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혜석·염상섭 (개성의 해방과 문명전환)

나혜석·염상섭 (개성의 해방과 문명전환)

$22.00
Description
자주적 각성을 통해 역사적 과제와 만나기까지
문명전환기 신지식인들이 지나온 예술적 고투의 길
창비 한국사상선 제25권 『나혜석·염상섭: 개성의 해방과 문명전환』은 근대 조선 예술사의 두 거장인 나혜석과 염상섭의 글과 말을 엮은 책이다. 각각 한국 서양화의 개척자와 한국 근대소설의 완결자로 평가받는 두 사람은 생전에는 여러 논란 속에서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사후에는 그나마 각각 ‘1세대 페미니스트’ ‘자연주의 소설가’라는 칭호를 얻었지만, 이 두 사람의 작품 전반을 총괄하지 못한 일면적 평가가 아쉬울 뿐이었다. 이 책의 엮은이 강경석은 나혜석과 염상섭의 글 중에서 그들의 사상적 변모를 엿볼 수 있는 글들을 따로 따로 추려냈다. 구한말 문명전환기에 태어나 신지식을 익히고 3·1운동을 거치며 ‘개성의 해방’을 위한 예술가로서 자각했던 나혜석과 염상섭을 이제 사상사적 맥락에서 재해석해야 할 때다.
저자

나혜석

일제강점기화가·작가로,서양화와근대소설의개척자중한사람으로평가된다.토오꾜오여자미술학교에서서양화를공부하고개인전과단체전에참가하며작품활동을펼쳤다.3·1운동에참여해옥고를치르기도했으며,여성예술인으로서사회적제약과고정관념에도전했다.

목차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

서문
새로운문명의단서들:나혜석과염상섭사상의재인식

핵심저작
【나혜석】
1장자주와자립
2장여성의각성과3·1운동
부록:『인형의가』주제가가사

【염상섭】
1장여성·노동그리고개성의해방
2장사상으로서의문학
부록:자서/서

나혜석연보
염상섭연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단한번도스스로굽히지않은‘문제적개인’나혜석

경기도수원에서태어난나혜석(1896~1948)은1913년17세의나이로보통학교를최우등으로졸업하고일본유학길에오른다.바로다음해에토오꾜오조선인유학생잡지에글「이상적부인」을발표하면서“자기개성을발휘하고자하는자각을가진부인”“현대를이해한그시대의선각자”로서의여성상을제안한다.그뒤로조선여자유학생친목회활동을비롯하여귀국이후의3·1운동참여와여자미술학교설립과운영,국외항일세력에대한후원등진보적페미니스트로서스스로를자리매김하며‘문제적개인’의탄생을알렸다.
여전히보수적인남성중심사회였던20세기초식민지조선에서나혜석은,지금으로서는상상할수없는비난에시달린다.바로천도교지도자최린과의이혼스캔들에휘말렸기때문인데,이는나혜석의생애전반에불우한그늘을드리웠다.그러나이처럼신변상의어려움에도나혜석은여성해방의선도자로서자기역할을잊지않는다.“예술이무엇이며어떠한것이인생인지,조선사람은어떻게해야하겠고조선여자는이리해야만하겠다는것을,이모든일이결코타인에게미룰것이아니라내가꼭해야할일이었다”(22면)고그는고백한다.
이책의엮은이강경석은,나혜석을포함한당대여성운동가들이자유주의적이고부르주아적인운동,소극적항일운동에머물렀을뿐이라는비판에대해조목조목반박한다.우선일제강점기에나혜석이전념한‘개성의해방’과‘여성해방’은당시의검열을피하기위한암시적글쓰기였기에이를쉽게과소평가할수있다는것이다.또한나혜석아닌누가일제강점기에“자기생명의존귀와위력을체험”해야“조선사람의생활개량이근본적이요계속적일것이며근본적일것”(49~50면)이라고말할수있었겠느냐는것이다.오히려그의최측근이었던남성지식인들이급속히친일로훼절해버린것과비교하면,나혜석의입장은시종일관변함없이해방을지향한것이었다고볼수있다.

