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

$20.00
Description
“우리의 정신이 시들지 않는 것은 이런 책 덕분이다”
극우와 혐오가 되살아나는 이주자들의 도시, 베를린난민 공동숙소에서 발견한 연대와 희망의 기록
전직 기자이자 독일 수도 베를린의 난민 공동숙소에서 사회복지사 실습생으로 일하게 된 남은주의 에세이 『사건은 왜 항상 금요일 밤에 일어나는가』가 출간되었다. 저자는 18년간 이어온 기자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베를린에서 사회복지사로 제2의 삶을 시작하기로 한다. 중년 여성 아시안 이주자이자 미성년 딸을 둔 엄마인 저자에게 다이내믹한 사건들이 바람 잘 날 없이 벌어진다. 특히 공공 시스템이 문을 닫기 직전인 금요일 밤이면, 각각의 사연을 안고 헐레벌떡 저자를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저자는 이 ‘약한 존재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비로소 그들을 다시 보게 된다. 전쟁으로부터 피난 온 난민 가족, 불 꺼진 학교를 맴도는 이주 배경 아동들, 극우 정당의 득세로 하루아침에 내쫓기게 된 이주 여성, 먹을 사람 없는 고향 음식을 매주 만드는 노인, 사춘기가 온 딸아이 그리고 이주노동자인 자기 자신.

이주의 실상을 몸소 겪은 동시에 눈앞에서 목격한 저자는 전란과 박해로부터 피난 온 이주자의 현실을 이 책에 생생히 담아냈다. 이들의 삶은 차별과 폭력, 불안과 결핍으로 얼룩져 있지만, 그렇기에 그 안에서 찾아낸 삶의 희망은 더 빛을 발한다. 저마다 출신이 다른 이주자들은 말 대신 손짓·눈빛·통역기를 아울러가며 소통하고, 고향의 음식을 서로 먹이면서 연결된다. 극우의 깃발이 나부끼고 각자도생의 논리가 삶을 위협하는 오늘날, 약하다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이해하고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었다. 퇴보하는 세계에서 절망과 비관 대신 국가가 제공하지 않는 돌봄을 서로 베풀며 연대의 용기를 보여주는 이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

남은주

한겨레신문사에서18년동안기자로일하며시사주간지『한겨레21』문화팀장,『한겨레』전국부데스크를지냈다.2018년5·18언론상을받았다.
2018년가을,베를린자유대학교한국학과방문학자로베를린에왔고,이후베를린기독교대학교에진학해사회복지학을공부했다.베를린에서살아가는아시안여성이주자로서피난자지원기관의사회복지사로일하는것이꿈이지만,당장은한국의신문과잡지에국제뉴스와영화평론을기고하며어린이책을번역하고있다.정치·문화행사만들기를좋아하여2024년베를린시민들에게한국의독립영화를소개하는‘a.k.a필름페스티벌’을주최했고,2026년베를린독일정치+문화연구소에서청소년정치교육프로그램‘역사나들이’를기획했다.『좋아하는건꼭데려가야해』『바퀴빌라의여름방학』『운하옆오래된집:안네프랑크하우스』등의어린이책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들어가며

1부베를린,이주자들의도시로환영반의유령들
백번째구직
두번째대학

2부인종차별주의자는친절하다말하는입과먹는입
말하기를배우다
이름을빼앗긴자,존재도빼앗긴다

3부죽거나쫓기거나살아남거나사건은왜항상금요일밤에일어나는가
피난자의집으로들어가기
그삶은바다에서끊긴다

4부용기와저항의연대기반항을가르치는시간
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수업
우리는노래하기위해태어났으니

출판사 서평

기자생활접고나이오십에이주한베를린‘아시아인다움’‘여자다움’‘이주자다움’을넘어
유력일간지에서18년동안일하며언론상을수상하고전국부데스크까지지낸베테랑기자.남들이보기에한치의흔들림도없는듯했던인생제1막을정리하자마자아슬아슬줄타기의연속인인생제2막이시작되었다.21세기지구에서가장‘힙한’도시,시민3명중2명이도시밖에서온이주자들의거처,대규모난민유입으로도시인구가가장빠르게늘고있는곳,베를린.기자시절,난민정책을주제로베를린에연수를왔던저자는“다문화사회를향해열렸던독일사회의모습에서무언가를배울수있다”(9면)고믿고베를린으로이주했다.
그러나이주자들의도시라고해서이주자를환대하리라는생각은오산이었다.인종·나이·성별에따른차별과독일어특유의언어장벽,극우세력의득세까지어느하나호의적인환경이없었다.“너는예쁘지만피부색이문제”“네가그렇게태어난것은너의잘못이아닌조상들의잘못”(120면)이라며친절하고도노골적인차별의얼굴들을마주치기일쑤였다.마침내저자는자신과같은이주자를돌보는사람이되기로결심하고독일대학의사회복지학과에진학한다.뒤늦은이주와공부는아시아인다움,여자다움,이주자다움등온갖‘~다움’을넘어자신만의언어와경험을지닌존재로저자를거듭나게했다.그것은편견과무지에부닥치는과정이자“나자신을다시쓰는일”(72면)이었다.


