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헌: 생명철학으로 민족의 얼을 깨우다 - 창비 한국사상선 28

함석헌: 생명철학으로 민족의 얼을 깨우다 - 창비 한국사상선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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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함석헌

저자:함석헌
사상가·종교인이자민중운동가.무교회주의에서출발해기독교와동서양의종교전통을자유롭게넘나들며포용적이고개방적인종교사상을발전시켰다.『성서적입장에서본조선역사』와『뜻으로본한국역사』등을통해역사와민중을새롭게해석했고,‘씨알’로상징되는민중의주체성을강조하며민주화·인권·평화운동에적극참여했다.

편저자:박재순
서울대학교철학과재학중함석헌을만나배우며씨생명철학을연구해왔다.한신대학교연구교수,성공회대학교겸임교수,한국신학연구소번역실장,씨사상연구회초대회장등을역임했으며씨재단을설립했다.안창호,유영모,함석헌의사상을널리알리는데힘쓰고있으며,현재'상생사회일천인선언'에공동대표로참여하고있다.주요저서로『다석유영모』『함석헌의철학과사상』『도산철학과씨철학』『애기애타:안창호의삶과사상』등이있다.

목차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

서문
새로운문명창조와함석헌의생명철학

핵심저작
1장생명과역사
2장생각하는민족과세계구원
3장고전·문화·종교·교육
4장생명철학과사상

함석헌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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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난의역사에서새로운삶의뜻을찾다

함석헌은1901년평안북도용천에서태어났다.평양고등보통학교재학중3·1운동에참여한뒤학교를그만두고오산학교에들어갔으며,그곳에서스승유영모를만났다.이후일본에서공부하며무교회주의기독교를접했고,귀국해서는오산학교교사로학생들을가르쳤다.기독교신앙과동양고전에대한탐구,민족의현실을향한관심은이시기부터긴밀히연결되어있었다.1930년대『성서조선』에연재한한국사서술은훗날『뜻으로본한국역사』로발전하며함석헌의역사철학을대표하는저술이된다.
이책1장은『뜻으로본한국역사』의주요대목을통해함석헌이한국인의고난을어떻게읽었는지보여준다.그에게역사는사건의원인과결과를설명하는것만으로이해되지않았다.그일을겪은사람들이어떤뜻을발견하고어떻게달라지는지가중요했다.나라를잃고전쟁과분단을겪은민족의경험도마찬가지였다.그는역사의실패를숙명으로받아들이는태도를경계하고,그실패를되풀이하지않기위해스스로를돌아볼것을요구했다.그가“고난은인생을깊게만든다”(52면)고말한데에는고통을통과함으로써타인의아픔을이해하고더큰삶으로나아갈수있다는믿음이담겨있다.
함석헌은해방후북에서거듭고초를겪고남으로내려왔지만,남한의독재와분단현실에도비판을멈추지않았다.『사상계』에발표한「할말이있다」「생각하는백성이라야산다」등은정치권력뿐아니라침묵하고의존하는국민자신에게도질문을던지는글이다.나라의운명을강대국이나소수지도자에게맡겨둔채로는자주적인삶을이룰수없다는것이었다.2장에모인논설들은민족이스스로생각하고책임을지는일이세계의평화를모색하는출발점임을강조한다.함석헌에게민족의자각은다른민족을배척하는우월감과거리가멀었다.고난을겪은민족이기에다른이들의고통을알아보고인류전체를위한길을찾아야한다는요청이었다.

