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의 마녀들 (한국전쟁과 여성주의 평화운동 | 양장본 Hardcover)

냉전의 마녀들 (한국전쟁과 여성주의 평화운동 | 양장본 Hardcover)

$24.00
Description
1951년 5월 15일, 한 무리의 여성들이 유서를 쓰고 북한으로 향했다
한국전쟁의 참상을 파헤친 여성들의 이야기
『냉전의 마녀들: 한국전쟁과 여성주의 평화운동』은 1951년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극도의 위험을 감수하고 현장을 방문해 전쟁 참상을 조사한 국제민주여성연맹(Women’s International Democratic Federation, WIDF, 이하 ‘국제여맹’) 한국전쟁 조사위원회의 발자취를 추적한 책이다. 세계 주요 국가들에서 여성 리더로 활약하던 조사위원 21명이 모여 구성된 이 위원회는 거대한 폐허가 되어버린 북한에서 전쟁의 양상을 목격하고 고통을 호소하는 북한 주민들의 증언에 귀 기울였다. 신의주와 평양, 안악과 원산 등 여러 지역을 탐사한 위원회는 조사 결과를 『우리는 고발한다』(We Accuse, 1951)라는 제목의 소책자로 만들어 7개국 언어로 동시 발간했다. 하지만 미공군의 가공할 폭격 규모 등 미국에 비판적인 내용을 담은 이 보고서는 당시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소련의 선전 팸플릿으로 폄하되었고, 몇몇 조사위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 일종의 마녀사냥을 당했다. 그렇게 국제여맹 조사위원회는 한국전쟁기 북한지역 전쟁실태를 조사한 최초의 외부 조사단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냉전 패러다임의 억압 속에서 그 활동이 제대로 알려지지 못했다. 『냉전의 마녀들』의 저자 김태우 교수는 전작인 『폭격』(2013)에 이어 치밀한 자료조사를 바탕으로 조사위원회의 형성 배경, 성격, 보고서 작성 과정, 주장의 성과와 한계 등을 국내 최초로 종합 검토하며 한국전쟁과 여성주의 평화운동 연구의 전환을 가져올 새로운 관점을 더했다.
저자

김태우

金泰佑
한국현대사를전공한역사학자이다.서울대학교국사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으며,서울대학교규장각한국학연구원선임연구원과통일평화연구원HK연구교수를거쳐한국외국어대학교한국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폭격:미공군의공중폭격기록으로읽는한국전쟁』『평화인문학이란무엇인가』(공저)『폭력이란무엇인가:기원과구조』(공저)등이있다.강만길연구기금과김진균상을수상했다.미래한반도거주민들의평화에기여할수있는역사학의내용과방법론을고민하고있다.