“여기서썩나가.너희들구역으로꺼져!”가난하고못배운‘나쁜이주자’를색출하는극우
낯선이주생활에적응하면서사회복지학을공부하는것은이주자통합을표방하는독일사회의민낯을마주하는일이기도했다.이주배경아이들의독일사회통합을돕기위해설치된‘환영반’의실상이대표적이다.환영한다는뜻으로이름붙은곳이지만,환영반에편성된저자의중등학생딸은학교에서독일어교육을받는대신이불·옷가지등의구호품만제공받고돌아오는날이잦았다.출신환경과사용언어가서로다른아이들을그저한데묶어두기만한결과였다.제대로된수업이운영되지않는교실의문은곧잘잠기곤했고,갈곳없는이주배경아이들은불꺼진창고를유령처럼돌아다니며숨바꼭질놀이를했다.“진짜독일아이들”(22면)이속한정규반이라면결코있을수없는일이었다.엄마이자사회복지학과학생으로서지켜본독일의환영반제도는선의가낳은실패작이었고차별과배제의온상이었다.
중동분쟁과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으로난민과이주자가급증하면서베를린에는외국인혐오정서와이를앞세운극우세력이강력하게부상했다.독일을위한대안당(AfD)등극우·보수정당들은독일어구사력과경제적효용가치를기준으로‘좋은/나쁜’외국인을가르고‘게으르고무능하며독일사회복지를갉아먹는이주자’이미지를선동한다.유럽의학계에선차별과비하의맥락을지니게된‘난민’이라는표현대신‘피난자’로쓰기를주장하는움직임도일고있지만,이름이바뀐다고인식까지바뀌지는않는다.여전히독일의이주청은가난하고못배운이주자들을색출하는공간이다.저자가딸과함께비자를받기위해이주청에갔을때그자신도이주자인이주청직원은모녀에게“난너희같은사람들을알아.(…)네엄마는그냥너를독일대학에서공짜로공부시키려고이러는거지.”(83면)라며폭언을던진다.이러한현상은독일만의특수한경우가아니다.영국에서는이주자들을추방하자는시위가일어나고,유럽각국에서는극우포퓰리스트가집권했으며,유럽연합은점차무기력해지고있다.저자는독일사회의일선에서퇴보하는유럽의이면을목격하고그실황을꼼꼼하게기록해냈다.


금요일밤마다만나게된‘쓸모없는사회복지사’와‘주변부인간들’
피난자의삶을현장에서맞닥뜨린것은사회복지학과실습생으로난민공동숙소에서일하면서부터였다.처음에저자는숙소입주민들을이해하지못한다.왜목숨걸고피난와서아이들을학교에보내지않는지,왜아프다면서병원에가지않으려하는지.독일어도실무경험도부족한“쓸모없는사회복지사”(162면)로서떠듬거리며번역기를돌리고머리를싸맨뒤에야비로소알게된다.지지부진하기짝이없는독일관청의각종허가를받기위해무한대기상태로사는삶의곤경을,매일경찰차나구급차사이렌이울리는동네에서피난자신분으로사는불안을,마음속에서는여전히독일의국경을넘지못한‘주변부인간’으로서의삶을.
고향에서말할수없이끔찍한경험을안고죽을고비를넘어도착한피난자들을가까이접하면서저자는점점더마음을기울여이들을돕는다.독일어학원에가라고,병원예약에늦지말라고잔소리하며귀찮게하고쫓아다닌다.그러다보면피난자들이스스로의존엄을빛내는순간들을만나기도한다.독일인이라면응당받을공공서비스를제공받고는자신의명예를지켜주어고맙다며몇시간치급여를털어저자에게건넬꽃을사오는사람들을보면“여러날가슴이꽃으로가득찬것같”(161면)았다.금요일밤,정규직직원들은퇴근하고실습생만이공동숙소사무실을지키는시간,피난자들에게는더이상문제해결을미룰수없는마지노선에내몰린시간,절박하게하소연하는이들의손을잡고이리저리내달리는풋내기사회복지사의진심은그런것이다.


함께밥을나누고곁을내어주는일미친세계에저항하는단순하고도꿋꿋한연대
최근독일에서는이주자와피난자를겨냥한공격이심상찮다.“돈만축내는돼지새끼들”“너희나라로꺼져”와같은낙서테러는흔한일이되었고,피난자집단거주지에불을지르고나치표식인하켄크로이츠를그려두기도한다.2025년3월에는한무리의사람들이“히틀러만세!”를외치며난민숙소를습격한사건도발생했다.이주자를향한혐오와폭력은날이갈수록격해지고‘일상화’된다.
그러나저자는이주자들의공동체에서피어오르는연대와돌봄의불씨를발견한다.각기다른곳에서온이주자들은이따금서로를초대해고향음식을나눠먹는다.“까다로운향신료들이섞여이상한냄새를풍기지만”서로를먹이고,“더,더먹으라고”(이상98면)서로를격려하고,저마다고향음식을자랑하며자존을되찾는다.이주민·피난자·현지인이함께교류하는작은동네모임을열기도하고,팬데믹때는이웃끼리도움이필요하면연락하라며전화번호쪽지를문틈으로주고받기도했다.타인을염려하는마음과격려하는행동들이모여작지만단단한연대를만들어내는것이다.서로를먹이고환대하는이단순하고도꿋꿋한돌봄은‘각자도생만이살길’이라는이미친세계에저항할가장효과적인정치적실천이된다.차별과폭거가늘어만가는시대,“우리의정신이시들지않는것은이런책덕분”이라는철학자고병권의추천사처럼극우의부상과이주배경인구의확산을동시에마주한한국사회에이책이전하는돌봄과연대의이야기가묵직한울림으로다가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