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길들이기 (자본과 자본 아닌 것의 역사)

자본주의 길들이기 (자본과 자본 아닌 것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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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자본주의 길들이기』는 20세기 초 이딸리아 근현대사의 장면들을 통해 자본주의 본연의 공정함과 도덕성을 복원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도발적 문제제기를 담은, 흥미로운 역사서다. 이딸리아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에서 자본주의가 아닌 요소들이 동원되고 활용된 사례를 다양하게 제시하면서 경제는 경제가 아닌 것과 공존하고,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아닌 것과 공존하며 서로 복잡하게 얽혀 발전해왔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저자

장문석

저자장문석은서울대학교서양사학과를졸업하고같은대학교대학원에서석사및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영남대학교역사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민족주의길들이기』『피아트와파시즘』『파시즘』『민족주의』『근대정신은어떻게탄생했을까』『국부의조건』(공저)등이있고,역서로『만들어진전통』(공역)『제국의지배』『래디컬스페이스』『스페인은의세계사』등이있다.

목차

책머리에

프롤로그│자본주의해체하기
서장│자본주의따라잡기,자본주의길들이기

제1부│자유주의시대
제1장산업화로가는이딸리아의길
제2장산업봉건제
제3장산업왕조
막간극

제2부│파시즘시대
제4장파시즘과자본주의
제5장자본주의길들이기(I):파시즘
제6장자본주의길들이기(II):기업가
막간극

제3부│민주주의시대
제7장국가자본주의
제8장가족자본주의(I):거인들
제9장가족자본주의(II):소인들

에필로그│신자유주의시대를살아가기
맺음말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인간의면모를갖춘자본주의,그탄생의역사

‘자본주의는이윤추구와경쟁만을덕목으로삼는다’라는통념에반하는역사적사실이있다!『자본주의길들이기:자본과자본아닌것의역사』는20세기초이딸리아근현대사의장면들을통해자본주의본연의공정함과도덕성을복원하는일이충분히가능하다는도발적문제제기를담은,흥미로운역사서다.
저자장문석은자본주의가17세기유럽에서태동할때부터지금까지가족·국가·종교등‘자본아닌것’을보호하며자신의효율성과정당성을갖춰왔다고주장한다.특히산업화유럽의후발주자였던이딸리아의기업가들은선발국의산업발전을따라잡고싶어하면서도기존의사회적갈등과계급투쟁을회피하거나우회하고자했다.말하자면자본주의‘따라잡기’(경제발전)와‘길들이기’(사회통제)라는두마리토끼를잡고자한것이다.이를위해그들은가족·공동체·국가같은비자본주의적요소와온정주의·왕조주의같은구시대의가치를적극적으로포용했다.
이책은이딸리아자본주의의발전과정에서자본주의가아닌요소들이동원되고활용된사례를다양하게제시하면서경제는경제가아닌것과공존하고,자본주의는자본주의가아닌것과공존하며서로복잡하게얽혀발전해왔음을설득력있게보여준다.