목차

서장

1장시대의역진에맞서다
요람에서무덤까지|재무장(再武裝)을위한사회복지의희생|나의운명에불복한다

2장귀를기울이다
북한여성들의절박한호소|전후유럽의‘반파시즘’과국제민주여성연맹|국제여맹의‘반식민주의’와제3세계현지조사활동

3장프라하에서신의주까지
특별한이력의여성들|나는어떤사전합의에도반대한다|모스끄바의웃음|최초의전체회의와갈등의폭발

4장지하의아이들
유서를쓰고강을건너다|하루동안에쏟아진8만5천발의소이탄|우리는충분히보았다

5장그을린사람들
평양으로가는길|절대적폐허의무(無)|초대형지하벙커와불편한환대

6장거대한무덤의산위에서
황해도대학살:안악과신천|증언에대한의구심

7장나의이름으로
전시성폭력의주요유형들|20세기의전쟁과전시성폭력|증언의고통|개전과관련된북한측주장의불수용

8장억압된시선들
우리는고발한다|압도하는냉전,억압된제3의시선들|그곳에,여성들이있으므로


도판출처
찾아보기
감사의글

출판사 서평

지옥으로변해버린지상의삶

저자는전작『폭격』으로출간된자신의박사논문집필과정에서한국전쟁기미공군의공식문서들을치밀하게분석해미국군사작전과한반도전쟁피해규모의충격적인실체,즉개전초기군사목표만을제한적으로공격하는정밀폭격전략이중공군의개입이후1950년11월5일을기점으로완전히바뀌어북한의도시와농촌의인구밀집지역을집중공격하는‘초토화정책’이실시되었다는사실을밝힌바있다.국제여맹조사위원회는이러한집중포화가북한을휩쓸고간1951년5월16일밤북한신의주에도착했고,‘거대한무덤의산’이되어버린북한의현실을마주했다.조사단은10일이라는짧은현지조사기간동안최대한많은사실을확인하기위해몇개의조로나뉘어신의주,평양,황해도의안악과신천,평안남도의남포시와강서군,개천군,자강도의희천군,강계시등에서조사를진행했다.조사단은모든건물이사라지고불타버린땅에토굴을파고그구덩이에서살아가는주민들,하루동안8만5천발의소이탄이하늘에서쏟아진현장,광범하게자행된민간인집단학살과고문,생매장,참혹한전시성폭력의흔적과증언들을기록했다.폐허의도시에는여성과노인과어린아이들만가득했다.국가와인종과사상을떠나,조사위원들은같은여성으로서북한여성들에게강한연민과연대의식을느끼지않을수없었다.
다양한배경을지닌개성강한여성들이모인국제여맹한국전쟁조사위원회는몇차례논쟁적인상황에휩싸이거나구성원끼리갈등을빚기도했지만최종보고서의내용에합의하는데는별다른어려움을겪지않았다.북한의상황이절박하고절망적이라는사실에이론의여지가없었기때문이다.조사위원회는미국을강력하게성토하는보고서를작성했다.이들은아무리정당한사유로시작된전쟁이라할지라도이렇게까지모든도시와농촌을완전히불살라버리고,도저히군사적목표로간주할수없는폐허위에계속폭탄을투하하는행위를묵과할수없다고보았다.힘없는민간인에게이토록잔인한전쟁을어째서끝내지않고있는지,전쟁의‘지속’과‘형식’에대해진지하게묻지않을수없었던것이다.

‘철의장막’을넘어평화를꿈꾼여성들의진면목

제2차세계대전직후인1945년반파시즘·반식민주의·반전평화·국제여성연대와여성의권리신장등을주창하며조직된국제여맹은당시세계최대의여성단체로서특히냉전기에활발한활동을펼쳤다.하지만조직의좌파적성격,동독과소련등공산권국가들의지원이설립과활동에미친영향탓에당시첨예한냉전질서속에서이들이진정으로추구하고자한가치는묵살당했다.한국전쟁조사위원회의보고서는허구적정치선전물로공격당했고미국정부는자국의보수적여성단체들로하여금국제여맹을원색적으로비난하도록배후에서조종했다.유엔또한국제여맹의유엔내공식지위를박탈하는강경조치를취했다.
이후국제여맹은반세기가넘도록제대로된역사적평가를받지못한채망각되어왔다.하지만2010년대부터서구학계에서국제여맹을재평가하는연구성과들이나오기시작했다.저자는그결과를소개하며국제여맹이냉전블록을넘어서구의여성단체들은물론베트남과알제리등제3세계식민지까지활동범위를넓혀폭넓게교류해왔고조직의주요구성원들또한공산당과무관한경우가많았다는점,다양성을추구해설립초기부터흑인과아시아·아프리카의식민지여성들까지평등한회원자격으로동참하고당시그어느국제여성단체에서도볼수없는다원주의적인모습을보였다고지적한다.국제여맹이결코소련이나국제공산당의꼭두각시가아니었고오히려억압적인냉전질서와정면으로맞섰다는주장으로,이는여전히분단체제의현실을살고있는우리로하여금냉전의그림자를넘어세계곳곳으로뻗어나간평화와연대,여성주의의가치를새롭게고민하게끔한다.

