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 그 역정의 기록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갈구하던 시절이 있었다. 민주화된 세상에서 한번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하고 싶은 말 마음껏 하면서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꾼 시절이 있었다. 30여년이나 계속된 군부독재의 시대는 한편으로는 민주화운동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다. 『진실, 광장에 서다』(부제: 민주화운동 30년의 역정)는 5·16 군사쿠데타부터 6월항쟁까지의 군부독재와 민주화운동을 지근거리에서 보고 듣고 참여해온 당사자가 그 시대를, 그리고 저자 자신의 인생 역정을 기록한 작품이다.
민주화운동 관련 사료와 비사
저자는 이 책에서 민주화운동 30년의 통사를 기록하기보다는 좀더 구체적인 방식으로 그 시대에 접근한다. 언론에 보도된 기사,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의 증언, 시위에서 외친 구호, 그때 발표된 성명과 선언문, 재판 관련 기록(상고?항소이유서, 최후변론, 모두진술) 들을 충실하게 모아 그때의 시대 상황을 그려낸다. 우리는 권인숙의 증언을 읽으며 저들의 비인간적인 행위에 분노하고, 광주민중항쟁의 기록을 읽으며 우리 자신을 자책하고, 6월항쟁의 진행과정을 읽으며 벅찬 감동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김지하의 양심선언 발표나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조작 발표, 부산 미문화원 방화사건에서 김현장의 자수에 얽힌 뒷이야기 등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비사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주화운동의 온갖 뒷바라지를 다했던 저자이기에 가능한 내용이다. 여기에 당대를 상징하는 시와 시조들을 곁들여 딱딱한 역사서를 넘어 시대의 자서전을 읽는 기분이 들게 한다.
마지막으로 민주화운동에 이바지한 사람, 군부독재에 앞장선 사람들을 가능한 한 꼼꼼히 기록하여 시대와 역사의 준엄함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민주화운동사를 화려하게 수놓은 사람들을 그려냄과 동시에 역사의 뒤편을 묵묵히 지켜온 이름없는 이들을 재조명했다.
구체적인 접근 방식과 재미난 뒷이야기, 그리고 이를 힘있게 서술한 저자의 문체로 인해 『진실, 광장에 서다』는 민주화운동 시대를 살아온 중장년층뿐 아니라 과거사에 관심이 적은 젊은 세대들까지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실이나 문건들은 민주화운동의 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재야민주화운동의 대부, 김정남
'해위 윤보선의 뒤에 있었다. 김영삼의 뒤에도, 이돈명?홍성우 변호사의 뒤에도, 함세웅 신부의 뒤에도, 창작과비평사에도, 자유실천문인협의회의에도 항상 있었다. 찾을 수는 없지만, 그는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곳에 항상 있었다.'(고은 「김정남」, 『만인보 12』, 창작과비평사 1996, 190면 참조) 재야진영에서는 그를 '윤신부'라 불렀고, 가톨릭에서는 '남선생'이라 불렀다. 군부독재가 끝난 후, 사람들은 그를 일컬어 '재야민주화운동의 대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민주화운동의 전과정에서 그의 발길이 미치지 않고 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그는 한번도 자신을 앞에 내세우지 않고 익명의 삶으로 만족했다. 여기서 말하는 그가 바로 김정남 선생이다.
저자는 1964년 6·3 사태 때 배후의 인물로 구속된 이래, 30여년 동안 민주화운동을 막후에서 주도했다. 민주화운동단체 결성에 참여했으며, 각종 성명서 작성, 구속인사에 대한 변론자료 준비와 구명운동, 구속자 가족들에 대한 지원, 해외 지원세력과의 연대, 수배자에 대한 은신처 마련과 수발 등으로 민주화운동을 뒷받침했다.
민주회복국민회의와 '민주주의와 민족통일을 위한 국민연합'의 결성과 활동, 양심선언운동의 제창,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사건과 인혁당사건의 진상조사 및 폭로, 김지하 양심선언 발표, 민주구국헌장 작성과 발표, 보도지침의 폭로를 주도했다. '김대중·김영삼 8·15 공동성명', 1987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발표한 성명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 김지하 시인을 비롯해 수많은 민주화운동 인사들의 변론요지서 등을 작성했다.
6?29 선언 이후에는 평화신문의 창간을 주도하고 편집국장을 지냈으며, 김영삼정부 때 대통령 교육문화사회수석비서관을 역임했다.
그밖에도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 평전』의 일본어판 출간을 주도했고, 평화신문에서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이태의 『남부군』을 기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