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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화,김수영,신동엽
저자:임화 20세기전반기에활동한시인·문학평론가.카프의핵심인물로프로문학운동을이끌었으며,시와비평,문학사연구를통해1920~30년대한국근대문학의형성에큰영향을미쳤다. 저자:김수영 한국현대대표시인.모더니즘에서출발해4·19혁명을계기로자유와현실참여의문제를깊이탐구했으며,「폭포」「풀」등을통해강렬한현실비판과저항정신을보여주었다. 저자:신동엽 한국현대대표시인.토착적정서와역사인식을결합한리얼리즘을추구했으며,「껍데기는가라」와장편서사시「금강」등을통해민중과역사,문명의문제를형상화했다. 편저자:황정아 문학평론가,한림대학교교수,『창작과비평』편집위원.저서로『개념비평의인문학』『다시소설이론을읽는다』(편저)『개벽의사상사』『문명전환의한국사상』『빛과사랑의언어』(이상공저),역서로『왜마르크스가옳았는가』『도둑맞은세계화』『단일한근대성』등이있다.
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서문사상의리얼리즘,개벽의문학핵심저작【임화】1장사상으로서의리얼리즘2장이식의역사,창조의과제3장비평적실천으로본문학의정신【김수영】1장‘4월의재산’과시2장자유와참여3장문학과현실,그리고현대성4장‘온몸’의시를향하여【신동엽】1장대지의문명론과시인정신2장시와현실3장‘인간’으로가는길임화연보김수영연보신동엽연보찾아보기
현실과맞붙는사상으로서의문학과임화임화는1908년태어나1926년카프(KAPF)에가입한뒤중앙위원과서기장으로활동한프로문학의대표적인물이다.1935년카프해산후에도일제의탄압속에서문학이해야할일을모색했고,해방이후에는민족문학건설의과제를제시했다.이책에실린그의글은대부분카프해산이후에쓰인것이다.조직이무너지고기존의이론만으로현실에대응하기어려워진상황에서,임화는프로문학의지향을버리는대신그한계를성찰하고더깊은사유로나아가고자했다.임화편1장의「주체의재건과문학의세계」는그모색을잘보여준다.여기서임화가묻는것은문학의기법에앞서,한인간이엄혹한현실을어떻게살아낼것인가라는문제다.머리로이해한세계관이실제의시련앞에서무력해지는경험을돌아보며그는사상이인간의몸과삶전체에스며들어야한다고보았다.이때의리얼리즘은눈앞의풍경을사실적으로옮기는방법에그치지않는다.현실의모순을직시하되그안에서변화의힘까지발견하려는태도에가깝다.현실이어둡다는이유로물러서기보다그어둠과끝까지맞붙는일을문학의출발점으로삼은것이다.이같은사유는한국근대문학의역사를정리하는작업으로이어졌다.2장의「개설신문학사」에서임화는조선의근대문학이서구문학의이식에서시작되었다는문제를제기한다.이른바‘이식문학론’이다.그러나그의논의를한국문학이서구문학의모방에불과하다는평가로만읽어서는충분하지않다.임화가절실히물었던것은주체적으로문화를받아들이고새로운창조에이르는길이었다.그는「농촌과문화」에서“문화의이식은창조의한계기가되지아니하면아니된다”(135면)고강조한다.이식한문화를우리전통과만나게하는동시에,서구근대문화자체의한계도넘어서야한다는이중의과제가여기에담겨있다.편저자는임화가제시한과제의의의를살피면서도그가전통을이해하는데보인한계를함께짚는다.유학의경세적사유나동학의변혁적역량을충분히알아보지못한점은그가넘어야했던사상적공백이었다.그럼에도임화는자신이받아들인이론에안주하지않고현실과작품을거듭읽으며판단을가다듬었다.3장에모인실제비평들은그사유가구체적인문학작품앞에서어떻게작동했는지를보여준다.동료문인들의작품에개입하고논쟁을벌인일자체가문학과현실을연결하는그의실천이었다.현실에뿌리내린자유와김수영의온몸의시김수영은1921년태어나식민지와한국전쟁을겪고,4·19혁명과5·16군사쿠데타를통과하며시와산문을썼다.그에게서구의현대문학은배움의원천이면서도스스로맞서고넘어서야할대상이었다.한국의현실을뒤떨어진것으로만여기고서구의세련된기법을좇는다면,정작자신이살아가는세계를외면하게되기때문이다.김수영편3장의「모더니티의문제」는이딜레마를정면으로다룬다.“시인의스승은현실이다”(331면)라는선언에이어,그는현실의뒤떨어짐보다그것을직시하지못하는시인의태도를더부끄러운것으로지적한다.김수영에게현대적인시를쓴다는것은유행하는형식을가져오는일이아니었다.자신의현실에정직하게뿌리내리고그현실을예민하게자각하는일이먼저였다.편저자는김수영이이과정을통해‘세계적’이라는평가의기준자체를새로묻고있다고해석한다.서구의기준에서앞서고뒤처지는데만매달리지않고,한국의구체적인삶에서세계에말할수있는가치를만들어내려했다는것이다.