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그 파란의 역사와 생명력

한국어, 그 파란의 역사와 생명력

$16.00
Description
우리 말글살이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며
한국어의 생동하는 앞날을 내다본다
‘한글’의 우수성에 대한 이야기는 많다. 그러나 ‘한국어’의 생동성과 그 파란만장한 역사를 체감하려는 시도는 상대적으로 드문바, 『한국어, 그 파란의 역사와 생명력』은 근대전환기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어의 생동하는 역사를 돌아보고, 민주적이고 창의적인 공동의 자산으로 우리말을 가꾸기 위한 본격적인 토론의 장을 여는 책이다. 계간 『창작과비평』의 올해 여름호 ‘대화’를 위한 좌담회에서 출발한 이 책은 한국학·한문학자인 임형택의 제안과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인 백낙청의 구상을 기초로, 각각 방언학과 국어사전학을 전공한 국어학 전문가 정승철 최경봉이 참여하여 지적 교류의 참된 결실을 맺었다.
지금까지 우리 국어학계가 언어형태의 변화에 따라 정태적인 시대구분을 해왔다면, 이 책은 근대전환기 한반도의 현실에 대한 언어적 대응이라는 동태적 관점에서 한국어의 근현대사를 새로이 살펴본다. 한문 전통의 오랜 영향과 그로부터의 탈피, 일제강점기 민족문화운동과 해방 후 국어순화운동, 권위주의 정권의 표준어정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돌아보는 한편 현행 언어규범의 문제점과 남북 간 언어정책의 과제 등을 살피며 우리말을 둘러싼 첨예한 현안을 짚는다. 한국어의 역사를 거시적으로 조망하면서도 당대의 어문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생생한 문헌자료와 ‘부록’을 토대로 거침없이 전개되는 열띤 토론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한국어의 다채로운 면모를 접하는 재미를 선사한다. 또다시 찾아온 한글날을 맞이하여 역사의 거친 풍파 속에서도 기적처럼 살아남은 한국어의 역동성을 선명하게 보여줄 뿐만 아니라 우리 공동체의 말글살이에 민주적이고 창조적인 생명력을 새로이 불어넣을 책이다.
저자

백낙청

『창작과비평』명예편집인,서울대명예교수.저서로『서양의개벽사상가D.H.로런스』『문학이무엇인지다시묻는일』『한반도식통일,현재진행형』『어디가중도며어째서변혁인가』『백낙청회화록』(전7권)등이있음.

목차

책을펴내며
1장어떤한국어인가
대화를시작하며/한국어의기원과발자취/'근대한국어'라는문제/한국사의근대,한국어의근대

2장근대적어문생활이시작되다
한자문화권에서심화해온문명의식/근대전환기,이중문어체계의성립/국문체와국한문체,이중문어체계의변화/국문소설의전통,근대소설의발판이되다/표준어와철자법,어떻게나왔나/형태주의표기법의확립/식민지배하에서본격화된어문규범제정/근대한국어문체의형성에힘쓴문인들/언문일치의여러양상들

3장해방이후본격화된규범화와국어순화
새마을운동과국어순화운동의상동성/표준어의지배력은여전한가/한글전용대한자혼용논쟁이놓친것/한자사용,소모적논쟁을벗어나창조적활용의길로

4장우리말의새로운미래를상상하기
우리말이풍부하고자연스러워지려면/외래어표기법,이대로좋은가/영어중심주의,행정편의주의에서벗어나야/언어규범을어디까지적용할것인가/한글,그무한한표기의가능성/한국어가맞닥뜨린현안들/‘공동영역’으로서의한국어/언어교육을통한인문학과비평정신의배양/대화를마치며

