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회화록 8 (2017~2022 | 양장본 Hardcover)

백낙청 회화록 8 (2017~2022 | 양장본 Hardcover)

$32.00
Description
촛불에서 개벽까지, 백낙청의 쉼 없는 사유와 실천
동시대의 지식인들과 이룬 ‘집단지성’의 산물
서울대 명예교수이자 문학평론가인 백낙청(白樂晴)이 참여한 좌담, 대담, 토론, 인터뷰, 질의ㆍ응답 등 ‘회화’를 모은 『백낙청 회화록』의 제8권이 출간되었다. 계간 『창작과비평』을 창간하며 한국 문화운동에 첫발을 디딘 후 1968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 50여년에 걸쳐 백낙청이 참여한 대담과 좌담을 기본으로 하고 토론과 인터뷰 등을 곁들인 이 여덟권의 회화록은 20세기 중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한국 논단에서 치열하게 논의된 주요 쟁점들이 망라된 우리 지성사의 생생한 사료집이다. 2007년 1~5권이 간행되고 2017년 6~7권이 출간된 데 이어 6년 만에 선보이는 8권에는 모두 15편(보유 3편 포함)의 회화가 담겨 있다.
대화라는 형식은 “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진술하는 수사법과 대립되는 방법으로서 예부터 진리 발견”(4면)에 유용하게 쓰였고, 좌담은 근대 동아시아에서 “참여자들의 대등한 의견교환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형식”(4면)으로 널리 활용되었다. 백낙청은 이런저런 형식의 이야기 나눔을 ‘회화(會話)’라고 불러왔는데 대담과 좌담 같은 회화 형식이야말로 항상 논쟁의 현장에 머물길 원하는 ‘젊은’ 논객인 백낙청의 식견과 경륜이 가장 효과적으로 발휘되는 의사전달 통로일 것이다. 동시대의 선학·동학·후학들과 토론하며 “‘집단지성’의 작동에 기여하는 것 또한 삶의 중요한 일부라 생각”(485면)하기 때문에 근래에는 집필보다 회화가 주업이 된 느낌이라고 스스로 밝히고 있기도 하다. 8권에는 염무웅, 고명섭, 김용옥, 조형근, 천현우, 김종배, 오연호, 이승헌, 안병직, 조은 등 원로에서부터 청년에 이르기까지 세대를 막론하고 언론, 문학, 노동, 여성 등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지식인들과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저자

백낙청회화록간행위원회,백낙청

염무웅영남대명예교수
임형택성균관대명예교수
최원식인하대명예교수
백영서연세대명예교수
유재건부산대명예교수
김영희한국과학기술원명예교수
한기욱인제대명예교수
이남주성공회대교수
염종선창비기획편집위원장

목차

간행의말

대담/추억속의김수영,다시읽는김수영/백낙청염무웅
인터뷰/백낙청에게듣는『한겨레』32년과한국사회/백낙청고명섭
인터뷰/김수영문학관의물음에답하다/백낙청홍기원
좌담/다시동학을찾아오늘의길을묻다/백낙청김용옥박맹수
질의·응답/우리는어떤나라를만들려는가/백낙청강경석조형근천현우외
인터뷰/20대대통령선거,백낙청에게듣는다/백낙청김종배
인터뷰/2기촛불정부를만드는대선이되려면/백낙청오연호
질의·응답/근대의이중과제와2022년대한민국/백낙청김민수외
질의·응답/언론인의교양과오늘의시대적과제/백낙청외
인터뷰/대선에패배한촛불들이여,이제민주당을장악하자!/백낙청오연호
인터뷰/유신독재에저항한한지식인의삶/백낙청이승헌
좌담/서양의개벽사상가D.H.로런스/백낙청강미숙박여선백민정

보유
대담/시는온몸을밀고가는것/백낙청박태진
좌담/한반도의미래에대한국민통합적인식은가능한가/백낙청안병직박재창
대담/새로운세상과만나는여성운동/백낙청조은

