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남북관계뉴스에숨겨진,대화와접촉의역사70년의갈라진역사가만들어낸오늘을읽는다!
2018년2월평창동계올림픽을앞두고,지난9년간단절되었던남북대화의물꼬가터졌다.올림픽기간동안한미연합군사훈련을잠정중단하기로한데이어,북한의올림픽참가를위한남북대화가비핵화와평화에관한논의로이어질것에대한기대가높아졌다.분단이후70년이지났지만남과북은여전히냉전의파도가치는바다한가운데있다.그러나남북이걸어온길을돌이켜보면,바다한가운데도로와철도가놓이고사람들이오가며물자가넘나들던해빙의순간들이있다.적대의바다는때로협력의공간으로변하기도했다.두번의남북정상회담,이산가족상봉,세계선수권의남북단일팀,개성공단조성등한때남북을이어주던다리는왜오늘날자취를감춘것일까?북한이핵도발을일삼으며일방적으로끊어버렸다는주장도있지만,관계란일방적인것이아니라늘상호적임을고려해야한다.
이책『70년의대화:새로읽는남북관계사』는정전협정부터북핵문제에이르는남북관계의지난날을수동이아닌능동의지혜로,좁은눈이아닌넓은눈으로,단절이아닌역사의지속으로조망한다.남북관계는국제정치질서와국내정치상황에따라대결과악화,접촉과협력을반복하면서,‘전쟁을일시중단’하는정전(停戰)이후‘전쟁을끝내고평화를정착’시키는종전(終戰)에까지이르지못했다.현재청와대국가안보실자문위원을맡고있는저자김연철(인제대통일학부교수)은남북관계를바라볼때흔히북한의대남정책을중시하던데서눈을돌려,종전과평화정착과정에서한국의주도적역할과대북정책이무엇보다중요함을강조한다.
“2018북한의동계올림픽참가는남북70년대화의연장이다”
충돌과교착사이를메워온관계의정곡을찌른다
오래전‘널문리’라는마을이있었다.사천강에널빤지다리가있어널문리라불렀다는설이있다.조선초중국사신이한양으로가기전쉬어가는주막이들어서면서부터는주막마을로발전했다.시간이흘러널문리는유엔군과공산군의휴전협상장소가되었다.1951년10월22일임시천막이들어선순간전세계의이목이이곳에집중됐다.중국에서‘널문리가게’를한자로고쳐부르며이름도달라졌다.평화로운널문리는사라지고,분쟁의공간인‘판문점(板門店)’이탄생한것이다(본문21~23면참조).
『70년의대화』는해방직후분단을겪고두개의정부가수립된무렵부터오늘날평창동계올림픽을앞두고대화를재개하기까지,남북관계의결정적장면을속도감있게그리는한편관계의정곡을파고든다.1950년대정전협정과제네바회담,1960년대냉전기를상징하는푸에블로호사건,1970년대남북첫만남인적십자회담과남북공동성명,1980년대이산가족상봉과남북기본합의서,1990년대불거진전쟁위기,2000년대두번의정상회담과금강산관광,개성공단조성,철도연결등경제협력,2010년대북한핵개발과제재조치의악순환을돌이켜볼때,남북관계는대결하다가도협력하고전쟁위기까지갔다가협상테이블로돌아오며‘가다서다’를반복해왔다.그사이사이를‘대화’가이었다.
1972년자주ㆍ평화ㆍ민족대단결이라는통일3대원칙을포함한남북공동성명이합의된뒤에도,‘반공’을국시로내걸고‘주한미군감축’을우려한박정희정부에서이합의문을발표할것인가말것인가,또발표한뒤에도북한을북괴가아니라면무엇이라불러야할것인가에관한논란이계속됐다.대결의시대가지속되던와중에,1984년남쪽에큰수해가닥쳤다.북한은수해물자제공을제안했고,전두환정부는사회주의권국가들의서울올림픽참여를위해이를받아들였다.정상회담은여러차례무산되었지만,인도적차원의대화는남북의경제적,사회ㆍ문화적교류로이어졌다.2018년평창동계올림픽을앞두고남북이다시대화를시작한상황이‘처음은아니며’,이는남북이‘70년의대화위에올라타있는것’뿐이라담담하게말할수있는이유다(본문15면참조).
