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

박지원 (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

$23.00
Description
전통의 완강한 성벽에 도전하여
글과 생각의 새로움을 추구한 연암 박지원의 사유
창비 한국사상선 제10권 『박지원: 글쓰기의 혁신과 새세상 만들기』는 조선을 대표하는 문인적 사상가 연암 박지원(1737~1805)의 산문 중에서 현대적 의의를 지닌 글들을 선별해 엮은 책이다. 정조 임금이 ‘연암체’라고 규정했을 정도로 당대의 글쓰기 풍토를 단번에 뒤엎었던 박지원의 문체는 전통 한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반역의 산물이다. 박지원은 단순히 문체의 변혁만을 시도한 것이 아니라 당대 세계에 대한 관찰을 토대로 실학의 이념을 개진함으로써 문명 대전환의 방향을 제시한 대문호였다.
하지만 박지원의 산문이 이처럼 재평가받은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열하일기』가 사람들에게 읽히던 18세기 후반은 청나라에 대한 적대감이 팽배했던 시기였고, 박지원은 청의 연호를 쓰고 청을 우호적으로 바라본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근대 이전까지 유학자들 사이에서 ‘이단자’로 낙인 찍혔다. 이와는 역설적이게도 박지원이 쓰는 글은 족족 경쟁적이고 열광적으로 복제되고 읽혔으니, 당대의 위선을 들춰낸 그의 글이 금기 따위는 쉽게 뛰어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조선을 뒤흔든 박지원의 글 중에서 『열하일기』를 포함하여 총 84편의 산문을 소개한다. 박지원의 글을 가장 정확한 한국어로 옮긴다는 평을 듣는 김혈조 영남대 명예교수의 정갈하고 간명한 번역이 글의 품격을 한층 높여주었다.
저자

박지원

한국문학사와사상사에문제적이고창의적인업적을남긴조선후기사상가.시대를거스르고맞서대안을찾는과정에서전통한문학에반기를들고새로운글쓰기를추구하였으며,중세적사유를넘는참신한인식을내보였다.『연암집』의산문은미적성취가뛰어난작품으로연암의글쓰기이론과실천을보여주고,『열하일기』에는문체와사상에서실학의현실주의가생생하게구현되었으며,『과농소초』에는국가경제구조전체,특히농업을비판설계한개혁론이담겨있다.

목차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

서문
역사의주체로서다

핵심저작
1장연암박지원,그의사의식과인간의발견
2장우정론과그실현
3장『열하일기』,북학과세계정세인식
4장사유의전환과인식론
5장글쓰기의혁신과창조적문학추구
6장변혁사상과경세론

박지원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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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당대의글쓰기풍토를단번에뒤엎은,시대를앞서나간문필가박지원