후기
국어에대한편견,환상,오해-정승철
공통어를새롭게생각하기-최경봉
'문심혜두'와어문교육의방향-임형택
한국어라는공동영역-백낙청

부록
1.「훈민정음언해」서문
2.「국문론」(주시경)
3.『국문연구의정안』의일러두기및10가지논제와결론(국문연구소)
4.「한글마춤법통일안」머리말(조선어학회)
5.『조선말큰사전』머리말및편찬의경과(조선어학회)
6.『겨레말큰사전』공동편찬요강(남북공동편찬사업회)
7.「한글전용과한자교육」(백낙청)
8.「이딸리아는어디에있는나라인가」(염종선)
9.인용문현대어풀이
10.인명해설
사진출처

출판사 서평

‘근대한국어’에대한논의를시작하다
보편사적‘근대’관점에서우리어문생활을되돌아보기위하여

1장은국어학계에서통상적으로말하는‘근대국어’의개념을뒤로하고왜‘근대한국어’라는개념을새롭게설정할필요가있는지에대한문제의식을다룬다.지금껏국어학계에서는음운,형태변화등의언어내적인변곡점을기준삼아‘중세국어’‘현대국어’등의용어로시대구분을해왔다.참석자들은이러한구분이세계사적‘근대’개념과소통할수없는,국어학계에한해통용되는고립적인개념이라는데입을모은다.‘근대’를자본주의세계체제라정의하고이에대한언어적대응으로서‘근대한국어’의문제를숙고하면우리어문생활의실제와변천을다각도로들여다볼수있고,그결과와한계에대한올바른진단및생산적인전망을내놓을수있겠다는판단에서다.
백낙청은‘이중과제론’즉우리가근대에적응하면서도그것을극복하려는이중과제를안고있다는문제의식에착안해논의를펼친다.근대전환기에세계사적으로일어난언어규범화,공통어의정립이라는보편현상에주목했을때,한자와한글의병용문제를비롯해,남북한의언어통일작업이여전히현재진행형인시점에서넓은의미의근대적기획은여전히끝나지않았다는시대적과제가두드러진다.정승철역시근대적기획의미완성이라는문제를지적한다.19세기의여러문헌을근거로중세의주요축이었던‘중화적질서’와‘신분제’를탈피한근대한국어의일면을실증해나가면서도,표준어를사용하지않으면근대주체의자기표현으로인정하지않았다는점을예로들어여전히방언을배격하는경향이남아있는오늘날에도국어의근대적기획이지속되고있는것은아닌지열띤문제제기를이어간다.


한국어의파란만장한근현대사를다각도로바라보다
우리가지킨것과아쉽게놓친것들

2~3장은근대전환기부터오늘날까지인접국들의압도적인영향을받아오면서도그토록오랜시간을꿋꿋하게견뎌낸한국어의파란만장한근현대사를돌아본다.한문중심의오랜어문생활에서탈피해자주의식이두드러진근대어문생활이태동하는과정이나,조선어학회를필두로최초의우리말사전을편찬하여결연히우리국어문화를지키려했던민족문화운동의역동적인서사가참석자들의밀도높은토론속에서파노라마처럼펼쳐진다.
최경봉은적극적으로국어말살정책을편조선총독부에맞서고유의국어규범을확립하고표준어목록을정리해사전편찬의위업을달성하고자한국문연구소,표준어사정위원회,조선어학회의연속된노력을섬세하게풀어낸다.이것이우리말을지키려했던국어학자들의노력이었다면,임형택은그들이정립한규범을갈고닦아순우리말문체의확립에힘쓴당대문필가들의활약을소개한다.오랜한문학전통으로인해국문글쓰기가차라리생소했던시대에여러작가지식인들의글을전범으로삼은독본『문장강화』를집필해일반대중으로하여금우리말글쓰기의요령을깨닫게한이태준의노력과,당대언중의언어생활속에서미묘하게나타났던‘-(더)라’에서‘-했다’로의문장종결법변화를예리하게간취해낸이광수,김동인등의문체실험을조명한다.이로써근대성을구현하는새로운소설에대한요구와그에걸맞은문장형식에대한시대적요구가조화롭게달성될수있었다는설명이다.
참석자들은해방후마주하게된표준어운동,혹은국어규범화운동의새로운국면또한반드시짚고넘어가야할중요한주제라고말한다.정승철과임형택은지식인들이주도한일방적인언어규범화와권위주의정권의엄격한국어순화운동,한글전용론의팽배경향이극단적인방언멸시와무조건적인한자배제라는부작용을낳았다고말한다.일제강점기까지는민족어수호를위해중요한역할을담당했던어문민족주의가1960년대후반부터언어의소통보다는언어를통해특정한정치적목적을관철하기위한것으로퇴행하고말았다는지적이다.편의성을높인다는미명아래표준어를기준으로‘옳은말’과‘틀린말’을판별하거나,일찌감치병용(倂用)이라는중도를배제한채한글전용일변도를걷는문제는오늘날에도지속되고있다고할수있다.백낙청의제안처럼언어의소통력을강화하면서도우리말특유의창조성과표현력의풍부화를동시에추구하기위한치열한탐색이필요한시점인이유다.