이책에서제시하는7개의시대,7가지대북정책(이승만,박정희,전두환ㆍ노태우,김영삼,김대중ㆍ노무현,이명박ㆍ박근혜정부)을통해오늘날남북관계를들여다본다면,해상경계선을둘러싼군사충돌,북한의핵도발,대북쌀지원에관한잡음,미국ㆍ중국ㆍ일본ㆍ러시아와의이해관계다툼처럼그날그날의긴박한뉴스를정치적으로조성된불안이나공포와거리를두고꿰뚫는눈을얻게될것이다.
전두환ㆍ노태우정부보다못한김영삼정부의대북공백
남북관계의오늘을만든7시대의과거사
이승만부터이명박ㆍ박근혜정부에이르기까지,저자는지난정부의대북정책을남북관계의성격에따라시대별로조망한다.
이승만정부의대북정책은전쟁의연장선에있었다.전후(戰後)이승만정부는반공노선을앞세워북진통일을주장했다.휴전에반대했고,한반도문제를논의하는제네바회담참여를거부하다회담개최8일전가까스로수락했다.휴전이깨어질것을염려한미국이오히려한국정부를자제시키고‘이승만제거계획’까지검토했을정도다.미군의한국내주둔등내용을포함한한미상호방위조약은그런이승만의북진통일의지를단념시킬수단으로서미국이선택한카드였다.
박정희정부에들어서는군사분계선을사이에두고군사충돌이빈번하기도했지만,그래도대화는시작됐다.분단이래첫만남인적십자회담이이뤄졌고직통전화설치,남북공동성명채택등성과도적지않았다.소련ㆍ중국등사회주의권에대한문호개방을뜻하는‘북방정책’개념이등장해이후전두환ㆍ노태우정부정책에밑거름이되기도했다.그러나국제적인데탕트국면을오히려정권에대한위협으로인식해,계엄령을선포하는한편‘북한의남침가능성’을과장해국내정치수단으로활용했다.
대결과대화가아슬아슬하게오가던냉전의분위기는,서울올림픽을성공적으로개최하기위해공산권국가에대한외교가필요해지면서전환을맞았다.전두환정부는이산가족상봉과경제회담으로교류의물꼬를틀었고,노태우정부는이른바북방정책을통해소련ㆍ중국과수교하고,남북관계를미국이아닌남북당사자가주도한다는원칙을세웠다.오늘날까지핵문제해결의중요한통로가되어온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그리고남북간화해ㆍ불가침및교류ㆍ협력에관해논의한남북기본합의서는이때맺은결과물이다.
그러나이후김영삼정부의대북정책은‘공백의5년’이라할정도로,전략도원칙도없이눈앞에보이는국내정치적이익만을쫓는데급급했다.“북한이도발하면대북강경여론에올라타고,정부능력을문제삼으면장관을교체”하는식이었다.1994년6월전쟁공포를조성해라면과쌀사재기가일어나고,북한의‘서울불바다발언’을언론에공개해북한이국제원자력기구의사찰을받는것에관한북미합의가붕괴되는등우왕좌왕이이어졌다(본문175~82,189~94면참조).
이런상황에서김대중ㆍ노무현정부는대북정책의철학부터다시가다듬을필요가있었다.무엇보다남북간신뢰회복을위해‘접촉을통한변화’를꾀하는포용정책,즉햇볕정책을기조로삼았다.‘퍼주기’라는비난속에,‘차관’즉나중에되갚는형식을통해대북쌀지원을추진했고,금강산관광사업,개성공단조성,철도ㆍ도로연결등경제적,사회ㆍ문화적교류를이어나갔다.‘과정으로서의통일’에합의하고북핵문제해결의실마리를남긴두차례정상회담도성사되었다.실제로노무현정부시기남북한의군사충돌은한번도발생하지않았다.
그러나최근9년간남북관계는냉전이라는‘오래된과거’로후퇴했다.이명박ㆍ박근혜정부의대북정책은이전정부의정책을부정하는데서출발했고,2008년‘통일부를폐지하고외교통일부를신설하겠다’는결정이앞으로의방향을예고했다.1991년채택된남북기본합의서에따르면남북관계는‘나라와나라사이의관계가아니라통일을지향하는과정에서잠정적으로형성되는특수관계’다.즉한국이북한과맺는관계는중국이나일본등여타국가들과맺는외교관계와지향점이다르며,그귀결이‘통일’이라는데남북모두동의하고있는것이다.보수ㆍ진보를막론하고평화통일로나아가는것이헌법정신이자대통령의중책임을부정한정부는그전까지없었다.노무현정부시기남북정상회담을통해도출된10ㆍ4선언은남북관계의분야별현안을망라해40여가지과제를제시하고있는데,그것을부정한다면대북정책에서할일은없어지는셈이다(본문257~258면참조).