해설/황정아
후기/백낙청
찾아보기
수록회화목록및출처
참가자소개

부록
백낙청연보(2017~2023)
백낙청회화록간행위원회소개

출판사 서평

문재인정부수립부터윤석열정부직전까지,
‘촛불혁명’이라는화두

『백낙청회화록』의제8권은2016~17년의촛불대항쟁으로1기촛불정부가들어선이후인2017년에서시작하여2기촛불정부의수립이실패하는2022년까지를다루고있다.8권의주요부분을차지하는것은2022년20대대통령선거를전후한시기의국내외상황과관련한회화들인데,이대화들에서는촛불혁명이백낙청의사유에미친영향이두드러지게나타난다.백낙청은2016년에서2017년사이의촛불을‘촛불대항쟁’으로명명함으로써그이전의여러촛불항쟁과구분하는한편,그것이혁명이냐아니냐와관련해서는촛불혁명자체를붙잡고연마할‘화두’로규정함으로써논쟁을정리한다.촛불혁명을화두로삼아연마하자는백낙청의제안에서화두라는표현은촛불이과연혁명인가하는질문에정답을찾아보라는뜻이기보다바로그질문을통해촛불이혁명이기위해필요한실천들을수행하자는데핵심이있다.그말은촛불혁명은우리가화두로서붙잡고있는한에서지속되는“아주독특한혁명”(167면)이라는뜻도된다.촛불대항쟁에잠재된촛불혁명의서사를써나가자는제안으로백낙청의주장을이해한다면,그서사의결정적단서는촛불대항쟁의대표구호였던‘이게나라냐’는물음이다.‘나라다운나라’라는촛불혁명의첫문장이그의사유에어떤파동을만드는가하는점이회화록8권의흥미로운포인트이자그의최근사유전반을이해하는데좋은길잡이이다.
“우리가촛불시대에살고있으며촛불을화두로잡고생각해야하고판단해야한다”(165~66면)는점을설득하려는백낙청의노력은8권이아우른시기의핵심적인사건인2022년대통령선거전후의대화와강연에서한층뚜렷하고절실해진다.2022년대통령선거당시야당(국민의힘)과레거시미디어에서2022년대통령선거를정권연장이냐정권교체냐의구도로몰아가는것은촛불혁명지우기에다름아니라지적하고,대선의진정한실상은“진짜촛불혁명이계속되느냐못되느냐가판가름나는그런건곤일척의큰싸움”(181면)이라고강조했다.대선결과로들어선정부의무도함을쓰라리게겪는현시점에서돌아보면그런노력이얼마나긴요했는지가드러나는동시에촛불을화두로삼자의자신의제안을누구보다철저히실천하는백낙청의성찰적인현실인식을보여준다.

촛불이만천하에드러낸엘리트카르텔

2022년대선을전후한백낙청의발언에서또하나곱씹을대목은반촛불세력이자한국사회부패구조를형성한엘리트카르텔에관한언급이다.촛불혁명으로“옛날과크게달라진것중하나는오히려기득권세력의민낯이속속들이드러나는거”(160면)라는지적에서도드러나듯,우리나라에는수구·보수세력은물론법조인,기업가,언론인,학계및금융계인사까지얽힌아주강고한엘리트카르텔이형성되어있다는것이백낙청의주장이다(「근대의이중과제와2022년대한민국」).한국사회의변화를가져온촛불시민의열망이정치적동력으로변하는것을차단해온것이이들의역할로,한국사회의발전을위해선20대대선에서이들의카르텔을깨야한다는것이었다.
20대대선후에이루어진인터뷰「대선에패배한촛불들이여,이제민주당을장악하자!」에서는,기득권카르텔과촛불시민들의대결이었던대통령선거에서더불어민주당지도부와국회의원의간절함이국민의힘의간절함에미치지못한데다가이재명후보와촛불시민의결합이늦었다는점이아쉬운결과를낳은원인이라고분석하는한편,촛불시민들이이재명이라는정치인을발견한만큼주인의식을가지고기득권세력,엘리트카르텔과싸우기위해민주당이라는요충지를어떻게장악할것인지연구해야한다고과제를제시한다.
이와함께백낙청의설명대로엘리트카르텔이한국사회부패의한유형임을간취하면일반국민들로서는납득하기어려웠던언론계의전반적타락도설명된다.즉,진보적이라고분류되던언론이진실추구나권력비판면에서기대와전혀다른행태를보이는이유는이른바‘레거시언론’일반이“엘리트카르텔부패에미국보다훨씬더깊이연루”(272면)되어있고진보언론조차그런‘레거시언론’의일부로서“카르텔에알게모르게가담해버”(177면)린결과인것이다.예비언론인들에게거대담론등에관한기본교양을갖추고역사적맥락을파악한상태에서구체적현실의구체적분석을해줄것을주문한「언론인의교양과오늘의시대적과제」와,통일과민족문제에천착하며지령1만호를맞은『한겨레』의여정을축하하며‘분단체제극복’의관점에서『한겨레』의과제를당부한「백낙청에게듣는『한겨레』32년과한국사회」역시한국의언론에대한백낙청의견해를살필수있는바,일독에값하는회화들이다.

