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

$26.00
Description
오늘의 한국 민주주의를 성찰하는 새로운 눈!
누구나 고른 빛을 발하는 광장을 위하여
80년대 민주주의 속 희생된 몸들의 이미지를 직시하자
한국 민주주의는 영화 〈1987〉의 ‘구간 반복’처럼 재생된다. 권력의 억압에 항거하던 누군가가 희생되면 거리에 운집한 시민들의 숭고한 저항이 이어지고, 비로소 승리한 민주주의는 새 국면을 맞는다. 우리가 ‘K’ 접두사를 붙이며 자랑스러워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자부심은 이처럼 누군가의 희생이 시민들의 투쟁으로 반전되는 스펙터클의 서사에 힘입은 바 크다. 하지만 이 뜨겁고도 강렬한 민주주의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 지금도 반복되고 있는 듯한, 이 지난한 역사의 클리셰 바깥에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상상할 수는 없을까?
『몸, 스펙터클, 민주주의: 새로운 광장을 위한 사회학』은 다양한 문화현상을 해석해 한국의 현대성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주목받는 신진 연구자 김정환의 첫 책이다. 이 80년대생 사회학자는 80년대 민주주의의 강렬한 순간을 직접 경험할 순 없었지만, 방대한 문화적 자료를 동원해 그 시대를 진지하게 들여다본다. 그렇게 그 시절 이야기를 현재로 소환하면서도, 당사자인 소위 ‘86세대’가 빠지기 쉬운 역사적 도취를 충분히 경계한다. 민주화의 상징이 된 박종철·이한열 열사의 영정에서 『소년이 온다』까지, 민주주의를 지키려다 부서진 몸들의 이미지를 차분하게 탐색하고, 광장에서 모두가 빛을 발했던 오늘의 민주주의를 성찰하기 위해서다.
이례적으로 ‘빛의 혁명’은 희생자의 피가 아닌 모두의 즐거움으로, 영웅 일인의 목소리가 아닌 다양한 민의 목소리로 이루어졌다. 이제 민주주의는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라는 노랫말로 요약되는 신성한 승리서사를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역사적 목표를 완수하는 플레이어로서 민주시민이 될 것이 아니라, 누군가 죽고 희생되는 드라마가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곁의 상처 나고 보이지 않는 몸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활달한 정치적 상상력이 필요한 지금, 새 단계로 이행 중인 민주주의의 초입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저자

김정환

저자:김정환
사회학자.서울대학교사회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고,현재한림대학교에서공부하며학생들을가르친다.사회학의이론과방법론을비판적으로검토하고,다양한문화현상을해석해한국의현대성을탐구하는작업에관심이있다.시민사회의지적소통수단이자문화적교양으로활용될수있는사회학을하고자한다.논문으로는「광장에서만난세계:윤석열퇴진집회시민발언문분석」「고시패스의욕망과수험의페이션시:《고시계》(1980~2018년)사법시험합격수기를중심으로」(이상공동연구)「사회학의소설적전통」등이있으며,저서로는『연구자의탄생:포스트-포스트시대의지식생산과글쓰기』『마스크가말해주는것들:코로나19와일상의사회학』(이상공저)이있다.

목차

머리말

1장한국민주주의다시보기(review)
민주주의라는드라마?|사이다와고구마|각본:민(民),주연:민(民)|상상계:이미지의저장고|장면의재구성

2장죽음의스펙터클:민의자연적신체
민주주의는피를먹고자란다?|국가폭력과신체의현상학|주검

3장민의운동과재활
스펙터클과의조우:눈빛의발생|굳어지는몸,안들리는말,사라지는민|죽은몸이있는곳으로|Ready,Action!|불타오르는몸,떨어지는몸|죽은자의귀환

4장결집의스펙터클:민의집합적신체
집합적신체의물리학|집합적신체의생리학|흩어지는몸(解體)

5장한국민주주의의서사와의미론
죽음-결집의레퍼토리:세월호에서촛불집회까지|우리에게‘민주’란무엇이었나|극장전:민주주의극장의안과밖

결론민의생명과죽음을다시생각하기

출판사 서평

80년대생사회학자가들여다본
80년대민주주의속깨지고불탄몸들

80년대한국민주주의를그릴때,우리의문화적스크린에가장먼저영사되는장면은국가폭력에의해연행되고구타당하다결국죽음에이르는민의몸이다.제2장에서는맞으면쓰러지고찌르면피가나는등철저히물리법칙에종속된몸으로나타난다는점에서이를‘자연적신체’라고규정한다.1980년8월광주에투입된계엄군의진압장면은국가의폭력적인본질이극단적으로드러난사례였다.(74면)제3장에따르면이러한스펙터클과조우한민에게구타당한몸의이미지는훼손된민주주의의징후로여겨졌으며,‘광주’는국가폭력의상징이자이를반성하는자원으로서국가가부당한물리력을행사할때마다회자되는사건이되었다.

