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 (도학의 쇄신과 안민의 길)

이이 (도학의 쇄신과 안민의 길)

$23.00
Description
공동체의 부조리와 무너진 기틀을 고민하다
정통에 안주하지 않고 현장의 진실을 택한 율곡의 진면목
창비 한국사상선 제7권 『이이: 도학의 쇄신과 안민의 길』은 율곡 이이(1536~84)의 대표 선집인 『율곡전서(栗谷全書)』의 글 중 일부를 엄선하여 편역한 것이다. 이이는 한국인들에게 무척 익숙한 인물로, 조선조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이자 신사임당의 아들, 그리고 십만양병설을 주장한 외교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 책의 편자 김경호는 이와 같은 세간의 평가가 어쩌면 “활자로 박제된 율곡 이이” “세상 물정 모르는 책상물림”에 머무르는 것이 아닐지 되묻는다. 김경호는 이 책을 엮은 의의에 대해 “율곡 사상과 인간적 면모에 덧씌워진, 때로는 축소되고 때로는 증폭된 근대적/식민적 해석의 잔해를 걷어내는 작업”이며 “이이의 진면목을 시대의 문제의식 속에 다시 세워, 온전하고 정당한 위상을 되찾아주는 정명의 기획”임을 밝힌다(13면).
지금 왜 ‘율곡 사상’을 다시 불러내 재해석하고자 하는가. 그것은 바로 조선 중기 이이가 펼친 사유가 시공을 넘어, 현대에도 여전히 보편적 가치를 발휘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이의 성리학은 백성들의 삶의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하여 우주의 원리를 해석하고자 한 보편철학으로서, 인간 개개인의 삶에 현명한 지침을 건네줄 뿐 아니라 사회 구동과 국가 통치의 원리를 일깨워준다.
저자

이이

조선전기의대표적인도학자이자정치가.아홉번장원급제해'구도장원공'으로불렸으며,언관·인사·재정·군사분야의관직을두루거쳤다.종래의관념적인이학을창의적으로재해석하여실천적인이학으로전환하고,제자양성에힘써하나의계보를이루었으며,후대서인계열유학자들의숭상을받았다.학문과국정모두에서현실문제해결을강조하며『성학집요』『동호문답』「인심도심도설」『격몽요결』등다양한저술을남겼다.

목차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

서문
조선유학의갱신과전환

핵심저작
1장율곡:사상의기저
2장유산:어제의세계
3장경계:사유의풍경
4장재건:도학의진흥
5장혁신:시대의급무
6장전환:이학의재구성
7장성학:수기안민의길
8장전승:이이의뒤안길

이이연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대학자이이의굴곡진지적여정이알려주는것

이이는1536년강릉에서태어나어려서신사임당으로부터글을배우고13세이후로여러과거에서발군의기량을보이며스물아홉살까지총아홉차례장원을거둬‘구도장원공’으로불렸던천재였다.조선조명종과선조대에는병조판서와이조판서를역임했다.편자는이이의생애사에서그동안강릉과파주시절만주로다루는경향이남북분단이후율곡사상을다소편협하게보게된원인이었다며,이이가밟아온지적여정을좀더다채롭게살필것을당부한다.특히이이가처가살이를한경북성주시절(1557~60년)에다양한학자들과만나며시야를넓힌것과그가살아생전황해도해주석담에서지내며여러글을발표하고후학을양성한것에주목해야한다는것이다.
이이는1551년어머니신사임당이세상을떠난뒤생과사의경계를고민하다가불교를접하고금강산으로향한다.그의입산은단순히불교에대한관심이라기보다당대조선학술계의학문을살피며또다른지적인토양을찾아떠난여정이라고봐야할것이다.“이이에게산수(山水)는진락(眞樂)을찾을수있는진리처”였고“이이의출산(出山)은이전과는다른삶의지향과지표를모색하는과정”(19면)이었다.
공직자로서치열한갈등을겪으며이이는자신이평생품어온존재론적고민을거듭했다.그는자신이청년시절방황하여불교에귀의했던사실을왕에게토로했다.이처럼자신의과거를숨기지않고고백하는대유학자의진정성은율곡사상의낯설면서도신선한단면이다.한때이이는외할머니를봉양해야한다는이유로사직서를내기도했는데,이와같은효(孝)와충(忠)사이의고뇌는자신의인생내내‘선택’과‘책임’이끊임없이요구되는와중에이이가결연히판단할수있는자양분이되었다.

