자유,평등,연대라는이상을향해부지런히몸을움직이는사상가이자실천가였다.우리가어떤세상을열어가야하는지를최전선에서묵묵하게보여준시대의어른이었다.
망명생활을하기전그가한국에서경기고와서울대를졸업한,일명‘KS’마크를단기득권이자엘리뜨였다는점을생각하면이는실로놀라운행보다.그런이력을가진그가권력에편승하지않고끝까지‘똘레랑스의전도사’로,‘아웃사이더’로,‘소박한자유인’으로살아갈수있었던것은빠리에서의20년덕분이라고해도과언은아닐것이다.그간의배경이모두부질없어지고맨몸으로다른사회와부딪혀야만했던때,예상치못하게택시운전사로일하며“‘생존잇기’의쓴맛”(114면)을감내해야했던날들을잊지않았기에가능했을것이다.그시절프랑스어가서툰외국인택시운전사를그저한명의인간으로동등하게대해준손님들,일상의연대가무엇인지알려준택시운전사동료들,웃고떠들고어깨동무하며데모를하던그때그거리의자유로운빠리지앵들…그에게영원히잊을수없는놀라움과감동,씁쓸함을안기며그의삶을송두리째바꾼사람들,장면들,일화들이이책에모두담겨있다.홍세화의시작점이된단한권의책,『나는빠리의택시운전사』를펼쳐“빠리에오세요”(13면)라며운을떼는그의이야기를따라가보자.똘레랑스가말뿐인구호가아니라살아있는현실로다가오고,분열과단절의시대를건너는중인우리에게하나의이정표가되어줄것이다.

*故홍세화선생의타계1주기를추모하며홍세화선생의정신을함께기억하는추도식과추모문화제가2025년4월18일열릴예정이다(문의:홍세화선생1주기추모위원회02-6004-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