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과 새마을 : 동아시아 냉전의 연쇄와 분단국가체제

냉전과 새마을 : 동아시아 냉전의 연쇄와 분단국가체제

$28.00
Description
근대화의 신화로 기억되는 ‘새마을’
냉전과 분단의 층위에서 그 역사적 진실을 밝히다
새마을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이 농촌사회 곳곳에 울려 퍼지는 ‘잘살아보세’라는 노랫소리와 함께 마을길이 넓혀지고 초가지붕이 슬레이트나 기와지붕으로 개량되던 ‘새마을운동’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박정희 정부가 건설하려고 했던 새마을의 한 단면일 뿐이다. 허은 교수의 신간 『냉전과 새마을: 동아시아 냉전의 연쇄와 분단국가체제』는 새마을의 전모를 동아시아 냉전의 맥락에서 거시 역사적으로 탐구하고, 새마을에 기반한 ‘1972년 분단국가체제’의 역사적 성격을 규명한 역저이다.

박정희 정부가 수립한 분단국가체제는 ‘냉전의 새마을’을 토대로 삼은 체제이자, 동아시아 냉전의 근대화 원리를 공유하고 관철한 체제였음을 밝혀낸다. 특히 새마을에 관한 기존의 연구가 안보영역을 도외시한 채 개발영역에 국한되어왔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이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동아시아-한반도-한국사회’라는 중층적인 공간을 관통함과 동시에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의 시간대를 아우르는 치밀한 연구를 통해 박정희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한 새마을 건설을 동아시아 냉전의 맥락에서 새롭고 넓은 시야로 재조명한다. 만주국의 집단부락에서 말라야의 신촌, 남베트남의 신생활촌, 한국의 대공(對共)새마을까지 이어지고 겹쳐지는 역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

허은

저자:허은
1966년김포에서태어났다.6월항쟁을겪은뒤현대사에관심을갖게되었고이후고려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고려대학교한국사학과교수로재직하고있다.2008년박사학위논문을개고한『미국의헤게모니와한국민족주의:냉전시대(1945-1965)문화적경계의구축과균열의동반』을출간한뒤,최근까지박정희시대민주화운동과분단국가체제,동아시아문화냉전에관한연구를해왔다.영상자료아카이빙을통해역사연구를확장하는데도관심을기울이고있다.공저로『한국현대생활문화사』『6월민주항쟁:전개와의의』,편저로『냉전분단시대한반도의역사읽기:분단국가의수립과국제관계』『영상,역사를비추다:한국현대사영상자료해제집』『동아시아냉전의문화』(공편)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서장근대이행과냉전·분단체제의역사적이해

1부원형의이식
1장‘냉전의새마을’원형,만주국농촌사회
식민제국의방공최전선,만주국/‘집단부락’건설과지역사회통제/만주국조선인방공전사들의경험

2장방공전사에서냉전전사로,이식과학습
만주국방공전사의귀환/대유격전인식과경험의설파/새로운대유격전론의학습과실험/일제국방국가론의부활/만주국지배체제의부활

2부연쇄와실습
3장‘민군관계’전도와내부로향하는냉전
정전후국가안전보장인식의분화/군부의‘도의국가,도의군대’건설론주창/안보불안요소로서농촌과빈곤문제규정/군내‘군사력의민주적문민통제’지향의확산/간접침략론의부각과국가안전보장전략의방향/쿠데타세력의‘반공을위한국민운동’전개

4장‘밑으로부터의냉전,’연쇄와참전의길
주변부저개발지역의주목과안보전략의변화/‘밑으로부터의냉전’주목과‘대민활동’의부각/미국의동아시아안보전략과한국의위치/군부의제한전론비판과대민관의갈래/5·16군사쿠데타후미국의‘대민활동’도입/냉전전략공유와베트남전참전준비

5장농촌평정실습과근대화원리의체득
군사사절단시찰과역사적경험의투영/미국·남베트남정부의평정방침과한국군의학습/‘군사적평정’방침과‘비민분리’의추진/한국군의신생활촌건설과충돌하는이해/평정의내용분리와‘자체개발’의강조