씨알과우리말로풀어낸생명철학

함석헌의사상에서가장널리알려진말은‘씨알’이다.씨알은역사의밑바닥에서살아가는이름없는사람들을가리키면서도,그들이품은생명의가능성을함께드러낸다.작은씨앗안에새생명이자라날힘이들어있듯,평범한사람한명한명에게도스스로판단하고역사를바꿀힘이있다는것이다.씨알을통치의대상이나동원할인원으로만보아서는안되는이유가여기에있다.민주주의는바로그사람들이자기삶의주인으로서는데서시작한다.함석헌이1970년『씨알의소리』를창간하고민중의목소리를전하려한일은이같은사상의실천이었다.
편저자박재순은이씨알개념을‘한’‘얼’‘뜻’이라는말과연결해설명한다.‘한’은개별생명이서로이어져이루는큰하나를,‘얼’은몸과마음을아우르는생명의주체를,‘뜻’은삶이향하는목적과의지를드러낸다.이말들은추상적인정의만으로완결되지않는다.자기삶에서뜻을깨닫고그것을몸으로행할때비로소사상의내용이드러나기때문이다.함석헌이생각을강조한것도정보를많이갖추거나논리를정교하게세우라는뜻에그치지않았다.스스로묻고깨달아자기삶과공동체를변화시키는것이생각의역할이었다.
이러한사유는우리말을통해더욱생생해졌다.함석헌은삶에서생각이생겨나고그것이말과글로이어진다고보았다.민중이일상에서쓰는언어로철학하는일은민중자신의경험을사상의출발점으로삼는일이었다.그의글에농사와씨앗,불과풀무같은표현이자주등장하는까닭도여기에있다.4장에실린「새삶의길」은몸으로겪고행하는가운데진리를알아가는과정을보여주는대표적인글이다.이책은개념만으로는가까이하기어려웠던함석헌의철학을그의생생한문장으로만날수있도록한다.
또한함석헌은‘나’의주체성을강조하면서도타인과사물을나의지식을위한대상으로만여기지않았다.편저자는이러한사유를‘서로주체’라는관점으로읽는다.상대의삶과고통에참여하며알아갈때나자신도변화하고,그변화를통해더깊이이해할수있다는것이다.앓음을통해앎에이른다는함석헌의통찰은아픔을약점으로만여기지않게한다.잘났다는의식에서벗어나자신이모르는것을인정하고,다른존재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데서새로운관계가시작될수있음을일러준다.

종교의경계를넘어비폭력의문명으로

함석헌은기독교에깊이뿌리내린사상가였지만,신앙을특정교단의울타리에가두지않았다.그는성서와함께동양고전을읽고종교의가르침이오늘의삶을어떻게새롭게할수있는지물었다.이책3장의「옛글고쳐씹기」「들사람얼」「진리는더위대합니다」등은전통을그대로따르거나바깥의가르침을무조건받아들이는태도를넘어스스로생각하며진리를찾아가는과정을보여준다.종교가권위와교리를지키는일에만몰두한다면살아있는사람의자유와성장을가로막을수있다는비판이그바탕에있다.
그렇다고이성과과학의성과를외면하고신앙만을앞세운것도아니었다.함석헌은이성이충분히활동하고질문할수있어야한다고보았으며,그과정을통과하여삶과생명의의미를더깊이묻고자했다.「인간혁명」과「새교육」에서드러나는교육관역시지식의주입보다인간스스로의변화와성장을중시한다.학교와종교가해야할일은기존질서에순응할사람을길러내는것이아니라,자신의생각과양심에따라살아갈주체를깨우는것이었다.
이같은생명철학은함석헌의비폭력사상으로이어진다.그는폭력으로지탱되어온문명자체를바꾸지않고서는전쟁과억압의악순환에서벗어날수없다고보았다.「비폭력혁명」에서“우리생각과행동과살림을근본적으로전체적으로고치지않으면아니되는대목에이르렀습니다”(253면)라고말한것은비폭력이저항의한방법을넘어삶전체를바꾸는원리임을드러낸다.낡은제도와특권을보존하려는집착을내려놓고,새생명이자라날수있도록자신을변화시키는일이혁명의내용이되어야한다는것이다.이는오늘날의촛불혁명과정도성찰하게한다.
편저자는함석헌의생명철학을“생명을사는삶의철학,생활철학”(34면)이라고표현한다.기술과물질의힘이커질수록인간이무엇을위해생각하고어떻게함께살아갈것인지는더욱절실한질문이된다.함석헌의글은그답을전문가나권력자에게만맡겨두지않는다.이름없는씨알이자기삶을성찰하고이웃의아픔에응답하며세계의책임있는주체로서기를촉구한다.

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
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

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

‘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

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나개벽사상등한국사상특유의사상적기획이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
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