역사는둘로나뉜다:자본과자본아닌것의역사

이책의서장은하나의물음으로시작한다.‘자본주의란무엇인가?’“자본주의는무한경쟁의시장경제속에서기업가들이위험을무릅쓰고혁신을주도하고이윤을획득하는사회경제체제”(26~27면)다.“자본주의라는드라마의주인공”은자본가가아니라‘기업가’이며기업가는그드라마의“연출자”(35면)이기도하다.기업가는주인공으로서자본주의를따라잡으려하고연출자로서자본주의를길들이려하는속성을지녔다.따라서이책의역사적사례들은두가지프레임,즉‘자본주의따라잡기’와‘자본주의길들이기’라는틀로직조된다.
본론에서는자본주의가과거로부터전수한비자본주의적인다양한제도및가치와복잡하게뒤섞이며발전해온과정을시대별로다룬다.제1장은이딸리아산업화당시의논쟁을다수파의견해를중심으로살펴본다.로마뇨시(G.D.Romagnosi)로대표되는다수파지식인들은계급적탐욕과증오를유포하는영국식경제발전이문명국의본보기가아니므로,빈민들을대도시에집중시키지않으면서농업과산업의병행발전에기초한새로운산업화모델을개발하고추진해야한다고역설했다.이들은도시의계급투쟁을우회하면서산업의발전과통제를나란히이끌어내는또다른자본주의를꿈꾸었다.
제2장에서는‘산업봉건제’로표현되는‘산업온정주의’에대한담론과실천을다룬다.산업온정주의란기업가와노동자의관계를계약에따른착취관계가아니라온정에기초한부모와자식관계로보면서자본의발전과노동자복지를동시에추구하려는이념이다.로시(A.Rossi)는19세기이딸리아에서가장큰모직물기업을세운기업가로,산업온정주의의이념을원대하고도체계적으로제시하고이를몸소실천한드문사례다.로시를비롯한기업가들은이러한산업온정주의에기초한이상적공동체를야심차게구상했다.
‘가족기업’은이딸리아의산업온정주의를대표하는키워드다.제3장은‘산업왕조’로대표되는가족기업에대한담론과실천을살핀다.이딸리아자본주의에서가족기업이차지하는위상은어느나라보다각별하다(20세기유럽각국의가족기업비율은이딸리아75~95%로영국75%,스웨덴90%이상,독일80%에비해월등하다).다만가족기업모델은미국식의효율적경영자본주의모델을배제함으로써세계시장에서경쟁력을확보할수없는후진적산물로간주되어왔다.여기서저자는가족기업이경영기업에비해열등하다는통념에의문을제기하고,각종통계수치를통해가족기업이경영기업못지않게생존력과지속성을지니고있음을보여준다.
일군의역사가들은여기에더해,가족기업이거래비용과정보비용을절감하고급속하게변화하는시장에기민하고도효과적으로대응하는기업형태일수있고,기업이실제어떠한형태로발전하는가의여부는기업이처한사회의제도적·문화적환경에의해규정된다고주장한다.즉어떤사회에서는경영기업이유리할수있지만,다른사회에서는가족기업이경영기업보다더우월한기업형태일수있다는것이다.특히이딸리아의경우산업봉건제로표현되는산업온정주의와산업왕조로대표되는가족기업은잘어울리는한쌍이다.다만이것이한국을비롯한후발자본주의국가들이참조할모델일까.실제이딸리아의가족기업대다수가3대를넘기지못하고명멸해갔으며,또한주주가치상승이라는단기성과만을추구하게되는근래의기업현실에비춰기업과국가의장기성장전략의체계화가주요과제로남는다.
자본주의에대한파시스트들의태도는어땠을까.파시즘의성격규명을둘러싸고연구자들사이에서격렬한논쟁(‘동의논쟁’‘근대성논쟁’)이벌어질정도로파시스트가자본주의를바라보는관점은복잡하고이율배반적이다.제4장은‘파시즘과자본주의’의관계를둘러싼연구사를본격적으로파헤친다.파시스트체제가이중적(물질적·도덕적)의미에서대중의동의를획득했다는주장에대해서는그간강력한반론들이제기되어왔다.하지만저자는파시즘에대해실제로어느정도동의가있었음은부인할수없다는점,또한파시즘을근대성의정반대인후진성으로보기는어렵다는견해등을소개하며공정한진단을요청한다.여기서핵심쟁점은근대성과후진성사이의양자택일이아니라‘근대적인것과후진적인것사이의정확한융합양식’을가려내는일이다.즉낡은사회체제와새로운권력체제가혼합되어근대성과후진성이공존하고늘타협과절충을통해문제가해결되어온당대이딸리아정치문화에비춰그독특한양상과자본주의의연계를주목해야한다.
무솔리니와파시스트들은대공황이후자본주의적물질문명에대해정서적거부감을느끼며다양한방식으로자본주의를길들이려했다.제5장에서는파시즘을통한자본주의길들이기가과연어떻게가능했는지를그담론과실천을따라가며살펴본다.무솔리니는기업가들에게체제에반항할경우하루아침에몰락할수있음을본보기로보여주기도했다.한편기술과전통을동시에추구한자동차기업알파로메오는파시즘에의해가장이딸리아적인기업으로간주되었다.당시거대기업피아트와경쟁했던알파로메오는피아트처럼대규모노동자를한공장에집중하지않고소수의숙련공으로작업하는방식을취함으로써근대기술을열렬히찬양하면서도기계문명을완강히거부하는파시즘에이상적인기업이었다.무솔리니가실제로알파로메오자동차를얼마나좋아했는지를보여주는흥미로운일화도소개된다(150~52면).
제6장에서는기업가들이‘가족’이나‘복지’를통해자본주의를길들이는다양한방식을논한다.기업가들은파시즘의간섭을물리치면서경영의자율성을견지하고노동자의충성을이끌어내기위해여러복지정책을펼쳐나갔다.예컨대피아트의경우보육시설,동계휴양지,전문학교등의복지시설을통해거대한공동체‘피아트가족’을만들어냈다.이와같이20세기초반이딸리아자본주의는전통적인산업온정주의를새로운차원에서확대심화하면서독특한가족주의적기업문화를형성했다.즉기업가들은‘가족’을통해자본주의를길들이고자했다.또한‘박애’의개념이자본주의와결합되면서‘박애자본주의’라부르는독특한형태가나타났다.‘이딸리아의록펠러’로불리는기업가가슬리니(G.Gaslini)의경우가그런흥미로운사례를제공한다.
전후이딸리아는정치적으로는파시즘과단절을꾀하는가운데,파시즘의유산이자국가자본주의를대표하는산업재건기구(IRI)를바탕으로경제기적을일구어낸다.제7장은전후‘국가자본주의’에대한담론과실천,즉전후국가자본주의가이딸리아경제를어떻게지배했는가를중심으로살펴본다.파시즘이붕괴한이후에도선진자본주의를따라잡으면서도자본주의를길들이는방식이다양한형태로논의되고제시되었다.이처럼사회통합을유지하며경제성장을추구하기위해국가라는제도를동원하는과정에서후진자본주의의전형적폐단인정경유착과비밀주의가나타나기도했다.
제8장은대규모기업의실제에피소드를통해‘가족자본주의’의약점과그보완책을살펴본다.가족기업은경영기업이등장한후에도여전히건재함으로써그생명력과내구성을몸소보여주었다.하지만가족기업은내부적으로‘가족불화’라는치명적인요소도지닌다.‘구찌’의역사는가족기업의성장판과급소를동시에드러내주는사례다.경영권과재산을둘러싼가족간의파국적갈등은구찌를끊임없이괴롭힌아킬레스건이었다.구찌의경우처럼후손들이기업활동에대해관심과욕망이너무큰것도문제지만,반대로후손들의능력이없는것도가족기업을위협하는요소다.결국가족기업이후대로온전히계승되는것은‘운’에좌우될수밖에없는것일까.이러한우연성은가족기업과가족자본주의의최대약점이자급소에해당하며,이러한급소를보호하면서약점을강점으로전환하기위해전력을다한가족기업분투의역사는‘갑질’‘불공정’으로대표되는한국대기업들에날카로운시사점을던진다.
최근대규모대량생산이아닌소규모유연생산가족기업의활력과역동성을주목하는‘제3의이딸리아’담론이활발하다.제9장에서는중소규모‘가족자본주의’에대한담론과실천을살펴본다.크기가작은가족기업들은장인전통과첨단기술,공업과농업의연계,그리고무엇보다지방의사회자본과문화를결집하는특출한능력을선보이면서틈새시장을공략해왔다.‘제3의이딸리아’담론에서주목할것은고부가가치를생산하는중소규모가족기업들이‘산업단지’를이루어지역사회와동행하는방식으로발전을꾀한다는점이다.
역사가불(A.Bull)과코너(P.Corner)는,형식적으로는‘제3의이딸리아’에속하지는않지만내용적으로는‘제3의이딸리아’와대체로흡사한면모를보이는북부롬바르디아농촌지역에서발전한가족기업들의역동성을세밀하게관찰했다.이역사가들은경험적인미시사연구를통해이딸리아농촌의빈민들이자신의생존을위해몇세대에걸쳐가족기업을열고이를지키기위해고투한과정을파노라마처럼펼쳐보이며이들을‘미시적기업가역량’으로주목했다.이는자본주의와자본주의아닌것이어떻게협력하고갈등해왔는지를보여주는또다른사례다.“자본주의를움직이는주인공은역설적이게도가장자본주의적이지않은존재”(272면)였다고말하는이유가바로여기에있다.