한국어의새로운미래를상상하다
공동영역으로서우리말을풍부하게가꿔나가기위한제안

‘애오개’(아현)‘삼개’(마포)‘무너미’(수유).우리말고유의정조가느껴지지만국어순화를강행하는과정에서안타깝게사라진지명들이다.그아쉬운전철을밟지않으면서도한층품격있는소통수단이자민주적인공동영역으로서우리말을가꿔나가려면어떻게해야할까?이에답하기위해4장과‘후기’에서는한국어의미래를상상하기위한도전적인제안들이펼쳐진다.
정승철은하나의국가를단일한언어공동체로보는편견을지적하며,이제는‘표준어’만이아니라세대방언,지역방언을불문하고넓은의미에서의‘국어’발전에기여할방안을찾아야한다고말한다.‘표준어’를언어사용자자신의의지나처지에따라서사용여부를선택할수있는‘권장어’로보되‘바른말’과‘틀린말’,표준어와사투리의구분없이자신이원하는말로이야기할수있는사회,즉‘방언사용권’이존중되는사회를만들어가야한다는주장이다.
최경봉은사이버공간의언어생활이나다원화가전개되면서공간과언어의연결고리가약화된현상에주목한다.이제는‘서울말’을기준으로옳은말을가릴것이아니라언중이‘두루쓰는말’인지고려해‘공통어’범위의확장을고민해야한다는입장이다.통일시대를대비해남북의이질화된언어차이를고려하면서양측이합의할수있는통합안을위한지혜를찾고민주사회를지향하는차원에서공통어의확장을이루는국어정책을고민해보자고제안한다.
임형택은인문교육의관점에서국어문제에접근한다.일제식민지시기와군부독재시기의어문교육은비판정신을소거한순종적인간을양성하는교육이었다는문제의식에서다.이에다산정약용이제안한공부법인‘문심혜두(文心慧竇,글의속뜻과지혜의구멍)’를국어교육의새로운열쇠말로제시한다.글짓는마음에기초해창조적·인문적지혜의원천을개발하는‘문심혜두’의실천에서인문적심성에기반한비판정신의함양이가능해지리라는전망이다.
백낙청은국어의근대적기획에서파생된민족주의적언어관과도구적언어관을극복하고‘커먼즈(commons)’의관점즉공동영역으로서의한국어라는새로운언어관을제시한다.한글창제의혁신적발상이나민본적정신,언중의주체적참여를통해한국어라는공동영역을한층유연하고창의적으로가꾸어나가자는메시지와함께,현행한글맞춤법과외래어표기법등표준어규정에깃든행정편의주의나영어중심사상의문제를지적하고앞으로한국어의표기능력과표현력을극대화할방안에대해지속적인토론을해나가자는충실한제안도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