촛불혁명의원류로서의동학,혁명적사유로서의개벽

‘나라다운나라만들기’로촛불혁명을묘사한백낙청은일찍이바로그과제의달성을꿈꾸며싸운역사적선례로서동학,그리고동학이래한반도특유의사상이응축된‘개벽’에주목한다.백낙청의사유를상세히따라읽어온독자가아니라면『백낙청회화록』8권의주요키워드인‘개벽’을두고뜻밖이라느낄법도하다.동학과개벽으로가는일종의중간단계로백낙청은촛불과3·1사이의연속성을강조한바있는데,촛불을말하며3·1과동학을상기한것은수사적표현이나유사성의확인이아니다.그것은서구적기준을근거로촛불의혁명여부를따지는논쟁구도를깨는한편으로,촛불혁명이민주주의를향한정치적싸움을넘어사상적차원을갖는사건임을밝히는시도이다.
좌담「다시동학을찾아오늘의길을묻다」에서는백낙청·김용옥·박맹수세석학이근대와근대성에대한깊은논의를바탕으로동학과서학,동학과원불교,동학과촛불혁명의관계를조망하며‘개벽’의의미를탐색한다.백낙청은천주교및서양문명과의치열한대결을수행하며수평적민본주의를사유하고민중들의해방에앞장선동학사상의혁신적면모가현재도계속되고있는촛불혁명의바탕이됨을설득력있게논파한다.‘나라만들기’를단순히근대적응을위한국민국가건설로서가아니라인류문명의거대한전환,곧‘새세상만들기’의기운과전망속에실천했던것이동학과3·1의개벽사상이었다.한반도에서자본주의적근대가시작되면서혼란과더불어가능성이엿보이던시기가두운동의배경이었듯,백낙청의진단에따르면다시금기운이바뀌고전환이요구되는근대의‘말기국면’이현재의객관적정세라는것이다.
서구의역사적사건들에관한보편사상적해명이범람하는가운데정작우리의역사적사건을두고그런시도가이루어진적은드물었다.그리고그드문시도조차다시서구사상에기대기십상이었다는점에서백낙청의개벽론은사유의‘관행’에대한도전이기도하다.시인김수영을논한이책의대담(「추억속의김수영,다시읽는김수영」)에서백낙청은‘개벽파적’면모를언급함으로써개벽이라는‘표준’이문학비평에도작동한다는점을보여주었다.이어D.H.로런스를‘서양의개벽사상가’로호명한대목(「서양의개벽사상가D.H.로런스」)에이르면백낙청의사유가실로담대하게스스로를시험하고입증해왔다는사실이확연히드러난다.

유신독재시절부터지금까지
언제나가장‘급진적’이었던지식인

미국에서출간될예정인IntellectualsinDarkTimes:TheTaskofCriticisminAuthoritarianKorea(어두운시절의지식인들:권위주의한국에서의비판작업)를위한인터뷰「유신독재에저항한한지식인의삶」에서는한국의대표적인비판적지식인백낙청의17세때부터현재에이르는삶을돌아보고있다.민족문학,리얼리즘,분단체제,변혁적중도주의,근대의이중과제,대전환등의키워드들은백낙청의사유와실천이쉼없이계속되었을뿐아니라거듭새로워져왔음을일러준다.또한이키워드들은제출된시기에밀착해있으면서도해당시기의틀에갇히지않고계속해서자라나는한편,다른시기에등장한다른키워드들과긴밀히결합하며더정교하고풍성한전체를이룬다.
시대와함께했다는흔한문구를백낙청에게적용하는사람들이적지않겠지만가까이들여다보면그의사유는언제나시대와함께했으나시대가그것을제때채택한적은드물었다.이는백낙청이언제나대세적인식의‘결을거스르는’사유를해왔다는사실과관계가있다.밀착하면서도어긋난다는,백낙청의사유가취하는이런시대적존재양식을가리키는적절한이름은다름아닌‘급진성’이다.과격하게치우침으로써기존의균형을깨고남먼저치고나간다는것이급진성을둘러싼일반적인인상인데반해백낙청의담론은지난역정의어느지점을단면으로자르더라도늘주어진여건에서최대치로균형잡혀있고또최대치로전체를아우르는형상을보여준다.하지만우리는바로그런최대치야말로현상태의불균형을바로잡으며진짜한걸음나아가는‘급진적’방도임을그의사유를통해거듭깨닫게된다.그때그때의시류에서최첨단으로통용되는입장을취해일말의정치적·윤리적꼬투리도주지않는대신‘일이되게하는’데별도움이안되는여러급진주의에비해,백낙청의원만하기짝이없는급진성은평소에는그리눈길을끌지못하기쉽다.그러나전면적인전환이아니고서는헤쳐나가지못할위기의순간,그것이불가결한대안임을알아차릴기회가생기는데,지금바로그런시기를우리는살고있다.2023년현재우리가견디는‘변칙적’시간의결말을앞당기는지혜를모으는데그의사유가길잡이가되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