박지원이태어난18세기조선에서는지배층의당쟁과맞물려다수양반층의몰락이큰사회문제로떠올랐다.관직의수가한정된데비해양반의수가급격히늘었고과거시험이공정한선발대가되지못하다보니대다수양반들은필연적으로몰락할수밖에없었다.박지원또한이같은사회적분위기아래서반남박씨집안의명성과는달리청년기를내내곤궁하게보냈다.박지원의대표작「양반전」은이러한배경에서탄생한작품이다.
정도를벗어나세력가에아첨할수도없고,또다른밝은미래를기대할수도없는상황에서,박지원은끝내좌절하지않고자신에게주어진‘선비’로서의책임을마다하지않았다.그는선비의학문은농·공·상을갖추고있기에‘글을읽는선비’라면세상을경영할수있다고믿었고,조선이라는신분제사회에서억압받는존재인여성,노비,천주교도등의처지에관심을두었다.특히자신의일상을두루살피며쓴글들은‘하찮은것들에서이야기를발견하는’대단히현대적인산문이라할수있다.
19세였던1755년처삼촌이양천이귀양을다녀온뒤세상을떠나자,그는한동안정신적고통에시달렸다.박지원은시종과이야기꾼을불러모아세상이야기를들으며괴로움을달랬고,그때들은이야기들을바탕으로사회비판의식을담아인물전을써내려가기시작했다.『방경각외전』의인물전이여기서비롯되었는데,그중에서도양반과하층민간의우정을다룬글들은무척독특하다.문제는조선의현실에서이처럼계층간의우정이란구현되기어려웠다는점이고,그리하여박지원은서얼들과깊이교유하며우정을쌓고,국경을넘어중국으로눈길을돌려천하를주유할호걸과함께하는꿈을꾸기도했다.
박지원이젊은시절부터가깝게지낸이들의신분은주로서얼이었다.이들은자신의처지를이해하고포용해주는연암의주변으로모여들었다.이덕무,유득공,박제가등이들과맺은우정을담은글들에는오래눈길이머문다.「벗을잃은슬픔」「정석치제문」등친구들의죽음에부친애사나그들과주고받은편지등에서보게되는절절한우정담은펼칠때마다그의고통과애정어린마음씀에공감하게된다.
이시기각별한벗이던이희천이국가의야만적폭력으로죽임을당했고,이일로큰충격을받은박지원은세상과단절한삶을살게된다.인간관계를모두끊고셋방에폐인처럼틀어박혀서는자신을끝없는고통속으로몰아넣었다.여기에더해당시세도정치의권력자이던홍국영에의해목숨의위협을받게되자,연암은황해도연암협으로은거하게된다.
홍국영이실각한뒤한양으로돌아온박지원은청나라황제칠순을축하하기위한사절단에동행하게된다.그자신을조선최고의작가로만든『열하일기』의첫페이지가쓰이는순간이다.박지원은청나라땅에발을딛는순간청나라를적국으로만여기지않고세계의문명국으로보았으며,그세계전체를배움의대상으로삼고자했다.
그의성실한자세는『열하일기』속에생생하게살아숨쉬는인물들의모습에서여실히드러난다.조선과청나라의경계를넘으며더이상봉건윤리속에자신을가두지않겠다고선언한것일까.박지원은자신의글에서“사상가,학자,지식인,양반의진지하고점잖은모습뿐아니라,한인간으로서경쾌하고발랄하기도하고,진솔하고구김살없기도하고,호기심으로좌충우돌하는그야말로살아있는자신의모습을약여하게묘사했다”.(28면)박지원은사절단여정내내자신이보는것들을범상히넘기지않고무척세밀하게관찰하기도했다.중국의집구조,벽돌을쌓는법,각종수레의모습과사용법,말기르는법등중국의산업과제도전반을『열하일기』전편에구체적이고면밀히담았다.
『열하일기』에실린「허생이야기」와「범의호통」은문제적이다.박지원사후에그의손자박규수가연암문집발간을제안받았을때당시유학자들의반응을가늠해보고두려운마음에거절했을정도로이두작품은‘센세이션’그자체였다.효종시대의북벌론에대한비판에서부터아나키즘적인사상의발흥까지,「허생이야기」가지닌평론적가치는무궁무진하다.또한호랑이의말에빗대어당대인류문명자체를비판하는과감함은왜박지원이근대에이르러서까지‘문제적사상가’로주목과논쟁의중심에있었는지를알수있게한다.

문명대전환의방향을제시한대문호,박지원

박지원이선보인새로운문체는곧새로운생각에서나왔다.작가생전에도파격적이었던글쓰기는21세기인현재까지빛을발한다.이책을엮은김혈조교수는서문에서‘연암체’를염두에두고새로운글쓰기이론을몇가지로압축해소개한다.‘옛것을본받아서새것을창조하라’‘진실하고독창적인글을써라’등,총일곱가지의명제는연암체가얼마나현대적인지를다시금일깨운다.전통의글쓰기와는판이한문예적글쓰기,당대사회현실에대한깊이있는생각,통찰력을가진선비가지녀야할책임감등박지원이바랐던세계의변화는여전히현재진행형의과제다.“연암이자신의주체를자각하고역사의주체로서서백성의삶을보다윤택하게하고문명국가를기획하고건설하려했던프로젝터로서우뚝섰던것처럼,이시대문명적대전환에값할가치와사상,이를연암의저작에서찾아내고승화시키는것이야말로이시대에연암을다시살리는길이고,이거칠고척박한시대를부드럽고기름지게만드는일이될것이다.그책임은연암의글을읽는이시대의고독한사람에게주어진몫일터”(46~47면)라고편저자는말한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나개벽사상등한국사상특유의사상적기획이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
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