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혁명을만들어낸우리의힘을증언하는,
한국지성들의생생한대화록
2017년문학평론가백낙청은산수(傘壽)를맞았다.『백낙청회화록』(6·7권,이하『회화록』)은‘백낙청회화록간행위원회’가2007년3천여쪽에달하는『회화록』(1~5권)을펴낸이후10년간저자가치른좌담,대담,토론,인터뷰등을엮어낸후속작이다.이로써『회화록』(1~7권)은1968년1월부터2017년5월까지,20세기중후반부터21세기초반까지50년에걸친한국문학과사회과학논단의주요쟁점을망라한생생한사료집으로서,국내외지식인189명(국내178인,해외11인)이함께어울려만들어낸웅장한집단지성의기록으로서,민족문학론과분단체제론등을아우르는사상사적편람으로서한번더매듭을지었다.
대화라는형식은“한사람이일방적으로진술하는수사법과대립되는방법으로서예부터진리발견”에유용하게쓰였다.특히둘이상여럿의‘좌담’은근대동아시아에서“참여자들의대등한의견교환을통해각자의입장을명료하게전달하는형식”으로널리활용되었다.백낙청은이전부터이런저런형식의이야기나눔을‘회화(會話)’라고불러왔는데이는“진리발견의한수단인동시에더격의없는어울림”을뜻하는말로서이책의자유로운논의에지극히어울린다.
이명박정부직전부터박근혜탄핵까지의기록
이번에출간된『회화록』6,7권은시기적으로2007년9월부터2016년12월,이명박정부직전부터박근혜정부하촛불혁명의성과가가시화하던시점까지의10년을배경으로한다.최근우리역사에서혹독하고암담했던9년이새로운희망과기대로마무리되는극적인반전의시기다.6,7권에는고은,임동원,윤여준,이해찬,김종인,안병직,최장집등원로에서부터안경환,송호근,유시민,노회찬,진중권,김두식등중견보수·진보를망라한지식인그룹을비롯하여김미화,김제동등문화계인사까지다양한분야의인물들과나눈대화가실려있다.
백낙청은이10년간87년체제의한계를넘어서는더나은체제,2013년체제건설에매진했고그것이좌절된뒤에도‘큰전환을위한큰적공’을강조하며한결같은연구와실천의행보를보여왔다.그사이개인적으로는창비50주년을맞아계간『창작과비평』편집인에서명예편집인으로물러나학자이자비평가로서현업에더집중하게되는변화도있었다.10·4남북공동선언,미국발금융위기,천안함사건과연평도사건,2012년총선과대선,세월호참사,그리고촛불혁명을배경으로하는10년간총54편의회화는사상가이자문학평론가,사회운동가로서백낙청의열정적연구와실천의현장을생중계한다.
분단체제의극복은인문학즉인간에대한이해에서출발
제6권31편의회화는2007년10·4남북정상회담수행을앞둔시점의인터뷰에서시작해2012년4·11총선의패인분석과당면과제를점검하는좌담으로끝난다.한반도식통일과남북관계,2013년체제관련이야기가주를이룬다.2005~2009년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상임대표로활동한백낙청은이명박정부에서경색될대로경색되다마침내천안함사건이후5·24조치로전면중단되는남북교류의현장을누구보다가까이서지켜보았고이것이이명박정부의한계일뿐아니라87년체제의말기적국면에서비롯한현상임을통찰한다(「87년체제의극복과변혁적중도주의」).그극복은체제전환을통해서만가능한것이었고,고심끝에내놓은대안이‘2013년체제론’이다.
6권에서는‘2013년체제만들기’의큰구상에따라통일운동의제3당사자로서시민참여를강조하는한반도식통일의의미,단일한민족국가가아닌느슨한연합형태를1차목표로하는새로운통일개념의필요성,포용정책2.0을복지,생태,기본교양의과제들과폭넓게결합한민주개혁의중요성을거듭설파하고있다.급박한현안들앞에서해당문제에만매몰되지않고체제적맥락을짚어그에따른해결방안을모색하는통찰은일찍이한반도분단체제를자본주의세계체제의하위체제로바라보면서도동시에한반도의고유한특성과해법을주체적으로탐구해온데서비롯한다.한반도상황을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빗대는이매뉴얼월러스틴의견해에대해,한반도식통일은기존어느나라의통일방식과도다르며한반도의상황은이스라엘-팔레스타인과도판이할뿐아니라비록더디더라도한반도만의독자적진전을이루어가고있다고강조하는대목(「급변하는동북아시아와한반도통일」376~79면)은이를인상적으로보여준다.
더나은새로운체제건설의첫관문인2012년총선을전후한6권말미여섯편의회화는거의일주일간격으로이루어진촘촘한시차만큼이나실천가로서백낙청의열성과헌신을보여준다.4·11총선직후패인을분석하고대선준비과제를점검하는마지막좌담「4·11총선이후의한국정치」는대선승리를통한2013년체제수립의염원이더욱절박해진가운데그럴수록더욱원칙에근거하여상황을바라보는시야를제공해준다.
이러한시국에대한성찰의바탕을이루는것은자연,사회,인간사회에대한종합적이해라는본래적의미의인문학정신이다.건국대통일인문학연구단주최좌담「인문학에서찾는분단극복의대안」에서통일인문학이통일을종합적이고실천적인학문의대상으로접근하는인문학이며,특히한반도에서그런요소가중요하다는언급은평생인문학자로서한반도분단체제극복을이론적·실천적으로모색해온맥락을보여준다.
