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용 김정희: 공관병수와 실사구시의 사상 - 창비 한국사상선 12

홍대용 김정희: 공관병수와 실사구시의 사상 - 창비 한국사상선 12

$22.00
저자

홍대용,김정희

저자:홍대용
조선후기의사상가.중국연행이후자신의사유를갱신하고확장함으로써유교와주자학을넘어자신의독자적세계관을수립했다.인간과비인간의균등함,지구와비지구행성의균등함,중화와비중화의균등함을이론적으로정초함으로써인간,자연,우주,세계를보는전연새로운관점을제시했으며,사상의자유를옹호했다.

저자:김정희
조선후기의고증학자·서화가.중국연행이후청나라고증학을수용하여금석학과경학방면에큰업적을남겼으며,불교에도조예가깊어새로운관점을제시했다.주자학을부정하지는않았으나그이기심성理氣心性에대한설은배격했으며,인간의욕망을긍정했다.중국의서법을깊이연구해독창적인서체인추사체를완성했으며,〈세한도〉〈불이선란도〉같은기품있는그림을남겼다.

편저자:박희병
국문학자이자사상사및예술사학자.서울대학교명예교수.저서로『한국의생태사상』『운화와근대』『나는골목길부처다』『범애와평등』『능호관이인상서화평석』(전2권)『한국고전문학사강의』(전3권)『김시습·서경덕』(편저)등이있다.

목차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

서문
공관병수와실사구시

핵심저작
【홍대용】
1장학문론
2장실학적사고
3장공관병수
4장경세론
5장새로운세계관의정초

【김정희】
1장경세론
2장서양인식
3장미학
4장고증학
5장불교

홍대용연보
김정희연보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공관병수의사상가홍대용

담헌홍대용은1731년(영조7)에충청도천안에서태어나청년기내내성리학을공부하는와중에도30세가되던해에혼천의(천체관측기)와자명종을제작할정도로당대과학에능통했다.홍대용은당시의주자학에대해깊이회의했다.동아시아전반을장악한주자학을전적으로부정할순없었지만,그는주자학을정통으로보고,나머지학문을이단으로보는것이과연정당한지를화두로삼고정진했다.홍대용은주자학이이단으로규정한양명학,노자·장자,불교등이갖고있을진리를규명하고자끊임없이책을파고들었다.이러한탐구는결국그만의사고방법론이라할수있는‘공관병수’개념을정립하는기반이되었다.공관병수는이단의장점을두루받아들인다는개념으로,홍대용은이개념아래에서다양한이단학문들을섭렵하고‘주자학으로부터의탈피’를감행한다.그는자신의대표저술인『의산문답』에서장자와묵자사상을두루반영하는반면주자학의가장근본적인토대라할수있는고대중국의삼대(하·은·주)성인(우왕·탕왕·문무)등을비판한다.가히전근대중화문명에대한발본적문제제기가아닐수없다.
홍대용은부친이누명을써유배되는고초를겪고난뒤인35세에숙부를따라북경연행길에올랐다.그곳에서만난중국선비들과의교류는홍대용의말년까지끊이지않았고그의사상적성장에큰도움을주었다.그와동시에조선유학자들로부터는중국지식인들의이단사상에물들었다는비판을받기도했다.조선유학자들이이단과오랑캐를꺼리는것을목도한홍대용은“이단은주자학이라는동일성바깥의비동일성이며,오랑캐는중화라는동일성바깥의비동일성”(31면)이라는점을깨닫고남은평생이두가지의제를화두로삼았다.다시말해홍대용은비동일성의존재(이단의사상,청/오랑캐등)가동일성의존재(주자학,명/중국)과다를바없이균등하다는명제에도달한것이다.
홍대용의이같은평등에대한감수성은진리에대한갈망에서비롯되었다.일찍이천체관측기를손수제작했던것에서알수있듯자연과학에대한그의탐구정신은남달랐다.대표저술인『의산문답』의절반이상이천문과지구,자연현상에할애되었을정도인데,그내용또한대단히혁신적이다.지구를우주의중심이아닌행성중하나에불과할뿐인존재로본것이나,비인간존재인생물과공기,하늘등과의유기적연관을중시한것등은현대적관점에서도무척신선한접근으로볼수있다.

실사구시의학자김정희

한편추사김정희는1786년(정조10)한양에서고위관료의자제로태어나24세가되던해에홍대용과마찬가지로아버지의자제군관으로북경연행길에올랐고,그곳에서당대고증학의대가들을만나오랜시간교류했다.그렇지만당시조선에고증학을들여오는문제는별개였다.17세기정제두(창비사상선9권에서소개)등이양명학을받아들이고18세기이덕무등이고증학을일부도입하긴했지만,고증학은여전히낯선학문이었다.불모지와다를바없는조선에고증학을들이고자한것은대단한용기라할수있다.
중국연행길에서귀국한뒤발표한글「실사구시설」은그의대표저술이라할수있는데,‘사실에의거하여진실을찾는다’는이명구는그의평생화두로자리매김한다.그가중국의옹방강과완원을스승으로각별히섬기긴했지만,김정희는스승들의사유와당대조선의학풍을절충하여자기만의사상을축적해간다.즉,청나라고증학을수용하되기존주자학(정주학)을그것과융합하여사고하려했고,여기에서불가피하게갈등하는양극단의충돌을진지하게관찰하고그것에서자기사상을도출해낸것이다.
대개김정희하면‘금석학의대가’를떠올리며북한산의진흥왕순수비를고증한것을첫째성과로꼽는다.이로써진흥왕대에신라의영토가한강이북에까지이르렀음을확인할수있었으니대단한성취라할수있다.하지만이책의편저자박희병은김정희를단지금석학자로만봐서는안되고경학즉경전연구의측면에서도큰성취를이루었다고본다.김정희가중국고전훈고학을집대성한정현을높이샀던점,『주역』연구에특별히열중했던점,주자뿐아니라왕양명등에대해서도반대의견을피력한점등은경학에대한그의열의,즉경전의본래뜻을찾아도를궁구하고자했던열정이타의추종을불허했음을알수있다.이같은독특한입장은조선후기사상사에서김정희를정가운데에놓이게끔하는데,다시말해그는오른쪽의주자학(이원조)과왼쪽의실학(정약용)사이에서있다고볼수있다.가히‘조선후기사상사에서중도를걸었다’라고해도좋을법하다.

‘탈중화’의홍대용과‘중화회귀’의김정희

홍대용과김정희의공통점중첫째를꼽자면‘중국경험’을들수있다.그경험은단지그들이자제군관으로서중국연행길에동행했다는것만이아니라,중국을다녀온뒤에중국지식인들과끊임없이편지를주고받았던것을위주로살펴야한다.이같은소통은이두사람의지적토양을넓히고이들이자신고유의사유를발전시키는데에큰보탬이되었다.다만이같은공통점과는별개로그들은각자만의방식으로중국발지식을소화해냈다.
홍대용은외래지식을배움에있어내적조건이외적매개보다더욱큰비중을차지했다.그에반해김정희의사상습득에서는외적매개가더욱큰역할을했다.이책의편저자박희병은이에대해“홍대용이외인을잘활용해주체적이고창의적으로자신의독특한사상을만들어나간학인이라고한다면,김정희는외인을선차적인것으로중시함으로써18세기에서부터19세기전반까지중국학계가이룩한학문적성취를따라잡는방향에서자신의사상행위를한학인”(14~15면)이라고평가한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나개벽사상등한국사상특유의사상적기획이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
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