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격조했습니다 (이동순 산문집 |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

그간 격조했습니다 (이동순 산문집 |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

$17.00
Description
시대를 살아낸 작가들의 편지에서 발견하는
한국문학의 깊은 서정
김광균 김지하 황석영 백낙청 정호승 도종환에서
백석 시인의 연인 자야 여사까지,
글자마다 스며 있는 그리운 안부를 읽다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문학·인물사·대중가요사 등 분야를 넘나드는 연구자로 활발히 활동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이동순 시인이 지난 50여년간 동료 시인, 작가, 사회인사 등과 주고받은 친필 편지를 문학적 단상과 함께 엮어낸 산문집 『그간 격조했습니다: 편지로 읽는 한국문학의 발자취』를 펴냈다. 근현대 한국문단의 생생한 풍경은 물론 시대의 곡절, 나아가 추억의 아름다움까지 담은 이 책은 한 시절을 살아낸 작가들의 육필 속에서 한국문학의 깊은 서정을 발견한다.
근대 한국시단의 풍경이 생생히 담긴 김광균, 김규동, 김지하 시인 등의 편지를 통해 문학사적 의의를 찾아볼 수 있는 한편 황석영 작가, 백낙청 평론가, 이시영 시인 등과 주고받은 편지 속에서 1970, 80년대 일상에 틈입한 독재정권의 탄압이 여실히 드러나기도 한다. 백석 시인의 연인이었던 자야 여사의 곡진한 사연이 담긴 편지는 한국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귀한 자료가 되어주며 정호승, 안도현, 도종환 시인 등과 나눈 살뜰한 안부 인사에는 편지라는 형식적 미학은 물론 일상의 정겨움까지 물씬 풍겨난다. 단 한명의 수신인을 생각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눌러쓴 손글씨 속에 담긴, 지난 시절 보내온 그리운 안부가 오늘날 독자들에게도 뭉클하게 전해져온다.
저자

이동순

1950년경북김천에서태어났다.경북대국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고,1973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시가,1989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문학평론이당선되었다.시집『개밥풀』『물의노래』『지금그리운사람은』『철조망조국』『봄의설법』『꿈에오신그대』『가시연꽃』『아름다운순간』『그대가별이라면』『마음의사막』『미스사이공』『발견의기쁨』『묵호』『멍게먹는법』『마을올레』『강제이주열차』『독도의푸른밤』『고요의이유』『어머니』등과평론집『민족시의정신사』『시정신을찾아서』『잃어버린문학사의복원과현장』『우리시의얼굴찾기』『달고맛있는비평』등이있다.『번지없는주막』『마음의자유천지』『한국근대가수열전』『가요황제남인수평전』등과민족서사시『홍범도』(전10권),산문집『나에게보내는격려』『나직이불러보는이름들』,인물사를다룬『나는백석이다』『나는홍범도다』『나는왕평이다』『나는김자야다』등다수의저서를펴냈다.또한분단시대매몰시인들의작품을수집·정리하여『백석시전집』『권환시전집』『조명암시전집』『이찬시전집』『조벽암시전집』『박세영시전집』등을엮었다.신동엽문학상,김삿갓문학상,시와시학상,정지용문학상등을받았다.

목차

책머리에|그리운편지가보내주는따뜻함

제1부|시와혁명의서곡
꼬리에꼬리를물어감회에젖었습니다ㆍ김광균시인의편지
모더니즘을해보고싶었으나ㆍ김규동시인의편지
돌이킬수없는,가장값지고아름다웠던ㆍ김자야여사의편지
그자료들은내육신의일부이니ㆍ임종국비평가의편지
끝까지산정의깃발을내리지마십시오ㆍ박용래시인의편지
먼눈팔지말고성을다하도록ㆍ김춘수시인의편지
시는재주만으로쓰이지않습니다ㆍ민영시인의편지
나는땅끝까지밀려가파도속에사라졌다ㆍ김지하시인의편지

제2부|유폐된언어의저항
그시골집에나도가보고싶네ㆍ황석영작가의편지
고요를지키기위한시끄러운싸움ㆍ백낙청비평가의편지
우리삶의알맹이가수몰될지라도ㆍ염무웅비평가의편지
한가지다짐이있다면ㆍ이시영시인의편지
언어와문자라는것은결국무엇인지ㆍ김성동작가의편지
당분간은술대신좋은시를ㆍ송기원작가의편지
새해에는그리운사람끼리자주만납시다ㆍ최원식비평가의편지
이럴때어색하게웃는버릇이있지요ㆍ정채봉작가의편지
하늘이조금흐리다고비를걱정할수없다ㆍ김명인시인의편지
미움도없고증오도없습니다ㆍ정호승시인의편지
난필을용서바라며ㆍ이태호조각가의편지

제3부|일상의서정
이것을정말나는희망처럼믿습니다ㆍ이가림시인의편지
천천히음미하면서보겠습니다ㆍ이선관시인의편지
게으른펜을들었습니다ㆍ김승희시인의편지
고통과애씀이눈에선하여ㆍ송우혜작가의편지
저는여름의모든걸참좋아합니다ㆍ이경자작가의편지
자주편지주시면덜외롭게될것이고ㆍ이정우신부의편지
양심은수모를뛰어넘는길밖에더있겠습니까ㆍ원광스님의편지
여기에는더감동적인리얼리티가있습니다ㆍ이진흥시인의편지
더운바람쫓으시라고부채하나보냅니다ㆍ안도현시인의편지
넝쿨이많이벋으면열매가실하지않는법ㆍ도종환시인의편지
그냥엽서로소식드립니다ㆍ김사인시인의편지