그녀들은왜마녀가되었나

이책은국제여맹조직이나운동의의의에만집중하는것을넘어한국전쟁조사위원개개인의삶과이야기를복원하는데도공을들였다.저자는조사위원회의보고서외에도다양한자료를수집했는데,특히영국대표인모니카펠턴,조사과정에서‘독립적참관인’으로활동한덴마크의카테플레론등이조사가끝나고본국으로돌아간이후에도지속적으로자신의이야기를기록한자료를면밀하게추적했다.책에서주요하게다루는인물인펠턴은영국노동당애틀리정권하에서주택문제해결과신도시건설이라는국책을담당하는도시계획가로서높은평가를받으며스티브니지개발공사총재직을맡았던여성이다.펠턴은한국전쟁이발발하자영국의전쟁정책을반대하며전쟁의실태를알기위해조사위원회에참여했다.그녀는다양한신념을가진여성들로구성된조사위원회가정치적프로파간다와무관하게진상규명을위해협동해서조사하고모두가확인한사실만을보고할수있도록노력했다.조사가끝난후그녀는유엔군에의한학살만행을규탄하는보고서작성에관여했고,영국군이한반도에서철수해야한다고호소했다.이행동으로그녀는공직에서해임당하고보수진영은그녀를반역죄로사형에처해야한다고공격했다.결국스티브니지총재직에서물러나는것을시작으로사회적지위와명성을내려놓은모니카는인도로망명길에오른다.하지만그녀는죽을때까지자신이작성한보고서의내용을번복하거나북한에서보고들은내용을부정하지않았다.오히려평화운동을이어나가며국제무대에서활약했다.
저자는이처럼변호사,정치가,도서관장,대학교수,교장,작가,저널편집장,공기업대표등자국에서전도유망한여성들이었던조사위원들개개인의모습과서사를소설처럼입체적으로구현해냈다.또한파편으로나뉘어있는자료를바탕으로조사위원회의여정을시간순으로재구성하면서위원들개개인의동기,내적변화,위원들간의갈등과관계변화와같은역동성까지섬세하게포착하는한편,그들이목격한전쟁의양상과전쟁피해의규모와같은학술적연구성과및그에대한역사학자로서의분석을자연스럽게연결하는독특한서술방식을사용했다.마찬가지방법으로조사활동의성과와한계를비판적으로검증하기도했다.예컨대통역원을비롯해현지에서조사위원회를도운이들이북한주민들이었던점은북한측의입장이조사과정에반영되었음을짐작게한다.황해도학살의주체로밝혀진우익치안대의존재가조사단이만난피해자들의증언에서전혀언급되지않는등정황상일부정보와증언이왜곡되었을가능성도있다.조사단내부에서도이런상황을분명하게인지하고있었고,확인할수없는피해증언이나북한측에서제공하는사람을완전히신뢰하지않고불만과의구심을드러기도했다.이런한계점을밝히며저자는현재학계의연구성과들에근거하여공중폭격,집단학살,전시성폭력등에대한국제여맹의주장을객관적으로검증한다.특히국제여맹보고서의폭격관련주장과미공군보고서의내용을병렬적으로비교·검토했을때보고서에서술된폭격방식,폭탄종류,피해양상등이미공군의자료와상당부분일치한다는것을밝혀낸다.

국적을초월한여성들간의우정,그리고평화의약속

전쟁으로고통받는제3세계여성들과적극적으로연대하고자했던외부세계여성들의모습을통해이책은냉전사와한국전쟁사의직접적인주제와함께여성주의,사회주의,평화운동등폭넓은가치를동시에다룬다.특히국제여맹한국전쟁조사위원회활동은1950년대초반‘남성들사이의거인’으로불리는전세계의여성들이평화를수호하기위해전쟁이한창이던한반도에모여들었다는사실만으로도흥미로울뿐아니라장구한여성평화운동의도전과시련의역사에서의미있는한챕터를구성하기에도손색이없다.비록그활동이정치적으로이용당하거나부당하게비난받기도했지만분명한것은이들이국적을초월한평화연대,남성적군사주의와국가주의에대한맞대응,자국민의조롱과비난을감수한용감한실천을몸소일궈냈다는사실이다.냉전은이여성들의존재를역사에서완전히삭제해버리려했지만,흔들리는분단체제와탈냉전의현실속에서국제여맹의활동은재평가받아야할것이다.
조사위원들은북한여성들로부터“전쟁이언제끝날까요”라는질문을가장많이들었고한다.그러나그누구도이질문에대한명쾌한대답을할수없었다.놀랍게도조사위원들이한반도를다녀가고정확히70년이지난2021년현재까지도전쟁은완전히끝나지않았다.2018년남북한정상의판문점선언은‘종전선언’을최우선선결과제로제시했지만,2021년현재까지결실을맺지못하고있다.저자는그렇기때문에우리가더욱더‘전쟁의지속’과‘전쟁의형식’에대해강한의문을제기했던국제여맹조사위원들의목소리에귀기울일필요가있다고힘주어말한다.전쟁이왜아직도끝나지않고있는지,그수행방식은왜그토록잔인했는지,그책임은누구에게있는지더진지하고집요하게물어보아야만한다는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