저자는이명박정부의대북정책을‘진지함의부족’,박근혜정부의대북정책을‘현실성의(고의적인)결여’로평가한다.기본적으로흡수통일을기조로삼아,“북한이핵을폐기하면1인당국민소득을3000달러수준으로올려주겠다”는‘비핵ㆍ개방ㆍ3000’을비롯해‘그랜드바겐’‘한반도신뢰프로세스’같은이름만거창한정책을내걸었는데,정작상대방인북한의의중을고려하지않은일방적인주장이거나,실행방침이없는텅빈정치적구호에그쳤다.통일의과정을어떻게밟아나갈지에대한계획없이,북핵문제등남북관계현안을어떻게해결할지에대한대책없이,단순손익계산으로통일의핑크빛미래를무책임하게던진‘통일대박론’은그정점이었다.
문재인정부평화ㆍ통일비전을먼저읽는다
청와대국가안보실자문위원김연철교수의평화ㆍ통일프로세스
2018년평창동계올림픽을계기로남북은대화를재개했다.그러나남북을둘러싼긴장은가시지않았고,갈길은멀다.북한은여섯번의핵실험과미사일발사를통해핵무력완성을선언했고북미관계는더욱악화됐다.한국은주한미군의사드(THAAD)배치를통해북핵에대응하겠다며나섰지만중국의반발도심상치않다.과연‘대화’를통한대북정책에방점을두고있는새정부에서남북관계의다음단계를모색해볼수있을까?
문재인정부의국가안보실자문위원을맡고있는저자는먼저협상론과제재론을비교하며,지난정부의제재일변도대북정책이현실성이없을뿐더러결과적으로북핵문제에서아무런효과도거두지못했음을지적한다.제재와압박을강조하는쪽에서는북한이핵을폐기하면경제협력을하겠다는입장을고수해왔지만(이는개성공단폐쇄등으로이어졌다),북한이받을수없거나받지않을것임이자명한제안만반복한다면북핵문제의평화적해결은불가능하다.서로불신이깊기에조심스레신뢰를만들어가는과정이있어야하며,당연히긴안목과인내심을가지고북한을협상테이블에데려오는일부터시작해야한다.‘줄것은주고받을것은받는’협상의기본과‘쉬운문제부터어려운문제로나아가는’출구전략에입각한9ㆍ19공동성명,그리고6자회담이라는다자간접근방식이북핵문제를해결하는데여전히유효하다는것이저자의생각이다(본문295~309면참조).
일단협상을시작하면목표는분명하다.남북은휴전체제에서종전체제로,마침내평화체제로이행해야한다는것이다.종전선언은‘한반도에서전쟁이끝났다’라는한마디로족한,법적으로매우간단한일이지만,‘사실상의평화’를구축하는데에미칠효과는크다.종전이선언되면유엔사령부와주한미군의위상이달라지고남북당사자중심으로군사적신뢰를구축하는후속조치가필요해진다.북핵문제는한반도에서냉전이종식될때해결할수있다는점에서북핵문제해결은사실상의평화,사실상의통일로나아가는길위에있다.남북대화를통해철도를연결하고,북방경제를이용한경제공동체를구상하고,서해평화지대를조성하는일이그다리가될것으로전망한다.
이책의서두에서저자는남북관계를거울앞에선두사람에빗댄다.“거울앞에서내가웃으면거울속의상대도웃고,내가주먹을들면상대도주먹을든다.그러나주체와객체는분명하다.거울속상대가나를움직이는것이아니라내가거울속상대를움직인다.”관계는상호적이다.관계의변화를원한다면,변화를원하는쪽이먼저움직여야한다.상대가알아서변하기만을기다린다면아무것도바꿀수없다.남북관계의70년이가까스로얻은대화국면에서지금우리에게말해주는바다(본문14~15면참조).
창비‘새로읽는관계사’시리즈
한ㆍ미ㆍ북ㆍ중ㆍ일국제관계전문가들의식견과통찰을담다
오늘날급변하는국제환경속에한국의국내외정치는큰전환을맞고있다