쇠퇴하는조선에필요한실질적인변화의방안

이이는유교윤리를자신의현장,즉집안과가족에서구현해내며이를자신의공적헌신과시대적소명완수로연결짓는‘현장형지식인’이었다.이책에서소개하는무실(務實)과경장(更張)은현실문제를외면하지않고백성들의일상에서실질적인변화를이끌고자한이론이응축된말들이다.이로써이이가종국에바란바는안민(安民)과화평(和平)이었다.
1581년선조에게올린상소에서이이는“우리나라는건국한지거의2백년이라,이는중쇠(中衰)의시기”(138면)라고과감히자신의의견을밝혔다.그는이같은쇠퇴기를극복하기위해조선개국당시에선언한왕도정치를다시일으켜야한다고보았고,그큰걸림돌인간신들의국정농단을단죄하고바로잡아야한다고주장했다.이책곳곳에는간신들의적폐를청산하지못하는현실을개탄하는목소리가안타깝게배어있다.
이이는거대한이론과국가적책략만이쇠퇴기조선을재정비하는방안이라고보지않았다.그는국가와사회라는거대시스템이공동체의최소단위인‘인간관계’에서,즉가족과이웃에서재건된다고보았다.부모에게효도하고형제를사랑하며이웃을돕는행동들은그저소박해보이지만결국에는부조리한구질서를타파하는토대가된다는것이다.이처럼아래를튼튼히다져놓으면국가와사회가무너질리없다는진단이다.
인륜을따르는것과더불어이이가국가체제재건에서강조한덕목이‘경장’와‘무실’이다.경장은거문고의줄을팽팽하게다시〔更〕맨다〔張〕는뜻으로‘낡고썩어가는큰집’인조선에가장필요한정신이다.또한명분보다는실질적인〔實〕변화에힘쓰는〔務〕‘무실’을강조하며,이이는세금개혁과행정효율,민생구제의대책을연이어내놓는다.이이가변방의국경을돌아보며지형과군사정보를바탕으로세부적인군대개혁안을내놓은것은이같은구체적이고실무적인개혁정신의연장선이라할수있다.

이이의이기론,철학과현실의공존을추구한고도의통찰

이이는자신의직책에연연하지않고직언을쏟아냈는데,특히쇠퇴기에접어든조선을어떻게다시일으켜세울것인지를논하는대목은주목을요한다.당대의성리학을관념논쟁의도구로만쓰려는세태를거꾸로뒤집어,이이는이도학(道學)을통해정의를바로잡고국가체제를보완하며,인적자산을기르고공동체를복원하고자했다.그는선조에게국가경제를총괄하는직책인‘경제사’를설치하자고제안하며,붕괴직전인국가체제를다시설계할것을요청했다.또한국가에복무할인력을양성하고공동체를복원하려는취지에서향약을체계화했다.
실질적인변화에대한이같은열망을보면,이이가16세기조선의이기론이추상적인논의에만그치는것을안타까워한것은당연한일일것이다.그는당대의도학이추상적인관념을구축하는데에집중할것이아니라개개인의삶의가장적절한지침을주어야한다고보았다.그는추상적인이기론을현실의작동원리로전환하여이를실천적인철학으로재설계하고자했다.“원칙〔理〕은어디에나통하는보편성을지니지만,그것이담기는그릇〔氣〕은현실적인국한을가진다”라는이통기국의논점을통해보편적원칙과특수한현실을포괄하는지혜를제시한것이다.이같은이이의이기론은역으로중국으로전해져당대중국유학과대등하게논의된다.
살아생전쉼없이‘경장’과‘무실’을외치던이이의눈앞에펼쳐진것은조정의신하들을비롯한조선양반계층의갈등과대립이었다.이이는당장국가를일으켜세울당사자인선비들이붕당이라는정파적갈등에소모되는현실을개탄했다.죽은뒤“이조판서이이가세상을떠났다”(324면)라는단한줄의기록만남겼던것도당시사림간갈등이만든웃지못할해프닝이었다.하지만이이의충의와학문적성과는이같은당파싸움을넘어조선의도덕적정통성을지탱하는학술적결과물로서재평가받는다.더나아가조선후기의실학자들로부터는‘시대적과제를가장잘이해한인물’‘국가체제의혁신을위한설계자’로서추앙받기에이른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나개벽사상등한국사상특유의사상적기획이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
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