3부균열과충돌
6장냉전체제의균열과안보관의재정립
국제질서‘다극화’경향과미국의대중국정책변화기류/군부의미국동아시아정책과진영안보체제재고/인민전쟁노선의대두와유격전/대유격전의수위/준군사민방위체제추진과방향선회/안보관의재구성(1):비상대권확보추진과안보관의분화/안보관의재구성(2):‘냉전질서변화?통일문제?지역사회’관계의설정

7장‘병영화노선’과‘민주화노선’의충돌
인민전쟁위협론의지속과남베트남평정주목/‘정권안보’와‘민족안보’의대립/대일불신의증폭과엇갈리는이해/‘힘의대결론’과‘평화적통일론’의대립/‘혁명적전환기’론과‘국가비상사태’론의충돌

8장안보와개발의결합과근대화의향배
1·21사태와근대화노선의변화/안보관계자의인민전쟁론과농촌근대화인식/불신에가득찬분단국가체제의파국/비인간화와민주주의부재의사회정책비판/민주주의에기반한안보추구

4부냉전의근대
9장개발에서안보로,지역사회질서의재편
짧은간주,지방자치제부활논의/면행정효율화추진과지역사회동조체제구축/‘기반행정’강화추진과‘이(里)개발위원회’의역할/‘안보행정’정비와방위자원관리의강화/지역방위협의체설치와지역사회질서재편

10장‘냉전의새마을’건설과불신에찬근대
동아시아지역‘밑으로부터의냉전’전략의공유/‘표준방위촌’과‘대공전략촌’의건설/전국이·동의‘대공새마을’화추진/‘내부적’의규정과중층적감시체제의작동/남북대화의전개와지역감시체제의강화/민중자치기반의제거와‘반상회’활성화추진/반적부와5가구조,낡은총동원체제의부활/풀뿌리민주주의확산과‘1972년분단국가체제’의균열

종장새로운삶의공동체건설을위한역사적전환

참고문헌
도판출처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새마을은동아시아냉전의산물이었다

이책은4부로구성되었다.1부에서는‘냉전의새마을’의원형을이루는1930년대만주국농촌사회를고찰한다.만주국은일본제국의대륙팽창최전선이자소련을봉쇄하는반소?방공의최전선이었다.저자는이러한만주국에서일제가벌인지역사회지배정책을고찰하여‘냉전의새마을’의원형을이루는공간과제도의등장을살펴보고,만주국의조선인‘방공전사’들이한반도분단과정에서‘냉전전사’로거듭나며자신의경험을전파하는과정을살핀다.2부는시공간을달리한역사적경험이동아시아냉전의전개속에서교류되는과정을다룬다.한국군이동아시아냉전의연쇄와환류에능동적인주체로참여할수있었던계기로5·16군사쿠데타와베트남전참전을주목한다.5·16군사쿠데타세력의주도하에민주적민군관계를배제하고베트남전참전의길을걸은한국군은자신의역사적경험을기반으로삼아‘냉전의새마을’건설경험의교류와확산에일익을맡았다.3부는1960년대말1970년대초‘역사적전환기’로불렸던시기를조명한다.1968년1·21사태전후북한의대남무장침투가급증하고동아시아냉전구조가유동하면서한반도안보의불확실성과평화의가능성을동시에제공했다.이격변의시기에관한고찰을통해저자는다른선택지들이차단되고냉전의새마을에기반을둔분단국가체제가수립(1972년)된계기와과정을보여준다.4부는안보에초점을둔‘지역방위체제’구축을통한농촌사회의재편을살펴본다.특히냉전의새마을건설과작동기제를경기도용인군구성면을중심으로마을차원에서미시적으로고찰하여박정희정부가대대적으로건설해간냉전의새마을이보인특성을규명하고,분단국가체제가밑으로부터균열,해체되어갔음을살펴본다.종장에서는냉전의새마을에기반을둔1972년분단국가체제의역사적성격을정리하고,냉전을위한공동체가아닌인간을위한공동체를건설하는데필요한역사적전환을살핀다.