제4부|기억,헌사,응답
그개구리올해는아직연락없음ㆍ정호경신부의편지
은총과평화가함께하시길ㆍ두봉주교의편지
도대체시어라는게따로있는지요ㆍ이현주목사의편지
정겨운사이처럼느껴지니신통한일이라ㆍ최완택목사의편지
어디로마음이달리는지ㆍ배영순사회평론가의편지
이편지도들여다보겠지요ㆍ서미주작가의편지
살아가는모든것들이새롭게보입니다ㆍ김태정시인의편지
부끄럽게살지않도록노력하겠습니다ㆍ백창일시인의편지

출판사 서평

근현대한국문단의풍경을생생히담아낸38인의편지
엄혹한시절을견디어오늘에이르다

시인,작가,평론가등38인의편지64점이담긴이책은총4부로구성되어있다.제1부「시와혁명의서곡」에는근대한국문단의풍경을생생히기억하는이들의편지를모았다.저자는교과서에서작품을읽던원로시인김광균의친필편지를받은일은특별한기쁨이자감격이었다고말한다.대표적모더니스트시인김광균은‘우두(雨杜)’라는자신의아호가인쇄된전용편지지를썼다.옛문인들의선비적취향이물씬느껴진다.
백석시인의연인이었던자야여사는잠이오지않는밤이면옛연인백석과의추억을편지에담아보내곤했다.세상에하나뿐인‘자야체’로쓰인이편지들은백석시인의생애를엿볼수있는귀한자료이다.한편저자와특별한노래대결을펼친인연으로교유하게된시인김지하는1986년여름날새벽,입원중에“‘김지하’는죽었다.이제부터나를‘김영일’이라불러다오”(97면)라는선언을담은편지를쓰기도했다.쉬이찾아보기힘든김지하시인의육필편지를만날수있는소중한기회이다.
제2부「유폐된언어의저항」에담긴편지들은유신정권과군부독재정권이문인들의일상을어떻게탄압해왔는지여실히드러낸다.국가보안법위반혐의로수감중이던작가황석영은옥중에서메모와도같은단문의편지를보냈다.그의육필옆에찍힌‘검열필’이라는도장은마치시대에대한비유처럼느껴진다.평론가염무웅은저자의시「수몰민」이당국에검열당하자‘물의노래’라는“‘맹물같은’제목”을붙이면어떻겠느냐는제안을편지로전해온다.“허허,참별난세상이오”(119면)하는짧은탄식에서차마글로는다쓰지못한깊은한숨이느껴진다.정부에의해강제폐간되었던계간『창작과비평』의복간을준비하던시점에쓴백낙청평론가의편지,유신체제하숱한탄압에도굴하지않고자리를지킨이시영시인의편지등엄혹한시절을견뎌낸이들의굳건함이남다른감동으로다가온다.

“그리운사람끼리자주만납시다”
느긋한인사가전하는정겨운아름다움

평범한안부속에서린정겨움을물씬느낄수있는편지들을제3부「일상의서정」에모았다.수상소식이들려오면축하의인사를,책이출간되면그에대한감상을,선물을주고받으면감사의마음을편지에담아보내던시절이었다.저자이동순은안도현,도종환,김승희,김사인등우리에게익히익숙한이름의문인들과주고받은편지를꺼내그안에서추억의아름다움과편지라는매체의진정성을읽어낸다.특별한용건이없어도안부인사를건네는가하면,문학이란무엇인가하는진지한성찰을꾹꾹눌러쓰기도했다.문자메시지와이메일등빠르고편리한소통에익숙해진오늘날,좀처럼찾아보기힘든느긋한정겨움이흠뻑전해진다.
제4부「기억,헌사,응답」은스치듯지나간인연에도상대에대한극진한마음을아끼지않고쏟아낸이들의편지로엮었다.청년시절낯선한국땅을밟은이래일생을핍박받는농민의편에섰던프랑스인두봉주교는타이프라이터자판을콕콕찍어쓴편지에따뜻한격려의뜻을실어보냈다.아끼던빨간색아코디언을선뜻선물한배영순평론가는평소털어놓지못했던은근한우정의마음을긴편지로고백했으며,새벽시간에도전화를걸어스승에대한존경심을폭포처럼쏟아놓던백창일시인은자신의마음을자작시로표현하기도했다.저자는이미세상을뜬이들과의소중한추억을되새기며그들의옛편지에고요하지만뜨거운헌사를바친다.

옛편지에서발견하는삶의철학

『그간격조했습니다』에수록된편지의발신인은한국문학독자들에게익숙한이름들이지만,문학작품이아닌일상언어로쓰인그들의편지를한데모아보는기회는진귀하다.저자이동순은작품에서쉬이만나볼수없었던문인들의인간적이고내밀한고백을소개하며문학사속에서편지가수행해온역할을점검한다.또한지나간시절맺은인연의소중함을다시금되새기고,세월의무상함가운데에도빛나는생의아름다움을논하며삶의철학을건져올린다.
좀처럼편지를쓰지않는시대이다.이메일과문자메시지,메신저어플리케이션으로얼마든지간편하고손쉬운소통이가능해졌다.그럼에도이책을읽다보면옛편지에담긴사랑과눈물,그리움과설렘이지금도여전히유효하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가끔은잠시멈추어서서편지라는오래된매체의미학을생각해보면어떨까.정겨운안부인사,정성으로써내려간글씨,느리게전달되는마음을담은한통의편지처럼『그간격조했습니다』역시독자들의마음에천천히스며들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