나의10년생활중에는계급과빈부와귀천의굴곡이가로내려질리고세로흘러나를웃기고혹울리고,즐겁게또는괴롭게만들었다.그러나이모든것을억제케하는것은오직내게깊이뿌리박혀진예술심과보리심이다.(23면)

여기서나혜석이말하는보리심(菩提心)은본인혼자깨우치는배움이아니라중생전체의교화를바라는마음이며,이같은보편지향의성찰은나혜석의예술세계전반을아우른다.이는“모든것의출발점은다자아에게있”되종국에는자아에대한집착을내려놓고나와중생을함께이끄는마음이다.이처럼사회성을다분히띤대승적사상은나혜석의예술론과여성해방론의바탕을이루었고,그렇기에그는식민지시기자치론과참정론의오류에빠지지않을수있었다.“‘인형의집’을벗어난나혜석이당대현실의제약가운데스스로를희생하고말았다는서사가흔하지만,사실그는거의단한번도외력에스스로를꺾지않았다.”(24면)

근대극복과근대적응의이중과제를예리하게간파해낸작가,염상섭

1897년서울의명문가집안에서태어난염상섭은10세때까지할아버지로부터한학을배웠다.곧이어보통학교에입학한그는학교에서조선역사를가르치지않는것에대한항의의뜻으로자퇴하고얼마뒤일본유학을떠난다.1920년귀국한뒤에는『동아일보』창간기자로일하며『폐허』동인등으로활동한다.이시기부터염상섭이내놓은작품들을놓고어떤비평은‘자연주의’라고규정하며염상섭이자본주의근대를조건없이수용했다고보기도한다.하지만이책의엮은이강경석은염상섭이근대에회의적이고비판적이었으며사회주의나아나키즘같은근대극복의사상들에열려있었다고말한다.정확하게는염상섭이당대어수선했던사상의난립을지켜보며그중에서식민지현실에맞게다양한사상을융합하고시의적절한대응을펼쳐왔다는것이다.한마디로그는“근대극복의지향을놓지않으면서동시에자본주의근대를건너뛰지도않”았다.(28면)자본주의를극복하기위해자본주의에대해좀더숙고하고자하는염상섭의사상적고투가엿보이는대목이다.

아무리새로운생활환경에안적(安適)할수있더라도민족적개성을상실하였거나지리적조건으로약속된민족의전통을무시하는사회원은자연의이법에귀순하려는인류의신(新)행로의동행자가되기어려울것이다.어떠한세대,어떠한생활조직하에서라도반도의흙은조선말을하는사람과및그의자손의손에서갈〔耕〕리고조선말은반도의흙을가는사람이외의사람의입에서회화되지않을것이기때문이다.(221면)

염상섭은자연과문명을이분법적으로나누기보다자연이근대문명을품는관계로보았다.“개성의표현은생명의드러남이며,개성이없는곳에생명은없다”(166면)는염상섭의말은인간의분투를넘어선자연의대법칙이있기에이를목표로삼고매진해야한다는의미다.이목표에매진할생각이없다면“인류의운명은내림길”이며“인류는쇠미하여갈길밖에없다”는그의제언은21세기에사는우리에게도큰울림을준다.결국염상섭이지적하는것은자연이직조해낸근대인간문명을기계의노예로전락시킨것,그것도물질적으로만노예로만든것이아니라심리적으로도노예로만든것이문제라는것이다.근대자본주의가자연을어떻게착취하는지를면밀히살핀그의논설은당대의문명전환을예리하게간파했다.그는자신이살았던20세기초를,문명의전환은불가피하되물질문명이이뤄낸성과를바탕으로새로운꿈을꿔야할시기라고보았다.이는물질문명이계층간불평등과기후및생태위기를더욱가속화하는21세기현재에더욱절실한관점이다.물질과정신을단순히대립시키지않고그둘의관계를근본적으로뒤집고자했던염상섭의사상을다시소환할필요가여기에있다.물론이때염상섭의사상을다시불러내서펼칠실천의장은남북을아우르는한반도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나개벽사상등한국사상특유의사상적기획이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
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