제4장에서분석하고있는민의‘집합적신체’는한국민주주의라는서사를채우는또다른스펙터클이다.인파로가득한광장,촛불을든채전진하는군중의물결,사방에서합류하며밀려드는사람들.(267면)민은주인공으로무대에등장하여거대한결집을이룬다.이는그자체로대단한스펙터클이며,그속에서벌어지는다양한애도의례역시또하나의장관을이룬다.함께울고노래하고춤추는애도의공연은그자체로집합적민의생명력을활성화하는신진대사일뿐아니라,공연자이거나관람자인민또한새로운민주주의주체로거듭나게한다.(303면)한국의민주주의는깨지고불타는희생자의몸을보고자신의몸을움직여결국에는더큰몸,더뜨거운민주주의를만들어내는과정이었다.

80년대중반생인저자는이과정에서발생한다양한이미지들을그시대의청년처럼진지하게들여다본다.그리고이강렬한승리의서사가오늘날까지제공하는정치적도취로부터우리를흔들어깨운다.승리가반복되는동안죽은사람은돌아오지않았다.예외적인축제로서민주주의는남았으나지난하고점진적인일상의민주주의는보이지않는다.이제는우리곁에서살아가고있는취약한이들의삶을돌아보고,우리가그들을함께돌볼방법을생각해야하지않을까.우리눈앞에서그들이또다시이른죽음을맞이하기전에말이다.

누구나고른빛을발하는광장의민주주의를위하여
우리는어떤시민이되어야하는가?

이책은민주주의를‘죽음도불사해가며지켜야할어떤이상’이아니라,지금이곳에서살아있는몸들과함께가꾸어야할‘일상의실천’으로다시사유하게한다.‘죽은자가산자를구하는’서사에매료된우리가미처보지못하고있는민주주의는무엇인가.우리민주주의의서사와의미를다시금숙고하는제5장에서저자는이렇게묻는다.“죽음으로부터부활을이루어내는성스럽고거룩한민주주의가아니라,일상적이고세속적인민주주의,민이국가에대해승리하는민주주의가아니라각자의민이평등하게살아갈수있는민주주의는불가능한가?”(358~359면)이러한전환을위해서는더크고강한민주주의가아니라,지금과는다른민주주의에대한새로운상상과실천이요청된다.

세월호참사에서태안화력발전소노동자김충현씨의끼임사고까지,지금까지도민의죽음은중단없이일어나고있다.이제우리는‘누가또,어떻게죽었는가’를묻는사후적질문을넘어서‘누가우리곁에위태롭게살아있는가’의문제에예방적인주목을기울여야한다.반복되는비극이아닌,일상의감각위에민주주의를어떻게쌓아올릴수있을것인가.살아있는이들의목소리와존재가동등하게빛을발할수있는광장의민주주의를어떻게열어갈것인가.저자는이러한문제의식을「광장에서만난세계:윤석열퇴진집회시민발언문분석」이라는제목의공동연구로이어갔다.화제를모은이연구는광장에서울려퍼진시민들의발화속에담긴열망과희망을분석해,오늘의민주주의가죽음과투쟁의스펙터클을넘어어떤방식으로다시구성되고있는지를섬세하게포착한다.살아있는이들의삶을지키기위한민주주의는,바로그다양한목소리와고른빛속에서시작되는것아닐까.(365면)『몸,스펙터클,민주주의』는한국민주주의의이미지들이품고있는고통과희열을뚜렷하게직면하면서도,그극적인힘에압도당하지않은채새로운민주주의를희망하게한다.

추천사

오랫동안학계에서는민주주의를하나의‘이념’으로추앙해왔지만,한국민주주의의문제점을본격적으로지적하는글은드물었습니다.이책은그간한국민주주의가기대와는다른방향으로사회를이끌었다는점을설득력있게지적합니다.짙은피비린내와숱한시체를남기며전개된한국민주주의가앞으로는어떤곳으로우리를이끌지알수없습니다.자유당시절에유년기를시작한저뿐아니라한국의현대를겪어온분들은누구나이책속의처절한현실을기억할것입니다.많은독자들이『몸,스펙터클,민주주의』를읽으며한국민주주의가만들어냈고한국민주주의를만들어낸우리자신의모습을돌아보기를바랍니다.
최정운(서울대학교명예교수,『오월의사회과학』저자)

한국민주주의는영화〈1987〉의‘구간반복’처럼재생된다.권력에짓밟힌희생자들-숭고한저항-각성한시민의투쟁에따른승리.생생한판본은1980년대에펼쳐졌다.희생자의몸통이잘리고,저항을위해스스로불지른몸은추락한다.80년대중반태어난저자는이이미지들을그시대의청년처럼여러번들여다본다.그런후충혈된눈으로,참혹하고도성스러운이‘승리’이야기가오늘날제공하는정치적도취로부터우리를흔들어깨우기로한다.승리가반복되는동안죽은사람은돌아오지않았다.이제민주주의는신성한투쟁서사를넘어서야하지않는가?우리는역사적드라마를완성하는배우로서민주시민이될것이아니라,그드라마가반복되지않도록내곁의상처나고죽어가는몸들에주의를기울여야하지않는가?김정환은한국민주주의의이미지들이기록한고통과희열을누구보다뚜렷이직면하고서도,그극적인힘에압도되지않은채오늘의민주주의를성찰한다.
김원영(변호사,공연창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