이는임화가제기한자주와창조의과제를다른시대의조건속에서다시붙잡은시도이기도하다.그러한변화의중요한계기는4·19였다.1장에수록된글들에서김수영은혁명을거치며현실과문학을대하는감각이달라졌음을토로한다.민중이역사를바꾸는경험은한국의현실자체가세계적인의미를가질수있음을깨닫게했다.이후혁명이좌절되었어도그경험까지사라지지는않았다.그는현실의비참함을외면하거나문학속으로피신하는대신자유와참여의문제를더욱치열하게묻는다.2장에모인「실험적인문학과정치적자유」「‘불온성’에대한비과학적인억측」은문학의실험과정치적자유가서로분리될수없음을보여주는글들이다.4장의「시여,침을뱉어라」에서제시하는‘온몸’의시는이러한사유가응축된표현이다.김수영은시를머리로이해한사상이나언어의기교에한정하지않고,시인자신의존재전체가움직이는행위로설명한다.현실을향한참여와시적창조가시인의몸과삶안에서함께이루어져야한다는것이다.이책은모더니스트혹은참여시인이라는분류만으로는충분히설명되지않는김수영의사유를,현실에대한충실함과새로운세계성을향한열망속에서다시읽게한다.대지의문명론과신동엽의개벽적상상력1930년충남부여에서태어난신동엽은1959년등단한뒤짧은생애동안한국문학에굵은자취를남겼다.그에게4·19는불현듯나타난사건이아니라동학과3·1운동으로이어진역사적흐름이분출한사건이었다.편저자는서문에서「금강」「껍데기는가라」등그의대표시를함께읽으며,신동엽의사유에담긴개벽의지향을조명한다.그가꿈꾼변화는정치권력의교체에머무르지않고인간의마음과삶의방식,문명전체를새롭게하는데까지나아갔다.신동엽편1장에실린「시인정신론」은이같은문명론을가장집약적으로보여준다.신동엽은철학과예술,과학등이제각기분화하여목적을잃은채움직이는현대문명을대지에서떨어져나간삶으로묘사했다.대지위에선고목을세계의전부로착각한사람들이그가지끝으로만올라가는모습이다.기술이발전하고활동의범위가넓어져도삶의근본을잃는다면인간의불안은해소되지않는다.여기서대지는경작하고살아가는실제의땅이면서,인간다운삶과문명다운문명을판단하는가치의바탕이기도하다.그가제시한‘전경인’은이대지에뿌리내려삶의전체성을회복하는인간이다.전문화된기능의일부로만살아가는상태에서벗어나스스로를성찰하고이웃과인류의삶에관심을기울이는존재를가리킨다.2장의문학비평과3장의「전환기와인간성에대한소고」등은이러한지향을당대의시와현실에연결한다.김수영을비롯한동료시인들의작품을읽고시대의언어를비판하는일도그에게는인간다움을회복하는실천의일부였다.편저자는신동엽의개벽적상상력을오늘날의생태위기와문명전환의과제에비추어읽는다.대지로돌아간다는것은단순히과거의생활방식으로되돌아가자는뜻이아니다.무엇이인간다운삶인지를다시묻고,마음의변화와세상의변혁을함께이루려는요청이다.임화의리얼리즘,김수영의온몸,신동엽의전경인은각기다른방식으로문학이현실에개입하고새로운삶을창조하는힘을드러낸다.『임화·김수영·신동엽:문학이라는사상과시적창조』는익숙한세문인의글에서그간충분히읽어내지못했던사상적깊이를발견하게하는책이다.문명전환의과제에서세계적보편성을획득하고자하는창비한국사상선의도전적기획지구기후와자본주의가불가분의위기를맞닥뜨리고각종갈등이팽배한지금이시대에우리가떠맡은과제는결코가볍거나단순하지않다.백낙청(서울대명예교수)을필두로하는창비한국사상선간행위원회는이모든위기를돌파하기위해수행해야할과제를다음과같이말한다.‘전환’이라는강력하게실천적인과제는우리모두에게다른삶의전망과지침이필요하며,전망과지침으로살아작동할사상이절실함을뜻한다.그런사상을향한다급하고간절한요청에공명하려는기획으로서,창비한국사상선은한국사상이라는분야를요령있게소개하거나새롭게정비하는평시적작업을넘어어떤비상한대책이기를열망하며구상되었다.(「창비한국사상선간행의말」에서)서구사상은오랜시간세계지성계에서압도적발언권을유지하는한편오늘날의위기에대해서도이런저런대응을내놓고있다.그럼에도그강력한위상의이면에강고한배타성과편견이작동하고있음은이제주지의사실이다.사상적인면에서도서구가가진위상은돌이킬수없이상대화되었고보편의자리는진실로대안에값하는사상들의분투에열려있다.이시점이야말로유·불·선의회통이나개벽사상등한국사상특유의사상적기획이한국사상이전지구적과제를향해독자적인목소리를보태기에더없이적절한때일것이다.창비한국사상선사상가들의사유에는역사와현실을탐문하며새로운삶의보편적전망을구현하려한강인한실천성,그리고사회를변혁하는일과개개인의마음을닦는일이진리를향한단일한도정에있다는깨달음이깊이새겨져있다.한반도의경험과지혜가응축된사상적활력을드러내는창비한국사상선이문명전환의개벽적인사유와실천의지평을열어가는데의미있는밑거름이되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