큰적공을통해큰전환을이루어나가야한다
제7권23편의회화는2012년18대대선과향후5년의과제를살피는좌담에서시작해촛불혁명이가시적성과를거두기시작하던2016년12월의강연과질의응답으로끝난다.좌절과새로운모색,극적인반전의시간들이다.
7권은2013년체제만들기의좌절과새세상에대한구상,무엇보다‘큰적공을통한큰전환’을화두로한다.2012년대선관련7권첫머리의회화들은급박하게돌아가는선거국면에서시대교체,정치혁신,체제전환의의미를두루지닌2012년대선의중요성을거듭강조하며야권과국민양쪽에대선승리의구체적전술을주문,공유하고있다.범야권원로모임‘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의일원으로서대선을앞두고일주일에서사흘간격으로발표한회화들이당시의열망을대변한다.
대선패배로‘2013년체제만들기’가실패하자그개념의주창자인백낙청은총선·대선패배가선거의승리만집착한선거중독증때문임을성찰하고더넓은의미의체제논의를,방식을달리해서계속추구해야함을강조한다.대선패배가새로운시대를향한구상과시도가좌절되었음을의미하는것은아니며,2013년부터새시대를열려는노력을한층본격적으로시작해야하고그런바람이다음대통령,야당,국민대중모두의손에서“더복잡한형태로새시대의건설이진행될수있지않겠나”하는의견을피력하는대목(99면)은더나은체제,더나은세상을향한저자의크고단단한원(願)을보여준다.
이같은전망은당면한승패에대한집착에서벗어나모두가각자의처지와각자의현장에서합력해서적공할때큰전환이현실화되리라는사유로이어진다.사회운동과마음공부가둘이아니라는이인식은원불교경전영역작업을통해물질개벽과정신개벽의상관성에대한이해로나아가며일상의실천과수행을연결하고있다(「온전한‘조선’‘한국’만드는것자체가정신개벽」「물질개벽에상응하는정신개벽이일어나야」등).「4·13총선,편안한마음으로투표합시다」는그런맥락에서이루어진발언이다.이바람은절묘한방식으로총선승리와맞아떨어졌고그연장선상에서촛불혁명이발화되었다.백낙청이정치현장의구체적방법론으로제시한‘변혁적중도주의’에유시민,노회찬등이공감과동의를표하는대목(「백낙청,대전환의길을묻다」324면)도흥미롭다.이번『회화록』6,7권의대미를장식하는「새세상만들기와남북관계」는2016년12월중순한창고조된촛불혁명열기의정치적세력화,차기대선의과제,향후남북관계의전망등을청중과의질의응답을통해실감나게풀어내고있다.
한반도를넘어선세계적차원의시야확대
『회화록』6,7권은당면한한국사회의정치적·사회적이슈의해법과방향성의제시가주를이루지만더불어한반도문제를동아시아-세계차원에서검토하는세계적학자들과의회화들이거시적조망으로우리의시야를열어준다.「전지구적경제위기속의한국과동아시아」(6권,브루스커밍스)「급변하는동북아시아와한반도통일」(6권,이매뉴얼월러스틴)「자본은어떻게작동하며세계와중국은어디로가는가」(7권,데이비드하비)등이그것이다.자본주의세계체제의하위체제로작동하는분단체제라는독특성에입각해백낙청은이들과한반도현실을더구체적으로이해하고더큰시야로분석한다.대만의중견학자천광싱과의인터뷰「분단체제하에서의지식인의참여」(6권)는일찍이진보적지식인사회의구심으로비판적잡지문화를개척해온백낙청과『대만:급진적사회과학계간지』(Taiwan:ARadicalQuarterlyinSocialStudies)를중심으로활동하는천광싱의시공을넘어선공감과연대가인상적이다.
그한켠에서는이채로운몇몇꼭지들이문학평론가이자인문학자,한평생공부에매진해온학인으로서백낙청의면모를생생하게드러내준다.「주체적인문학을위하여」(6권)「우리문학의활력을실감한다」(7권)「고은이라는‘거대현상’」(7권)등이그것이다.“나의삶이시국문제와시국논의에압도당하지말아야겠다는것이나의집념이었고때로는시국담도중에,더러는별도의회화기회를포착해서문학평론가와인문학도로서의본분을수행하고자했다.이것이쉽지않은고투의과정이었”다는(7권556면)술회는분야를넘나드는폭넓고열성적인활동이지난한노력의산물임을알려준다.자신이생산해온담론들의연관성과발전의궤적을쉬운말로풀어낸「민족문학론,분단체제론,변혁적중도론」(7권)은백낙청사유와실천의흐름을정리하는데요긴하다.유정아와의인터뷰「‘한국사회에가장큰영향을준지식인’,백낙청」은상세한개인적·사회적이력과생활인으로서의실감을전해‘인간백낙청’을한층풍부하게느낄수있다.
2017촛불혁명이후한국사회에는새로운기운이흐르고있다.바야흐로“대적공이대전환과함께이루어져야하는”때다.『회화록』이‘새세상만들기’에관한회화로끝나는것이의미있는이유가여기에있다.앞으로우리사회가갈길이결코걷기편한길은아닐것이다.다만백낙청과수많은한국의지성이내놓은지혜가그길을더밝게만들어주길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