자본주의는생각한다:탐욕의신자유주의가아닌또다른미래를실험해온역사

신자유주의혹은시장만능주의시대의한국에사는우리는자본주의를어떻게완성하고극복할수있을까.오늘날의이딸리아는이질문의해답을구하는데에참고할만한하나의실험실이다.시장중심의신자유주의적과정이거침없이전개되는가운데신자유주의와반대되면서도그것의통합적일부라고할수있는또다른과정,즉도덕을갖춘자발적주체의탄생을관찰할수있는흥미로운공간이다.
신자유주의에서시장의자율성이극대화될수록다시그만큼다른방식으로공적도덕성이요구된다는것은2008년세계경제위기이후우리가목도하는현실중하나다.기업은스스로사회적기업임을자처하고,국가는가족애와애국심을새삼역설한다.시민사회는기계적노동과경쟁에지친시민들사이에서자발적노동과협동에대한관심을불러일으키고자한다.결국이책의문제의식,즉자본주의는자본주의가아닌것과끊임없이공진화해왔고그래야한다는생각은또다른미래를꿈꾸는이들의과제로남는다.
자본주의적인것과비자본주의적인것의관계에대한통찰은2010년대한국의시장만능주의에다음과같은교훈을건넨다.자본주의에대한다음과같은입장으로귀결된다.첫째,자본주의혁신을근본적으로완성하려면우선권위적관료제등‘충분히자본주의적이지못한장애물’을극소화해야한다.둘째,이와같은발전만으로쏠릴때의폐단,즉부의불평등같은지나치게자본주의적이어서나타나는문제에빠지지않도록자본주의의모순을관리해야한다.요컨대‘자본주의의결핍’과‘자본주의의과잉’을동시에치유하면서자본주의를완성해나가는이중전략을추구해나가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