적대와불신의공간‘냉전의새마을’
1972년분단국가체제의역사적성격

박정희정부는‘냉전의새마을’을건설하기위해이른바‘대공(對共)새마을’이라는지배체제를수립했고,‘대공요원―대공조장―대공조원’을주축으로하는감시체제에이장,새마을지도자등을배치했으며,이장과반장에게는민방위책임을맡겨안보와개발의책임자를통합시켰다.대공새마을지배체제는공동체구성원전부를감시자이자피감시자로만들고,경찰이다수의망원을배치하여이를감시하는중층적인감시체제를작동시켰다.공동체안에서‘내부적’으로분류된이들은감시체제를벗어날수없었고,정신질환으로분단국가체제에순응하지못하는이들도잠재적인내부의적으로분류되어감시를받았다.즉‘냉전의새마을’은감시와통제,정신개조와사회순화를지배체제의수단으로삼은박정희와친위세력이추구한이상향의현실태였다.박정희정권은분단국가지배체제의안정을흔들소지가있는요인들을원천적으로제거하기위해마을단위까지동원과통제를위한체제를확립하려했고,다시말해불신에찬공간이자의사적(疑似的)인자치를허용한‘냉전의새마을’을건설한것이다.
‘냉전의새마을’에의거한지배체제가지닌가장큰문제는공동체의안전과생명을지킬권리가공동체구성원에게서박탈되었다는점이다.공동체에적대와불신을내장시켜지배와동원의주요수단으로삼는분단국가체제에서민중은동아시아열강의이해추구와집권자의권력유지의도구로전락되는상황을막기위한기제를가질수없었다.국가안보제일주의와경제성장제일주의를천명하며수립된체제는역설적으로국민을안보와개발의주체가아닌동원의대상으로전락시킨체제이자,나아가체제에적응하지못하는개인의인권과생명을위험에빠트리는체제였다.
‘1972년분단국가체제’의등장은일제의방공전사에서전후냉전전사로거듭난이들이반만항일(反灣抗日)운동및제주4·3사건과여순사건을진압하고,베트남전쟁평정에참여하여체득한원리를이식하고원용한결과물임과동시에동아시아냉전의연쇄와환류가낳은결과물이다.또한박정희와친위세력이1960년대후반이래1970년대초반까지역동적으로전개된국내외의변화를인민전쟁위협론이라는관점에서재단하며절대권력과영구집권을추구한결과물이기도하다.이는집권세력스스로가외적으로는동맹을,내적으로는민초를불신의대상으로삼고이러한불신이위기의식을다시심화하는악순환의구도에빠져드는결과를낳았다.결과적으로‘1972년분단국가체제’는비인간화를악화,지속하는체제이자,전근대적지배원리를변용한지배체제였다.분단국가체제는결국6월항쟁과민주화의열망속에서와해되어갔다.

왜지금‘새마을’인가
인간다운삶을추구하는공동체를위하여

저자는지금이시점에새마을과분단국가체제를고찰해야하는이유로두가지를말한다.하나는학문적인이유이다.지금까지새마을의이미지는새마을운동과관련된근대화의열망,농촌개발의신화로고착화되어왔다.이러한역사상은동족상잔이자세계대전인전쟁을3년간치른뒤분단선을끌어안고살아야했던실제한반도역사와거리가멀다.또한이는동아시아냉전과불가분의관계를맺으며전개된한국현대사를휴전선이남에국한되어바라보게만들고,식민지배와분단의대립을거치며전개된근대화를온전히이해하는것을제약하고있다.따라서한반도를포함한동아시아냉전의결과물로서새마을을재고찰해야한다는것이저자의주장이다.
다른하나는현재적인이유이다.6월항쟁이래30년이라는탈냉전기를거치는동안한국사회에서는각종사회갈등이폭발직전까지치달았다.여기에더해한반도는여전히분단된채미국과중국의지정학적완충지대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이런와중에한국사회가추구하는인간다움이무엇인지,그리고이를구현한공동체의모습은무엇인지떠올리기어렵다고저자는꼬집는다.그러므로냉전?분단시대체제경쟁의승리를위해비인간화를강요한공동체,‘냉전의새마을’의역사적경험을숙고해새로운공동체를건설하는데힘을쏟아야한다는것이다.서로의차이를존중하며더인간다운삶을추구하는공동체를만드는일은결코쉽지않다.하지만저자는변화를만들어왔던민초의여러실천을읽어내며새로운방향과가능성을찾는노력이첫단추가될수있다고본다.민중이극복해온역사적장애물을명확히드러냄으로써인간다운삶을살기위해고투해온우리의역사를깊게이해하고,나아가더나은공동체를만드는데기여하고자하는저자의학문적열정과소망을담은이책은분단체제를살아가고있는오늘의한국독자들에게큰울림이자계기로읽힐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